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후반, 내게 지음이던 그녀가 말했다.
‘인형의 기사’처럼 자신을 지켜주는 기사 따위는 싫다고...
그녀는 페미니스트인 것처럼 보였다.
신촌에서 대학을 다녔던 그녀는 서울대를 그만둔 것도 나와 같았다.
반골같은 기집애...
내 삶의 편력을 그녀는 감당하지 못했다.
그녀는 외국으로 떠났다.
그리고... 운명이란 게 있는지...
헤어지고 운명처럼 두 번을 만났다.
한 번은 대학 졸업반 때 과외가는 지하철 6호선에서.
또 한 번은 작년 일산 백화점 앞에서...
그녀는 나를 알아보지 못했다.
누구의 취향에도 따르지 않았던 스무살의 나는
그녀가 골라주는 옷을 입고 같은 미용실을 다녔다.
스팅을 좋아했고 어설픈 페미니스트를 싫어했고 ....
여기까지는 후회가 없는데... 신해철을 외면했다.
돌아보면 정말 큰 실수였다.
그녀는 신해철을 싫어서 한 말이 아니었다.
Crom 앨범은 고연전날 그녀가 나에게 주었다.
나는 그녀의 기사가 되지 못했고, 그렇게 가고 싶던 맥킨지 대신
국내 대기업에 들어간 그녀는 이제 누군가의 엄마일 것이다.
이제 그녀의 의견과 상관없이, 난 끝까지 철딱서니 없던 신해철을 사랑한다.
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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