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의 그림자. 원래는 굵직한 사건만 속도감 있게 다루려던 것이, 쉽게 풀어쓰겠다는 욕구 탓에 지지부진해진 느낌이 든다. 인경왕후, 나의 진홍에 대한 애착 탓도 있다. 이 소설의 엔딩은 그녀에게 키를 맡겼다.
나는 숙종이 희빈장씨도, 인현왕후도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숙종 초기에 후궁도 없이 친잠례를 강행하다 강풍 때문에 중지하고, 이후로는 한번도 열지 않았다. 후궁을 갖추고 해야 하는 친잠례를 인경왕후 사후 그토록 오래 여러 후궁을 갖추고도 오히려 치르지 않았다. 왕비조차도 자신의 권위 밑으로 내려놓고 싶어하는 왕의 권력욕이, 그의 재위 40년이었으니.
그럼 인경왕후는 진심으로 사랑했을까? 왕비로서의 6년동안 국상기간 2년, 또 1년, 이렇게 3년을 제외하고 나머지 3년 내내 4번 임신...그 기간엔 후궁도 없었으니 꽤나 다정했었을 것이란 생각은 든다. 인경왕후 사후 스무해가 지나고도 그 능행을 가며 짜증을 부려대고, 꿈에 인경왕후를 만났는데 평소와 똑같았더라며, 그래서 더 슬펐다며 제사를 명한 일까지 실록에 기록될 정도면. 적어도 그 죽음은 트라우마로 남았을테니.
하지만 숙종이란 남자, 좀더 이기적으로 그리고 싶다. 그의 끝모를 권력욕과 파괴욕,그리고 창조열을 조선에서 가장 왕답게 그리고 싶다. 그렇게 숙종을 만나고 그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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