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몽몽객 님의 서재입니다.

화염의 용병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몽몽객
작품등록일 :
2012.11.12 16:05
최근연재일 :
2012.11.05 16:12
연재수 :
19 회
조회수 :
78,437
추천수 :
380
글자수 :
31,535

작성
12.10.10 17:46
조회
5,952
추천
17
글자
16쪽

화염의 용병-1.

DUMMY

“너도 왔냐?”

“큭... 집에 나 말고는 아무도 없는데 어디 가서 해장을 하리? 여기 말고는 수프를 구경하기도 어려운데 말이다.”

“제길... 이렇게 먹고 살기가 힘들어서야...”

“입이 붙어있으면 말은 제대로 해야지. 먹고 살기가 힘든 거냐? 먹을 걸 해주는 사람이 없는 거냐? 너나 나나 홀로 사는 처지니까 그런 거 아냐?”

“술을 마시다 말았냐? 해장도 하기 전인데 뭔 말이 그렇게 많아?”

“그러는 너는?”

해가 중천에 떠오른 시간, 애쉬랜드 지역에서 가장 큰 마을인 그레이 포트의 단 하나뿐인 여관 겸 식당에서 두 청년이 말장난을 하고 있었다.


애쉬랜드 용병단이 넉 달동안의 용병 활동을 마치고 귀환한 지 이제 이틀.

먼 길을 떠났던 가족들을 맞이한 그레이 포트는 그 어느 때보다 활기가 넘쳤다.

귀환한 용병들이 가져온 식량과 물자들이 공급되어 간만에 노점도 열렸고, 오래간만에 가장과 자식들과 함께한 가족들이 거리에 넘쳐났다.

더욱이 애쉬랜드 용병단과 새롭게 계약을 체결하려는 이들이 몰려, 여관은 제법 손님들이 많아 보였다.


“너희들... 어제도 술 마셨냐?”

여관 주인이 지나가다 두 청년을 보고 다가와 말을 걸었다.

요리사이기도 한 여관 주인은 백발이 성성한 근육질의(?) 중노인이었다.

“안녕하셨어요, 아저씨?”

노인을 보자마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두 청년이 공손히 인사를 했고, 노인이 인상을 쓰고 말을 이었다.

“이제... 너희들도 정신 좀 차리고, 혼인이라도 해라. 밥은 집에서 먹어야지... 술 마시고 해장하러 아침마다 여기 오는 거, 지겹지도 않냐?”

“에이... 해장하기에 아저씨네 식당 수프만 한 게 있나요?”

“그럼요. 게다가 그 수프가 어디 보통 수픈가요? 그레이 포트에 있을 때에나 먹을 수 있는 건데요.”

여관 주인의 말에도 불구하고 청년들의 얼굴은 태연자약했다.

“어휴, 이 주정뱅이들아. 나도 예전에 용병질 했었지만 니들 같이는 안 살았어!”

“헤헤...”

“아저씨도 참... 애쉬랜드에서 짝 찾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아시잖아요?”

“누가 여기서만 짝을 찾으라고 그랬냐? 응? 하다못해 그라나타스 사람이라도 좋으니 일 나갔을 때 좀 부지런히 찾아봐!”

여관 주인이 윽박지르자, 청년 하나가 뒤통수를 긁적이며 말을 이었다.

“누가 그러기 싫어서 이러고 사나요? 애쉬랜드 밖에서는 사람들이 저희를 뭐라고 부르는지 아시잖아요? 다른 것도 아니고 ‘악마의 화신’이라고요. 이게 다 예전에 아저씨 같은 어르신들의...”

“아아! 시끄러!”

‘악마의 화신’이라는 이야기가 나오자 여관 주인이 인상을 쓰고 호통을 쳤다.

자부심 비슷한 감정을 얼굴에 드러낸 청년들이 찔끔했고, 주인이 그런 청년들을 딱하다는 얼굴로 가만히 바라보다 고개를 가로저었다.

“어휴... 밤마다 고주망태가 되고, 아침마다 눈곱 잔뜩 낀 얼굴로 해장하려 모여드는 것들이 무슨 악마의 화신은... 얼어 죽을...”

주인이 불편한 표정으로 중얼거리다 자리를 떴고, 두 청년이 눈치를 보다 말을 이었다.

“제레미 아저씨도 참... 왜 맨날 우리한테만 뭐라고 그러시는지 몰라. 예전에는 본인 스스로 고기가 아닌 사람을 잘도 썰었다고 하시더니만...”

“그러게 말이야. 어르신들이 그렇게 ‘전설적으로’ 싸움을 해서 우리까지 그런 이야기 듣는 건데...”


애쉬랜드 용병단이 주로 활동을 하는 곳은 타라칸드 대륙의 강성한 왕국, 그라나타스.

애쉬랜드 북쪽에 자리한 그라나타스 왕국은 북쪽과 동쪽 국경 지대에서 크고 작은 분쟁이 잦았고, 왕국 내에서도 영지전 등의 국내 분란이 끊이질 않는 나라였다.

애쉬랜드 용병단은 주로 그런 그라나타스 왕국 내외의 전장에 불려 다니며 활동을 했고, 언제나 혁혁한 전과를 올리며 고용주들을 만족시키기로 유명했다.

‘악마의 화신’이라는 별명은 용병단이 창설되기 이전부터 있었던 것이지만, 몇 대에 걸쳐 이어진 그 별명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용맹한 것만큼은 그 누구도 부정하지 않았다.


“오늘도... 그거 있던가?”

“스물다섯 집이나 있지... 그나마 내일이면 끝이야.”

“이번엔... 적은 편이지?”

“그렇지... 1백이 안 되니까...”

청년들이 이야기하는 ‘그거’란 용병단 단원의 ‘장례식’을 일컫는 것이었다.

넉 달의 용병활동 기간 동안 발생한 전사자는 90여 명.

연고도 없이 정처 없이 떠도는 이들이 모인 여타 용병단의 경우에는 전사자를 현지에 묻는 경우가 많았지만, 애쉬랜드 용병단은 전사자의 시신을 어떻게 해서라도 고향까지 운구하는 것으로도 유명했다.

가매장을 하고 화장을 하는 등, 전사한 동료의 시신이나마 절대 버리지 않고 출정한 인원 전원이 귀환하는 것은 애쉬랜드 용병단의 철칙.

용병단을 구성하는 이들 모두가 고향이 같고, 가족들 역시 이웃해 사는 이들이었으므로, 전사한 동료의 시신을 고향의 가족들 곁에서 쉬게 해주어야 한다는 것은 애쉬랜드 용병단의 신념과도 같은 것이었다.

“내일까지는 어쩔 수 없이 술독에 빠져야겠군...”

“그래. 오늘 장례식을 위해서라도 해장을 확실히 해야 된다고...”

두 청년이 조금은 가라앉은 분위기로 이야기를 하는데 여관 위층에서, 한눈에 봐도 비싸 보이는 옷차림의 사내들이 내려와 식탁에 앉았다.

종업원을 불러 식사를 주문한 사내들 중 젊은 사내가 이야기를 나누는 용병청년들을 보고 눈을 빛냈다.

“어이, 거기.”

젊은 사내가 불렀으나 용병 청년들은 뭔가 진지한 표정으로 대화에 빠져 그 소리를 듣지 못했고, 살짝 인상을 쓴 젊은 사내의 목소리가 커졌다.

“어이, 거기 용병들! 부르는 소리 안 들리나!”

젊은 사내의 수행원인 듯한 중년 기사가 말리려 했지만, 사내는 세상에 무서운 게 없다는 듯 오만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어이? 거기? 지금 우리를 부른 거요?”

“그래. 뭣 좀 물어보자.”

용병 청년들의 얼굴이 일그러졌으나 젊은 사내의 주변에 다섯이나 되는 수행원들이 있고, 사내의 신분이 범상치 않은 듯하여 나름(?) 정중하게 답했다.

“물어 보시오.”

“너희 애쉬랜드 용병단 1개 지대를 고용하고 싶다. 누구와 이야기하면 되지? 그리고 비용은 얼마나 되나?”

애쉬랜드 용병단은 1천 가량으로 구성된 지대가 다섯, 총 5천이나 되는 거대한 용병단이었다.

애쉬랜드 용병단은 최소 1개 지대부터 고용할 수 있었는데, 애쉬랜드의 치안 유지를 위해 교대로 애쉬랜드에 남는 1개 지대를 제외하고는, 4개 지대가 1년 중 10달 이상 용병행을 떠나있을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젊은 사내의 질문에 용병 청년 하나가 심드렁한 표정으로 답했다.

“애쉬랜드에 처음 오셨구먼?”

“뭐라고?”

“용병을 고용하러 오셨다면서, 애쉬랜드에 대해서는 아시는 게 별로 없는 것 같소이다.”

“뭐, 뭐야?”

“우리 용병단은 복귀하고 한 열흘 동안은 일 얘기는 일체 하지 않소이다. 전사한 동료들 장례도 치르고, 그간 떨어져 지냈던 가족들과 함께 보내기에도 시간이 부족하거든.”

“그것뿐이 아니지. 잘은 몰라도 아마 이번 시즌 계약은 진즉에 끝났을 거요. 우리 용병단 고용하겠다는 이들이 어디 한둘인지 아시오? 이번에 얘기를 꺼내면 아마 내년 초에 다다음 용병행을 나갈 때나 가능할거요.”

놀림을 당했다고 여겼는지 젊은 사내의 얼굴이 붉어졌다.

용병들의 말대로, 기세 좋게 용병을 고용하겠다고 오긴 했으나 그들이 애쉬랜드에 걸음한 것이 처음이기도 했다.

“죽어 나자빠진 지 오래인 시체들을 굳이 여기까지 끌고 와서 장례식까지 하다니... 그게 뭔 짓인지...”

우뚝

젊은 사내가 지지 않으려는 듯 이죽거렸고, 입가에 비식 비웃음을 물고 고개를 돌리던 두 용병 청년의 몸이 그대로 굳어졌다.

“이봐, 그럼 누구한테 상담을 해야 하는지는 알려주지 않겠나?”

여전히 얼굴이 붉은 상태의 사내가 말을 잇자, 두 용병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너... 방금 뭐라고 그랬냐?”

“너, 너? 너희들 지금 나한테 너라고 그랬냐?”

“그래, 이 예의 없는 자식아.”

험악한 얼굴을 한 두 용병과 젊은 사내와 그의 수행원들이 잠시 말없이 대치했다.

젊은 사내가 뭐라 대꾸하려던 순간이었다.

휘리릭

쿠웅

용병들과 사내들의 사이 식당 바닥에 엄청난 크기의 식칼(?)이 날아와 푹 박혔다.

뚜벅 뚜벅

용병들의 얼굴은 어색한 것으로 변했고, 젊은 사내의 일행들은 사람의 허리 높이까지 올라오는 식칼의 크기와 그 무거운 칼이 눈에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날아왔다는 것에 놀라던 순간, 여관의 주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알버트, 제임스... 너희 설마 내 식당에서 한판 뜨려는 건 아니겠지...?”

“그게 아니라...”

“조용히 앉아서 수프나 처먹어.”

“예, 아저씨...”

용병들이 기세를 풀고 얌전히 자리에 앉고, 주인이 손에 들고 있던 쟁반을 테이블에 쟁반 째로 내려놓고 돌아섰다.

“거기, 청년도 입 다물고 조용히 있는 게 좋을 거야.”

“뭐, 뭐라고! 이 천한 것이!”

삐걱

드르륵

청년의 노기 섞인 외침소리가 터지자, 여관의 문과 창문이 열리며 용병들 십여 명이 얼굴을 들이 밀었다.

여관 앞의 야외 테이블에 앉았던 이들이었다.

“제레미 아저씨, 도와드릴까요?”

용병 하나의 물음에 여관 주인은 돌아보지도 않고 답했다.

“한 주먹꺼리도 안 되는 것들이다. 신경 끄고 일들 봐라.”

“에이... 그럴 수야 없지요. 우리 동네에 와서 해선 안 될 말을 하고도 저렇게 뻔뻔스러운데...”

“알면서 그런 게 아니잖아?”

“그래도 철이 없는데요? 아저씨한테 천한 것이라고 그랬잖아요?”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눈이 천한가 보지.”

십여 명의 우락부락한 용병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은 사내의 일행들은 긴장한 채 굳어져 있었다.

일행 중 앞서 젊은 사내를 말리던 중년인이 앞으로 나서 말했다.

“이분은 그라나타스 왕국 동부, 렌스탈 자작령의 소영주이신 분이오! 예의를 갖추시오.”

“... 까고 있네...”

여관 주인 제레미 노인의 말에 렌스탈 영지 사람들의 얼굴에 일제히 노기가 어렸다.

“여기가 그라나타스인줄 알아? 여기 원래 이름이 뭐였는지 모르나 보군?”

“원래 이름? 여기 애쉬랜드 아냐?”

자작령의 소영주라는 청년이 붉어진 얼굴로 답하자, 제레미 노인의 얼굴이 확 일그러졌다.

“여기 원래 이름은 블러디 랜드야. 왜 블러디 랜드인지 몸소 체험하고 싶나?”

제레미 노인이 옆의 테이블 위에서 포크가 가득 담긴 통 하나를 집어 들었다.

휘릭! 퍽!

노인의 손이 가볍게 휘둘러졌고, 포크가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의 빠른 속도로 식당의 나무 벽을 향해 날아갔다.

포크가 날아가는 방향이 아닌, 소영주 일행에 시선을 둔 제레미 노인의 손이 연이어 휘둘러졌다.

“여기는 말야...”

휘릭! 퍼퍽!

“예전에 너네 그라나타스 놈들이 쳐들어오는 족족...”

휘리릭! 파파팍!

“붉은 피를 쏟아내고 죽어갔다는 파오렌티아 왕국의 땅 블러디 랜드야...”

휘릭! 퍼벅!

“지난 2백년 가까운 시간 동안에 여기서 죽은 너희 나라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알아?”

휘리릭! 퍼버벅!

“요 몇십 년... 우리가 용병질 한다고 그 사실을 잊으면 곤란하지...”

제레미 노인의 말이 끝났을 때에는 식당의 벽에 이십 여개의 포크가 박혀 있었다.

한결같이 2/3이상 벽에 깊숙이 박힌 포크들은, 사람의 몸과 비슷한 모양이었다.

아니, 정확히 사람의 급소들을 노리고 던진 모양이었다.

제레미 노인의 눈빛이 번득였고, 소공자를 위시한 일행들의 얼굴은 하얗게 질려 있었다.

목표를 보지도 않고, 포크를 가볍게 던져 나무 벽에 반 이상 박아 넣는 것은 그들로서는 가능한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저기다 사람을 세워 놓고 던져야죠, 아저씨.”

“그러게... 그러면 좋은 구경거리가 되었을 건데 말이에요.”

“와하하하!”

문과 창문으로 고개를 들이민 용병들이 크게 웃었고, 소공자 일행이 창백한 안색을 하고 말없이 서 있었다.

“블러디 랜드에 왔으면 이곳의 방식을 따라라, 애송이. 여기서는 그라나타스의 신분 같은 것은 통하지 않아. 그리고 여기서 파는 것은 용병들의 목숨이지, 자존심이 아니다.”

제레미 노인이 살기가 넘치는 눈으로 소공자에게 쏘아붙이고 주방으로 모습을 감췄고, 지켜보던 용병들도 입가에 비웃음을 물고 문과 창문을 닫고 사라졌다.

여관 주인의 친절한 충고(?)를 따르기로 했는지 자작령의 소공자와 일행은 얼굴을 굳히고 말없이 자리에 앉았다.

낭패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그들이 자리를 피하지 않은 것은, 그곳이 그레이 포트에 단 하나뿐인 여관이었고 용병 계약은 아직 시도도 못해본 때문이었다.


식당 구석에서 그런 모습을 말없이 지켜보던 이들이 있었다.

로브로 몸을 감싼 신형이 가는 인물과 분명 기사로 보이는 사내 다섯이 함께한 일행이었다.

얼굴마저 로브의 두건으로 가린 인물이 말없이 찻잔에 손을 가져가자, 소매 속에서 하얗고 고운 손이 슬쩍 모습을 드러냈다.

로브 차림의 인물은 분명 사내가 아닌 여인이었다.

“애쉬랜드에는 애쉬랜드의 방식이 있다더니... 그 말이 맞군요.”

“그러게 말입니다, 아가씨. 저희도 미리 이것저것 알아보고 오길 잘한 것 같습니다. 여기 주인이 예전에는 굉장히 뛰어난 용병이었다더니...”

중년 사내의 말에 아가씨라 불린 여인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을 이었다.

“그런데, 정말 다음 용병행이 이미 결정되었을까요? 은밀하게 알아본 바에 따르면, 계약된 것이 하나도 없다고 하던데...”

“흐음... 저들은 용병 계약에 나설 정도의 위치는 아닐 테니, 아마 평상시 그렇다는 얘기를 한 것이겠지요. 확률이 높지는 않겠지만, 아직 계약 체결이 되지 않았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여러 곳에서 공통적으로 확인해 준 정보니까 말입니다.”

“우리에게 기회가 있어야 하는데...”

여인의 고운 음성에 안타까운 기색이 진하게 어렸고, 사내가 위로의 말을 했다.

“조금만 참고 기다려 보시지요. 분명 저희들에게 기회가 있을 것입니다. 조금 오랜 시간이 지나긴 했지만, 우리 백작령은 저들과 계약했던 적도 있고 말이지요.”

여인이 차분히 고개를 끄덕이고 말을 이었다.

“누굴 만나야 하는지는 확인을 했죠?”

“예, 1지대장이자 총단장은 따로 있지만 용병 계약은 2지대장을 맡고 있는 캘로인이라는 사내가 주로 담당한다고 합니다.”

“켈로인이요? 그런 이름이 아니었는데...”

“예? 용병단에 따로 아는 이름이라도 있으십니까?”

말없이 듣고 있던 젊은 사내 하나가 의아하다는 듯 묻자, 여인이 가볍게 고개를 가로젓더니 화제를 돌렸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일단은 장례식들이 다 끝날 때까지 기다려보는 수밖에 없겠군요. 만일 계약이 이루어지지 않은 게 확실하다면 기필코 우리가 계약을 하고 저들을 우리 영지로 데려가야 합니다. 다들 이 일의 중요성은 알고 계시죠?”

“물론입니다, 아가씨.”

여인의 질문에 사내들이 낮은 목소리로 일제히 답했다.

사내들은 진중한 것을 넘어 결의어린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런 사내들과 일일이 눈을 마주하며 로브 차림의 여인이 시선을 교환했다.

사내들이 작은 목소리로 의견을 나누고, 여인은 의자에 등을 기대고 찻잔에 다시 손을 가져갔다.


‘분명... 그의 이름은 캘로인이 아니었어... 데릭... 데릭이라 했었지...’

여인이 차를 음미하며 과거의 일을 회상하기 시작했다.

여인의 뇌리에는 15년 전, 무시무시한 악귀와도 같은 모습에 어울리지 않는 천진난만한 웃음을 지어보이던 소년의 얼굴이 떠올라 있었다.


수백 년간 조용했던 화이트 픽이 다시 활화산이 된 지 28년.

그 땅에 사는 이들의 입에서조차 블러디 랜드라는 이름보다 애쉬랜드라는 이름이 더 많이 일컬어지던 어느 날의 일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화염의 용병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화염의 용병, 책으로 나옵니다. +4 12.11.12 1,158 0 -
공지 새로운 연재를 시작하며. +5 12.10.09 4,888 3 -
19 화염의 용병-18. +7 12.11.05 2,585 20 1쪽
18 화염의 용병-17. +8 12.10.31 2,462 18 1쪽
17 화염의 용병-16. +5 12.10.29 2,494 18 1쪽
16 화염의 용병-15. +7 12.10.26 2,536 20 1쪽
15 화염의 용병-14. +8 12.10.24 2,895 21 1쪽
14 화염의 용병-13. +4 12.10.22 2,904 18 1쪽
13 화염의 용병-12. +6 12.10.21 3,502 20 1쪽
12 화염의 용병-11. +5 12.10.19 3,085 24 1쪽
11 화염의 용병-10. +6 12.10.18 3,203 20 1쪽
10 화염의 용병-9. +5 12.10.17 3,317 19 1쪽
9 화염의 용병-8. +6 12.10.16 3,302 22 1쪽
8 화염의 용병-7. +2 12.10.16 3,312 19 1쪽
7 화염의 용병-6. +9 12.10.13 3,685 19 1쪽
6 화염의 용병-5. +5 12.10.12 3,888 17 1쪽
5 화염의 용병-4. +4 12.10.12 4,104 20 1쪽
4 화염의 용병-3. +5 12.10.11 4,524 22 15쪽
3 화염의 용병-2. +4 12.10.11 4,686 19 14쪽
» 화염의 용병-1. +4 12.10.10 5,953 17 16쪽
1 프롤로그. +4 12.10.08 10,481 24 2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