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프롤로그
횡단보도 아래에 아지트를 둔 마범사는 금속 공예를 사랑하는 마법사이다.
“흠~흠~”
자신의 아지트에서 부드러운 천으로 새로 산 공구들을 닦으며, 콧노래를 부르고 있는 사람이 바로 그녀다.
“완벽해.”
범사는 오늘도 운이 좋았다.
어제 재료사에 연락했을 때는 분명 없다고 했던 공구 세트가, 마침 그녀가 다른 이유로 그곳에 들렀을 때 환불이 된 것이다. 눈앞에서 공구 세트가 환불 되는 것을 목격한 그녀는 누가 채갈세라 잽싸게 그 물건을 집어 들고 현금을 내밀었다. 어찌나 기분이 좋았는지, 잔돈은 받지도 않았다.
“천장만 무사하다면, 오늘 하루는 정말 완벽할 거야!”
천장. 어제부터 3일 내내 무너져 내린 불쌍한 천장. 범사는 다 닦은 공구를 조심스레 내려놓으며 힐끔 천장을 바라보았다. 아직은 뭐 특별한 문제는 없어 보였다.
[ 돈 아깝지 않아요? 나 같으면 마카롱을 사 먹겠다. ]
“너 입 없잖아.”
웃기는 개구리다. 개구리 모양 스피커 주제에 마카롱을 먹네 마네 하는 모습에 범사는 웃음이 났다.
[ 스피커한테 못하는 말이 없네. 아니 그냥 마법 쓰라니까···. ]
참고로, 저 스피커는 마법 예찬론을 펼친 지 꽤 오래되었다. 특히 범사가 공예 작업을 할 때면 거의 광신도가 되어 잔소리해댔다. 물론, 범사는 자신이 할 수 없는 것에 대한 동경으로 보이는 저 찬양에 동조해 줄 생각이 눈곱만큼도 없었다.
“조용히 해라.”
범사의 나직한 경고에 개구리는 픽 토라져선 노래를 틀기 시작했다.
[♩♪♬♩♪]
범사가 조용히 하라고 하자 이번엔 마법영화의 OST를 트는 개구리.
"그 노래 한 번만 더 틀면 요단 강 건널 준비해라."
심히 짜증이 난 범사는 소리를 빽 질렀다. 기가 죽은 개구리는 곡 재생을 멈추고 조용히 눈을 감았다. 이제 좀 조용해진 듯한 아지트에 범사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윽고 서랍에서 산 지 얼마 안 된 줄들을 칼처럼 비장하게 꺼내 든 그녀는 천장을 다시 한 번 힐끔거렸다. 어째, 느낌이 영 불안했다.
-쾅!
아. 범사의 불안한 예감은 적중했다.
[ 벌써 네 번째네요? ]
`또` 남학생이 천장을 부수며 떨어진 것이다. 그렇게 소파를 박살 낼 듯 떨어져서는 기절을 한 것인지 뭔지 꿈쩍도 않았다. 범사는 저 망할 남자애만 아니었어도, 아침의 아지트 청결 정도와 정오의 평화가 지켜졌을 거라는 사실에 짜증이 솟구쳤다.
[ 혹시, 마음에 안정을 주는 클래식 안 필요해요? ]
“닥쳐.”
그녀는 기절한 듯 보이는 남학생에게 다가갔다. 물론 가는 길에 사탕 하나를 집어 드는 것도 잊지 않았다.
"저기···."
손으로는 사탕을 겨눈 채 발로 남학생을 툭툭 쳐보는데 반응이 없다. 그녀는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 얼굴을 확인했다.
“역시···.”
아니나 다를까. 어제까지 3일 연속 떨어진 그 고등학생이었다. 얼굴이 온통 상처투성이라 인상 깊던 그 얼굴.
[ 이러다 내일도 떨어지겠네···. 도대체 왜 이런담? ]
“그러게 말이다.”
범사가 한숨을 쉬며 답했다. 인생 곡선을 그려보자면 올라가서 내려온 적이 없는 게 그녀의 인생이었다. 그런데 3일 전부터 천장을 박살 내며 등장한 이 남학생이 오늘로써 그녀의 인생 곡선에 위협이 되기 시작했다.
처음엔 우연인가 싶었고, 두 번째 떨어졌을 때는 아주 드문 우연이다 생각했으며, 세 번째 떨어졌을 때는 제발 다신 보지 않았으면 했는데, 벌써 네 번째라니.
이건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다.
[근데, 얘 왜 안 일어나요? 죽었나?]
“말 그렇게 막 하는 거 아니야. 금방 일어나겠지.”
- 작가의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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