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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칸더브이 님의 서재입니다.

개작두를 대령하라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서칸더브이
작품등록일 :
2023.10.19 11:43
최근연재일 :
2023.12.04 17:50
연재수 :
4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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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8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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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9,575

작성
23.11.16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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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글자
12쪽

변화가 탐탁지 않은 자, 변화가 흥미로운 자 (1)

DUMMY

“총 9,999개이군요.”


아무튼 이 노인네도 정상은 아니다.

들어올 때부터 마치 맛있는 음식 냄새를 맡듯 “으흠- 금미나방 냄새~”하더니, 검은 액체 흔적들을 세고 있었다.


“무엇인지 알겠느냐?”

“좀 더 실험을 해봐야겠지만 고독(蠱毒)이 맞습니다.”


고독(蠱毒).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기생충 독’이다.

즉, 몸 안에 기생하는 독이라는 뜻.

보통 항아리 안에 맹독을 가진 곤충과 동물들을 넣고 서로 잡아먹게 한 다음 마지막 살아남은 한 마리에서 뽑아내는 독(毒)으로 만든다고 알려져 있고,

단순히 숙주를 죽이는 독이 아닌, 숙주를 조종하거나 미치게 만들 수도 있다고 하여 저주, 혹은 주술로도 알려져 있다.

웃긴 건 만독불침지체를 만드는 방법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건 나방 털 같은데···.”


이름값을 하는 노인네다. 바닥을 유심히 관찰하던 국과수 영감이 고독을 뿌린 정체를 알아냈다.


“얼마면 알 수 있지?”

“뭐 빠르면 하루, 이틀이 될 수도 있고, 늦으면 한 달이 넘게 걸릴 수도 있고.”


건방진 노인네. 할 수 없다는 대답은 절대 하지 않는다. 든든하다. 이런 영감을 찾아내서.


“알았어. 알아만 내게.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 말하고.”

“그럼, 일단 여기는 저 말고는 아무도 들어오게 하지 마십시오. 오염이 되니까.”

“이 꼴을 보고 누가 들어오겠나? 들어오라고 해도 오지 않을 거야.”

“그리고 또 하나, 제 뜻대로 조사하려면 앞으로 청사를 내 집 드나들 듯이 왔다 갔다가 해야 하는데 괜찮겠습니까?”

“원하면 자네의 그 북문 창고를 청사 안으로 옮겨주지.”


뜻밖의 제안에 국과수는 두 눈이 동그랗게 됐다.

하지만, 관심 없다. 적어도 아직은.


“됐습니다. 애먼 사람 죽이고 싶지 않습니다요.”

“좋을 대로.”

“그럼, 됐나?”

“예. 저는 현장을 조금 더 살펴보다가 가겠습니다.”

“그러게.”

“아, 부사 어른.”

“왜 그러지?”

“어젯밤, 이 방 안에 있으셨습니까?”


왜 묻는지 안다. 내가 어떻게 살아있는지 궁금하겠지.


“내가 자네와 같은 지체(肢體)를 가졌는지가 궁금한 것이면 언젠가 조사하게 해주지.”


독에 미친 미치광이 노인의 두 눈이 사탕을 보는 아이처럼 반짝거렸다.


“약조하셨습니다?”

“그보다 먼저 이 고독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만 알아내야 할 거야.”

“물론입니다요.”


객사에 국과수 노인을 두고 나온 두만은 아순과 청용을 불러 어젯밤 일에 대해 알려주었다.

청용은 곧바로 매일 밤 서호와 현과 함께 경비를 서겠다고 자원했다.


“그럴 필요 없다. 괜히 자객이 들었다는 소문이 나게 해서는 안 돼.”

“그래도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분명 개봉에서 따라왔던 자를 보냈던 자가 보낸 게 아니겠습니까?”

“그렇겠지. 하지만, 지금은 쓸데없는 소문이 나는 것이 더 위험해. 그러니까, 둘 다 아무한테도 얘기하지 말거라. 누가 묻거든 객사에 뱀들이 나와 그렇다고 둘러대.”

“알겠습니다, 부사 어른. 아, 근데, 그 노인은 누구입니까?”

“국과수?”

“예.”

“마침 잘 물었다, 아순. 방에 퍼진 독을 조사할 노인이다. 앞으로 청사를 들락날락할 테니 그냥 내버려 두면 돼. 다른 이들에게도 그렇게 알려두고.”

“믿을만한 인물입니까? 정신이 좀 이상한 노인 같던데요.”

“후훗- 믿을만한 인물이야. 나한테 원하는 것도 있고. 다만 몸에 항시 독을 묻히고 사는 노인이니까, 가까이 가지 말고.”

“네에?”

“허투루 하는 말 아니야. 조심해.”

“아, 알겠습니다.”


겁을 먹은 아순은 청용을 쳐다봤다. 그러나, 청용은 크게 동요치 않는다.


“어르신, 그나저나 묵으시던 객사가 저리되었으니 이제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편가장으로 오셔서 묵으시는 건 어떠하신지요. 저와 아우들도 앞으로 거기서 지내기로 해서 그곳이 더 안전할 듯싶습니다.”


빈 편가장 사합원을 어찌 쓸지 고민하다가 포쾌관으로 쓰기로 결정했다.

항주부 청사에서도 멀지 않았고 부지도 넓었다. 삼천 명이 넘는 포쾌들의 훈련과 대기소로 안성맞춤이었다.


“그것도 나쁜 생각은 아닌데, 더 안전한 곳이 떠올랐다.”

“더 안전한 곳이요? 그곳이 어디입니까?”

“농월각.”

“네에? 농월각이요?”

“가자, 청용.”


그 무시무시한 여인을 만나러.



【029화 – 변화가 탐탁지 않은 자, 변화가 흥미로운 자 (1)】



절강 이남에 위치한 연가대원(延家大園)에서는 새로 부임한 부윤의 파격적인 행보에 또 한 차례 회의가 열렸다.

솔직히 가주 연효명은 새로 온 부윤의 행동에 딱히 직접적으로 피해를 본 것이 없어 내심 이렇게까지 민감하게 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중이었다.

하나, 큰아들 연규랑은 생각이 달랐다.


“그자가 온 지 두어 달이 넘었는데, 이곳 연가대원에 인사를 오기는커녕 사람 한번 보내오지 않았습니다. 이는 분명 항주의 주인인 우리 연가(延家)를 무시하는 처사가 아닐는지요.”


연규랑의 말에 몇 명의 숙부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끄덕이지 않는 연가의 어른들 역시 동의했다. 자신들이 항주부 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자들이었다.


“포쾌의 수는 더 늘어, 이제 삼천 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편취한 편가장 사합원을 포쾌들 훈련소로 쓰고 있고, 관이 상단처럼 저잣거리 가게들을 직접 관리한다고 하니 실소가 나올 뿐입니다. 가주, 가주께서 그자를 불러드려 따끔하게 혼을 내시는 것이 어떠하올는지요.”

“포쾌의 수가 삼천 명이나 된다고 하였느냐?! 그게 사실이냐?”

“예. 그도 모자로 더 뽑고 있다는 정보입니다.”

“삼천도 모자라 더 뽑는다고?”

“녹봉도 높게 주고 포상금까지 준다고 하지 않았냐? 도대체 그자는 그 많은 포쾌의 녹을 어찌 감당하지?”


가주의 질문에 대답하기 전, 연규랑은 둘째 숙부 연주명을 슬쩍 봤다. 지난번, 자신이 낸 의견에 반대한 결과가 이렇다는 것을 확실히 인지시켜 주려는 눈빛이다.


“지난번 둘째 숙부께서 말씀하시길, 편가장의 재산을 몰수했다고 해도 수입이 없으면 절대 오래 유지할 수 없다고 하셨는데, 아니었습니다. 포쾌들을 이용해 직접 세금을 걷어 곳간을 채우고 있습니다.”

“포쾌들을 이용해 직접 세금을 걷는다고? 그런 왈패 짓거리를 관이 직접 한다는 것이냐.”

“예, 가주.”

“어허- 항주부 부사라는 자가 그 무슨 천박하고 품위 없는 짓이냐. 포쾌들을 많이 뽑는 이유가 그것이었구나. 오자마자 관의 쥐새끼들을 제거하고 여우 같은 편도군의 목을 치길래, 그 의도가 바른 인물인가 했거늘 역시 돈에 눈이 먼 자였더냐.”

“맞습니다. 그러니 가주께서는 하루라도 빨리 불러들여 누가 위인지를 확실히 하심이 현명하신 줄 아뢰옵니다.”


아버지가 자기의 말에 동의하자, 연규랑은 의기양양해졌다. 사실, 새로 온 부윤이 못마땅한 점도 있었지만, 그와 만만치 않게 숙부가 자신의 의견에 반대한 것도 불만인 그였다.


“형님.”

“그래, 주명아, 너는 어찌 생각하느냐.”


가만히 듣고 있던 연주명이 나섰다.


“제가 알아본 바로는, 규랑의 말대로 항주부 부사가 포쾌들을 시켜 세금을 직접 징수하는 것은 맞으나, 항주 백성들은 오히려 그를 반기고 있습니다.”

“반기고 있다고? 왜지?”

“예. 편도군과 그의 패거리들이 보호비와 자릿세 등으로 제각각 매번 뜯어가던 것을 전부 없앤 점도 있겠지만, 인두세, 부역, 공납 등을 폐지하고, 거주세와 통행세만 걷어 부담이 줄어든 것이 더 크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백성들은 오히려 관에 돈을 내는 것을 선호한다고들 합니다.”

“그렇다고?”

“예.”


주명의 보고에 가주 연효명은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졌다. 어찌 됐든 항주의 ‘백년주인’으로서 항주부 부사가 지금까지 자신을 찾아오지 않는 것이 못마땅했다.

그러나, 지방 호족의 권력은 그 지역에 사는 백성에게서 나오는 법. 지역 백성의 존경과 성원이 있기에 개봉에 있는 황실에 꿀리지 않을 수 있는 것이었다.

항주의 백성들이 좋아한다니 무작정 불러 호통을 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어떻게 그자를 자기 앞에 고개를 숙이게 할지 더 고민이 되어버렸다.



*



비슷한 시각,

농월각에서도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인두세와 부역, 공납을 다 폐지했다고?”

“예.”

“제정신이야? 포쾌들에게 급여도 준다면서 그 많은 포쾌들의 비용을 어찌 감당하려고···.”

“전부 폐지하고 통행세와 거주세만 걷겠다고 했습니다.”

“통행세와 거주세?”

“예.”

“얼마를?”

“통행세는 항주로 들어오는 각 문을 지날 때마다 철전 10문을 내게 했고, 거주세는 년에 은자 1냥을 걷겠다고 합니다. 이미 시행이 되고 있고 항주 사람들은 일단 반기고 있습니다.”


농월각 각주 은소월은 셈이 빠르다. 재빨리 계산을 해본다. 항주에 하루 종일 드나드는 사람만 해도 적게는 수만 많게는 수십만이다. 어림잡아 오만 명이라고 해도 통행세로만 달에 은자 15,000냥 정도의 세가 들어온다. 거기에다 삼백만 항주 인구에 연 거주세로 은자 1냥이면···


“청렴하게 돌아가기만 한다면야 되겠지만, 과연 그게 될까?”

“그렇지 않아도, 벌써 중간에서 통행세를 착복한 포쾌들이 있었는데, 그 자리에서 목을 베어버렸고, 도망간 자들도 쫓아가 베어버렸다고 합니다.”

“그래?”

“대도호위라 불리는 직속 무사 세 명의 무공이 높은 듯합니다. 특히, 그중 대장인 동청용이라는 자가 체격이 크고 무공 실력이 높아 포쾌들에게는 두려움의 대상이라 합니다. 언제나 부사의 왼편에서 서서 그의 명령이라면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실행한다고 하여 부사의 왼팔이라고 불리는 모양입니다.”

“‘부사의 왼팔’ 동청용?”

“정보에 의하면 황실 금군에 있었던 자인 듯싶습니다. 첫날부터 포쾌들을 무공 실력을 분류하고 훈련의 체계를 잡았으며, 검을 쓰는 자와 창을 쓰는 자를 나눠 훈련하고 있다 합니다.”

“오호라- 그런 자가 있으면 오합지졸이 정예부대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이겠구나.”


은소월은 모든 것이 재미있다. 새로 온 부윤도 그리고 그와 함께 온 항주부의 인물들도.


“연가대원들의 어르신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겠군.”


애초에 세금은 관에서 직접 걷지 않았다.

편가장이나 지방 호족들이 걷어 올리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제 관에서 직접 걷기 시작했으니···


그뿐만이 아니었다.

지방 호족들의 힘은 병사를 둘 수 있는 데에 있었다.

새로 부임한 항주부 부사는 지금 군대를 만드는 것처럼 보였다.


“아직까지 연가대원 쪽에서는 특별한 반응이 없습니다.”

“우리처럼 열심히 정보를 모으고 있겠지. 연 가주가 그리 똑똑한 자는 아니라도, 거기 부가주가 신중한 자라 아마 섣불리 행동하지는 않을 거야. 아, 거기 큰아들은 좀 다르지. 실력과 지능에 비해 욕심이 과한 애라. 호호호.”


은소월의 말투는 마치 연가의 장자가 사고라도 쳐주었으면 하는 식이었다.


“그나저나 우리 부사님께서는 젊으신 분이라면서 항주에 온 지 두 달이 되었는데 이 농월각에는 언제 오시려나?”


그녀의 말이 끝나기 전, 시중이 농월각 꼭대기에 있는 그녀의 집무실을 찾아와 보고한다.


“각주 어르신, 항주부 부윤이 찾아와 각주님 뵙기를 청하고 있습니다.”

“호호- 귀신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알았다. 일단 월량채로 모셔라. 준비되면 갈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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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쥐새끼들 (1) +2 23.11.04 1,607 53 12쪽
18 하나씩 풀려가는 야월신공의 비밀 +3 23.11.03 1,667 5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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