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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용333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임춘식
작품등록일 :
2019.12.03 15:30
최근연재일 :
2019.12.22 03:02
연재수 :
6 회
조회수 :
312
추천수 :
1
글자수 :
32,140

작성
19.12.10 05:07
조회
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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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3쪽

3333

DUMMY

‘젠장. 여기가 어디지?’


민혁은 인상을 잔뜩 썼다.


“오빠아, 방금 저 사람 봤어? 갑자기 생겨났어어······.”

“······.”


여자가 불안한 목소리로 말했다. 시선이 민혁을 향해 있었다.

옆에 있던 남자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여자가 재차 중얼거렸다. 그녀의 말꼬리가 길게 늘어졌다.


“여기에 우리만 온 게 아닌가 봐아···.”

“저 사람도 우리랑 똑같은 처지일 거야. 그러니까 조금만 조용히 하자, 응?”


남자가 달래듯 말했다. 대화를 들어보니 둘이 남매인 것 같았다.


주위를 둘러보니 넓은 공터였다. 중앙에는 횃불이 놓여 있었고 공터에 있는 사람은 오십 명쯤이었다. 사람들은 모닥불을 중심으로 둥글게 앉아있었다.


공터의 둥근 터를 제외하고는 어둠뿐이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


민혁은 사람들의 얼굴을 천천히 살폈다.


그를 보며 대화를 나누던 남매, 근육질의 덩치, 차가운 인상의 여자···.


수많은 사람이 보이지만 눈에 익은 얼굴이 없다. 모두 처음 보는 사람들이었다.


‘내가 왜 여기에 있지?’


꿈인가 싶어 스스로의 볼을 꼬집어보니 감촉이 생생했다.


‘꿈은 아니야.’


당황스러운 것은 민혁뿐만이 아니었다. 사람들은 혼란에 휩싸여 있었다.


“여, 여기가 어딘가요···?”

“저도 자, 잘 몰라요···.”


횃불이 꺼지면 어둠에 잠겨버릴 작은 공터는 불안에 젖어있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민혁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여기에 온 적이 있던가?’


묘한 기시감이 들었다.


마치,

이 장소에 와본것만 같은···.


「사람들은 모닥불을 중심으로 둘러앉았다.」

「바닥이 차가웠다.」


순간, 이 문장들이 떠오른 것은 왜일까.


‘참나,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스스로에게 혀를 찬 민혁은 적당한 자리를 골라 앉았다. 일단 천천히 상황을 파악하기로 했다.


옆자리에는 순진한 인상의 여자가 앉아있었다.


흙바닥의 찬 기운이 엉덩이를 타고 느껴졌다. 민혁은 술에 취해 잠들기 전 그대로의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짧은 티셔츠에 반바지, 통풍이 돼도 너무 잘 돼서 문제였다. 그는 몸을 웅크린 채 손바닥을 횃불 쪽으로 내밀었다.


‘춥다···.’


그때 민혁의 옆에 앉아 있던 여자가 얇은 겉옷을 내밀었다.


“저, 여기요···.”

“아, 감사합니다···.”

“아, 아니에요.”


‘이제야 좀 살겠네.’


시원한 옷차림의 민혁과는 달리 그녀는 옷을 겹겹이 껴입고 있었다. 여성은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빛내며 민혁에게 물어왔다.


그녀의 눈빛에서 미약한 호의가 느껴졌다.


“이름이 뭐예요? 저는 이유희인데.”

“아, 저는 최민혁···. 네?”


대답을 하던 민혁이 멈칫했다.


“방금 이름이... 뭐라고 하셨죠?”

“이유희요. 이유희.”

“······네?”


민혁은 귀를 의심했다.


「사람들을 살피던 그의 눈에 한 여성이 들어왔다.」

「이유희.」

「먼 미래에 암흑별의 마도사라는 별명으로 불리게 될 인재였다.」

「그는 그녀를 쳐다보며 고민했다.」

「죽일까, 말까.」


짧은 문단을 떠올린 민혁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다. 들어선 안될 것을 들은 사람의 표정이었다.


‘무슨 이런 말도 안 되는···.’


“혹시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저요? 스물하나요.”

“아······.”


민혁은 지끈거리는 이마를 손바닥으로 짚었다.


“저기요? 괜찮으세요?”


이유희와 주변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점점 멀어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정신을 차리기 위해 숨을 깊게 쉬고 내쉬었다.


그제야 눈앞이 또렷하게 보였다.


“아, 괜찮습니다···.”


그는 눈에 힘을 주고 주변을 살폈다.


찬바람이 부는 공터,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 자신을 이유희라고 소개한 여자까지.


‘왜 이렇게 익숙한가 했더니···.’


눈앞이 까마득해지고 숨이 턱 차오르는 기분이었다. 그의 예상이 맞다면, 지금 서 있는 이곳이 꿈이 아닌 현실이라면.


그렇다면 이곳은······.


민혁은 생각했다.


‘내가 지금 미쳐가고 있구나.’



***



“혹시 대학은 어디 다니세요?”

“한국대학교요.”

“취미는?”

“음···. 두더지 잡기?”


반쯤 해탈한 나는 이유희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산은 산이요, 바다는 바다니라···.


그때였다.


“자, 여러분, 반갑습니다!”


어둠 속에서 누군가 외쳤다.


“뭐야, 누구야?”

“누가 말한 거야?”


우스꽝스런 분장을 한 광대였다. 그는 힘찬 발걸음으로 공터 중앙까지 걸어들어왔다.


나는 누군지 알 것 같았다.


‘......K.’


“다들 놀라셨죠? 전 튜토리얼의 도우미, K라고 합니다.”


튜토리얼의 전개를 위해서 내가 만들어낸 인물이었으니까.


자신을 소개한 광대는 우아하게 허리를 숙여 인사해왔다. 왼쪽에 한 번, 중앙에 한 번, 오른쪽에 한 번.


「“자, 그러면 설명을 시작해 볼까요?”」

「인사를 마친 피에로가 입을 열었다.」


“자, 그러면 설명을 시작해 볼까요?”


나는 멍하니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웃고 있는 광대와 사람들의 반응을 보니 더더욱 이 상황이 실감 됐다.

처음부터 지금까지의 모든 상황이 자꾸 익숙한 소설의 내용을 떠올리게 했다.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회귀자가 살아가는 방법」.


작금의 이 상황이, 내가 쓴 소설의 도입부와 너무 흡사했다.


머리는 그럴리 없다고, 말도 안된다고 말하지만.


‘...일단 여러분이 서 계신 이곳은 스타트 포인트입니다.’

“일단 여러분이 서 계신 이곳은 스타트 포인트입니다.”


예측한 대사를 정확히 내뱉는 피에로의 모습을 보자, 탄식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스타트 포인트?”


내 옆에 앉은 이유희의 중얼거림이 들려왔다. 소설의 주연 중 하나답게 침착한 반응이었다.


물론.

모두가 그런 반응을 보인 것은 아니었다.


“사람들 다 가둬놓고, 이건 납치잖아!”

“맞아, 생긴 것도 이상하고 순 미친놈 아니야!”

“지금 이게 뭐하는 짓이야!”


몇몇 사람들이 거세게 반발했다. 거기에는 광대의 우스꽝스러운 분장이 한 몫했다.


‘이대로 흘러가면 안 돼.’


상황은,

내가 써놓은 전개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말려야 해···.”

“...네?”


영문어린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는 이유희가 보였다.


“자자, 얼마나 놀라셨는지는 저도 잘 알지만, 일단은 제 얘기를 들어주세요. 오호홋!”


어깨를 들썩이며 웃는 광대의 모습에 머리가 지끈 아파왔다.


하지만,

이 상황을 내가 어떻게 막는단 말인가?


“닥치고 집으로 데려다 놔! 당장!”

“맞아요, 집으로 보내주세요!”

“오, 옳소, 옳소!”


젠장.

이대로 가다가는···.

말려야 하지만 마땅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코믹 영화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광대의 말을 사람들이 차분히 들어줄 리가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멍하니 그 광경을 지켜보는 것 뿐.


“저기요, 아까부터 왜 그러세요?”

“쉿.”


궁금에 찬 눈빛을 보내는 이유희. 설명을 요구하는 눈빛이었다.

나는 검지를 입술에 가져다 붙였다.


어차피.


“하하, 다들 조용히 좀 하라니깐.”


곧 알게 될 것이었으니까.


“어, 어어... 머리가 뜨거워···.”

“이, 이게 뭐야···!”


광대를 향해 거센 반발을 쏟아내던 사람들의 머리가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아무나 나 좀 도와줘!”

“끄악, 아아악!”

“사, 살려줘! 살려줘!”


펑! 풍선 터지는 소리와 함께 부풀어 오른 사람들의 머리가 터져나갔다. 순식간에 공터는 침묵에 휩싸였다.


털썩. 철퍽.


머리를 잃은 시신들이 차례대로 바닥에 널브러졌다. 장내는 순식간에 피바다가 되었다.


한 여성이 비명을 질렀다.


“꺄아아악!”


찢어질듯한 비명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광대는 어깨를 들썩이며 웃었다.


“이제 좀 조용하군요. 흐헤헷!”


사람들은 공포에 질린 눈으로 광대를 바라봤다. 아까처럼 반발을 토해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유희와 대화를 나눌 때만 해도 긴가민가 하던 감각이, 널브러진 시신들과 비명을 지르는 사람들을 보니 날카롭게 되살아났다.


글로 읽을 때는 이렇게 해야 재밌겠지 하고 쓴 거였는데.

현실로 일어나니 공포 그 자체였다.


“이, 이게 뭐야···.”


이유희가 겁에 질린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바닥에 토를 하고있는 사람들도 보였다.


“가만히 계세요. 아무것도 하지 말고.”

“...네.”


소설 초반부에 이유희가 죽는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내가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아도 그녀는 강력한 영웅으로 성장할 것이다.


그럼에도 그녀에게 가만히 있으라는 말을 한 이유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나는 천천히 좌중을 살폈다.


누가 등장인물 중 누구인지 알아내기 위해서.

하지만 글로 아는 인물을 현실에서 구분해내는 것은 무리였다.


‘누가 누군지 모르겠어.’


스타트 포인트에서만 등장인물이 다섯은 나온다. 하지만 내가 구분해낸 것은 이유희 하나였다.

아무도 모르는 것보단 나았지만.


잠시 두리번거리던 나는 빠르게 포기했다. 오십 가까이 되는 사람들 중에서 다섯을 추려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어차피 곧 알게 되겠지.’


말 그대로였다.


낭중지추(囊中之錐).

주머니 속 송곳처럼.

재능이 뛰어난 사람은 가만히 있어도 눈에 띄니까.

누가 누군지는 어차피 알게 될 것이었다.


광대는 지금의 분위기가 마음에 드는 듯했다. 빨갛게 분장된 자신의 코를 툭툭 두드리던 그는 설명을 시작했다.


“아까 말씀드렸죠? 여러분이 서 계신 이곳은 스타트 포인트라고.”


“이곳에서 튜토리얼을 통과한 인원만 이곳에서 나갈 수 있습니다.”


그때 누군가 물었다. 험악한 인상의 거한이었다. 와 진짜 무섭게 생겼네.

아마, 저 사람이 바로···.


“어이, 튜토리얼이라는 걸 통과하지 못하면 어떻게 되지?”

“통과하지 못하면 어떻게 되냐구요? 뭐, 그건 본인의 상상에 맞기죠.”


광대가 씩 웃었다.


“튜토리얼은 다섯씩 짝을 지어 진행하게 됩니다.”


“뭐, 어지간한 쓰레기가 아니라면 모두 통과할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거짓말이다.


「안내자들의 인도를 받아 스타트 포인트에서 벗어나면 튜토리얼 공간이 나온다.」

「그리고.」

「초대자들의 50% 이상이, 이곳에서 죽는다.」


튜토리얼에서 죽는 50% 이상의 사람들은 쓰레기라서 죽는 게 아니었다.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꽈아악.


주먹을 꽉 쥐자 손바닥이 손톱에 눌려 아파왔다. 그래, 내가 이곳에 떨어지게 된 후부터 이곳은 이제 소설 속이 아니다.


이곳은,

앞으로 내가 살아남아야 할 현실이었다.


“뭐, 이정도면 설명은 다 됐겠죠?”


“말보단 직접 해보는 게 낫겠죠. 자 튜토리얼을 시작···. 아차차!”


광대가 깜빡한 무언가를 떠올린 듯 자신의 머리를 콩 쳤다.


그가 손가락을 소리나게 튕겼다.


“여러분들은 제각각 다른 특징을 갖고 있고, 상태창이라고 말하는 것만으로도 간단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참 편리한 기능이죠? 오호홋!”


‘···맞다.’


정신이 없는 일들 투성이라 잠시 잊고 있었다.


내가 쓴 글에는.

이 세계관에는 상태창이 있었다.


사람들은 미심쩍은 표정으로 서로의 눈치를 봤다. 그 사이로 누군가가 작게 중얼거렸다.


“······사, 상태창.”


그러자 다른 사람들도 하나둘씩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상태창, 뭐야 진짜잖아···.”

“말도 안 돼.”


나는 손바닥으로 이마를 쓸어 넘겼다. 머리가 차갑게 가라앉는 기분이었다.


“······상태창.”


작게 중얼거리자, 글자로 빼곡한 메시지 창이 눈앞에 떠올랐다. 순간적으로 게임 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본인 상태 STATUS 창◀


▶ 정보

[이름 : 최민혁(26)]

[칭호 : 없음]

[성향 : 자기합리화]

[직업 : 없음]


···자기합리화.

마인드는 긍정적인 게 좋은거다.


▶ 신체 능력

[근력 : 12/희귀↓]

[내구 : 11/희귀↓]

[민첩 : 12/희귀↓]

[체력 : 8/희귀↓]

[행운 : 34/전설↑]

[마력 : 10/일반↑]


신체능력은 나쁘지 않다. 재능의 상한선이 그렇게 낮은 편도 아니고, 아니, 낮은 편은 맞지만···.

아무튼 방구석 글쟁이에게 이 정도면 과분했다.

물론,

옆에 앉아있는 이유희나 ‘그 녀석’에 비하면 쓰레기 수준이겠지만.


운은 또 왜 이렇게 높은 거야?

유일하게 전설 이상의 성장치를 가진 스탯이었다. 딱히 중요히 설정하지 않은 스탯이라 와닿지는 않았다.


이 정도면 평타다.

젠장, 아마도.


▶ 재능

[글짓기]


재능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 세상에서 글재주는 없는 거나 마찬가지니까.


▶ 체질

[홍염살(紅艶殺)]

- 사람을 끌어들이는 팔자


‘홍염살?’

이유희가 먼저 인사를 건네왔던 게 이것 때문일까?


▶ 어빌리티

[훔쳐보기]


훔쳐보기? 이건 뭐지?


[훔쳐보기]

-타인의 상태창을 훔쳐볼 수 있다.


······어라.

개사기잖아?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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