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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수갑의 서재

신선인데 용병이었습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도수갑
그림/삽화
멜떡
작품등록일 :
2021.03.21 22:11
최근연재일 :
2021.05.06 19:01
연재수 :
37 회
조회수 :
18,792
추천수 :
302
글자수 :
205,289

작성
21.04.22 18:55
조회
3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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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3쪽

신선인데 용병이었습니다 29화

DUMMY

29화


‘역시···.’


차분하기 그지없는 지훈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아나스타샤가 생각했다.


‘생각 이상으로 강해···. 어쩌면 M1급 이상 일지도···.’


드미트리의 태도에 화가 난 것은 그녀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먼저 손을 쓰지 않은 것은 드미트리를 확실하게 제압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드미트리는 신체 개조 시술을 받은 사이보그로 용병 등급으로 비교하면 최소 M2급의 전투력을 지닌 개조 사이보그였다.


당연히 육체 강화 등급이 A인 용병은 드미트리를 저렇게 일방적으로 두들겨 팰 수 없었다.


‘A가 아니라는 거지.’


대외적으로 알려진 이지훈의 육체 강화 등급은 A지만 아나스타샤는 내심 그럴 리 없다고 생각하고 있긴 했었다.


왜냐면 지금껏 그녀의 능력으로 금색이 나온 사람은 이지훈을 포함해 단 두 명뿐이었는데 다른 한 명이 러시아의 전설적인 GM급 용병인 니콜라이 그라체프였기 때문이었다.


니콜라이 그라체프는 아나스타샤의 대부로 친딸처럼 그녀를 아껴 주었던 것은 물론이거니와 그 능력 또한 대단하여 그녀에게 금색을 띠는 사람은 어떻게든 친해져야 할 사람으로 인식되어 있었다.


‘신기한 사람이란 말이야.’


그녀 또한 지훈에 대해 조사 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외부에 드러나 있는 그의 성장 배경은 너무나도 평범했다.


게다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외부 활동의 흔적이 없었다.


공식적으로 확인된 기록도 13세 때의 시스 시술로 인한 초기 등급과 MKO에 입학하기 위해 새로 갱신한 거짓 기록뿐.


어린 나이에 혼자서 인접 국가로 출국한 기록이 있긴 했지만 그때 지훈이 어디서 무얼 했는지까지 알아내기는 어려웠다.


아무튼 양파 같은 남자였다.


지훈과 아나스타샤는 헬기를 탄 채로 도시 이곳저곳을 이동하며 박하나를 찾는 중이었는데 사실상 그녀가 하는 일이라곤 아무것도 없었다.


이지훈이 어떤 방식으로 박하나를 찾고 있는지는 몰라도 아니라고 하면 방향을 틀어 다른 곳으로 이동하고 있을 뿐이었다.


“이쪽도 아니군.”


그렇게 여덟 번째로 도착한 검문소 근처에서도 박하나를 발견하지 못하고 아홉 번째 검문소로 향했다.


납치범들이 도시를 빠져나가기 위해선 어떻게든 검문소를 지나가야 했기 때문에 굳이 도심 중앙을 들쑤시기보다 검문소 주변을 먼저 수색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열세 번째 검문소에서 박하나 특유의 파장을 찾아낸 지훈이었다.


“찾았다.”


찾았다는 말에 아나스타샤가 근처 빌딩 옥상에 헬기를 착륙시키려 했지만 지훈이 만류했다.


“그럴 필요 없어.”


“뭐? 왜?”


그러더니 대답도 하지 않고 곧장 혼자 헬기에서 뛰어내려 버렸다.


아나스타샤가 이미 뛰어내려 땅으로 추락하기 시작한 지훈의 모습을 멍하니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여기 상공 500m야···.”


아나스타샤가 놀라든 말든 경신술로 몸을 가볍게 만든 뒤 쾅 소리를 내며 훌륭하게 착지에 성공한 지훈이 곧장 박하나가 감지된 건물 지하로 빠르게 이동하기 시작했다.


‘저기는···.’


지훈이 지도를 떠올리며 위치를 확인했다.


‘14번 벙커군.’


안전가옥까진 미리 수배하지 못했는지 평시에 사용할 일이 없는 벙커에 숨어 있었던 것이다.


저들이 무슨 생각으로 벙커에 숨어들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14번 벙커의 출구는 한 곳밖에 없었다.


벙커 내부에서 침입하려는 사람을 저지하기 좋은 구조이기도 했지만 다르게 보면 그들이 도망치기도 어렵다는 말이었다.


‘오히려 좋아.’


그로선 환영할 만한 상황이었다.


‘속전속결.’


지훈이 순식간에 벙커로 들어가는 출입구 근처에 도착했다.


‘경계조인가?’


일반인인 척 주위를 어슬렁거리며 벙커 쪽을 살피는 한 명이 그의 감각에 포착됐다.


러시아엔 아시아계 인종도 많이 살고 있었기 때문에 단순히 인종만으로 납치범이라 단정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날카로운 지훈의 감각은 이들이 납치범 일행이라 확신하고 있었다.


‘신체 개조 시술을 받은 일반인이 우연히 이 벙커 주변을 산책하고 있을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


답은 뻔했다.


‘0이지.’


전광석화처럼 몸을 날린 지훈이 수상한 인물을 제압해 바닥에 쓰러뜨렸다.


경계조로 편성된 인원이 더 있을 가능성이 없지는 않았지만 중요한 건 박하나가 벙커 안쪽에 있다는 사실이었다.


내부로 향하는 통로엔 클레이모어류의 트랩들이 몇 개 설치되어 있었다.


“하···. 짜증나는군···.”


영석을 구하지 못한 탓에 다시 영기를 쌓기도 힘든데 아무래도 어느 정도는 출혈을 각오해야 할 듯싶었다.


태청기공을 극성으로 끌어올린 지훈이 곧장 내부로 진입했다.


통로에 들어서자마자 화약 터지는 소리와 함께 쇠구슬이 지훈의 몸을 벌집으로 만들기 위해 날아들었으나 전신을 방어하고 있는 태청기공을 뚫어내지 못하고 힘없이 바닥에 떨어질 뿐이었다.


중세의 창기병 뺨치는 돌격력으로 밀고 들어간 지훈이 트랩을 격발하고 도망치던 용병의 목을 젓가락 부러뜨리듯 꺾어버렸다.


웬만하면 살생은 자제하려 노력하는 편이었지만 짙은 살기를 뿜어내는 모습을 보니 굳이 이런 자들의 목숨까지 살려줄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정보를 캐기 위해 두 명 정도만 남겨 놓고 싹 다 죽여버릴 생각이었다.


‘도망간 인원이 7명이라고 했었지.’


마침 안쪽에서 느껴지는 기운도 정확히 여섯 명이었다. 박하나를 제외하면 다섯 명이니 인원도 딱 맞았다.


성인 남자 4명 정도는 한 번에 지나갈 수 있을 법한 넓은 통로였지만 처음 트랩을 격발하고 목숨을 잃은 용병을 제외하면 전부 벙커 안쪽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마침내 벙커 내부로 들어가는 커다란 철문 앞에 선 지훈이 망설임 없이 문을 열어젖혔다.


지훈의 시야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그를 정조준한 상태로 겨누어진 다수의 총부리들이었다.


그런데 무슨 생각인지 용병들을 총구만 겨냥한 채 격발을 하지 않고 있었다.


“뭐하지? 안 쏘나?”


지훈이 일부러 한국어로 크게 말했다. 그러자 안쪽에서 읍읍거리는 소리가 작게 들려왔다.


‘저기 있군.’


역시 연구실에서 필요로 하는 귀한 실험체 신분이라 그런지 박하나는 멀쩡해 보였다.


안 쏘냐는 지훈의 물음에 용병 한 명이 총구를 바닥으로 내리며 능숙한 한국어로 답했다.


“우린 이 일에서 손을 떼겠다.”


자신들의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듯 일제히 총구를 내린 용병들이 박하나의 포박을 풀어 스스로 지훈에게 갈 수 있도록 풀어주었다.


오랫동안 포박당해 있었던 탓에 다리에 힘이 풀린 듯 박하나가 절뚝거리면서도 빠르게 걸어와 지훈의 품에 안겼다.


지훈이 그녀의 입을 막고 있는 테이프를 아프지 않게 뜯어내 주었다.


“오빠···.”


러시아에 오기가 무섭게 또 험한 꼴을 당한 박하나가 지훈의 품에서 울먹거렸다.


“좀 늦었네.”


박하나를 품에서 떼어 놓은 지훈이 다시 몸을 일으켜 용병들을 쳐다보며 말했다.


“손을 떼겠다고?”


“그렇다. 우리는 맨몸으로 클레이모어를 맞고도 멀쩡한 각성자와 싸워 개죽음당하고 싶지는 않다.”


지훈이 트랩을 그냥 몸으로 맞으며 뚫고 들어온 것이 인상적이었는지 용병들이 죽고 싶지 않다는 솔직한 의견을 피력해왔다.


일견 납득 가능한 이유였다.


“그래? 그럼 내 뒤에 서 있는 이 친구만 다르게 생각하는 건가?”


지훈이 여전히 정면을 바라보며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로 몸만 살짝 옆으로 틀어 수도로 허공을 빠르게 꿰뚫었다.


“커허···. 크허억···.”


그러자 바람이라도 빠진 듯한 신음소리와 함께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보였던 지훈의 뒤편에서 팔에 가슴이 꿰뚫린 사람 한 명이 공간에 파문을 일으키며 그 모습을 드러냈다.


지훈이 팔을 뽑아내자 그를 기습하려 했던 용병의 몸이 실이 끊어진 인형처럼 바닥에 아무렇게나 널부러졌다.


심장이 터져 즉사한 것이다.


지훈이 불쾌하다는 듯 팔에 묻은 피를 털어내며 서늘하게 중얼거렸다.


“이건 의미 있는 죽음인가?”


“이런 젠장!”


사실 용병들은 그를 방심하게 만든 뒤 암살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혼자서 트랩을 뚫고 들어오는 모습을 보고 만만치 않은 상대라 생각해 머리를 쓴 것인데 안타깝게도 그들의 밥줄인 은신술이 통하지 않았던 것.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자 용병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공격해!”


그러나 애초에 외국인 러시아에 몰래 침입한 탓에 장비도 변변치 않았고 은밀하게 박하나만 빼내어 탈출할 계획이었는지 용병들의 전투력은 형편없었다.


용병들은 몇 분도 채 지나지 않아 전부 가을바람에 흩어져 떨어지는 낙엽들처럼 한 명씩 땅바닥에 몸을 뉘었다.


전과는 달리 손속에 자비를 두지 않아 살아남은 인원은 단 둘뿐이었다.


‘이런 조무래기들한테 뚫릴 정도라니···.’


보안 수준이 형편없었다.


밖으로 나가니 마침 아나스타샤가 연구소 소속 보안 직원 몇 명을 대동한 채 벙커 입구에 도착하고 있었다.


“다행이야!”


박하나가 무사히 돌아온 모습을 확인한 아나스타샤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기뻐했다.


“벙커 안에 제압해 놓은 용병들이 있어. 일단 데리고 연구소로 돌아가자.”


어떻게 처리할지는 아직 생각해두지 않았지만 일단 용병들이 알고 있는 정보라도 캐낼 생각이었다.


연구소로 돌아온 지훈이 박하나를 아나스타샤에게 맡겨 놓고 취조실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방에서 여전히 기절 중인 용병을 깨웠다.


점혈로 뇌호혈을 막아 정신을 잃게 만들어 놓은 것뿐이었기에 깨우는 것도 간단했다.


뇌호혈같이 뇌에 영향을 주는 혈을 오래 점혈할 경우 부작용도 컸기 때문에 상대방을 아예 망가뜨릴 생각이 아니라면 빨리 풀어주는 편이 좋았다.


정신을 차린 용병이 흐리멍덩한 눈으로 주변을 살폈다.


“으···. 어···?”


지훈에게 한국어로 말한 바 있는 용병이었다.


처음에 흐리멍덩했던 눈빛은 시간이 지날수록 또렷해졌고 1분 정도가 경과하자 완전히 총기를 되찾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정신을 차렸나?”


차가운 지훈의 목소리를 들은 용병이 침을 크게 삼키고 대답했다.


꿀꺽


“그···. 그렇다.”


“귀찮게 두 번 묻지 않을 거야. 네 친구가 다른 방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당연히 거짓을 말해서도 안 돼. 알아들었겠지?”


벙커 안에서 자신의 팀원들을 도륙하던 지훈의 모습을 떠올린 용병이 식은땀을 흘렸다.


마음을 가다듬은 용병이 침착하게 대답했다.


“알아들었다.”


고개를 주억거린 지훈이 하나씩 질문하기 시작했다.


“블랙 마켓 소속인가?”


“그렇다.”


“이번 일은 어떻게 해서 맡게 된 거지?”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마켓의 모든 의뢰는 블랙보드에 게시된다. 난이도와 보수가 공개되어 있는 임무에 개인이나 팀이 신청해 의뢰를 맡게 되면 자세한 내용이 하달되는 방식이다.”


“흠. 그래?”


‘마치 게임 같군.’


블랙 마켓 쪽에서 소속 용병의 신원을 전부 관리하고 있으니 가능한 방식이었다.


“그럼 하나를 납치하는 의뢰의 내용은 어땠지? 보수나 난이도는?”


“D등급 의뢰였다. 연구소에 침입해서 어린아이 한 명만 데리고 돌아오면 된다는 간단한 내용이었지. 보수는 200PT였다.”


PT는 블랙 마켓에서 독자적으로 사용하는 가상 화폐로 1PT가 한화로 10만 원 정도의 가치를 가지고 있었다.


‘보수가 2000만 원에 난이도는 D등급이라···.’


난이도는 가장 낮은 등급인 F부터 가장 높은 S등급까지 있었다.


‘10명이라고 했으니 200만 원을 벌기 위해 목숨을 건 건가.’


새삼 이전에 화랑도에 침입한 용병들이 받은 의뢰의 내용이 궁금해진 지훈이었다.


“임무를 맡긴 의뢰자에 대해서 아는 건 없나?”


“의뢰는 철저히 블랙 마켓을 우회해서 하달되기 때문에 의뢰자에 대해선 알 수가 없는 구조다. 금(金)급 용병이라면 알지도 모르겠지만 말이야.”


자신은 최하위 등급인 동(銅)급 용병이며 블랙 마켓의 용병은 동급, 철급, 은급, 금급으로 나뉜다고 설명했다.


정말로 살아서 돌아가고 싶은지 용병은 묻지 않은 내용까지 상세히 설명해가며 지훈의 블랙 마켓에 대한 이해를 적극적으로 도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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