퀵바

산타와사슴

넷카마 일기

웹소설 > 자유연재 > 드라마, 일반소설

산타와사슴
그림/삽화
산타와사슴
작품등록일 :
2019.06.04 20:58
최근연재일 :
2019.06.05 18:17
연재수 :
3 회
조회수 :
156
추천수 :
0
글자수 :
17,966

작성
19.06.05 01:07
조회
94
추천
0
글자
13쪽

남자가 인터넷 안에서 여자인 척을 하면?

DUMMY

“고작 일주일 사귀고 헤어지자고 하는 이유가 뭔데?”


그녀는 그를 빤히 쳐다보고 당돌하게 대답했다.


“네가 못생긴 건 알고 사귀었지만, 가까이에서 자세히 보니까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못생겼더라.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어. 정말 미안해”


“·········”


봉알은 정곡이 찔린 듯 아무런 말을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는 용기를 내서 다시 물었다.


“그리고”


“그리고? 하아! 너 아주 강심장이구나. 정말 더 듣고 싶어?”


“응.”


한쪽 입꼬리를 비틀어 올린 지수는 봉알을 쳐다보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래 이왕 들을 것 다 듣고 가. 너도 이제는 너 자신을 알아야지!


“능력도 없어.”


“······”


“키도 작지.”


“······”


“입 냄새도 개 쩔지”


“그, 그건 내가 속이 안 좋아서 그랬던 거야.”


“머리숱도 없지”


“그, 그만해! 됐어! 그만 들을래.”



봉알은 3년을 고백해 사귄 첫사랑에서 무참히 일주일 만에 차이고 말았다.


봉알은 이날을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았다.


그가 처음으로 죽을 결심을 하고 한강으로 달려간 날이었으니까!



“그래! 나 못생겼다. 그래! 나 능력 쥐뿔도 없다! 그래! 나 머리숱 없다! 흑흑”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소매로 닦으며 한강 다리를 달리고 또 달린 봉알은 숨이 턱까지 차오르자 그만 바닥으로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아까 전부터 봉알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던 한 아주머니가 안타까웠는지 그에게 조심스레 다가갔다.


“이봐요. 청년!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는데 젊은 놈이 길바닥에서 울면 쓰나. 부모님이 걱정하시겠어.”


정 많으신 아주머니께서는 그가 자기 아들같이 느껴졌는지 봉알의 어깨를 살며시 어루만져주었다.


“세상이 아무리 힘들다해도 그래도 아직은 살 만한 곳이야. 한강에서 이렇게 울고 있으면 사람들이 오해한다고! 그러니까 어서 일어나요. 집에 가야지!”


낯선 사람에게서 뜻밖에 따듯한 말을 건네 듣자 그의 마음에서는 거짓말처럼 분노가 사르륵하고 수그러졌다.


봉알은 살며시 고개를 들고 아주머니를 바라보았다. 정말이지 품위가 넘치고 인자하게 생기신 아주머니였다.


그의 퉁퉁 부은 눈에서는 또다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감동의 눈물이었다.


“고, 고맙습니다. 아주머니”


봉알은 헝클어진 앞머리를 손으로 쓱 넘기고 아주머니를 올려다보고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아주머니는 갑자기 인상을 팍 쓰면서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손바닥으로 입과 코를 틀어막고 신경질적으로 대답했다.


“이건 어디서 나는 썩은 내야?”


“네? 무슨 냄새요?”


봉알의 입 냄새는 안타깝게도 첫사랑의 말대로 무척이나 지독했다.


오랫동안 앓은 위장염으로 인해 그의 위에서는 썩은 생선 냄새가 목을 타고 올라오고 있었다.


“전 아무런 냄새가 안 나는데······.”


봉알이가 입을 열 때마다 아주머니의 안색도 덩달아 사색이 되어갔다.


“아이고! 전화가 왔네! 나 급한 일이 있어서 먼저 가보겠어요. 힘내요! 청년”


아주머니는 한 시라도 이 자리를 뜨고 싶었는지 울리지도 않는 휴대폰을 귀에 갖다 대고 “여보세요? 여보세요?” 하면서 전화를 하는 척을 하고 가버린다.


봉알은 조금 전 사르륵 녹았던 마음이 다시 얼음장으로 변하고 말았다.


그는 고개를 떨구고 또다시 꺼이꺼이 하고 울어댔다.


“거봐! 사람들은 나만 만나면 이상하게 변한다니까!”


한참을 울은 그는 무언가 큰 결심을 했는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비장한 표정을 한 봉알은 휙 뒤돌아서서 난간을 붙잡았다. 그리고 슬그머니 아래를 내려다보는데 시커먼 강물이 며칠 전에 내린 장맛비로 크게 불어나 있는 게 보였다.


순간 봉알은 겁을 먹는다.


죽으러 왔는데 크게 불어난 강물이 보이자 그만 공포에 휩싸여 버리고 만 것이다. 죽어야 하는데 그렇다고 뛰어내릴 용기는 없고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봉알은 난간 앞에서 한참을 발만 동동 굴렸다.


그때 그의 휴대폰이 쩌렁대게 울렸다. 어머니였다.


“봉알아. 어디니? 집에 올 때 순대 좀 사 오너라. 간은 빼고.”


“네. 어머니!”


반사적으로 상냥하게 전화를 받은 봉알은 전화를 끊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파도가 넘실거리는 강을 힐끔 쳐다보고 어쩔 수 없다는 듯 집으로 돌아가기로 마음먹는다.


내가 그럼 그렇지 뭐.

살 용기도

죽을 용기도 없는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게 없는 놈······

난 대체 왜 태어났을까?


그는 축 늘어진 어깨로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무거운 걸음을 한참을 걷자 저 멀리서 불빛이 반짝거리며 버스가 다가오는 게 보였다.


봉알은 호주머니로 손을 찔러 넣는데, 이런! 지갑이 없다.


놀란 봉알이 허겁지겁 재킷 주머니와 바지 뒷주머니에도 손을 집어넣는데, 그 어디에도 그의 지갑이 없었다.



젠장!

아까 뛰다가 흘렸나 보네! 이를 어째? 거기에 엄마 신용카드도 있는데······.


울상이 된 봉알은 조금 전에 걸어왔던 한강 다리로 빠르게 내 달리기 시작했다. 지수가 만나자고 했을 때 헤어지자고 보는 거였으면 엄마 신용 카드도 안 빌리는 건데!



눈을 희번덕거리며 땅만 쳐다보면서 달리고 또 달린 봉알은 안타깝게도 그 어디에도 지갑을 발견할 수 없었다.


그는 한강 다리로 또다시 털썩 주저앉는다.

봉알은 쉴 새 없이 지나가는 차들을 보면서 깊은 상념에 빠졌다.


뭐 하나 제대로 풀린 적이 없는 스물다섯의 인생


첫사랑에서 일주일 만에 보기 좋게 차이고

이번에도 공무원 시험에 떨어졌고

외모도 그렇고

키도 그렇고······


거기다 차비도 없는데 엄마의 신용카드까지도 잃어버렸으니 차마 집으로 전화해 도움을 요청하기도 난감한 노릇이었다. 노발대발 화낼게. 불 보듯이 뻔했으니 말이다.


봉알은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다가 휴대폰을 재킷에서 꺼내 들었다.


그리고 인터넷에 접속해 어느 채팅 사이트로 들어간다.



[여기는 서울입니다. 염치 불고하지만 차비가 없어서 그런데 돈 만 원만 빌려줄 사람을 급히 찾습니다. 돈은 꼭 갚아 드릴게요. 누구 안 계실까요?]


조금 있자 누군가에게서 채팅이 왔다.


[안녕하세요? 실례지만 남자신가요? 여자신가요?]


[남자입니다. 도움 좀 부탁해도 될까요? 너무 급해서 그럽니다. 만 원만 빌려주세요. 돈은 바로 갚을 수 있습니다]


봉알은 입술을 깨물고 그의 대답을 초조하게 기다렸다.


[낯선 이가 채팅 방을 나갔습니다]



뭐야?

말도 없이 그냥 나가버리네?


봉알은 잠자코 다시 기다리기로 했다. 그러자 몇 명의 사람들이 봉알의 채팅 방으로 들어왔는데 이상하게도 봉알과 인사만 하면 그들 역시도 말없이 나가버리고 만다.


시계를 보는 봉알이 더욱 초조해졌다. 조금 있으면 버스 막차가 다가 올 시간이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휴대폰에서 눈을 떼지 않고 빠른 걸음으로 한강 다리를 걸었다.


그러자 누군가가 그의 채팅 방으로 들어왔다.


[여자? 남자?]


[네?]


[남자냐고 여자냐고 묻잖아!]



봉알은 매우 갈등했다. 혹시 내가 남자라고 말해서 아까 사람들이 나간 게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자


그는 손톱을 뜯으면서 갈등 끝에 이렇게 대답했다.


[여자예요]


[그래요? 그럼 바로 드리죠! 어디로 가면 되나요?]


뜻밖의 반응이었다. 여자라고 말했을 뿐인데 돈을 주러 이곳까지 오겠다니! 봉알은 눈을 껌뻑이면서 그에게 되물었다.


[지금 한강 다리에 있는데 만 원을 주러 이곳으로 오시겠다고요?]


[아! 거리가 머네요. 아쉽군요! 그럼 계좌로 보내드릴까요?]



계좌란다. 이 사람이 지금 나에게 계좌로 만원을 보내겠다고 말했다.


그저 성별을 여자라고 바꿨을 뿐인데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계좌로 돈을 보내주겠다니!



[저 지금 운전해야 해서 계좌번호 좀 빨리 불러 주세요]



세상에! 이번에는 계좌번호를 ‘빨리’ 불러 달란다.


봉알은 이 기막힌 반응에 깜짝 놀라서 잠시 어안이 벙벙해졌다.


하지만 곧 버스 막차가 올 시간이라서 더는 시간을 지체할 수가 없었다.


봉알은 빠르게 채팅 창에다 계좌번호를 적으려는데 불현듯 자신에게 돈을 뽑을 현금 카드조차도 없다는 걸 알고 크게 낙담한다. 있는 거라곤 휴대폰 고리에 걸린 교통 카드밖에 없었다.


[어쩌죠? 지갑을 잃어버려서 현금카드도 없고 아무것도 가진 게 없어요. 있는 것이라곤 교통 카드밖에 없어요.]


[이를 어째? 그럼 휴대폰 번호 불러 주세요. 모바일 상품권을 보내 드릴 테니 그걸로 충전해서 쓰세요]


[아! 그러면 되겠네요. 정말 고맙습니다. 집에 도착하면 바로 갚아드릴게요]


[하하, 만원 가지고 뭘요! 사람 사는 세상 서로 돕고 살아야죠!]



비록 본의 아니게 성별을 속였지만 이렇게 고마운 사람이 있나. 봉알은 그에게 진심으로 감사했다. 하늘에서 내려온 구세주 같은 사람이었으니 말이다.


몇 분이 지났을까?


봉알의 휴대폰으로 문자가 한 통 왔다.


[안녕하세요? 조금 전에 채팅 한 사람입니다. 잘 쓰세요. 조심히 들어가시고요]


다정한 인사와 함께 모바일 상품권이 정말로 오자 봉알은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누런 이를 드러내고 호탕하게 웃었다.


[당신은 정말로 천사이십니다. 하하하!]


[만원 가지고 정말 부끄럽네요. 집에 도착하시면 연락 주세요. 요새 밤길이 위험해서 걱정되어서요.]


[네! 알겠습니다.]


[······안자고 기다릴게요]




“우리 아들 순대 사 왔어?”


“아! 깜빡하고 못 사 왔어요.”


“뭐야! 오빠가 순대 사 온대서 엄마랑 지금까지 기다렸는데 뭐? 안 사 왔다고?”


“봉순아, 오빠가 지수 언니랑 데이트하느라고 순대 사 오는 걸 깜빡했나 보다. 우리 아들 지수한테 맛있는 거 많이 사줬어?”


엄마는 아들에게 첫 여자 친구가 생겼다는 사실이 무척 흐뭇했다.


“우리 아들, 그러지 말고 엄마한테 알려 줘봐. 지수랑 오늘 뭐 하고 놀았어? 밥은 뭐 먹고? 엄마는 정말이지 우리 아들한테 첫 여자 친구가 생겼다는 게 너무나 기뻐! 호호!”


봉알은 그런 엄마의 모습이 부담스러워 차마 일주일 만에 차이고 왔다는 얘기를 꺼낼 수가 없었다. 거기다 엄마의 신용까지도 잃어버리고 왔으니 면목이 없기도 했었고.


“해, 햄버거 먹고 왔어요.”


“에구구! 햄버거가 뭐니? 엄마가 준 빌려준 신용카드로 지수한테 고기라도 사주지. 엄마가 저번에 알려줬잖아! 여자는 말이야 작은 것에도 큰 행복을 느끼지만 가끔은 분위기 좋은 곳에서도 식사하고 싶어 한다고!”


봉알은 점점 마음이 불편해져 안 되겠는지 오늘 있었던 일을 엄마에게 이실직고하려는데 갑자기 여동생 봉순이가 끼어들었다.


“지수 언니는 정말 대단해.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우리 오빠랑 사귈 수가 있는 거지? 비위도 정말 강하단 말이야.”


“어머머! 봉순아 너 지금 오빠한테 그게 무슨 말버릇이니? 세상에······ 비위라니? 아무리 오빠가 못생겨도 그렇지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어? 그럼 못 써!”


“엄마 죄송해요. 힝!”


“됐어요. 사실인걸요. 뭐. 전 그만 씻으러 갈게요”



***



그날 밤 봉알은 쉽사리 잠이 들지 못했다.


첫사랑에서 차이고 내가 어떤 놈인지 똑똑히 알게 되었기도 했고, 못난 놈이란 건 진작 알고 있었지만, 그녀의 말처럼 그 정도의 놈인지는 미처 알지 못했다.


봉알의 눈에는 어느새 그렁그렁한 눈물이 맺힌다.


침대에 누워서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는데 갑자기 청초한 지수의 환영이 나타났다. 그녀는 마치 비웃기라도 하듯 봉알을 내려다보고 손가락질을 하고 있다.


그는 본능적으로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러자 지수의 환영은 그의 귀에다 바람을 ‘후’하고 불더니 조곤조곤 랩을 하기 시작한다.


[너무 못생겼어]


[능력도 없지]


[키도 작지]


[입 냄새도 개 쩔지]


[머리숱도 없지]



“으악! 제, 제발! 그만해!”


봉알은 저도 모르게 괴성을 내질렀다. 부엌에서 물을 마시고 있던 어머니가 아들의 비명을 듣고 깜짝 놀라 물을 마시다 말고 멈칫한다.



그 순간 봉알의 휴대폰에서 문자 알림이 요란하게 울렸다.


[······집에는 잘 도착하셨나요? 걱정돼서 지금껏 잠을 이루지 못하고 여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넷카마 일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 남자가 인터넷 안에서 여자인 척을 하면?(3) 19.06.05 21 0 13쪽
2 남자가 인터넷 안에서 여자인 척을 하면?(2) 19.06.05 41 0 14쪽
» 남자가 인터넷 안에서 여자인 척을 하면? 19.06.05 95 0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