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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일건 쏘는 천재 마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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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9호
작품등록일 :
2023.12.03 16:02
최근연재일 :
2024.05.08 12:11
연재수 :
67 회
조회수 :
242,472
추천수 :
6,675
글자수 :
356,601

작성
24.02.08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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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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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글자
11쪽

[54화] 역병의 리치 (2)

DUMMY

“후······ 역병의 리치 데스몬드 토벌 의뢰라.”


프리츠는 성도 모험가 길드장과의 회의를 마치고 나서 땅이 꺼지라고 한숨을 쉬었다.


‘3백 년 전에 용사 오펜하고 싸웠던 빌런이 아직도 살아있을 줄은 몰랐네. 아, 리치가 됐으니까 살아있는 건 아니구나.’


그가 전생에 읽은 웹소설 매직 앤 소드에 등장하는 중간 보스급 빌런 데스몬드는 역병 마법으로 죽인 수많은 사람을 좀비나 스켈레톤으로 만들어 질보다 양으로 승부하는 사령술사.


역병의 리치 데스몬드는 강하지만 머릿수가 적은 적을 과학적인 전술과 기지로 처치하는 데 특화된 거짓된 용사 파티에겐 영 상성이 좋지 않은 적이었다.


“그놈, 리치가 되고 나서도 사령술하고 역병 마법만 죽어라 팠겠지? 그런 괴물을 어떻게 우리끼리만 처치하란 말이야.”


현재 역병의 리치 토벌 의뢰를 받아들인 금 등급 이상의 모험가는 프리츠와 그의 동료들뿐.


프리츠는 마음 같아선 대륙 최강의 리치 사령술사 근처에 가고 싶지 않았지만, 구국의 용사라는 영예로운 칭호가 족쇄가 되어 그를 옭아맨 탓에 그럴 수 없었다.


‘원래 팬이었던 안티가 제일 독하고 무서운 법이지. 내가 데스몬드 토벌 의뢰를 거절했다는 소문이 나봐라. 백작 작위 몰수는 디폴트 값이고 재수 없으면 고향에 있는 우리 가족들도 해꼬지 당할걸.’


피할 수 없다고 즐기기엔 너무나도 버거운 임무이나, 그렇다고 겁에 질린 채 운명을 받아들이는 건 비효율적인 행동일 터.


프리츠는 자기 숙소인 왕궁 귀빈실에 동료들을 불러 역병의 리치를 물리칠 방법을 논의했다.


“데이비슨. 넌 왕국에서 제일 유명한 성기사니까 언데드하고 자주 싸워봤을 거 아냐. 좀비하고 스켈레톤 수만 마리를 수족처럼 부리는 리치를 처치할 좋은 방법이 없을까?”

“죄송합니다. 하버 경. 제가 타라 여신의 뜻에 따라 물리쳤던 사령술사는 많아 봐야 백 마리 정도의 좀비를 부리는 자들이어서 조언을 드리기 어렵습니다.”


데비이슨이 침통한 표정으로 대답을 마치는 순간, 이번엔 듀린이 입을 열었다.


“스승님! 썩은 내 나는 뼈다귀 흑마법사한테도 강철과 화염의 폭우 맛을 보여주시지요!”

“나도 그러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은데, 이번엔 어렵겠어.”

“왜 안된단 말씀입니까?!”

“마탑의 마법사들이 데스몬드가 틀어박혀 있는 탑 근처에 패밀리어를 보내서 정찰해 보니까, 탑을 중심으로 반경 10km 이내엔 독성 안개가 자욱해서 폭격 지점을 특정할 수가 없을 거라더군. 폭격 한 번 할 때마다 예산이 수만 골드가 들어가는데 운에 맡기고 아무 데나 포격할 순 없잖아?”


듀린은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면서 입을 다물었고.


“비겁하게 시야를 가리다니······.”


카를은 테이블 한복판에 서서 연신 고개를 끄덕이면서 조잘거렸다.


- 확실하지 않은 곳에 돈을 쓴다고? 어림도 없지! 암! 아아아암!


프리츠는 그런 수전노 앵무새를 보고 피식 웃은 다음 세르시아에게 물었다.


“세르시아. 혹시 바람의 정령한테 부탁해서 원정대가 리치의 탑에 도착할 때까지 언데드 무리를 밀어낼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불가능하다.”

“왜? 저번에 보니까 바람의 정령 위력이 꽤 강하던데.”

“정령들은 세상 어디에나 있지만, 자연의 조화가 무너진 장소에선 제대로 움직이지 못한다. 대륙 최강의 사령술사의 근거지는 시체에서 뿜어져 나온 장기(瘴氣)와 흑마법으로 일으킨 독성 안개가 가득하겠지.”

“역병의 리치. 여러모로 골치 아픈 상대네.”

“리치의 탑에서도 인간 사제들이 만든 성수를 잔뜩 뿌려서 장기와 독성 안개를 물리치면 잠시나마 정령들에게 간단한 부탁 정도는 할 순 있을 거다.”

“맞다. 성수가 있었지.”


프리츠는 잠시 입을 다물고 머리를 굴리다가 다시 데이비슨에게 물었다.


“데이비슨. 혹시 타라 교단엔 성수를 가열하면 안 된다는 교리가 있어?”

“없긴 합니다만, 그런 엉뚱한 짓을 하는 자는 단 한 번도 본 적 없습니다.”

“다른 선한 신을 섬기는 교단 중에 그런 교리가 있는 데가 있을까?”

“아마 없을 겁니다.”

“그럼 한번 해봐야겠다.”

“음, 하버 경께서 어떤 작전을 구상 중이신지 몹시 궁금하군요.”

“먼저 내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이 실현 가능한지 알아보고 말해줄게. 플라크 장군을 만나고 올 테니까 다들 자기 일 보고 있어.”

“그리하겠습니다.”

“프리츠. 다녀오는 길에 미트파이 두 개만 사다다오.”

“알았어.”


자리에서 일어나 플라크 장군의 저택으로 향하는 프리츠.


사전 연락 없는 방문이었지만, 왕국의 노장군은 거짓된 용사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어서 오십시오. 하버 백작님.”

“환대 감사합니다. 장군님. 성도 모험가 길드장에게 장군님께서 역병의 리치 토벌군의 병참을 담당하신다는 소식을 듣고 꼭 부탁드리고 있어서 찾아왔습니다.”

“토벌군이라. 그런 거창한 단어를 써도 될지 모르겠군요.”

“이번 원정에 참여하기로 한 사람은 우리 파티 말곤 성기사 열 명뿐이라는 건 이미 알고 있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옹졸한 제국 황제가 왕국군 통행을 허가해줬다면 더 많은 병력을 동원할 수 있을 터인데······”

“그러게 말입니다. 그래도 너무 낙심하진 마십시오. 분명 어려운 상황이지만, 데스몬드를 물리칠 방법이 없진 않습니다.”

“구국의 영웅께서 역병의 리치를 멸할 방법을 찾아내셨군요!”


프리츠는 기뻐하는 플라크 장군에게 미소지으면서 말을 이어나갔다.


“제 계획이 적중한다면 우리 파티와 성기사 열 명만으로도 데스몬드를 물리칠 수 있을 겁니다. 다만, 그 계획을 준비하는 데 필요한 물자를 조달하려면 왕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뭐든 말씀해주십시오. 국왕 폐하께선 물심양면으로 하버 백자님을 지원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우선, 전국의 신전에서 최대한 많은 성수를 모아 주십시오.”

“성수라. 언데드를 상대할 땐 꼭 필요한 물품이지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최근 개발한 철마(증기기관 오토바이)를 한시라도 빨리 열두 대 더 만들어야 합니다.”

“그 유명한 홀리 데이비슨 말입니까? 그렇게 거대한 탈것을 열두 대나 만들려면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릴 듯합니다만.”

“이번에 만들 철마는 데이비슨 전용 철마보다는 크기가 작아서 제작 기간이 길진 않을 겁니다.”

“알겠습니다. 하버 백작님의 요구사항을 전부 들어드릴 터이니 부디 사악한 리치를 물리쳐 주십시오.”


잠시 후, 플라크 장군의 저택에서 나오는 거짓된 용사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번졌다.


‘세계 최초 증기기관 오토바이 성기사단이라. 상상만 해도 가슴이 웅장해진다.’


* * *


프리츠가 역병의 리치 토벌 의뢰를 수락한 지 한 달이 지난날 아침.


열네 명의 토벌군이 호위 기사단 수백 명, 그리고 수송부대와 함께 성도를 떠날 채비를 마쳤다.


소년 국왕은 수만 명의 성도 백성과 함께 성문까지 나와 다시 한번 왕국을 구원하러 떠나는 거짓된 용사를 배웅했다.


“프리츠 하버 백작. 강대한 리치를 토벌하러 떠나는 그대에게 충분한 병력을 맡기지 못하여 짐의 마음이 무겁노라.”

“폐하. 염려치 마소서. 신에겐 이미 열세 기의 성스러운 철마 기사가 있사옵니다.”

“경의 기개는 어떤 난관을 마주해도 꺾이지 않는구나. 구국의 영웅이여. 용맹하고 고결한 원정대가 임무를 완수하고 전원 무사히 돌아오길 기원하노라. 만신전의 모든 선한 신께서 그대들을 보우하시길.”


국왕이 프리츠의 손을 잡아주자, 수만 명의 인파가 우레같은 함성을 질렀다.


“국왕 폐하 만세! 구국의 영웅 만세!”


프리츠는 말을 타고 수만 인파의 환호를 뒤로하고 성문을 나서는 도중 거대한 증기기관 오토바이를 타고 있는 데이비슨을 흘끗 바라보면서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


‘쩝. 왕국에 도로만 잘 닦여 있으면 나도 증기기관 오토바이 타고 갈 텐데. 저 좋은 걸 마차에 싣고 가야 한다니.’


데이비슨이 탄 트럭만한 오토바이는 거친 지형에서도 잘 달리도록 설계되었지만, 인간용 오토바이 열두 대는 급하게 만든 탓에 평지가 아닌 곳에서는 달리기 어려웠다.


그런데도 프리츠는 홀리 데이비슨의 열화판 증기기관 오토바이도 리치의 탑을 겹겹이 둘러싸고 있을 언데드 군세를 뚫고 나갈 때는 반드시 쓸모가 있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로부터 약 보름 후, 역병의 리치 토벌군은 역병이 창궐하고 있는 왕국 남부에 도착했을 때, 세르시아가 눈살을 찌푸리면서 프리츠에게 말했다.


“프리츠. 정령들이 신음하고 있다. 성기사들에게 정화의 기적을 사용하라고 지시해라.”

“알았어. 다들 들었나?! 이 앞은 장기와 독성 안개가 자욱한 죽음의 땅이다! 수송대는 마차에서 철마를 내리고 호위 기사단과 함께 여기서 대기하고 성기사들은 토벌군 전원에게 정화의 기적을 부여하라!”

“알겠습니다! 하버 경!”


데이비슨을 비롯한 성기사들은 자신과 거짓된 용사 파티에게 독과 장기를 막아주는 기적을 사용했다.


“데이비슨. 정화의 기적이 얼마나 오래 갈까?”

“이 자리에 모인 성기사들은 모두 정예 중의 정예이므로 한 시간 정도는 지속될 겁니다.”

“그 정도면 충분하겠군. 계획대로 넌 듀린을 뒤에 태우고 선두에서 돌격한다.”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목소리가 어둡구나. 듀린과 함께 홀리 데이비슨에 타는 게 싫은가?”

“그럴 리가 있습니까? 그저 성수를 그런 식으로 사용해도 괜찮을지 아직 확신이 서지 않아 마음이 무거울 뿐입니다.”

“당연히 괜찮지! 데이비슨. 날 믿으라곤 말하지 않겠다. 성수에 담긴 신성력의 근원이신 선한 신들을 믿어라.”

“후, 알겠습니다. 명하신 대로 실린더에 성수를 채우겠습니다.”


그리하여 실린더에 성수를 가득 채운 증기기관 오토바이 열세 대가 좀비와 스켈레톤이 득실거리는 죽음의 땅을 달리게 되었다.


- 칙칙칙칙! 뿌우! 뿌우!


전면에 불도저와 같은 거대한 블레이드를 장착한 홀리 데이비슨이 우렁찬 경적을 울리며 좀비 무리를 향해 돌진하니 그 뒤를 열두 대의 작은 오토바이가 뒤따랐다.


“타라 여신을 위하여!”

“법과 정의의 신 유스티누스께 영광을!”

“마법과 진보의 신 미스트시여! 당신의 종을 보우하소서!”


기세가 오른 성기사들은 각자가 섬기는 신의 이름을 외치며 증기기관 오토바이의 페달을 힘껏 밟자, 소음을 들은 좀비들이 오토바이 성기사단을 향해 몰려왔다.


- 으어어어어어!


그러나 증기기관 오토바이의 밸브에선 끊임없이 성수 증기가 뿜어져 나왔기에, 하급 언데드인 좀비와 스켈레톤들은 성스러운 수증기에 닿는 순간 사령술의 속박에서 해방되어 볏짚처럼 쓰러졌다.


- 털썩!

“으하하하하! 하버 경! 성공입니다! 정말로 성수 증기가 언데드들에게 먹힙니다! 성수의 신성함은 끓인다고 사라지는 는 게 아니었습니다!”

“당연히 그래야지! 용맹스러운 성기사들이여! 모두 홀리 데이비슨의 뒤를 따르라!”


성스러운 오토바이 기사단은 모세가 홍해를 가르듯 벌떼처럼 몰려드는 언데드의 물결을 헤치며 죽음의 대지를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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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65화] 광신도들의 종말 +10 24.03.29 399 1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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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63화] 타락한 세계수의 묘목 (4) +4 24.02.27 629 23 11쪽
62 [62화] 타락한 세계수의 묘목 (3) +7 24.02.26 623 26 11쪽
61 [61화] 타락한 세계수의 묘목 (2) +10 24.02.22 716 28 11쪽
60 [60화] 타락한 세계수의 묘목 (1) +6 24.02.20 798 30 11쪽
59 [59화] 비밀결사의 의도를 눈치 채다. +2 24.02.19 850 40 11쪽
58 [58화] 역병의 리치 (6) +2 24.02.17 967 42 11쪽
57 [57화] 역병의 리치 (5) +18 24.02.15 966 47 12쪽
56 [56화] 역병의 리치 (4) +6 24.02.14 948 40 11쪽
55 [55화] 역병의 리치 (3) +8 24.02.13 973 46 12쪽
» [54화] 역병의 리치 (2) +18 24.02.08 1,131 44 11쪽
53 [53화] 역병의 리치 (1) +4 24.02.07 1,311 41 11쪽
52 [52화] 오토바이 기사의 탄생 +18 24.02.06 1,328 51 11쪽
51 [51화] 달변이 부른 개혁 (3) +14 24.02.05 1,404 54 12쪽
50 [50화] 달변이 부른 개혁 (2) +10 24.02.01 1,585 69 13쪽
49 [49화] 달변이 부른 개혁 (1) +12 24.01.31 1,621 70 12쪽
48 [48화] 강철과 화염의 폭우 (2) +10 24.01.30 1,666 6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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