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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뫼도사 님의 서재입니다.

무녀와 수호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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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뫼도사
작품등록일 :
2020.05.11 18:39
최근연재일 :
2020.06.19 00:05
연재수 :
44 회
조회수 :
4,074
추천수 :
511
글자수 :
161,715

작성
20.06.03 20:23
조회
58
추천
9
글자
8쪽

30화. 루시퍼

사랑하는 반려견과 반려묘를 떠나 보내고 마음 아파하는 분들께 이 작품을 바칩니다.




DUMMY

“순심이 너?”


한얼은 양치질을 하다말고 발치까지 졸졸 따라와 꼬리를 흔드는 순심이를 원망어린 눈으로 바라보았다.


“멍멍.”


‘솔직히 말해. 너도 아빠가 잘 때 키스한 적 있지?’


소년, 아니 맹구의 느닷없는 질문이 날아왔다.


뜨끔!


소녀, 아니 초롱이는 속마음이 들킨 거 같아 얼굴이 화끈 거렸다.

한얼이 잘 때 몇 번 뽀뽀를 한 적이 있기 때문이었다.


인천의 어느 도축장 근처에는 소고기를 파는 식당들이 즐비하였고, 신선한 고기를 먹기 위해 몰려 온 손님들로 북적거렸다.


‘악령으로는 부족해. 역시 신선한 피가 필요해.’


도축장 근처를 맴돌며 울부짖는 소들의 원혼을 실컷 흡수한 악마는 아쉬움이 남는지 입맛을 다졌다.


악마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거리를 배회하고 있었다.

그는 너무도 피에 굶주려 있었다. 원래는 피를 밝히는 악마가 아니었다. 신에게 반란을 일으켰다가 그 벌로 모든 힘을 빼앗기고 피를 밝히는 사악한 존재가 되었던 것이다.


‘자존심 때문에 피를 그토록 거부했건만, 도저히 유혹을 견딜 수가 없구나!’


술에 취했는지, 한 여인이 골목길을 비틀거리며 걸어오고 있었다.


‘명색이 신이란 자가 날 흡혈귀로 만들어 인간을 해치게 하다니, 그러고도 네가 신이냐?’


“어휴, 역시 술은 섞어 마시면 안 돼. 도대체 폭탄주를 몇 잔이나 마신 거야?”

“길을 가는 여인이여. 너무도 아름답군요!”

“어떤 미친놈이 38년도 작업을 하는 거야?”


여인은 어디선가 들려오는 사내의 느끼한 목소리에 욕을 하며 몸을 돌렸다.


‘헐! 너무 잘 생겼다.’


키가 187cm 정도인 금발의 미남이 그녀 앞에 서 있었다.

가로등불에 반짝이는 그의 에메랄드빛 눈동자는 여인의 심장을 요동치게 하였다.

여인은 불현 듯 영화 <반지의 제왕>에 등장하는 ‘레골라스 그린리프’가 떠올랐다.


“여인이여! 나와 한 몸이 되겠는가?"

“네? 그건 초면에 너무 빠른······.”

“허락한 것으로 알겠다.”


당황해 하는 여인을 향해 남자는 오른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리고 천천히 위로 올렸다.

여인의 몸이 남자의 손을 따라 허공으로 떠올랐다.

이미 혀가 굳어버린 여인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남자가 하는 대로 몸을 내 맡기고 있었다.


“여인이여! 나와 한 몸이 되는 것을 영광으로 알라!”


금발의 사내는 어느새 거대한 괴수가 되어 허공에 뜬 여인을 흡수하고 있었다.

하얗게 질린 여인은 외마디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괴수의 입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생각보다 맛이 별로군?’


며칠이 지났다.

경찰서와 방송국 등에 실종 신고가 잇달았다. 사람이 허공에 떠 있는 모습을 보았다는 제보 역시 전화기에 불이 나도록 걸려왔다.


“이게 그 악마의 짓인가요?”


한얼은 유기동물보호센터의 사무실에서 이화보살과 재헌, 나인영 실장과 TV 뉴스를 보고 있었다. 물론 어느덧 빛에 익숙해진 초롱이와 맹구, 레오의 영혼들도 함께 하고 있었다.


멍!


그리고 소년을 오빠라고 부르며 따르는 갈색 푸들의 영혼과 이곳에서 죽은 많은 개와 고양이들의 영혼도 있었다.


“네. 악마인지, 이상한 악령인지 잘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이상한 존재가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건 틀림없어요.”

“우린 이미 만난 적이 있지요. 물론 저한테 한 방 얻어맞고 도망치긴 했지만요. 하하하!”


이화보살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재헌이 우쭐하여 설레발을 쳤다.

경찰도 연이은 실종사건과 기이한 목격담에 비상이 걸렸다.

급기야 정부에서 한 밤중에는 외출을 자제하라는 권고문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그래. 바로 그거야. 공포심! 그 공포심이야말로 내 힘의 원천이지.’


에메랄드빛 눈동자를 가진 금발의 미남자가 거리를 걷고 있었다.


‘오늘은 맛있는 먹이를 찾을 수 있을까? 역시 서씨 집안의 여인들만큼 짜릿하지가 못해. 계약을 하지 않은 먹이는 느낌이 없어!’


저택 지하에 있는 비밀 공간에서 서이경은 제를 올리고 있었다.

할아버지를 위한 것인지, 그녀가 희생시킨 여동생과 딸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숭배하는 악마를 위한 것이지는 분명하지 않았지만 그녀는 향을 자욱하게 피우고 빌고 또 빌었다.


‘그 아이는 찾았느냐?’


어느새 악마가 다가 와 물었다.


“차, 찾고 있습니다.”

‘동지까지 꼭 찾아야 한다. 그 전에 그 아이를 제물로 받고 싶지만, 난 한 번한 약속은 번복하지 않는다! 동지다! 동지! 명심하라!’

“네. 주인님!”


서이경이 바닥에 엎드려 머리를 조아리는 사이 악마는 사라졌다.


과거, 무녀의 딸이 파리 유학길에 올랐을 때의 일이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외로운 그 곳에서, 그녀는 한 남자를 만났다.


“당신에게선 샤먼의 향이 짙게 나요.”

“네? 그걸 어떻게?”


지은은 깜짝 놀랐다. 아무에게도 자신에 대해 말한 적이 없는데, 어떻게 자신에게 무당의 피가 흐르고 있다는 것을 낯선 외국인이 아는 지 신기했다.


“너무 놀라지 말아요. 저 역시 드루이드의 후손이니까요. 대마법사 멀린이 먼 조상이라고 하더군요. 후후후!”


지은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환하게 웃는 남자의 눈동자에 빠져들고 있었다.


“정말 많이 속상했겠군?”

“말해 뭘 해. 힘들게 유학 보내 논 딸년이 애까지 배서 1년도 안 돼 돌아왔는데.”


조왕신의 물음에 할멈은 긴 한숨을 쉬었다.


“정말 남녀 사이는 알 수 없다니까?”


당산나무 구멍 속에서 도깨비가 중얼거렸다.



악마는 점점 힘이 회복될수록 과거의 기억들이 되살아나기 시작하였다.


‘그래. 내가 있던 곳은 신이라고 하는 자의 오른쪽이었어. 대천사 루시퍼! 그게 바로 나의 이름이었지. 그자 왼편에는 나의 쌍둥이 동생 미카엘이 있었지.’


마침내 악마는 자신의 존재를 알아차렸다.

대천사 루시퍼!

그가 누구인가?


루시퍼는 신이 가장 신뢰하던 존재로 천사들을 이끌며 천지창조에 관여하였다.

그 공으로 신의 옥좌 오른쪽에 앉도록 허락받았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지 대천사 루시퍼의 마음속에 오만이 싹트기 시작하였다.

신의 옥좌가 탐이 났던 것이다.

결국 자신을 따르는 천사들을 선동하여 반란을 일으켰다.


신은 신이였다.

무참히 패한 루시퍼는 반란에 동조한 천사들과 함께 천계에서 추방되었다.

그리고 지구에 내던져졌다.

그 충돌이 얼마나 강하였는지 남반구의 섬들이 파괴되었고, 지구 중심부까지 커다란 구멍이 생겼다. 그렇게 지옥이 생겼다.

비록 깊은 땅속에 갇혔지만, 루시퍼는 사람들을 유혹하여 지옥으로 끌어들였다.

그리고 본래의 힘을 되찾기 위해 긴 세월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 지옥에 갇혀있는 데몬들을 불러내야겠어. 그들과 함께라면 천상을 박살내는 것쯤이야 어린아이 장난이지.’


또다시 루시퍼의 가슴에 오만함이 싹트기 시작하였다.


‘나를 다시 만나면 신이란 작자의 표정이 어떻게 변할지 궁금하군. 얼마나 내가 두려웠으면 모든 기억과 능력을 없애려고 했을까? 큭큭큭!’


공원 벤치에 홀로 앉아 히죽거리는 금발의 미남을 지나가던 사람들이 힐끔거리며 바라보았다.


“얼굴은 잘 생겼는데, 약간 맛이 갔나봐?”

“쉿, 들으면 어쩌려고?”

“얘, 외국인이 ‘맛이 갔다’는 표현을 어떻게 알아듣니?”

“그래도···.”


커다란 화구가방을 든 여대생들이 지나가며 소곤거렸다.


“그래. 오늘 저녁은 그대들로 하지.”


지나가는 여대생들의 뒤에서 루시퍼가 일어서며 말하였다.

두 학생은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어느새 사내는 사라지고 거대한 표범이 이빨을 드러내고 있었다.


“꺄아아악!”

“꺅!”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밤하늘을 갈랐다.


“헉! 왜 갑자기 소름이 돋지?”


이화보살은 한기를 느끼며 몸을 떨었다.


딸랑딸랑.


한동안 조용히 있던 팔주령이 소녀의 품에서 나와 울려댔다.


* 참고도서

마노 다카야 지음, 신은진 옮김,『타락천사』, 도서출판 들녘, 2000.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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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31화. 상동증적 행동 +22 20.06.04 66 1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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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28화. 우린 한 집에 산다! +12 20.06.01 59 6 8쪽
28 27화. 기이한 손님 +12 20.05.31 53 7 9쪽
27 26화. 한밤의 침입자 +12 20.05.30 61 5 8쪽
26 25화. 서현의 엄마 +16 20.05.29 64 9 8쪽
25 24화. 도사의 후예 +21 20.05.28 69 11 8쪽
24 23화. 꼭 그렇게 해야 했니? +16 20.05.27 60 10 8쪽
23 22화. 첫 번째 외출 +14 20.05.26 79 10 9쪽
22 21화. 가슴 아픈 재회 +12 20.05.25 73 10 7쪽
21 20화. 스튜어디스 +12 20.05.24 67 1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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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7화. 맹구의 기억 +8 20.05.22 75 9 8쪽
17 16화. 유기동물보호센터 +10 20.05.21 78 8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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