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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몽객 님의 서재입니다.

검사 잡는 독종 검사 애인은 인생 2회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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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몽몽객
작품등록일 :
2024.07.15 10:09
최근연재일 :
2024.08.26 18:00
연재수 :
50 회
조회수 :
70,461
추천수 :
1,783
글자수 :
283,982

작성
24.07.15 10:12
조회
2,525
추천
48
글자
7쪽

1. 마지막 날.

DUMMY

“... 끙.”


축 늘어졌던 남자가 정신을 차렸다.

고개를 털고 흐릿한 눈에 힘을 모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시력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닌 주위가 너무 어두운 탓.


꿈틀.


몸을 일으키려던 남자의 시도가 실패했다.

육중한 의자에 앉은 자세로 손발이 꽁꽁 묶인 채였다.

남자가 전력을 다해 버둥거렸으나 몸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 납치인가.”


기억을 되짚은 남자가 긴장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갑자기 떨어진 업무 때문에 자정 가까운 시간까지 혼자 야근했다.

퇴근하러 차 운전석에 앉았는데 등골이 서늘해 시동을 켜는 대신 뒷목을 노리고 날아드는 낯선 이의 손을 쳐내고 싸움을 이어가려던 순간.

갑자기 운전석 문이 열리더니 어깻죽지에 따끔한 느낌이 들었고, 잠시 더 이를 악물고 팔다리를 버둥거리며 대항하다 필름이 끊겼다.


‘한 놈은 뒷좌석에서, 또 한 놈이 차 밖에서 날 기다렸다. 최소 2명 이상이 즉효성 약물로 깔끔하게 사람을 납치해? 이건 주먹 좀 쓰는 깡패가 아니라 전문가 솜씨라는 건데···.’


당황스럽고 무서운 상황인데도 남자는 꽤 차분히 상황을 정리하고 있었다.


‘왜 나지? 그냥 평범한 회사원일 뿐인데? 핵심 부서라지만 겨우 과장 나부랭이. 우리 팀은 사람을 납치할 정도의 중요한 업무를 하고 있지 않다. 최근에도 없었지. 도대체 뭐지?’


남자는 재벌 대기업 본사 전략기획실에 소속된 팀 중 하나의 과장.

핵심 부서라고 1년 365일 중요한 일거리가 넘치는 건 아니었고, 혹여 비밀리에 진행 중인 것이 있다고 해도 남자는 관여하지 않고 있었다.


‘내가 모르는 뭔가 있는 건가? 지금 내가 아는 걸 원하는 게 아니라 앞으로 날 통해 얻어내려는 건가? 아니야. 그럴 거면 납치보다는 돈으로 매수하는 게 쉽지 않나? 도대체 뭐지?’


철컹.


멀리서 철문이 열리고 누군가 다가왔다.


저벅, 저벅.


번쩍.


갑자기 켜진 손전등 불빛에 남자가 얼굴을 찡그렸고 발소리의 주인공이 몇 m 앞까지 다가와 입을 열었다.


“박 장군에게 귀여움 좀 받았다더니 실력이 제법이더군, 남영훈 씨.”

“......”


얼굴이 보이지 않는 불빛 너머 납치범의 무감정한 말에 남자가 마른침을 삼키고 입을 열었다.


“... 내게 뭘 원하는 거지?”

“이젠 없어.”

“... 없다고?”

“그래. 우리가 원하는 건 이미 얻었거든.”


얼굴이 더욱 굳어진 남영훈이 말을 이었다.


“... 내게 뭘 원한 게 아니고 납치된 날 가지고 뭔가를 한 거로군.”

“듣던 대로 머리 회전은 빠르네.”


으득.


남영훈이 이를 악물었고 납치범이 품에서 핸드폰을 꺼내더니 영상 하나를 재생하곤 남영훈의 얼굴 가까이에 들이밀었다.


차량이 거의 없는 한밤중의 어느 사거리.

멀리서 전조등을 켠 차량이 빠르게 가까워지다 신호에 걸려 멈춰 선다.

정차한 차량의 오른쪽에서 불이 비치더니 이내 멈춘 차를 향했다.

영상의 초점이 차 앞유리로 옮겨가고 점점 클로즈업되어 운전석에 앉은 사람의 얼굴이 보였다.


“... 아··· 름이?”


남영훈이 어떤 이름을 입에 올린 순간.


콰앙!


커다란 트럭이 소형차를 고속으로 들이받았다.

정확히 운전석 부분을.


콰지지직.


그리고 감속하지 않은 채 밀고 깔아뭉갰다.

도로 밖 어두운 평지에 가서야 멈춘 트럭.

소형차는 형체조차 사라졌고, 주변에 크고 작은 파편이 흩어져있었다.


“... 어···, 어···.”


남영훈이 몸을 떨었다.

쇠로 된 차가 산산조각이 났는데 안에 있던 사람의 연약한 육신은 어떻게 됐을까.


“... 너 이 새끼.”


터질 듯 붉어진 얼굴로 몸을 떠는 남영훈이 납치범을 노려봤다.


“사람을 찢어 죽이겠다는 눈빛이 그런 거로군.”


담담히 중얼거린 납치범이 핸드폰을 품에 넣고는 말을 이었다.


“변명이지만, 처음부터 이러려던 건 아니야. 좀 오랜 악연이거든.”

“......”

“악연이 오래됐다는 게 그동안 이쪽이 최소한의 선은 안 넘었다는 뜻인 건 알지?”

“......”

“그런데 이번엔 달리 방법이 없더라고. 회유도 안 통하고 협박에도 꿈쩍 안 하고···.”

“......”

“저러다 말겠지, 중간에 꼬리를 잘 자르면 되겠지 싶었는데 정말 지독하고 억척스럽게 파고들더니 끝내 부회장까지 연결했지 뭐야.”

“... 부회장?”

“그래. 대한민국에서 제일 돈 많은 부회장. 당신네 회장도 그 양반한테는 안 되지.”


남영훈이 소속된 재벌그룹은 국내 재계 순위 2위.

2위라곤 해도 1위와의 차이는 까마득했다.


“... 설··· 마?”

“그 설마가 맞을 거야.”

“......”

“그런 양반도 어쩌질 못하다니, 대단한 여자긴 해.”


파르르.


눈가를 떨던 남영훈이 씹어 내뱉듯 말을 이었다.


“... 그래서 날 미끼로 아름이를 유인한 거냐?”

“그래. 잠든 당신 사진을 찍어 보내고 장소를 불러줬다.”

“... 아름이가 자료 같은 걸 남겼을 텐데?”

“뭐, 그거야 내부의 다른 사람을 통하면 조용하고 깔끔하게 처리할 수 있지.”

“크윽!”


끼익, 찌걱.


남영훈이 어떻게든 몸을 묶인 줄을 끊어내려 발버둥을 쳤고 의자와 줄에서 소리가 났다.

그런 남영훈을 향해 딱하다는 투의 말이 이어졌다.


“한아름 씨 만나면 좀 전해줘. 다음 생에는 좀 평범하고 순하게 살라고. 그래야 서로 얼굴 마주치는 일이 없지.”


우지끈.


남영훈이 사력을 다한 게 보답 받았는지 오른팔을 묶인 의자 팔걸이가 부서지며 한쪽 팔이 자유로워졌다.

그러나···.


“... 당신도 한아름 검사 못지않게 독종이네.”


타탕!


납치범이 쏜 총알 두 발이 가슴 정중앙에 박히며 남영훈의 의식이 끊어졌다.


-----


툭.


뭔가가 이마를 건드린 것 같다.


툭, 툭.


뭔가가 이마를 분명히 건드렸고, 눈을 천천히 떴다.


“헉!”


눈에 들어온 걸 보고 기겁했다.


머리.

몸이 없는··· 붉은 머리.

눈, 코, 입이 과장되게 큰 우락부락한 붉은 머리.

심지어···.


‘... 뿌, 뿔이 달렸어?’


허공에 뜬, 뿔 달린 엄청 큰 붉은 머리가 날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 멍하니 얼굴과 시선을 마주하고 있는데 생각나는 게 있었다.


‘... 나 총 맞았잖아?’


총 맞았던 자리를 바라봤다.

말끔했다.

분명 두 발이나 총탄을 맞았는데.

눈에 들어오는 건 어머니 유품인 오백 원 동전 크기의 나무 펜던트뿐.


“... 꿈인가?”


화아아.


갑자기 펜던트가 빛을 발하더니 점점 빛이 세졌다.

얼떨떨한 느낌에 고개를 들었다가 다시 뿔 달린 붉은 얼굴과 시선이 마주쳤다.


찡긋.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윙크하는 붉은 얼굴이 빛에 휩싸여 사라졌고···.


짜악!


“아얏!”


등이 따끔해 벌떡 일어났다.

왠지 모르게 낯익은 방, 책상에 엎드려 자고 있었던 모양이다.


“자려면 편히 누워서 자라니까, 왜 맨날 책상에 엎드려서 자는 거야? 침대는 장식이야?”


깜빡, 깜빡.


눈을 깜빡거려도 여전히 그 얼굴이 있다.


“... 뭐? 왜 그래? 꿈이라도 꿨니?”

“......”


핀잔하는 앳된 아름이의 얼굴에 난 말문을 잇지 못했다.


작가의말

글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사건, 지명 등등은 사실과 관계없는 허구입니다.


선작, 댓글, 추천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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