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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증영대근

몬스터 사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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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증영대근
작품등록일 :
2024.02.10 23:32
최근연재일 :
2024.03.11 18:45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301
추천수 :
0
글자수 :
123,604

작성
24.02.21 17:37
조회
12
추천
0
글자
11쪽

이상하게 서운하네

DUMMY

응? 갑자기 딴소리를 하고 있네? 뭐? 무슨 얘기?


아... 난 또 뭐라고. 뿔 훔치다가 사람 죽였다는 얘기 말이오? 아하하... 그거? 으음...


...그 말은, 어제 사슴뿔을 꺾으러 갔을 때 내가 너무 허기가 져 있었던지라... 거의 죽을 뻔했었단 얘기를 한 거였지. 그러니까 정확하게 얘기하자면... 내가 나를 죽일 뻔했다는 얘기 정도 될까?


하하. 나 같이 선량한 사람이 왕의 사냥터에 몰래 숨어들어가서 생으로 사슴뿔을 꺾고 애먼 사람을 죽일 리가 있소? 농담이 과하시군, 마법사님.


아 그냥 좀 알아서 새겨들으시오! 꼬치꼬치 캐묻지 말라고 이 등신 같은 니연...!


아니오 마법사님. 나 같은 인격자가 그런 쌍욕을 입에 담을 리가 있나? 이상한 소리를 들은 것 같다면 아마 기분 탓일 거요.


어어? 어딜 가는 거요?


뭐라고? 지금 거길 가서 사슴뿔을 더 가지고 오겠다고?


아니아니아니이!!! 무슨 미친 소리를 하는 거요? 지금 거길 기어 들어가면 안 돼! 시발 잡히면 족 된다고!


...아니 내 말은, 오늘 마법사님이 많이 피곤해 보이길래 걱정스러워서 해본 말이었소. 혹시 오늘 마법에 걸리신 건 아닌지? 그리고 엊그제 비가 많이 내려서 여기저기가 다 진흙탕이 돼있던데, 거기까지 가다가 예쁜 옷 다 버리면 어쩌나 싶기도 하고...


아무튼 당분간 그 빌어먹을 사슴새끼들 있는 곳엘랑! 절대로 가지 마시오! 그 뿔 버리는 데가 어디인지만 알려주면 내가 가서 훔쳐올... 아니 주워올 테니까.


아오 이 시발 가지 말라면 좀 가지 말라고 이 미친 개니연...!


응? 무슨 소리요? 욕을 하다니? 내가? 그럴 리가 있나? 바람 부는 소리를 잘못 들은 거겠지.


하여간 당분간 절대로! 사슴들 사는 숲 쪽으로는 가지 않는 거요! 알겠지?


아 그리고... 어쩌면 마을 쪽에서 말이오... 사람이 하나 죽었다는 괴소문이 돌 수도 있는데... 원래 그런 괴담들은 알고 보면 다 뜬소문에 불과하게 마련 아니겠소? 그런 뻘소리를 대책 없이 믿고 다니는 사람들이, 나중에는 이상한 말 몇 마디에 눈깔이 홱 돌아가서 애먼 사람 마녀사냥도 하고 그러는 거겠지.


절대로! 절대로 가지 마시오! 그리고 어딜 가든 간에 사슴뿔 얘기는 꺼내지도 말고!


야이 시발 하지 말라면 하지 말라고 이 겁대가리 없는 련아...!


소리 질러서 미안하오. 내가 잘못했소.


나는 그저... 마법사님이 괜히 일없이 돌아다니다가 어떤 그... 살인 누명 같은 걸 쓸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러는 거요. 걱정돼서 한 얘기란 말이오. 마법사님은 약한 여자 아니오? 떡대 좋은 감시인 몇 놈이 갑자기 체포하자고 덤비면 움치고 뛸 수도 없을 텐데.


아니 가지 말라니까! 지금 거길 갔다간...! 아 이 개 같은 련 진짜 말귀 더럽게 못 알아먹네!


미안하오. 욕한 거 사과하겠소. 그런데 그 저주 받은 약솥은 도대체 얼마 주고 산 거요? 나도 호신용으로 하나 장만하고 싶은데.


우리 이제 그만합시다. 손으로 사람 목을 조르고 솥으로 대갈통을 찍는 거, 보기 좋은 일은 아니지 않소? 그러니 이제 그만 찍고 그 사슴뿔 버리는 데가 어디인지나 좀 알려주시오.


그래 거기 가서 필요한 만큼 사슴뿔을 가져오면? 약을 만드는 데는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 거요?


하루 종일 끓여야 한다고? 알겠소.


금방 다녀오겠소. 나오지 마시오.


...그리고 이건... 별로 중요한 얘기는 아닌데, 혹시 떡대 좋은 놈들이 칼 차고 찾아와서 내 소식을 물어보거나 하면 나는 여기 온 적 없다고 좀 해주시오.


그리고 혹시 그런 놈들이 왔다 가면, 문손잡이에 아무 천이나 좀 둘러매서 나한테 신호를 보내줬으면 좋겠는데.


...그거 보고 내가 얼른 튈 수 있게 말이오. 딸린 자식이 있다 보니 어쩔 수가 없소. 마법사님이야 잡혀가든 말든...


응? 아니 그냥 혼잣말을 한 거요. 못 들었다면 다행이군. 다녀오겠소.


*


거리는 평소보다 더 조용했다. 원래 인구밀도가 낮은 지역이었던 데다 사람이 많이 돌아다닐 시각도 아니어서 시끄러울 일이 없는 마을이었다.


아라타루아는 평소 다니던 길이 아닌, 관청 쪽으로 난 길을 걷고 있었다.


시골이라 청사라고 부를 정도로 거창한 건물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보지 않는 척 하면서 청사 안을 유심히 살피고 있었다. 굳이 얼굴과 목에 긴 천을 둘러 가린 채로 관청 담벼락 안을 기웃거리는 꼬락서니가 꼭 ‘나 수상한 사람이니 얼른 잡아가시오’ 라고 광고를 하는 사람 같았다.


그때 등 뒤 길가에서 갑자기 개가 짖어대기 시작했다. 아라타루아는 깜짝 놀라 진흙길에 미끄러져 또 나자빠질 뻔하다가 간신히 균형을 잡았다.


아라타루아는 화가 치밀었다. 개 짖는 소리와 진흙탕에 미끄러지는 일은 이제 지긋지긋했다.


뒤를 돌아보니 조그만 똥개 한 마리가 아라타루아만을 바라보고 사납게 짖어대고 있었다.


전에 없던 일이었다. 개는 개를 키우는 사람을 알아본다. 평상시 아라타루아는, 개들이 꽤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그렇게 개를 좋아했던 아라타루아였지만, 놈을 향해서는 위협적으로 팔을 흔들어 보이지 않을 수 없었다. 누가 볼세라 나직하게 으르렁거리며 위협도 가했다.


“저리 가! 이 개새끼야!”


그런데 개는 도망칠 생각이 없어보였다. 정말 금방이라도 달려들 것처럼 짖어대는 중이었다.


뭐야 이건? 평소에는 안 그러더니. 아 맞다. 혹시 몸에 튄 피 냄새 때문인가? 뭐야. 사냥꾼 몸에서 피 냄새가 나는 건 당연한 거 아니야?


문득 아차 싶었다. 혹시 모르니 얼굴을 가리고 나가야겠다는 생각은 했으면서도, 범행 당시 입고 있던 그 옷을 갈아입을 생각을 못하고 버젓이 입고 나온 것이었다.


다 마르지 않은 옷이었기에 망정이지 옷이 다 말라있었더라면 제대로 지우지 못한 핏자국을 누군가에게 들켰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혹시... 개들은 사람 피 냄새와 짐승 피 냄새를 가려낼 줄 아는 걸까?


아라타루아를 보고 짖는 개들은 하나둘 많아졌다.


오싹했다. 아라타루아는 서둘러 자리를 피했다. 관청을 끼고 빙 돌았다.


그러다 현상수배된 인물들의 초상화가 내걸려 있는 담벼락이 눈에 들어왔다. 가슴이 쿵쾅거렸다.


내 얼굴이 있으면... 바로 여기를 떠야 하는데...?


그러나 다행히도 아라타루아의 얼굴은 없었다.


휴우, 아라타루아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긴장되더니 별일 없으니까 또 맥 빠지네?


가장 큰 걱정거리가 사라지자, 그 다음 걱정이 아라타루아를 엄습했다. 돈 문제였다.


사냥은 큰돈이 벌리는 직업이 아니었지만, 돈이 한 푼도 벌리지 않는 사냥을 해본 것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생활비... 어떡하지? 누나 집에 애를 맡겨놓는다고 해도 몇 푼이라도 가져다 줘야 할 거 아니야. 약값은 얼마나 달라고 할까...? 비싼 약일 것 같던데.


에이! 돈이야 뭐. 애 병이 나은 뒤부터 벌면 되겠지.


아라타루아는 현상금이 걸린 범죄자들의 초상화를 하나하나 예리하게 훑었다. 물론 아라타루아는 현상금사냥꾼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우연히 한 놈쯤 걸려준다면 충분히 제압해 끌고 올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그러나 몽타주가 너무 개판이었다. 저게 사람의 몰골이 맞는가 싶은 놈도 꽤 있었다.


이 시발롬들아 내가 발로 그려도 이거보다는 잘 그리겠다!


아라타루아는 사슴뿔을 훔치러, 아니 가지러 가보기로 했다. 혹시 개들이 따라올까 기웃거리며, 아주 수상한 사람의 몰골로.


개들을 피해 도망치듯 관청을 떠났다. 사람들은 놀랄 만큼 아라타루아에게 관심을 주지 않았다. 꼭 간밤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처럼.


정말 이래도 되나? 사람을 죽였는데!?


약간 서운한 마음까지 생길 정도였다.


마법사가 알려준 곳까지 가는 동안, 아라타루아는 그 어떤 방해도 받지 않았다. 진흙을 밟고 미끄러질 뻔한 것이 고작이었다.


사슴뿔 하치장에는 버려진 사슴뿔들이 수북하게 쌓여있었다. 양이 정말 엄청났다. 수십 년 동안 나온 사슴뿔들이 거기 다 모여 있었다. 아마도 사슴들이 뛰놀다가 그렇게 버려지고 부러진 뿔에 걸려 다치거나 값어치가 떨어질까봐 그렇게 열심히 치워댔던 모양이었다.


그걸 모르고 그 망할 놈의 생사슴뿔을 꺾자고 천 걸음 넘게 포복을 해 기어 다니고 어둠 속에서 뵈지도 않는 과녁을 향해 활을 쏘고 개들과 감시인들에게 쫓기고 급류에 휩쓸리다가 생전 처음 본 남자의 목울대에 칼빵을 넣기까지 했던 아라타루아는 새삼 치밀어 오르는 분노에 몸을 떨었다.


무슨 이런 개 같은 마법사 년이 다 있냐고? 약효 없기만 해봐라. 당장 대가리랑 몸통을 분리시켜 줄 테니까!


감시인들은 보이지 않았다. 도둑질을 하기에는 최상의 조건이었다.


아라타루아는 두꺼운 사슴뿔을 골라 최대한 많이 쌓은 다음, 장작을 나를 때처럼 묶어 등에 짊어졌다. 별로 무겁지도 않았다. 그대로 짐을 지고 마법사의 집까지 배달하면 되는 일이었다. 그런데 임무 완수 시점이 되자 또 딴생각이 났다.


그런데 그놈들은 다 어딜 간 거지?


마법사의 집과 누나의 숲과 아라타루아가 사는 돼지우리는 서로 꽤 떨어져 있었다. 시간을 생각하면 길을 서두르는 게 좋을 터였지만, 멀리서 감시인들이 초소 겸 휴게실로 쓰던 오두막이 보이자 또 호기심이 도진 것이었다.


아라타루아는 발걸음 소리를 죽여 조심스럽게 움막으로 다가갔다.


왜 이렇게 조용한 거냐고? 간밤에는 그 난리를 떨더니만...


감시인들은 물론이고 감시견들의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용기를 내서 오두막 창문 밑에 몸을 숨기고 눈을 들어 안을 살혔다. 오두막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아직도 그쪽을 수색 중인 건가? 이제 그만두는 게 좋을 텐데? 흐흐.


대놓고 사슴뿔을 가져가는데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았다. 아라타루아는 그게 어쩐지 서운하고 섭섭해서 정말 이래도 되는 거냐고 한 번 소리를 질러볼까 생각을 하다가 그만 발길을 돌렸다.


마법사의 집까지는 그리 멀지 않았지만, 누나의 집과 아라타루아의 집도 들러야 했다.


설마... 어젯밤 일 때문에 싹 다 어디 잡혀 간 건 아니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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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먹으라고 24.02.24 9 0 10쪽
14 메힐리나 24.02.23 12 0 10쪽
13 약값 내라 24.02.22 9 0 10쪽
» 이상하게 서운하네 24.02.21 13 0 11쪽
11 식빵과 솥 24.02.20 20 0 10쪽
10 살인 24.02.19 13 0 11쪽
9 베테랑 24.02.18 12 0 11쪽
8 내 눈 24.02.18 10 0 11쪽
7 만남 24.02.17 12 0 12쪽
6 추격자 24.02.15 11 0 11쪽
5 불의 깃 24.02.14 11 0 11쪽
4 호기심 때문에 24.02.13 14 0 11쪽
3 뿔과 진흙의 시간 24.02.13 14 0 12쪽
2 하늘의 별을 따오라 그래 24.02.13 15 0 11쪽
1 피가 멎는다 24.02.13 31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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