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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아앙

CG가 없으면 마법을 쓰면 되잖아!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윤시아㈜
작품등록일 :
2014.09.11 22:02
최근연재일 :
2014.09.11 22:28
연재수 :
1 회
조회수 :
332
추천수 :
7
글자수 :
2,241

작성
14.09.11 22:28
조회
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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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글자
5쪽

1장 - CG가 없으면 마법을 쓰면 되잖아?

DUMMY

절망했다.

사람들은 블록 버스터가 아니면 돈을 내고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 아주 자랑스럽게도 "그런 영화 집에 가서 다운로드 받아서 보면 돼지, 뭘 돈까지 내고 극장에서 봐?" 라고 대놓고 말한다.

분노했다.

사람들은 조각같은 남녀 배우가 나오지 않으면 관심도 두지 않는다. 연기파 배우를 특별히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 그들은 인터넷에서 잘난 체 하기 좋아하는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대중은, 절대 다수는 발로 연기하든 손으로 연기하든 가리지 않는다. 그들의 얼굴과 기럭지를 볼뿐이다.


"제길, 이대로 가다간 나는 평생 3류일 거야."


영화감독 겸 배우 강만식은 통탄했다. 대학교 때 뜬금없이 독립 영화를 만드는 동아리에 들어간 것이 화근이었다. 잘나가는 Y대 출신이었지만, 한 순간에 그는 간판 하나 걸어놓고 변변찮은 일거리 하나 없는 백수 신세가 되었다. 어디가서 영화 감독이라고 말해도, "예? 누구라고요? 강만식? 그런 감독님도 있어요?" 라는 노골적인 무시가 돌아올 뿐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멈출 수 없었다.

흔해 빠진 이야기지만 동아리에서 본 오래된 독립 영화 한 작품이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았던 것이다.

판타지 세계에 빠져버린 소녀가 어떻게 절망하고, 어떻게 극복했는지 너무나 사실적이고 생생하게 담은 그 필름은 고작해야 90분이었지만 세상에서 가장 값진 90분이었다.

그는 90분 내내 자신이 그 소녀가 되기라도 한 것인 양 느꼈고, 결말 부분에서 다시 대한민국으로 돌아오는 것을 보는 순간 전율을 느꼈다.

아, 이런 작품을 만들고 싶다! 내 손으로 이런 영화를 찍고 싶다!

당연한 열망이었다.

하지만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야심차게 독립영화전에 출전한 한 작품은 482명의 관객수를 기록하며 3위에 입상했다.

482명으로 3위다. 말 하지 않아도 대충 어떤 것인지 알만 한가?


"이렇게 끝낼 순 없지. 옛말에 선인의 지혜에서 배우라고 했어. 그러니 나는!"


그를 이 영화계에 끌고온 그 문제의 작품, '판타지로 세계로 간 여고생'의 메이킹 필름을 검토할 생각이었다.

결국 모교를 찾은 그는 동아리실 한쪽 구석에 먼지가 쌓인 채로 봉인 되어 있는 그 작품을 경건한 마음으로 꺼냈다. 반출 내역을 보자,

- 2006년 8월 15일 강만식

- 2007년 8월 15일 강만식

- 2008년 8월 15일 강만식

- 2009년 8월 15일 강만식

- 2010년 8월 15일 강만식

이렇게 총 5번 적혀 있었다. 그리고 그 외엔 어느 누구도 이 작품을 찾지 않았다.


"이 보물을 왜 모르는지 몰라. 하여튼 바보 같은 사람들."


경건한 마음으로 일단 재탕을 한 번 했다.

소녀가 아무 것도 모른 채 판타지 세계에 끌려갔다가 드래곤의 레어에서 깨어나고, 딸로 오해 받아 드래곤의 고등적인 사교육을 받아 사기가 되어가는 모습에서는 깊은 희열을 느낄 수 있었다. 외모까지 변했는지 도중부터 멍청해보이는 흑발 왕자님과, 거칠어 보이는 금발 왕자님의 사랑을 한 몸에 받기까지 했다. 덕분에 원래 두 왕자의 약혼녀였던 공주들이 울며 이를 가는 모습에서는 가슴 속 깊은 곳에서 길어내듯 카타르시스를 이끌어냈다.


"역시 언제 봐도 최고군."


하지만 신기한 것은 독립 영화라고 하기엔 스케일이 굉장히 크다는 것이다.

드래곤은 여느 헐리우드 CG 못지 않았으며, 왕자들간의 결투에서 뿜어져 나오는 휘황찬란한 빛은 자칫하면 유치해 보일 수 있었으나, 화려하면서도 깊은 현실감이 있어 유치하지 않았다.

이걸 대체 어떻게 찍었는지 알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 DVD 박스 안 쪽의 메이킹 히스토리를 검토했다.

이것은 감독이 영화를 찍으며 따로 보존한 영화의 모든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음?"


분명 이걸로 여섯 번째, 똑같이 확인하는 것인데 여태까지 보지 못했던 작은 수첩이 한 권 보였다.

강만식은 의아해하며 그 수첩을 열었다. 그리고 그 순간-


"연자여······."


위엄위엄 열매라도 먹은 듯이 위엄이 돋는 가운데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것이 아닌가?


"뭐, 뭐지?!"

"······나의 이야기를 여섯 번이나 본 사람이라면 친구가 될 가치가 있겠지."


중후한 목소리가 웃었다.


"이곳에 오고 싶나?"

"······예? 이곳이라니요?"


강만식은 귀신에라도 홀린 기분으로 대답했다.


"그대가 영화로 본 세계로 오고 싶냐는 말이다."

"······!"


순간 등허리부터 전신으로 번개가 치듯 소름이 돋았다. 지금 뭐라고? 이 세계에 오겠느냐고?

고민할 것도 없었다. 어차피 이 세계란 시궁창이다! 이런 명작도 알아보지 못하는 바보바보들만 가득했다!

그리고 분명 저쪽으로 넘어가면 이와 같은 명작을 그 자신의 손으로 만들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입니다!"

.

.

.

그리고 30년이 지났다.


작가의말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되고,

내 입맛에 맞는 작품이 없으면 내가 쓰면 된다.


- 윤서아 2014 - 09 - 11


역사에 남을 명언.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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