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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람 님의 서재입니다.

아카데미 생존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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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람
작품등록일 :
2021.05.24 19:06
최근연재일 :
2021.05.24 22:04
연재수 :
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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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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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
글자수 :
15,039

작성
21.05.24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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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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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입학식.

DUMMY

드디어 서울 헌터 아카데미 입학식 당일.

지금 나는 옷장에 처박혀 있던 교복을 입고서, 거울을 보고 있다.


“정말 어릴 때 내 모습이네.”


지금까지는 정신이 없어서 잘 몰랐는데,

확실히 현대에서 보다 일곱에서 여덟 살은 어려진 것 같다.

교복 핏에 맞추어 자세를 잡아본다.


“음··· 생각보다 잘 어울리는데?”


연예인 외모까지는 아니지만 얼추 잘생김의 반열에 들만한 정도라고나 할까?

그런 쓰잘데기없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알람이 울린다.


-굿.모닝~굿.모닝~


오른쪽 주머니에서 이제는 좀 익숙해진 2G폰을 집어 들고 시간을 확인했다.


“벌써 8시네? 빨리, 출발해야겠다.”


어젯 밤, 침대에서 조금 뒤척이다 잠에 들었더니 살짝 늦게 일어난 것 같다.

가방을 들쳐 맸다.

생각해보니 오늘 굳이 들고 갈 필요 있나?

다시 가방을 침대에 냅다 던지고 서둘러 집을 나섰다.


잠시 후.


“와··· 정말 크구나..”


아카데미 정문에 다다른 나는 아카데미의 거대한 크기에 압도당했다.


“이 정도 크기일 줄은 몰랐는데”


2D와 4D의 차이는 항상 상상 이상의 결과를 보여주는 것 같다.


“거기 자네, 신입생인가?”


멍하니 서 있으니 교사처럼 보이는 지저분한 느낌의 중년 아저씨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어, 설마..?’

왠지 익숙한 느낌에, 나는 아저씨의 상태창을 보았다.


ㆍ이름: 박도환

ㆍ칭호: 광전사

ㆍ등급: A

ㆍ재능: 근접전투(A) 검술(A)

ㆍ스킬: 백산 검법(A) 백산 도끼술(A) 백산 체술(A) 백산 마나심공(A) 백산 격투법(B)···


‘역시!’

게임에 자주 나왔던 조연이다.

앞으로 3년동안 서울 헌터 아카데미에서 주인공 일행의 담임을 맡을 뿐만 아니라, 과거에 한국 최대 길드 백산 소속으로 최전방에서 활약하던 사람이다.


참고로 한국에서 정석적인 절차로 성장한 대부분의 헌터들은, 백산 길드의 백산 스킬 혹은 헌터협회의 제국 스킬을 배운다.


“네, 신입생입니다. 아카데미에 오는 것은 처음인데, 혹시 강당이 어디 있는지 가르쳐주실 수 있으십니까?”


나는 3년동안 볼 선생님에게 예의를 지켜 질문했다.

솔직히 초창기부터 밉보이면 나중에 피곤해진다.


“쯧, 저기로 가다 보면 원통 형 건물이 보일거다. 거기가 강당이다.”


왠지, 박도환의 목소리에는 귀찮음과 짜증이 덕지덕지 붙어있다.


"아, 감사합니다."


하지만 나는 마지막까지 공손하게 인사를 드렸다.

'이쪽이라고 했지?'

그리고 박도환이 가르쳐준 길을 따라 걸어가기 시작한다.


“늦지는 않았는데···”


입학식 시작 5분 전인데, 좌석이 거의 꽉 차 있다.


“왠지 오는 길에 학생이 안 보이더라니.”


라고 중얼거리며, 나는 빈 좌석을 찾아서 털썩 앉았다.


-아. 아.


잠시 후, 교장 선생님의 지겹고 무료한 훈화 말씀이 입학식의 시작을 알렸다.


“하아아아암!”


나는 손으로 입을 가리고 연거푸 하품을 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몇 년은 된 20대 중반인데, 교장 선생님의 훈화말씀은 여전히 지겨운 것 같다.

'내가 철이 덜 든 건지. 저 교장 선생님 목소리가 특히 지겨운 건지.'

그런 생각을 하던 나의 눈이 서서히 감긴다.


“너도 지겹지?”


갑작스럽게 들리는 목소리.

‘아, 졸았나?’

나는 마치 전혀 졸지 않았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목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나에게 말을 건 사람은 나와 똑같이 오늘 입학한 신입생.

갈색 머리에 갈색 눈동자의 소년이었다.


“그러게, 지겹네. 후우.”

“으흐흐, 선배들도 우리 아카데미 입학식은 강제 수면식이라더라. 안녕! 나는 '김한슬'.”

“김한슬? 그래, 나는 정현우.”


현우는 통성명을 하면서, 슬쩍 김한슬의 상태창을 보았다.


ㆍ이름: 김한슬

ㆍ칭호: 은밀한 손길

ㆍ등급: C

ㆍ재능: 암살(A) 검술(B)..

ㆍ스킬: 정보습득(C) 암살(C) 검술(D)..


‘역시 내가 아는 그 김한슬인가?’

현우가 기억하는 김한슬은 비중이 큰 조연은 아니지만, 국제 정보단체 ‘칼럼’의 일원이다.

시나리오를 진행하다 막힐 때 말을 걸면 시나리오를 헤쳐나갈 힌트를 주고는 했다.

‘그것도 초반부까지지만.’


"외국인이야?"

"아니, 혼혈."

"헤에... 신기하네."


어쨌든 친분을 다지면 도움이 될 것이라 판단한 현우는 한슬이와 대화를 나누었다.

그렇게 대화를 나누다 보니, 어느 순간 교장 선생님 대신 신입생 수석과 차석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저기 봐! 저기 수석인 남자애가 ‘김성현’이고, 옆에 차석인 여자애가 ‘임아영’이야. 아영이 진짜 예쁘지 않아?”

“어어.”

"그러지 말고 한번 봐봐! 내가 제대로 꼬시면 넘어 오겠지?"

"어어."

"그렇지? 내가 외모 하나는 기가 막히니까!"


나는 호들갑을 떠는 한슬이의 말을 대충 흘러 넘기며, 선서를 하고 있는 선남선녀를 바라본다.

‘상태창.’

ㆍ이름: 김성현

ㆍ칭호: 영웅 후보

ㆍ등급: C

ㆍ재능: 검술(S) 백마법(S)···

ㆍ스킬: 기초검법(C) 기초마나심법(C) 기초마법영창(C)···


ㆍ이름: 임아영

ㆍ칭호: 대마법사의 딸

ㆍ등급: C

ㆍ재능: 마법(S) 검술(A)···

ㆍ스킬: 제국마법영창(C) 제국마나심법(C) 기초검법(D)···


“주인공인가..”

“어? 뭐라고? 못들었어.”

“응? 아아. 아무것도 아니야.”


나는 한슬이에게 얼버무리며 정면으로 시선을 고정했다.

‘본래 주인공은 그대로구나.’

주인공인 김성현과 히로인인 임아영은 상상 속 모습 그대로였다.

'상태창도 게임 시작 할 때 보던 그 상태창 그대로네?'

항상 화면으로만 보던 캐릭터를 이렇게 실제로 보게 되니, 마음이 싱숭생숭해진다.

나는 상태창을 자세히 관찰했다.

‘김성현은 고아 출신이니, 아직까지는 제국검법이나 백산검법을 배울 기회가 없었겠지.’

그에 반해 임아영의 아버지는 한국 헌터 협회의 S급 헌터 임도영.

엄청난 금수저 집안이다.


저 둘은 게임 초반에는 서로를 라이벌이자 경쟁자로 여기지만, 결국 서로에게 등을 맡기다가 서서히 마음이 끌리고, 심지어 결말에는 결혼까지 한다고 들었다.

물론 현우도 그저 들은 것이다.


이 게임의 끝을 본 사람 따위 존재하지 않으니까.

‘뭐, 제작사 공지였으니까 맞겠지.’


-아. 아. 그럼 이것으로 제 97회 서울 헌터 아카데미의 입학식을 마치겠습니다.


어느새 입학식이 끝이 난다.


“야, 현우! 피방이나 갈래?”

“미안, 오늘은 좀 바빠서. 다음에 가자.”

“그래? 어쩔 수 없네. 낼 보자~!”


한슬이를 보낸 나는 빠른 걸음으로 아카데미에서 멀어졌다.

사실 어제까지만 해도 딱히 오늘을 위해 정해둔 일정은 없었지만.


“성공할 수 있을까?”


어젯밤, 백아민을 구하고 문득 떠오른 생각이 있다.


“내가 왜 백아민을 구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을까?”


간단하다.

어차피 백아민은 죽을 운명이기 때문이다.


게임은 항상 백아민의 죽음과 입학식으로 시작했다.

이것은 플레이어가 간섭 할 수 없는 부분이다.


“하지만, 구했지.”


하지만 여기는 게임이 아닌 현실이다.

어제 저녁, 나는 생각했다.


내가, 고정관념에 사로 잡힌 것은 아닐까?

하고.


그래서, 지금 나는 이곳으로 왔다.


“여기 어디였는데..”


아카데미에서 1시간 정도 거리의 산을 오르던 나는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짹!


"여긴가?"


소리가 들린 곳의 풀을 들춰보니, 새끼 참새 한 마리가 보인다.


그 참새의 한쪽 다리를 보니, 살짝 어긋난 방향으로 꺾여있었다.

참새의 다리를 관찰하며, 미리 준비해둔 얇은 붕대를 안주머니에서 꺼냈다.

조심스럽게 참새를 손 위에 올린다.

겁에 질렸는지 참새가 부르르 떠는 것이 손을 타고 느껴졌다.


“괜찮아, 괜찮아”


붕대로 참새의 다리를 감는다.

붕대를 쓰는 것은 처음이지만, 어차피 일자로만 고정해 줘도 금방 회복할 것이다.


이번에는 반대쪽 안주머니에서 자그마한 주머니를 꺼냈다.

그 주머니에는 한웅큼의 쌀이 들어있다.

쌀을 한 톨씩 들고 참새의 입에 하나둘 넣어준다.


그렇게 겨우 10분 정도 지났을까?

갑자기 참새가 두발로 벌떡, 일어난다.

참새는 나에게 절도 있게 고개를 숙이고는 힘차게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아무리 봐도 평범한 참새는 아닌 것 같단 말이지..”


그렇게 중얼거리며, 편하게 누워 풀숲에 몸을 맡겼다.

이제 그냥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다시 10분 정도 흘렀을까.

짹! 짹!

참새가 지적이는 소리에 몸을 일으켰다.

눈을 돌리니 참새의 부리에 물려있는 십원짜리 동전 정도 크기의 동그란 단약이 보인다.

나는 저도 모르게 손을 내밀었고,

참새는 내 손바닥에 단약을 픽!하고 뱉어내고는 다시 날아갔다.


손바닥에 놓인 단약을 보는 나의 눈동자가 떨리기 시작한다.


“정말··· 성공했어···!”


이것은 내가 아는 또 다른 히든피스다.

본래 게임에서 히든피스로 한번 능력을 얻으면 더 이상 히든피스로는 능력을 얻을 수 없었다.

게임에서였다면, 저 참새는 치료를 받고 날아가서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을 것이다.


“하하하...”


나는 드디어 제대로 된 희망을 느꼈다.

만약 암흑 에너지 하나만으로 버텼으면, 5번째 시나리오나 6번째 시나리오에서 죽었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히든피스를 독식한다면?


“최소한 7번째 시나리오까지는 버틸 수 있겠어!”


주인공과 힘을 합치면 결말까지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마친 나는 단약을 입 안에 털어 넣었다.


꿀꺽.

“으음···”


통증은 있지만, 버틸만 하다.

살짝 겁이 나서, 양반다리로 앉아서 두 눈을 질끈 감고 이를 악물었다.

다행히 저번처럼 쓰러지거나 미치도록 아프지는 않았다.


“상태창.”


ㆍ이름: 정현우

ㆍ칭호: 무

ㆍ등급: E

ㆍ재능: 검술(E)

ㆍ스킬: 암흑에너지(EX) 무한한 혈액(패시브) 달리기(E) 기초검법(E)


스킬이 하나 추가되었다.


무한한 혈액.

패시브 스킬이다.

게임에서는 출혈 데미지를 막는 용도로 쓰였다.

솔직히 그렇게 좋은 스킬은 아니다.

그냥 혈액의 용량이 무한하게 증가할 뿐이다.


“하지만 만약 그 스킬과 함께 쓴다면...”


엄청난 시너지 효과가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시간을 확인했다.


“오후 3시면... 시간은 되겠는데?”


시간을 확인한 나는 다시 산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다시 해가 지기 시작하는 오후.


지금 내가 온 곳은 서울의 뒷면이라 불리는 판자촌.

몬스터들 때문에 생긴 수많은 난민들이 생계를 이어나가는 곳이다.

‘끔찍하군.’

길거리에서 헐벗은 여성들이 손을 흔들고, 아이들이 밥그릇을 들고 구걸을 한다.

‘지금 나는 아무도 구할 수 없다.’

나는 이를 악물고 그들을 필사적으로 외면하며, 걸음을 옮겼다.


나의 눈에 어렴풋이 목적지가 보이기 시작한다.


판자촌의 중심에 있는 오래된 우물.

당연히 이렇게 판자촌까지 온 목적은 이 우물에 있는 히든피스이다.


우물의 앞에 서서, 암흑 에너지를 우물의 안으로 밀어 넣는다.

암흑 에너지에 감각을 집중한다.

덜컥!

‘찾았다!’

암흑 에너지로 우물 밑바닥에 있던 물체 하나를 끌어올렸다.

그 물체가 손에 쥐어진다.

눈에 들어오는 평범한 단검.

겉보기에는 특별한 문양이나 글자 하나 없는 투박한 단검이다.

여기저기 이가 나간 날과 먼지가 묻은 손잡이는, 이 단검이 오랜 기간 사람의 손을 타지 않았음을 보여주었다.


나는 단검을 품에 넣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여기서 스킬을 취했다가는 객사하겠네.’

그렇게 나는 다시 왔던 길을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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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 작성자
    Lv.93 zdsaafa
    작성일
    21.05.27 00:40
    No. 1

    아..검술이 너무 많다.
    만약 주인공이 무기를 사용헌다면 제발 다른 무기를 부탁하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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