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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증영대근

범상한 무인도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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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증영대근
작품등록일 :
2024.03.19 07:58
최근연재일 :
2024.03.21 18:35
연재수 :
4 회
조회수 :
25
추천수 :
0
글자수 :
19,861

작성
24.03.19 21:34
조회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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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9쪽

인간극장은 셀프

DUMMY

이제 새벽이 더 이상 차갑지만은 않습니다. 기다리던 봄이 온 거겠지요.


초봄의 황금 같은 토요일 아침. 진우 씨가 눈을 떴습니다. 아직 이른 시각, 알람이 울리기도 전입니다.


부스스한 얼굴이네요. 간밤에는 깊이 잠들지 못했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휴대폰의 알람 예약을 끈 진우 씨는 행복한 웃음을 짓습니다. 어쩐지 들떠 있는 표정.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는 걸까요?


카메라 앞에 환하게 웃어 보입니다.


“우으으... 다 돼갑니다. 드디어...!”


잠이 덜 깬 채로 욕실에 들어가 간단히 세수만 하고 나온 진우 씨. 옷을 다 입자마자 아침도 먹지 않은 채로 바로 짐을 들고 밖으로 나갑니다. 필요한 물건이 다 들었는지 배낭과 가방을 점검해보지도 않는 걸 봐서는, 이미 필요한 짐을 간밤에 꼼꼼히 챙겨 놨던 모양입니다.


빈틈없는 출발이네요.


주차장으로 가서 SUV에 올라탑니다. 일부러 머플러를 깨 소음을 유발하도록 불법개조한 양카가 아닌데도, 모양도 배기음도 범상치 않아 보입니다.


차는 기운차게 달리기 시작합니다.


“저는 이제 서른 넘은지 좀 됐고요, 지금 일하고 있는 곳에서 13년 째 근무하고 있습니다.”


주변에서는 진우 씨가 한 직장에 그렇게 오래 다닐 줄 몰랐다고들 한다네요. 그렇지만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사람을 많이 접하는 직업을 선택하다 보니 당연히 애환도 따랐죠.


“일 때문에 사람들이랑 부대끼다 보면, 왜 순자가 성악설을 이야기했었는지 알 것 같은 순간들이 오게 돼 있거든요. 자연히 사람 없는 곳을 그리워하게 되죠. 그 왜, 문득 혼자서 대단히 외로워지고 싶어질 때가 있잖아요? 다 같이 있는데도 계속 외로워지기만 하니까.”


무인도 탐험을 계획했던 것은 아주 오래 전의 일이었습니다.


“군 복무 마쳤을 때쯤에는 무인도 같은 건 생각지도 못했어요. 그렇지만 바다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랄까? 그런 건 내내 가지고 있었거든요. 그러다가 일제시대 때 침몰한 보물선을 인양한다는 소식을 접하게 돼 가지고...”


우와. 보물선이라니! 대단한데요?


“아 물론 보물선 같은 건 없었어요. 투자금을 끌어들여서 가로채려던 사기극이었던 걸로 결론이 났습니다. 저도 돈을 잃기는 했지만... 그때는 어려서 돈 벌어놓은 게 별로 없었던 때라 피해가 크지는 않았고요. 음... 나름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해요. 그 일을 기화로 해서, 그때까지 스스로도 깨닫지 못하고 있었던 갈증을 느끼게 됐었으니까요.”


해양에 관한 호기심과 흥미. 스쿠버다이빙만 가지고는 다 채울 수 없었던, 큰 그릇이었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스쿠버다이빙을 한다고 해도 아주 멀리까지 깊이 가볼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저 같은 경우에는 여기저기 다 가보려는 욕심이 너무 많았어요. 그런데 스쿠버다이빙은, 욕심껏 움직이면 몸에 무리가 오게 돼 있으니까요. 그래서 결국에는 저도 그런 다이빙보다는, 어디 조용한 데 가서 낚시나 하는 게 더 낫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왜 그런 거 있잖아요? 바다에서 낚시하는 자연인.”


아하. 그래서 배를 직접 제작하게 됐던 건가요?


“예. 그렇습니다. 처음에는 주말을 이용해서 반잠수정을 만들어볼 생각이었어요. 스쿠버다이방하고 낚시를 동시에 해보고 싶었거든요.”


예? 세상에. 반잠수정이라니요? 그걸 직접 제작할 생각을 했었다고요?


반잠수정 이야기를 해놓고는 머쓱한 표정을 짓는 진우 씨, 자기 입으로 말해놓고도 우스운지 멋쩍게 너털웃음을 터뜨립니다. 혀를 쏙 내밀면서요.


“아... 그런데 직접 제작해보려고 하니까, 역시 개인이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더라고요.”


그랬겠죠. 반잠수정이 아니었다고 해도, 독학으로 뭔가를 만들어내는 일이 쉬운 일만은 아니었을 겁니다.


“그렇지만 그것 역시 굉장히 소중한 경험이었어요. 사람은 실패로부터 많은 걸 배운다고 하잖아요? 시행착오를 겪기는 했었지만, 그래도요. 저는 그때 반잠수정을 만들려고 했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 ‘이거’를 만들 수 있었던 거라고 생각해요.”


실패한 경험이 도리어 현재에 필요한 동력을 제공했다는 건가요? 진우 씨, 그렇다면 지금은 뭘 만들고 계신 거죠? ‘이거’라는 건 대체?


“눈을 낮췄죠. 반잠수정이 너무 어려우니까 요트를 제작해보는 게 어떨까 생각도 해봤었는데, 그건 또 저한테는 과할 것 같아서. 결국에는 뚜껑이 있는 낚싯배를 만들어 보자, 그렇게 마음을 먹게 됐어요.”


뚜껑이 있는 배? 혹시 거북선 같은 커다란 등껍질을 가진 배인가요?


“아이, 아니에요, 거북선이라고 할 만큼 거창한 건 아니고... 자라선? 정도 되려나? 그나마도 제작편의성 때문에 최대한 손 많이 안 가는 걸 우선으로 해서 계획을 수립했었으니까요. 처음에는, 먼저 직접 지붕을 제작한 다음에 그걸 배 위에다가 용접시켜보려고 했었거든요? 그런데 만들다 보니까 그거보다는 차라리 배를 한 척 더 구해서, 위 아래로 붙이는 게 낫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이렇게, 이렇게 샌드위치처럼요.”


양 손으로 낚싯배 두 대를 위아래로 겹치는 시늉을 해보이던 진우 씨. 운전 중에 핸들에서 두 손을 다 떼고 맙니다.


아이고 진우 씨! 그러면 차가 갈지자로 흔들릴 수밖에 없죠!


빵! 빠빵! 빠아아아앙!


옆 차가 경적을 울려 진우 씨의 정신상태를 걱정해줍니다. 정신을 차리라는 거겠죠? 어? 진우 씨도 발끈한 것 같은데요?


“아이 (삐)발 깜짝이야! 진짜 미(삐) 새(삐)가 진짜 (삐)지고 싶나!!!”


차창을 열고 가운뎃손가락을 세워준 뒤, 속도를 높여 현장을 이탈합니다.


“(삐)발 새끼 너 운 좋았다 오늘...! 아 제가 어디까지 얘기했죠? 맞다, 그렇게 해서 눈을 낮췄더니 배가 세 달 만에 완성됐어요. 주말에만 작업을 했었는데도요.”


아 그렇다면 오늘이 바로 그 샌드위치 배가 완성되는 날?


“아쉽게도 아닙니다. 정신없이 허겁지겁 다 만들고 보니까, 무슨 고수부지에 떠다니는 오리배 같은 물건이 돼있더라고요. 너무 보잘 것 없는 물건이어서 저조차도 만족할 수 없는 배가 만들어졌던 거죠. 마음에 차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더 좋은 배를 만들기 위한 과정이고 연습이었던 걸로 생각하기로 했어요. 그리고 그 배를 기본형으로 해서 더 재미있는 물건을 만들기 시작했던 거죠. 바로 오늘이 그 결실을 맺는 날입니다.”


오늘이? 이야 그거 참 기대되는데요?


한 시간 넘게 달려온 끝에, 진우 씨는 폐공장부지에 도착했습니다. 허름하고 음산해보이기는 하지만, 진우 씨의 표정은 밝기만 하네요.


CCTV는 물론이고 무인 경비시스템까지 작동하고 있습니다. 예상했던 것보다 경비가 삼업한데요?


삑! 삐빅!


진우 씨는 능숙하게 비번을 풀고 안으로 들어갑니다.


“친척 중에 공장부지만 전문으로 매매하시는 분이 있어서 싸게 샀어요. 토양이 오염돼 있기는 한 것 같은데, 상관없죠. 여기서 농사를 지을 건 아니니까.”


안으로 들어서니 철을 태운 냄새가 코를 찌릅니다. 아니. 아니던가? 용접봉 녹는 냄새 같기도 하고요.


오호라. 밖에서 보면 그냥 초라한 공장쯤으로 보이던 곳인데, 내부는 아주 잘 정돈돼 있네요. 공방이나 공장이라기보다는, 연구실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질 정도로 온갖 장비와 시설들이 완비돼있습니다.


“연구실이라고 해도 좋고, 작업장이라고 해도 좋고. 여기 있는 장비들은 13년 동안 틈틈이 사 모은 것들인데요, 필요한 걸 하나둘 사다 보니까 어느새 이렇게 됐습니다.”


그럼 배를 만드는데 필요한 모든 게 다 준비돼있는 건가요?


“그렇다고 봐야겠죠? 그것 말고도 생활용품들도 다 있습니다. 사실 저한테는 여기가 더 집 같아요. 주말은 늘 여기서 보냈으니까.”


아하! 저게 그 오리배였던 모양입니다. 듣던 대로 정말 볼품없어 보이는데요? 진우 씨. 이건 배의 문제가 아니라 진우 씨의 똥손이 문제인 것 같은데?


“그래도 제가 생애 처음으로 완성했던 배여서, 이렇게 보고 있기만 해도 심신이 안정되는 효과가 있어요. 그리고 오늘 제가 완성할 배는! 저쪽에 있습니다!”


작업장 한복판에는 하얀 천을 덮어씌운 커다란 물체가 있습니다. 진우 씨의 볼과 귀가 달아올라 보이는 건... 기분 탓일까요?


“소개합니다! 노틸러스 세븐!”


진우 씨가, 그 형체를 가리고 있던 천을 확 잡아당깁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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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극장은 셀프 24.03.19 13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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