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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조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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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arface7
작품등록일 :
2019.11.12 22:16
최근연재일 :
2019.12.13 19:00
연재수 :
3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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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글자수 :
151,254

작성
19.12.0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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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DUMMY

뷔르탱은 생명이 꺼져가는 것을 담기 위해서 노숙인 피부를 아예 캔버스로 삼았다. 뷔르탱은 그렇게 노숙인의 피부를 벗겨내었다. 그저 모조품이 아니라 진짜를 담아낼 수 있었다. 온전한 자신을 담고 있는 노숙인의 피부가 뷔르탱의 손에서 평평하게 펼쳐졌다. 뷔르탱은 아직은 식지 않은 피를 그 피부위에 뿌려대었다. 살아있는 심장이 뛰어대듯이 뷔르탱의 손에 의해서 피부 위로 뿌려졌다. 노숙인의 피부에서 죽기 직전 살아있던 노숙인의 눈빛이 번뜩였다. 뷔르탱은 그 생생함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만 싶었다. 검은 조각상조차 담아내지 못했던 생생함이 그곳에 있었다. 그것이라면 검은 조각상을 이겼다고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뷔르탱은 피가 흩뿌려진 노숙인의 잘려진 피부를 들고는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캔버스를 향해 갔다. 캔버스는 더러운 하수구 물이 묻었다가 증발해서 말라비틀어진 천 조각으로 덮어져 있었다. 뷔르탱은 손을 들어 천을 치우고는 다 낡아빠진 캔버스를 들여다보았다. 그러자 그곳에서 수많은 색으로 덧칠 되어졌다가 지워진 듯 한 수많은 색으로 물들여졌던 캔버스가 제 모습을 드러냈다. 캔버스 위로 칠해졌던 색을 물로 지워내려고 애썼던 흔적 또한 남아 있었다. 그렇게 희었던 제 색을 잃어버린 캔버스 위로 너무나도 익숙한 모습이 드러났다. 한 때 사랑이라고 생각하여 희기만 한 캔버스에 담아내었던 그 여인. 뷔르탱이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그 여자가 그곳에 담겨져 있었다. 뷔르탱이 그렸던 그녀와 똑같은 모습으로 그곳에 존재했다. 모방. 모방임이 분명했다. 자신이 그려냈던 그녀는 지금 축축한 지하실에서 잠들어있을 것이었기에. 뷔르탱은 놀라 남은 다른 그림들로 시선을 돌렸다. 설마 하는 생각이 뷔르탱을 스쳐갔다. 다른 캔버스도 마찬가지로 여러 번 그렸다 지웠다 했는지 제 원래 색을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다. 떨리는 마음에 걷어낸 캔버스에는 다른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그러나 그 그림 또한 어딘가 익숙한 모습이었다. 어디선가 본 듯한 기시감이 느껴지는 그림이었다. 뷔르탱이 검은 조각상을 만나기 전에 대상을 받았던 그림이 분명했다. 대상을 받은 작품은 살롱전 전시장에 걸려있을 것이었기에 분명히 이 냄새나고 어두운 하수구 지하에 있을 리가 없는데, 그 모습이 진품과 너무나도 똑같았다. 비록 그림이 그려진 캔버스는 그 전에 그려졌던 모든 그림들을 담았다가 지워졌기에 제 색을 잃을 만큼 더럽혀져 있었으나 가장 최근에 그려진 그림만은 그 모든 그림들을 누르고 너무나도 강건하게 캔버스 위로 자신을 드러내고 있었다. 뷔르탱은 그림 옆으로 시선을 돌렸다. 대상을 받은 작품 곁에는 그보다는 작은 크기의 캔버스가 여럿이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뷔르탱은 옅게 들어오는 지상의 빛 아래에서 모든 그림들을 천천히 살펴보았다. 바닥에 던져진 듯이 흩뿌려진 작품들의 그림체가 모두 대상을 받은 그 작품과도 같았다. 뷔르탱 이전에 대상을 받았던, 미술품 상점에서 초라함과 박탈감을 주었던 그 화가의 그림체가 분명했다. 그 그림을 그린 화가는 타인이 따라할 수 없는 붓터치를 구사하고 있었는데, 따라 그렸다고 하기 에는 너무나도 똑같은 화풍을 담고 있었다. 그러나 미술품 상점에서 최고급의 재료만을 구매하던 인정받은 화가가 더렵혀진 캔버스에다가 자신의 작품을 그렸을 리는 없다고 생각했다. 순간, 나무로 만들어진 액자의 끝이 힘을 잃어버리고는 그림을 담은 종이를 더 이상 받치지 못하고 땅으로 떨어져나갔다. 액자가 무너지자 그 안에 갇혀있던 그림 또한 축축한 바닥으로 떨어져버렸다. 그 소리가 뷔르탱을 불렀다. 뷔르탱은 손에 들린 노숙인의 피부를 액자에 담기로 했다. 뷔르탱은 노숙인을 담은 자신의 작품을 자신이 품고 있던 종이를 보내버린 액자에 담았다. 액자 속에 들어간 노숙인의 피부를 바라보며 뷔르탱은 살아있는 듯한 생동감을 느꼈다. 당장이라도 그 안에서 노숙인의 심장이 뛰어댈 것만 같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이미 죽은 상태였다. 그러나 뷔르탱의 손아래에서 노숙인은 죽지 않고 영원히 살아있는 것만 같이 존재했다. 뷔르탱의 손끝에서 그녀가 말한 생동감이 느껴졌다. 검은 조각상이 그려낸 그림보다 더욱 현실감이 있었다. 그 그림이라면 검은 조각상을 이길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뷔르탱의 생각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순간 뷔르탱의 머리에 그녀가 떠올랐다. 예술의 세상 속에서 영원히 존재하는 작품을 담는 액자 틀을 만드는 그녀가 떠올랐다. 그녀의 바람이었다. 아름다운 예술 속에서 영원히 작품과 함께하는 것. 노숙인의 피부가 미칠듯하게 뛰어대었다. 그녀 앞에서도 당당하지 못했던 제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녀의 그림으로 살롱전에서 인정을 받았었다면 그녀가 자신에게 작품에 대해서 말했을 때 당당하게 당신의 모습을 그린 작품이 있다고 말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의 모습을 담은 것은 그저 거짓된 모습이었기에 살롱전에서 대상을 타지 못한 것이었다. 자신이 그려왔던 그녀의 모습은 진짜가 아니라 가짜였기에 대상을 타지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뷔르탱을 지배했다. 그녀의 살아있는 감정을 담는다면 영원히 그녀가 만든 액자와 함께 작품으로 예술 속에 남을 것이 분명했다. 그녀 또한 자신의 액자와 자신을 담은 작품이 살롱전에서 대상을 타기를 원할 것이었다. 자신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에서 그녀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대상을 받을 것을 확신하면서 빛을 내던 눈빛이 떠올랐다. 그녀가 원하는 것이다. 뷔르탱은 그녀가 원하는 것을 행하기로 마음먹었다. 자신이 그려왔던 그녀의 모습은 진짜가 아니라 가짜였기에 대상을 타지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뷔르탱을 지배했다. 뷔르탱은 검은 조각상이 한 것처럼 작품을 진짜로 만들기 위해서는 검은 조각상이 그려낸 방식으로 사람들을 그려내야만 한다고 믿기 시작했다.


뷔르탱은 자신이 그린 그림을 살롱전에 제출했다. 사람들은 눈치 채지 못했다. 해외에서 구한 캔버스라는 말에 속은 사람들은 그저 뷔르탱이 그려낸 파괴적인 감정을 아름답다고 말할 뿐이었다. 사람들은 이미 뷔르탱의 그림에 정신을 빼앗긴지 오래였기에 그의 그림을 찬양할 뿐이었다. 그렇게 뷔르탱은 검은 조각상의 그림이 아닌 자신의 그림으로 대상을 받았다. 그것이 뷔르탱을 더욱 미치게 만들었다. 뷔르탱은 대상을 받으며 사람들을 향해 자신의 작품들을 모아 전시회를 열자고 말했다. 뷔르탱의 작품에 현혹된 사람들은 뷔르탱의 말을 따랐다. 전과는 다르게 사람들은 진심으로 뷔르탱의 작품을 좋아했다. 꾸며진 것이 아니라 현실이 작품 속에 있었기에 사람들은 현실을 담은 뷔르탱의 작품을 높이 샀다. 뷔르탱은 사람들에게 자신이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작품을 만들어서 자신의 작품 전시회에 가지고 오겠다고 말했다. 그렇게 뷔르탱은 특별하게 열릴 전시회를 위해서 가장 아름다운 작품을 만들어내야만 했다. 사람들의 기대도 컸기에 뷔르탱의 부담도 커져만 갔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을 담아야 했다. 뷔르탱에게 있어서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작품은 그녀였다.


뷔르탱의 속에서 그녀가 그려졌다. 항상 그려오던 그녀였기에 이미 뷔르탱의 내면에서는 살아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사람들이 보기에도 생동감이 넘쳐야만 했다. 그녀를 향해서 발걸음을 옮겼다. 그녀를 바라봐야만 했다. 그러나 전과는 다르게 액자를 만드는 그녀를 바라보는 뷔르탱의 눈빛이 변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사랑하는 그녀를 자신의 작품에 담아내야만 했다. 진짜로 살아있는 그녀를 검은 조각상이 표현한 방법으로 그려내야만 했다.


진짜를 그려야겠다는 생각을 한 뒤로 뷔르탱은 그녀의 뒤를 몰래 따라다녔다. 전에는 단 한 번도 그녀의 삶을 훔쳐본 적이 없었으나, 그녀를 담아내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자 자신의 몸을 통제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매일 뷔르탱은 액자를 디자인하고 있는 그녀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녀가 액자를 디자인하고 있는 공간은 살롱전의 작품들이 수상되는 전시장의 지하에 위치하고 있었기에 항상 몰래 그녀를 바라볼 수 있었다. 그녀는 뷔르탱이 자신을 몰래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뷔르탱은 그녀의 모습을 자신의 머릿속에 기록했다. 뷔르탱은 머릿속에서 그녀라는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을 상상했다. 그녀를 그리는 것은 항상 해오던 일이었으나 전과는 다르게 느껴졌다.


뷔르탱의 작품만을 모은 특별 전시회가 다가왔으나 뷔르탱은 쉽게 작품을 그리지 못했다. 검은 조각상의 작품이 아닌 자신이 완성해낸 작품을 특별 살롱전에 내고 싶었기에. 뷔르탱은 자신이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것을 담아낼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렸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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