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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증영대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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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증영대근
작품등록일 :
2023.09.02 12:55
최근연재일 :
2023.09.10 18:41
연재수 :
2 회
조회수 :
37
추천수 :
0
글자수 :
3,999

작성
23.09.10 18:41
조회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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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3쪽

가난

DUMMY

가난은 모든 불량식품들의 왕이다. 어떤 불량식품도 가난을 이기지 못한다. 이보다 해로운 음식을 먹어본 사람은 많지 않다.


어떤 사람들은 이것이 음식이라는 것을 인정하려 들지 않겠지만, 가난은 대체로 음식에 섞여 사람의 몸속으로 들어오게 돼 있으므로 이것은 객관적 사실이라 할 수 있다.


가난은 값싼 재료와 해로운 감미료에 섞여 우리 생으로 편입된다. 생은 가난과 엮이면서 반응을 일으켜 영혼을 오염시키고 병을 만들어낸다. 지옥 같은 화학이다. 화학은 지금까지 단 한 순간도 단순한 예감이었던 적이 없다. 화학은 언제나 더하고 덜 것 없이 적확한 현실이었다.


가난은 쓰지도 달지도 않다. 맛이 없다. 너저분하고 징그러운 냄새일 따름이다.


가난을 먹은 사람의 몸은 마르거나 붓게 되는데, 부은 사람은 성인병에 걸리고 마른 사람은 뼈와 가죽만 남아 노인이 된다.


식재료 하나를 고를 때에도 계산을 더하고 빼가며 돈 한 푼에 떠는 조바심은, 사람의 영혼에 아무리 빨아도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긴다.


잘 먹고 잘 자라서 구김이 없어진 아이들과 가난을 먹으며 자라난 아이들은

태도와 사고체계, 가치관이 다르게


가난을 강매당하면서 사는 사람들의 삶은 개선될 수 없다. 사람은 평등하게 태어나지도 않고 평등하게 살지도 않으며 평등하게 죽을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람이 가난을 먹듯이 가난은 사람을 먹고 자란다. 불량식품이지만 완전식품이다. 인간의 삶을 완전히, 조금도 남기지 않고 파멸시킬 수 있으니까.


가난보다 더 지독한 것은 많지 않다. 고작 죽음과 예술 정도일 것이다.


삶이란 깊이 없는 것이었다. 내 삶은 언제나 얕았고 변두리였고 가장자리였다. 가난했기 때문이다. 여름에는 숨이 찼고 겨울에는 손이 시렸다.


내 인생이 이 모양 이 꼴이 된 것은 예술 때문이다. 나는 가난보다 더한 것을 먹으며 살아온 것이다.


가난은 자랑스럽지 않고 부끄럽다. 이 땅의 빈곤은 이런 수치심 뒤에 숨어 태어나고 자라고 무성해지는 것일 터다.


예술 역시 그렇다. 숨기고 아예 없던 것으로 하고 싶은, 깊지 않은 삶이 너무 오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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