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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 공란입니다.

천하제일 카피 공자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완결

사초™
그림/삽화
231229
작품등록일 :
2022.12.19 11:48
최근연재일 :
2023.12.29 12:20
연재수 :
100 회
조회수 :
847,016
추천수 :
13,630
글자수 :
604,478

작성
22.12.19 21:05
조회
24,915
추천
303
글자
18쪽

2화. 사천당문의 신동.

DUMMY

“후우, 이제야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됐네.”


마지막 남은 독기가 한숨과 함께 푸른빛을 내며 산화했다.

사지를 옭아맨 독기는 오독행공에 완전히 지배돼 단전에 담겼다.

독기로 인해 혈도는 딱딱하게 굳고 좁아졌다.


“마치 절맥증과 같군.”


절맥증과 다른 점이 있다면 더는 혈도가 수축하는 일이 없다는 정도였다.

하지만 절맥증처럼 이 굳어진 혈도로는 내공을 쓸 수가 없었다.


“뭐, 일단은 몸을 움직일 수 있다는 거에도 감사해야겠지.”


나는 굳어진 몸을 풀었다.

마치 몸살을 앓은 것처럼 나른했다.


“고, 공자님!”


나무 대야가 바닥을 때리며 큰 소음을 냈다.

문밖에 시녀가 마치 죽은 사람이 돌아온 것처럼 놀란 얼굴로 나를 봤다.


「어떻게 일어난 거지?」


그녀의 흐트러진 마음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어떻게?’


나는 속내를 숨기곤 천진난만한 미소를 지었다.


“자고 일어나보니 상태가 좋더라고요. 지난밤 형님이 찾아오신 덕분일까요?”

“그, 그러셨나요?”

「왜? 아니 왜? 용법이 잘못된 걸까? 수면향은······.」


그녀의 시선이 향로를 스쳤다.

나는 인내심을 발휘해 향로를 무시했다.


‘거기에 독이 담겼구나.’

“마침 잘됐네요. 의원을 불러주시겠어요?”

“아, 네! 알겠습니다.”


그녀가 대야를 두고 자리를 비운 사이 머리맡에 놓인 향로를 살폈다.

불길을 형상화한 청동 향로는 어떻게 열어야 하는지 모를 정도로 복잡한 구조로 되어 있었다.

나는 코를 가져가 남은 잔향을 맡았다.


‘산공독에 마비독이 담겨 있군.’


산공독은 내공을 흩트리는 효과를 가진 독이었다. 독공의 균형이 깨진 상태에서 독기가 통제 불능이 될 가능성이 있었다.

독수를 쓴 범인은 혹여라도 내가 다시 일어날까 싶어 여기에도 독을 준비했다.


‘치밀하면서도 악랄하군.’


다른 이들이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독기운은 미약했다.

마비독은 내 사지를 옭아맸고 토독은 오독행공으로 축기를 할 때 흡입하는 맹독이었다.


‘이런 걸 아무리 당문이라지만 일개 시녀가 조합했을 리 만무해. 누구지?’


병실을 찾은 시녀가 설치했다는 건 알 수 있었다.

그러나 범인을 찾기 위해서는 시간을 들여 기억을 읽어야 했다.

의원도 부르지 않은 채 당장 그녀를 잡아둘 명분이 없었다.


‘아니, 굳이 그녀가 아니더라도 흉수를 유추하는 건 어렵지 않지.’


겨우 열다섯 살밖에 되지 않은 당연우에게 음독할 정도로 원한을 가진 자는 드물었다.

굳이 꼽자면 가주 후계자 경합에 나선 두 형이었다.

둘 중 큰형 당연강은 직접 만나 기억을 읽었으니, 용의선상에서 제외할 수 있었다.


‘당연강이 아니면 둘째 공자 당연해인가? 뭐, 직접 만나보면 알 수 있겠지······.’


당연해는 추혼비접이라는 암기술의 달인이었다. 화가 난다고 무작정 덤볐다간 순식간에 고슴도치가 될 수 있었다.

그렇다고 당문 안에서 내 위치는 친아비조차 포기할 정도로 처참했다.

상황 파악을 한 나는 머리끝까지 치솟은 화를 억눌렀다.


“어차피 이 몸으로는 당장 잡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괜히 타초경사의 잘못을 범할 필요는 없지.”


나는 다시 십오 세 소년의 표정을 만들고자 얼굴을 주물럭거렸다.

침상 옆에 놓인 동경에는 순진무구한 소년의 얼굴이 담겼다.



“이거······ 굉장하군.”


조명식 의원이 내 몸을 진단하며 눈을 빛냈다.

그는 내 몸에 박힌 장침을 하나둘 빼면서 중독상태를 살폈다.

이미 독기는 단전에 수렴된 이상 침에서는 그 어떤 중독 증세를 발견할 수 없었다.


“어제만 해도 독이 완전히 자리를 잡았거늘······ 하루아침 새 모두 사라졌어. 이럴 수가 있나?”


조 의원은 마치 신기한 장난감을 보는 듯한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마치 독기가 스스로 물러난 것처럼 말이야······.”


조 의원이 사천 제일이라고 하지만 가주만 익힐 수 있는 오독행공의 묘리를 알 수 있을 리 만무했다.

그리고 일반적인 독공으로 골수까지 뻗은 독기운을 제거하기란 무리였다.


‘이 사람이 사천 제일의 의원이란 말이지?’


조명식은 메기수염이 잘 어울리는 중년 남성이었다.

얼굴만 봐서는 나라라도 팔 간신배인데, 의술에 미쳐 40대 초반에 이미 사천지방 제일이라는 명성을 들을 정도의 명의였다.


‘그의 의술로 몸을 고칠 방법은 없을까?’


조명식이 진료를 하는 동안 나는 그의 머릿속에 담긴 의술을 하나둘 빼먹기 시작했다.

독과 암기로 유명한 당문은 의술과 야금술에 아낌없이 투자를 했다.

사천제일의원이라 불리는 조명식을 당문에 데려온 것도 그의 의술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다.

조명식이 당문을 찾아온 것은 당문이 가진 풍부한 자금과 제약 기술, 그리고 의술을 노리는 사람들로부터의 안전을 위함이었다.


‘의술은 뛰어난데······ 사람으로는 얄팍해.’


나는 조명식 의원의 의술을 살피면서 그를 품평했다.

조명식은 의술은 뛰어나나 그걸 지키거나 활용할 재능이 없는 인물이다.

거친 무림에서 힘 없는 의원의 지위는 가진 바 능력에 비하면 형편없었다.


“의원님, 좁고 굳어진 혈관을 보면 절맥증과 유사하지 않나요?”

“어? 그, 그래 그렇지.”


진기를 통한 진료를 보던 조명식 의원이 답했다.

나는 그의 머릿속의 진단 결과를 따라 읊었다.


“독으로 인한 혈맥 경화, 이로 인해 장애가 있을 수 있으며, 쉽게 지칠 수 있다. 이에 과한 운동을 삼가야 하고 식습관도 주의가 필요하다······란 말씀이시죠.”

“으, 음······ 따로 의술을 배운 적이 있나?”


내가 자신이 할 말을 대신하자 조명식이 의문을 드러냈다.


「당문이라면 그 정도 의술을 배울 수 있겠지.」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따로 배운 적은 없습니다. 그저 병실에 누워있는 동안 의원님의 말씀을 주의 깊게 들었을 뿐입니다.”


그 말이 입 밖으로 나온 게 아니라는 것은 굳이 말하지 않았다.

조명식이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감탄을 토했다.


“허, 겨우 그것만으로도 스스로 진단할 줄 알다니 머리가 보통 비상한 게 아니구나.”


한편 나는 그의 머릿속에 담긴 의술로는 현재 내 몸 상태를 치료할 수 없음을 알 수 있었다.


‘기껏 무림에서 태어났는데 무공을 사용할 수 없다고?’


체내에 담긴 독이야 통제를 하는 상황이었으나 굳은 혈맥을 당장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조명식의 의술이 사천 제일이라 불릴 정도로 깊었지만 폐쇄적인 중원의료학계를 생각하면 그가 가진 의술에 대한 지식은 협소했다.


‘의료학회의 다른 의원이라면 절맥증을 치료할 방도가 있지 않을까?’


절맥증은 의술로 치료할 수 없는 병이었다.

그러나 불치병이라 부르진 않았다.

의술로는 불가능하지만 무공으로는 치료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절정 이상의 고수가 벌모세수를 한다면 치료가 가능하단 말이지.’


임독양맥을 타통해 새로운 몸으로 만들어야 했다.

요컨대 절맥증은 환골탈태하면 치료가 가능한 병이란 말이었다.


‘말이 환골탈태지 절정 고수가 아니라면 경험해볼 수 없는 경지잖아?’


치료를 위해서는 절정고수가 자신의 선천진기까지 소모해야 가능한 일이었다.

선천진기가 일반적인 내공처럼 채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보니, 가주가 치료를 포기한 것이다.

나는 확인차 조명식에게 물었다.


“그것보다 무공을 다시 익힐 방법은 역시 없겠습니까?”

“굳은 혈도를 풀어줘야 하는데 이게 지금으로서는······.”


조명식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끝을 흐렸다. 그로서는 방법이 없었다.

나는 애써 웃는 척 입꼬리를 올렸다.


‘일단 내가 이 사실을 알고 있다는 걸 다른 사람도 알아야 해.’


무엇보다 독을 먹인 당연해의 경계심을 누그러트리기 위한 일이었다.

그러기 위해 굳이 알면서도 조명식에게 물은 것이었다.

내가 무공을 배울 수 없다는 것. 그리고 그 사실을 내가 알고 있다는 것.

이 두 가지 사실이 당연강과 당연해의 경계를 풀어줄 것이다.


‘자리를 잡기도 전에 견제를 받는 것도 피곤하니까.’


몸을 고쳐 무공을 배울 수 있거나 가주의 눈에 든다면, 당연해는 살수를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두 형제는 가장 힘없는 경쟁자인 당연우부터 뭉갰다. 이는 두 형제 후계자 경합 중 어부지리에 뒤통수를 맞지 않기 위함이었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네요.”


나는 한숨을 푹푹 내쉬며 말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의술을 배워보는 건 어떨까 생각이 드네요.”


조명식이 속한 의원부는 의독당 속해 있었다.

의독당은 독과 해독제를 연구 개발하는 곳으로 철암당과 함께 당문을 이끄는 쌍두마차였다.

당문에서도 난다 긴다하는 수석들이 모인 곳이기에 어설프게 머리 좋은 이들이 들어갈 수 없는 곳이었다.


‘의독당은 어설프게 의술을 안다고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지.’


나는 조명식을 보며 생각했다.


‘당문에 초청될 정도의 실력이면 문제가 없겠지.’


절맥증을 치료할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그 발판을 마련해줄 수 있는 사람이었다.

또 그의 의술은 당문의 핵심인 의독당에 자리 잡기 위한 교두보로 부족하지 않았다.


“네 뜻이 그렇다면 내 가르쳐 주지 못할 건 없다만······.”


조명식이 나를 위아래로 훑었다.


「상단전이 개방됐기 때문일까? 상단전이 열린 이들은 일찍이 머리가 비상하다던데······.」


그가 머리를 굴리는 게 빤히 보였다.

절맥증을 앓는 환자들 중 상단전이 개방되는 일이 간간이 있었다. 이들은 하나같이 천재성을 뽐내며 각 분야에서 나름 업적을 남겼다.

문제는 나는 절맥증이 아니란 것이었다.


「절맥증과 유사한 현상으로도 그와 같은 재능을 보일 수 있는 걸까?」


조명식의 생각이 거기까지 미쳤을 때 이미 결정이 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는 마치 실험동물을 보는 것처럼 보면서 말했다.


“그럼 내 가주님께 한번 말씀드려 보겠네.”



제자로 들어간 첫날은 그저 그의 뒤를 쫓아 의원 보조 하는 것으로 그쳤다.

조명식 의원은 진료 중간중간 자신이 왜 이런 진단을 내렸고, 이런 치료 방식을 취했는지 설명했다.

다음날부터 조명식 의원은 나에게 먼저 진료해보게끔 하고 뒤로 물러섰다.

내 진료가 틀린 부분이 있다면 뒤에서 조언하고 나설 심산이었다.

제대로 가르치지도 않고 하루 만에 바로 진료를 보는 건 마치 삼재검법을 보여주고 검기를 써보라 것과 다름없었다.


‘내가 당문에서 어느 정도 의술을 배웠다고 생각하는 걸까?’


여기서 진단을 잘못 내려 한 번도 배운 적이 없었던 것처럼 행동할 수 있었다.

애초에 의술을 따로 배운 기억이 없으니 괜한 의심을 사는 것보다는 그것이 나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굳이?’


나는 오히려 조명식의 의술 지식을 살려 적극적으로 환자들을 진료하고 치료에 나섰다.

첫 환자는 당문의 무사였다.

그는 덜렁거리는 팔을 붙들고 의원을 찾았다.


“이건 목검 비무 중 단혼검, 그것도 제삼 초식에 당한 상처네요.”


나는 무사와 조명식의 마음을 읽고 어렵지 않게 진단했다.


“그걸 어찌 아셨습니까?”


팔이 부러진 무사가 놀란 눈으로 바라봤다.

목검 비무라는 건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었지만, 비무를 직접 보지도 않은 상황에서 어떤 초식에 당한 것까지 유추한 것이 놀란 것이다.

나는 당연하다는 듯 이야기했다.


“여기 상처가 그렇게 말하고 있는데요? 뼈가 깨끗하게 부서졌어요, 그런데 피부에는 멍하나 남지 않았죠. 우리 가문 무공 중 그런 특징을 가진 건 단혼검 정도죠.”


나는 그의 팔에 부목을 대고 약을 준비했다.


“그리고 목검 비무라고 팔로 막는 건 아니지 않아요? 피했어야죠. 육혼망보라면 가능했을 텐데요? 한눈이라도 판 거 아니에요?”


나는 무사의 기억을 보면서 이야기했다.

당시 그는 평소 마음 가는 시녀를 발견하고 눈길을 빼앗겼다.

차마 여자 때문에 한눈을 팔았다고 이야기는 하지 못하고 무사는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입을 다물었다.


“뭐, 부러졌으니 한동안 무리한 행동은 금지에요. 약 처방을 해드릴 테니까 이번 기회에 그녀와 시간을 가져보던지요.”

「막내 공자님이 어떻게 안 걸까?」


무사가 우물거리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조명식 의원은 무사에게 뼈를 아물게 하는 약을 준비해 건넬 때까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완벽해. 게다가 어찌 다쳤는지까지 알다니 이게 말이 되는 일인가?」


조명식 의원은 겉으로는 근엄한 척 내 진료를 지켜보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감탄에 감탄을 거듭하고 있었다.


‘전생에 기자가 아니라 의사가 되는 것도 나쁘지 않았겠어.’


물론 다시 태어난 마당에 그런 상상은 다 부질없는 일이었다.

나는 그 뒤로도 몇 명의 환자를 더 받아 치료했다.

대부분 의원을 찾는 환자들의 상처는 크게 부러졌거나 내상을 입은 환자들이었다.

나는 그럴 때면 약 처방을 하거나 침을 놓아 약 기운을 몸에 잘 퍼지도록 치료했다.

그럴 때면 조명식이 거의 비명을 지르다 싶을 정도로 경악했다.

오후가 되자 환자가 잠시 뜸해져, 휴식 시간을 가졌다.

조명식 의원이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끝내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의술을 배운 적이 있더냐?”

「막내 공자의 진료는 나와 크게 차이가 없었다. 지망생 수준이 아니라 이미 한 사람의 의원이라 불러도 부족함이 없어.」


환자를 보는 눈도 정확했고, 약 처방도 완벽했다.

조명식 의원은 의심이 아니라 확신을 하고 있었다.


「막내 공자의 나이를 고려하면 어미 배 속에서부터 의술을 배워도 부족해. 가주님께서는 막내 공자를 의원을 키울 생각이었던 걸까?」


나는 그의 마음을 읽으며 미소를 지었다.


“따로 배운 적은 없습니다.”

“아니, 그럴 리가 없다!”


조명식이 자기도 모르게 버럭 성을 냈다.

내가 물흘러가 듯 환자를 진찰하고 치료하는 모습을 보인 탓에 빤한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뭐, 멋대로 생각하시라지.’


어차피 미리 의술을 배웠던 아니던 내 평가가 크게 달라질 일은 없었다.

그때 젊은 무사가 의원을 박차고 들어섰다. 그는 품에 파리하게 질린 노파를 안고 있었다.


“의원님! 어, 어머니가! 어머니가!”


그가 말을 잇지 못하고 당황하자 나는 침착하게 환자를 침상으로 안내했다.


“일단 이곳에 눕혀주세요.”

“아! 예!”

‘의식이 없어······.’


나는 노파에게서 원인을 찾지 못하자 거의 울 듯한 무사의 기억 속에서 노파의 상태를 읽었다.

나는 마치 환자의 안색을 살핀 척하며 말했다.


“식사 중이었나요? 기도가 막혔네요.”

“네, 어머니께서 떡을 좋아셔서······.”


나는 일단 하임리히 요법을 시도했다.

노파의 상체를 들어 끌어안았다. 이어 배꼽과 명치 중간 위치를 강하게 수 차례 압박했다.

그녀의 입에서 씹다 만 떡이 토해졌다.


‘숨을 쉬지 않아······.’


노파의 기도를 막던 이물질은 빼냈지만, 호흡이 멈췄다.

나는 급히 무사에게 소리쳤다.


“조릿대를!”

“조, 조릿대요?”


무사가 엉뚱한 표정을 짓자 나는 그를 다그쳤다.


“어서요! 길이는 손가락 한 마디 정도 끊어주고 끓는 물에 소독하고요.”

“아! 네!”


무사가 급히 답하고는 의원을 뛰쳐나갔다.


‘4~6분 동안 산소가 공급되지 않으면 뇌세포에 손상이 갈 거야.’


나는 의료용 단검으로 노파의 목 앞부분을 절개해 개구부를 만들었다.


“아니! 지금 이게 무슨 짓이냐!”


뒤에서 지켜보던 조명식이 깜짝 놀랐다. 그가 보기엔 내가 노파의 멱을 따는 것과 다름 없는 모습이었다.

나는 그의 말을 무시하고 헐레벌떡 소독한 조릿대를 낚아채듯 빼앗아 개구부에 넣었다.

노파가 조릿대의 관을 통해 숨을 토했다.

파랗게 질린 그녀의 안색이 차츰 안정을 찾았다.


“어? 어머니가? 목이 베여?”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무사가 말을 더듬었다.

그가 칼을 뽑아 부모의 원수를 갚아야 할지 아니면 고마워야 할지 파악하지 못한 상황에서 조명식이 무사를 가로막았다.


“제대로 숨을 쉬는군. 자칫 큰일 날뻔했는데 살았어.”


무사가 그 말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다만 조명식은 날카로운 시선으로 환자를 살폈다.


“듣도보도 못한 치료법이다. 이후엔 어떻게 하지?”

「이건······ 단순히 의술을 미리 배웠다는 수준이 아니야.」

“일단 호흡이 안정됐으니 꿰매야죠. 소독된 바늘과 실을 부탁드릴게요.”


죽기 전 제약회사 상무의 횡령을 취재하고자 병원을 들락거렸던 걸 떠올렸다.

출입처인 한국의료원의 도움을 받아 현대 의학에 대한 간단한 정보는 머릿속에 담겨 있었다.

기관절개술은 당시 취재에 도움을 준 외과 의사의 의료지식을 가져온 것뿐이었다.


“살을 꿰맨다고?”

“네, 화타도 종기를 빼내고자 절개를 하기도 했잖아요.”

“그런 말을 조조한테 했다가 옥사하지 않았더냐.”

“아? 그런가요? 뭐 어쨌든 결과가 중요하죠. 일단 상처를 봉하고 상태를 지켜보면 될 거 같아요.”


내 말처럼 환자의 상태가 양호하니 조명식은 가타부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게 말이 되는 일인가?」


그러나 의심은 거두지 않았다.

실제로 그의 두 눈앞에서 의술을 선보였으니 불가능하다고 말할 수도 없었다.


「당 공자는 하늘이 내린 천재······라는 말로도 부족해. 신농의 재림인가?」

‘신농(神農)?’


신농은 사람들에게 농사를 전수해 농업으로도 유명한 신이었지만, 백초의 풀을 직접 맛봐 해독하면서 의술과도 관련이 깊었다.


‘아니, 겨우 이 한수로 신까지야······.’


나는 조명식의 과대망상에 실소하곤 입을 열었다.


“이 정도야 의술 서적 몇 권 정도 읽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거 아닌가요?”

「이놈이?」

“크흠! 흠! 생각해 보니 나도 그 정도는 했지. 음음! 대단한 게 아니야.”


하루 만에 스승의 권위가 무너질 위기에 든 조명식이 애써 허세를 부렸다.


「문일지십? 뭘 가르치기도 전에 나를 뛰어넘었는데 우짜지?」

“그렇죠? 이 정도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거죠?”

“흠흠흠! 그래 누구나 그 정도는 할 수 있으니 자만해서는 안 된다!”


조명식이 내 시선을 피하며 어색하게 웃었다.

하지만 그의 생각이 빤히 보이는 나에게는 통하지 않는 허세였다.


‘퍽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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