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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풍 님의 서재입니다.

적운의별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강호풍
작품등록일 :
2008.11.07 13:21
최근연재일 :
2008.10.12 20:10
연재수 :
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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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6,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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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글자수 :
79,366

작성
08.10.12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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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0쪽

적운의 별 - 제 4 장 투귀! 싸움의 귀신들(2)

DUMMY

2


왕추굉枉酋紘.

애꾸인 데다가 오른쪽 뺨을 가르는 깊은 검상劒傷까지 있는 그의 얼굴은 몸서리 처지게 차갑고 잔인해 보였다.

십여 년 전까지만 해도 요동 땅의 구석구석까지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던 흑룡회黑龍會의 회주인 그는 어둠 속에서 몰려오는 적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흑룡회는 적운의 별로 인해 지난 십년간 매우 혹독한 시련을 겪어야 했다. 곳곳에서의 사업이 무너져 내렸고, 영역이 계속 위축되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흑룡회의 덩치는 오히려 더 커지고 강해졌다. 그 이유는 적운지성에 의해 몰락한 조직들의 정예들이 흑룡회에 투항한 탓이었다.

왕추굉은 그들의 수가 너무나 많아 실력이 출중한 자들만 선별해 받아들였다. 그러나 그것도 곧 한계에 봉착했다.


적운지성에 의해 상당부분의 자금줄이 막혀있는 흑룡회가 언제까지 불어나는 식구들을 감당할 수는 없었다.

결국 왕추굉은 결단을 내렸다.

시간을 끌면 끌수록 불리한 싸움이었다. 그렇다면 축적해두었던 재산이 있을 때 적운지성과 승부를 봐야 했다.


왕추굉은 막대한 재물을 쏟아 부어서 중원 흑도무림에서 열 명의 무림인들을 고용했다. 바야흐로 적운뿐만 아니라 요동 땅을 두고 적운지성과 벌이는 최후의 싸움이라 할 수 있었다.

“십년이 넘는 세월 동안 쌓여온 한恨을 오늘에야 풀겠구나. 적운의 개자식! 널 죽여 피를 마시고 생살을 씹어 먹으리라. 그리고 남은 뼈는 개에게 던져 주리라.”

그르렁거리는 목소리를 내는 왕추굉은 고개를 돌려 우측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열 명의 사내들이 스산한 미소를 지은 채 어둠이 내려앉아있는 전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중원의 사파 무림인들이었다.

그들은 삼십대부터 백발의 노인까지 다양한 나이를 가지고 있었지만, 공통적으로 여유로움이 얼굴에서 묻어나고 있었다.

왕추굉은 든든함을 느끼며 고개를 돌려 앞을 바라보았다. 삼백의 수하들이 긴장한 기색으로 각자의 병장기를 쥐고 있었다.

이들은 흑룡회 소속 중 최정예라 말할 수 있었다. 자신의 명이라면 불속이라도 뛰어들 흑룡회의 간부들과, 투항한 다른 조직의 강자强者들 이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뿌듯했다.

이번의 싸움만 승리한다면 이 지역의 암흑가는 흑룡회의 이름으로 모든 것이 지배되리라. 예전 흑룡회가 누렸던 영광보다 훨씬 더 커다란 부와 권력을 누리게 될 것이 자명했고 요동지역을 넘어 주변 암흑가까지 그 영역을 확장하게 될 것이었다.

왕추굉은 이번에는 반드시 이길 것이라 확신하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진즉에 이런 결단을 내리지 못한 것이 아쉬울 정도였다.


그는 열 명의 무림인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저 놈들을 모조리 죽여주면 나머지 절반의 금액도 곧바로 지급해 드리겠소이다. 그리고 노고에 보답하고자 보름간 아주 성대한 잔치를 베풀 것이오. 어서 앞장 서 주시오.”

그러자 열 명 중 가장 나이 들어 보이는 노인이 탐탁지 않다는 기색으로 입을 열었다.


“당최 이해를 못하겠군. 겨우 저 오십여 명을 상대하려고 나뿐만 아니라 여기 있는 이들을 고용했단 말이오? 왕대인의 삼백 정예 수하로도 충분해 보이는데……. 아니 충분하다 못해 넘쳐 보이는군.”

“결코 무시할 놈들이 아니외다.”

왕추굉은 답답하다는 얼굴로 말했다. 지난 며칠간 함께 있으면서 방심하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일부러 적운지성과 삼귀의 능력을 과장하기도 했다. 그것은 효과가 어느 정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이들의 표정은 처음 이곳에 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다시 풀어지고 있었다.


노인이 입맛을 다시며 왕추굉의 말을 받았다.

“우리 정도 되는 사람들은 척 보면 상대가 어떤 지 알 수 있소. 비록 저들이 제법 쓸 만해 보이기는 하나 절대 우리의 상대는 아닌 것을. 쯧쯧쯧, 왕대인은 쓸데없이 너무 많은 사람들을 모은 것 같소이다.”

혀를 차는 노인의 말에 왕추굉의 하나 남은 눈에 기광이 스쳤다.

노인은 아쉬워하고 있었다.

고용된 무림인이 절반이었으면 자신에게 돌아가는 돈이 두 배일 것이었고, 더 적었다면 돈은 더욱 늘어났을 것이란 탐욕이었다.

왕추굉은 눈썹을 팔자八字로 만들며 언성을 높였다.


“놈들이 지척까지 다가오고 있소이다. 지금 그런 말을 논할 때가 아니지 않소? 어서 선두에서 놈들의 예기를 꺾어주시오! 적운의 개자식과 그 수하들을 모조리 죽여 달란 말이외다!”

그의 음성에서 초조함이 물씬 풍겼다.

그뿐 아니라 그들의 전면에 죽 늘어서 있는, 최정예의 수하들도 뒤를 흘낏흘낏 보면서 불안한 기색을 표출하고 있었다.

고함을 지르며 다가오는 자들에게 두려움을 느끼고 있음이었다. 이 광경에 열 명의 사파 무림인들은 실소를 머금었다.

가장 연장자이며 동시에 가장 고강해 보이는 노인이 고개를 주억거리며 입을 열었다.


“뭐, 돈을 받았으니 일은 해주어야겠지.”

말은 그렇게 했지만 목소리는 맥이 풀려 있었다. 그의 옆에 있던 중년 사내가 씩 웃으며 노인의 말을 받았다.

“흐흐흐, 제 평생에 이렇게 수지맞는 장사는 처음이고 앞으로도 없을 것 같습니다. 엄청난 거액에 이렇게 손쉬운 일이라니.”

그때, 가장 우측에서 음산한 웃음을 흘리고 있던 세 초로인들이 먼저 앞으로 발걸음을 뗐다. 하북성 북쪽에서 악명을 떨쳤던 적도삼견赤刀三犬이란 자들이었다.

삼년 전, 한 산촌山村에서 오십여 명의 양민을 학살해 관官뿐만 아니라 무림에서도 공적으로 낙인이 찍힌 자들이었다. 그 이후 종적을 찾을 수 없었는데 이곳에서 나타난 것이었다.

그들은 돈보다는 피에 굶주린 안광을 흘리고 있었다.

적도삼견이 앞으로 나서자 노인과 중년 사내를 제외한 다른 다섯의 무림인들도 움직였다.


그것은 묘한 호승심好勝心이었다.

모두가 악명을 떨치는 사파의 무림인들인 그들에게는 돈도 중요했지만 상대에게 뒤지고 싶지 않다는 마음도 결코 적지 않았다.

물론 한 명은 예외였다. 가장 연장자인 노인은 모두가 최고수라고 인정하고 있었다.

적도삼견의 첫째인 광견狂犬이 가래가 끓는 목소리로 말했다.

“적운지성이라는 놈을 내가 죽여주지.”

그 말을 놓치지 않은 왕추굉이 시기적절하게 외쳤다.

“누구든지 그 놈을 죽이는 자에게는 은자 오십 냥을 더 지급하겠소.”

앞으로 나아가던 무림인들이 눈을 휘둥그레 뜨고는 왕추굉을 돌아보았다. 왕추굉이 어깨를 들썩이며 말을 이었다.


“또한 삼귀 중 한 놈의 목숨은 열 냥 씩 추가될 것이외다.”

말이 끝나자마자 무림인들의 입가에서 스산한 웃음소리들이 낮게 흘러나왔다. 이거야말로 임도 보고 뽕도 따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들의 걸음이 빨라졌다. 그들은 세 줄로 늘어서 있는 왕추굉의 수하들 사이를 헤치고 앞으로 나아갔다.

“우와아아아아!”

“공격하라!”

불과 두 집단 간의 거리는 이제 십여 장.

무린이 이끄는 수하들의 함성이 점점 거세졌다. 마찬가지로 흑룡회도 무림인들이 나서자 기세가 올라 고함을 지르기 시작했다.


쇄애애액!

적도삼견의 막내인 철견鐵犬은 흑룡회의 회도들 앞으로 나서는 순간에 자신에게 쏘아지는 화살의 파공성을 감지했다.

“크크큭. 겨우 그까짓 것으로 내 걸음을 막으려느냐? 나는 적도삼견의 철견이다!”

고함을 지르는 철견의 입술에 여유로움의 미소가 내려앉았다. 그는 붉은 기운이 감도는 도를 올렸다가 빠른 속도로 전면을 향해 내리그었다.


챙!

어둠을 뚫고 쾌속하게 날아온 화살이 철견의 칼에 의해 두 동강이 났다. 철견의 빠르면서도 정확한 칼짓에 흑룡회 사람들 얼굴에 반색이 어렸다.

‘과연 무림인은 다르구나.’라는 생각에 병장기를 잡고 있는 손에 힘이 불끈 들어갔다. 그 순간 많은 사람들의 눈이 치켜떠졌다.

철견은 아연한 얼굴로 자신의 가슴을 내려 보았다. 어느 틈에 자신의 심장에 화살이 박혀 있었다. 흐릿해지는 눈동자.

“이런 개 같은…… 말도 안 돼.”

그의 입과 가슴에서 검붉은 피가 몰려나왔다. 이미 생기를 잃어버린 그의 얼굴은 작금의 현실을 도저히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 표정이었다.

그의 동체가 기우뚱하더니 바닥으로 털썩 허물어졌다.


“막내야!”

“철견아!”

적도삼견의 두 형이 경악성을 터트렸다.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자신의 아우가 이렇게 허망하게 죽을 것이라고는 말이었다. 동시에 팔에 소름이 돋아났다.

찰나의 시간을 차이로 쏘아져 온 두 개의 화살.

그것은 단순한 궁술이 아니었다. 처음 것은 평범한 궁수의 것이었으나, 두 번째의 것은 가공할 실력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선시엄후先矢掩後.

첫 번째 화살이 두 번째 것을 숨긴다.

오직 절정의 궁술에 오른 궁사弓師만이 펼칠 수 있다는 절기였다. 그러나 선시엄후란 궁술의 절기를 아는 사람, 그것이 얼마나 무서운 궁술인지를 아는 사람은 무림에 많지 않았다.

무림에 활을 사용하는 이들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고, 또한 활로서 절정의 경지에 오른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었다.


“궁귀란 놈의 짓이오. 조심하시오!”

뒤에 있는 왕추굉의 고함이 허공을 두들겼다. 아홉 남은 무림인들의 얼굴에 경각심이 어렸다.

“으아아아!”

적도삼견의 둘째인 혈견血犬이 막내의 죽음에 광분해서 앞으로 내달렸다.

왕추굉이 때맞춰 공격의 명을 내렸다.

잘못하다가는 철견의 죽음으로 삼백 수하들의 기세가 완전히 꺾어질 것을 우려한 명이었다.

“공격하라! 빌어먹을 적운의 개자식과 그 졸개 놈들을 끝장내 버려라!”

“우와아아아아.”

무림인들의 뒤를 따라 흑룡회 삼백 정예들이 앞으로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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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끊으면 절단마공이라는 분이 있을까봐... 곧 바로 담편 올립니다. 아... 이런 센스라니. ^^;;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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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운의 별 - 제 4 장 투귀! 싸움의 귀신들(2) +27 08.10.12 25,270 5 10쪽
11 적운의 별 - 제 4 장 투귀! 싸움의 귀신들(1) +38 08.10.11 25,702 6 13쪽
10 적운의 별 - 제 3 장 삼귀(2) +34 08.10.11 25,055 5 12쪽
9 적운의 별 - 제 3 장 삼귀 +29 08.10.11 26,383 5 16쪽
8 적운의 별 - 제 2 장 영웅은... 죽지 않았던 것인가?(4) +35 08.10.10 26,710 5 10쪽
7 적운의 별 - 제 2 장 영웅은... 죽지 않았던 것인가?(3) +23 08.10.10 25,946 4 14쪽
6 적운의 별 - 제 2 장 영웅은... 죽지 않았던 것인가?(2) +34 08.10.10 26,290 5 18쪽
5 적운의 별 - 제 2 장 영웅은... 죽지 않았던 것인가?(1) +28 08.10.09 26,787 15 6쪽
4 적운의 별 - 제 1 장 적운의 별(3) +25 08.10.09 27,554 11 18쪽
3 적운의 별 - 제 1 장 적운의 별(2) +51 08.10.08 28,882 7 19쪽
2 적운의 별 - 제 1 장 적운의 별(1) +23 08.10.08 33,052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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