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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llita

Rom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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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llita
작품등록일 :
2013.06.22 21:02
최근연재일 :
2013.06.27 18:57
연재수 :
2 회
조회수 :
414
추천수 :
15
글자수 :
5,831

작성
13.06.22 21:21
조회
240
추천
1
글자
6쪽

(000. 통보

DUMMY

그녀가 떠났다.



사실, 그는 이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며칠 전 그녀가 문자메세지로 이별통보를 날렸을 때부터 그랬다. 그는 그 문자를 그녀의 허튼 투정 정도로 치부했고, 답장은 하지 않았다. 그녀와 그 사이에 그리 많은 교류가 있던 것도 아니기에 그의 생활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는 평소와 같이 클라이언트들을 접대했고, 서류를 작성했으며, 술 한 잔으로 불면의 밤을 달랬다. 그가 간혹 그 잔에 타곤 하는 하얀 가루의 출처와 정체는 묻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가 그 사실을 확실히 깨달은 것은 문자가 온 지 정확히 삼 일 후였다. 그와 그녀는 연락을 별로 하지 않는 대신에 일주일에 하루 만나는 날만은 칼같이 지켜왔다. 그 외에 따로 만나는 시간은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했다. 그리고 이번 주는 그녀가 오는 주였다. 밤 11시까지 기다리고 나서야 그는 생각했다. 이건 뭔가 잘못됐다, 고.

그는 소파 앞 탁자에 올려둔 핸드폰을 집어들었다. 그녀에게 연락하기 위해 문자메세지로 들어가 스크롤을 한참 내렸다. 마침내, 그녀의 이름에 도달했을 때 보이는 그녀의 최근 메세지.


「헤어지자」


그는 아주 약간의 움직임도 없는 채로 그 네 글자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헤, 어, 지, 자, 너무도 짧은 그 네 글자. 그는 그것을 웃음으로 넘기려 했다.

아, 또 오타를 냈네. 사용법이 익숙지 않다고 하더라니. 쓰는 자판이 쿼티였나, 천지인이었나? ㅅ과 ㅎ이 같은 자판에 있는 걸 뭐라 부르지? 분명 ㅅ이 ㅎ으로 눌린 걸거야, 아니면, ㄷ을 누르려다 ㅈ을 누른 걸 수도 있고. 그럼 뭐가 되지? 헤어지다? 헤어지자? 헤어치다? ㅁ을 빼먹었나, 그럼 헤엄치다, 인가...


그는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긁었다. 그는 그녀가 이러는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그는 아무것도 흠잡을 것이 없는 연인이었다. 돈도 많았고, 차도 있고, 키는 컸으며, 얼굴도 그럭저럭 된다. 선물도 자주 하고, 일주일에 한 번 만날 때는 오로지 그녀에게 집중했다. 반드시 호텔로 그녀를 안내했으며, 불만족스러운 잠자리도 아니었다고 확신한다.

그는 다시 핸드폰의 화면을 바라보았다.


「헤어지자」


네 글자가 여전히 선명하게 나타나있다. 그는 답장을 보내보기로 했다. 사흘 전의 연락이라는 것이 조금 신경쓰이기는 하다만, 그는 항상 그러했으니 그녀도 이해해줄 수 있을 것이다.


「왜 그래?」


전송 버튼을 누른 그는 탁자를 톡톡 두들겼다. 그의 답장이 늦는 만큼 그녀의 답장도 항상 늦었지만, 그는 왠지 그녀가 바로 연락을 해 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는 소파에서 움직이지 않고 가장 오랫동안 편안하게 앉아있을 수 있는 자세를 취했다.

아니나다를까, 곧 화면에 그녀의 사진과 이름이 떠오르며 벨소리가 울렸다. 그는 전화를 받았다. 수화기 너머의 그녀에게선 아무런 말이 없었다.


"왜 그래, 갑자기. 무슨 일이야?"

- 봤으면서 왜 물어?


수화기 너머의 그녀는 감정이 격해져있는 것 같았으나, 말투만은 차분했다. 그가 만나는 그녀와 간혹 연락하곤 하는 그녀의 친구들이 말하는 그녀는 상당히 달랐다. 그리고 이것이 그가 아는 그녀였다.


- 내가 연락을 한 게 언젠데 답장이 지금 올 수가 있어?

"미안, 미안해. 나 바쁜 거 잘 알잖아, 자기. 평소에는..."

- 자기라고 부르지 마. 당신이랑 나, 이미 헤어졌어.

"난 아직 동의하지 않았잖아."

- 하,


그녀 특유의 비웃음 소리였다. 그는 조금 빈정이 상했지만 그녀가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봐, 난 이렇게 좋은 남잔데 어째서?


- 이봐, 당신. 침묵은 긍정이야, 몰라? 바로 연락했으면 그래도 철회할 가능성이라도 있었지, 사흘 뒤, 그것도 밤 열한 시에 연락을 하고선 뭐? 지금 장난하자는 거야?

"아, 제발. 내가 그런 말투 싫어하는 거 알잖아, 자기... 아니, 당신."


그녀가 다시 한 번 콧웃음을 쳤다. 그는 끓어오르는 화를 식히며 숨을 골랐다. 오늘의 그녀는 좀 이상했다. 제멋대로에 충동적이고 자제하지 못한다. 그는 그녀가 술을 마셨다고 확신했다. 그렇다면 모든 것이 이해가 간다. 그는 최대한 다정하게 그녀를 달랬다.


"저기, 술이 많이 취한 것 같은데 말이야. 일단은 한 숨 자고, 나중에 다시 얘기하자."

- 지랄하네. 왜, 또 일주일 지나고 연락하려고? 어련하시겠어, 그 잘나가는 당신인데! 야, 난 지금 아주 말짱하게 제정신이고, 술은 한 모금도 안 마셨어! 얌전히 응, 응 하니까 사람이 핫바지로 보이냐!?

"진정해, 제발."


그녀에게선 거친 숨소리만 들렸다. 화를 참고 있는 것이겠지. 그는 이 참에 그녀가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잠자코 기다렸다. 이윽고 그녀는 다시 입을 열었다. 그가 바라던 말은 아니었다.


- 제발. 헤어지자, 이젠.

"당신,"

- 더는 못 버텨. 정말이야.


그녀의 말투는 차분했다. 차라리 체념에 가까운 말투였다. 그는 더 이상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녀와 헤어지고 난 뒤의 자신이 어떻게 될 지는 알 수 없는 것이지만, 거의 만나지 않고 살아왔던 삼 년 간의 세월 동안 괜찮았으니 앞으로도 괜찮을 것이라는 근거 없이 확신했다.


"...미안했어."

- 진심 아니란 건 알지만, 이제라도 들으니 후련하네... 그럼 끊을게.


그렇게, 전화가 끊겼다.


진심이었다고는 말해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을 것이다. 그는 등받이로 몸을 기댔다. 짧은 통화 이외에는 한 것이 없는데 몸이 축축 늘어졌다. 내일은 토요일이다. 그러고보니 그녀와 함께 휴일을 보낸 적이 몇 번이나 있더라? 그는 고개를 흔들어 상념을 털어냈다.



이제는, 정말로 혼자다.


작가의말

프롤로그라지만 짧게 쓰려고 했는데 길어졌습니다.

의미 없는 감정의 소모와 충돌을 좋아해요.

시험이 이주도 안 남았는데 이러고 있네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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