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진필명의 글방

무당유룡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진필명
작품등록일 :
2011.03.29 09:54
최근연재일 :
-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302,177
추천수 :
1,070
글자수 :
30,180

작성
10.07.15 08:27
조회
48,504
추천
129
글자
8쪽

무당유룡 1 비룡현의 봄날1

DUMMY

武當遊龍




1 비룡현의 봄날


호북의 끝자락, 남으로는 장강이 흐르고 북으로 비룡산이 병풍처럼 둘러 있는 비룡현.

원래는 소오산, 소오현이라 불렸다.

그런데 오래 전, 하늘을 날고 구름을 부리는 신선 같은 도사가 소오산을 비룡이 나는 형상이라 하며 큰 인물이 날 것이라 공언했다.

그 이후 산 이름과 마을이름이 바뀌었다.

하지만 비룡현은 여전히 큰 인물은 고사하고 수십 년 동안 향시鄕試 급제자조차 나오지 않은 작은 촌락일 뿐이었다.


비룡현의 나루에는 책 봇짐을 진 두 소년이 배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 소년의 눈매는 봉목이라 해도 좋을 만큼 차분했고, 다른 소년은 눈동자가 사방으로 흔들리며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유룡아, 정림서원은 텃세가 심하기로 유명하다던데 첫날이라고 신고식을 하라면 어쩌지?”

소년의 불안은 바로 그것이었지만 유룡이라 불린 아이는 뒷짐까지 진채 담담한 눈빛으로 먼 산을 보며 말했다.

“첫 대면인데 상견례는 해야지.”

유룡의 무심한 대답에 소년의 안면은 와락 구겨졌다.

“흥, 점잖은 상견례라면 걱정도 안하지. 연못에 빠트리고 먹물을 먹이는 건 약과고 심하면 똥통 속에 들어가게 한다더라.”

소년이 조금 살을 보태서 겁을 주자 유룡은 가가대소했다.

“하하하하! 자식들 재미나게 노네. 먼저 하면 해야지. 하지만 우리만 하라면 절대 못하지.”

소년의 입꼬리가 길게 찢어지며 얼굴이 활짝 펴졌다.

“정말이지? 공부만 하는 샌님들이 거칠어 봐야 너만큼이야 하겠어? 네가 그 더러운 눈매로 눈을 부라리면 다들 꼬리를 내릴지도 몰라.······그런데 떼로 덤비면 어떻게 하냐?”

유룡이 빙그레 웃었다.

“소보야, 지난 번 비룡산에 갔을 때 들개 떼가 달려들었지?”

“응, 네 발길질에 대장 개새끼가 뻗으니 개새끼들이 몽땅 깨갱대며 도망치더라.”

“그것 봐, 굶은 개떼도 그런데 사람이 개 보다 더 용감하다고 생각해?”

“아니, 개가 더 용감하겠지. 그런데 사람이랑 개는 달라. 사람은 의리라는 게 있잖아.”

“그럼 내기 할까?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지면, 난 대장 한 놈만 해치우면 딴 놈들은 꼬리 내린다는 쪽에 걸게.”

소보는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난 네가 하나를 해치우면 둘 정도가 함께 덤빈다는 데 걸겠어. 지는 사람이 이긴 사람 명령 하나 들어 주기, 어때?”

“좋아.”

“약속을 어기면 똥구멍에 털 난다. 퉤 퉤 퉤.”

두 소년은 손가락을 걸고 침까지 뱉으며 서약했다.


마침 나룻배가 들어 왔다.

유룡은 가장 먼저 사공에게 동전 한 문을 내밀고 배에 올랐다.

사공이 인사를 건네 왔다.

“아이구, 유룡 도련님 아니십니까? 서원가시나 봅니다.”

“예, 아저씨. 사업은 잘 되시죠?”

“예, 의선 어르신 덕분에 몸이 거뜬해 졌으니 열심히 노를 저어야죠.”

유룡의 부친은 비룡현에서 혜민당이라는 의원 겸 약포를 운영하고 있었다. 침술과 용약에 조예가 깊은데다가 형편이 어려운 사람에겐 무료로 치료해 주기도 해서 인근에선 활불의선이라 불렸다.

사공은 소보에게도 인사를 했다.

“소보 도련님도 서원가시나 보죠?”

“예, 아저씨. 오늘이 첫날이에요.”

“공부 열심히 하셔서 내 년 향시에 꼭 급제하시기 바랍니다.”

사공이 덕담을 건네오니 소보도 덕담을 했다.

“아저씨도 돈 많이 벌어 선주가 되세요.”

“예, 고맙습니다, 소보 도련님.”

소보의 부친은 비룡현에서 하나 뿐인 표국인 비룡표국을 운영해 유지에 속했다.

표국이라 해 봐야 대처에 있는 큰 표국의 하청일감이나 양곡이나 차, 소금 따위를 수송하는 보잘 것 없는 표국이다.

하지만 부리는 사람만 해도 백 명이 넘었으니 비룡현의 많은 가정이 비룡표국에 목을 매고 있었다.


***


강 건너는 송정현이다.

호남, 동정호와 인접한 까닭에 비룡현과는 달리 교역이 활발하고 외인의 왕래가 많은 번잡한 곳이었다.

배는 어느덧 송정현의 나루에 닿았다.

마침 장날이라 좌판이 벌어지고 용지조자用地租子(자리세)를 달라는 건달들과 조금 깎아 보겠다는 장꾼들의 시비로 나루는 어수선했다.

소보가 빈정거렸다.

“문둥이 콧구멍에 마늘을 빼먹지, 좌판을 벌여 얼마가 남는다고, 에이, 귀신은 뭐하나? 저런 종자들 안 잡아 가고.”

소보의 빈정거림은 나지막했지만 귀 밝은 놈이 있었던지 건달 하나가 소보를 노려보더니 천천히 다가왔다.

소보는 기겁을 하며 얼른 유룡의 뒤로 몸을 숨겼다.

이마에 자문刺文(문신)을 지운 흉터가 있고, 귀에서 턱까지 검상이 나 있는 것이 한눈에 봐도 불한당의 인상이다.

건달은 팔짱까지 끼고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손가락을 까닥까닥 했다.

“꼬마야, 이리 와.”

소보는 유룡을 밀어 대며 울상이 되어 속삭였다.

“유룡아, 어떻게 좀 해 봐라.”

유룡은 건달을 보고 싱긋 웃었다.

마치 반가운 친구를 대하는 눈빛이었다.

그러자 건달은 미소를 거두며 싸늘한 안광을 내뿜었다.

“이 자식이, 웃어?”

“자식아, 웃지, 그럼 우냐?”

예상치 못한 유룡의 말에 건달의 얼굴이 굳어져 버렸다.

“막빡에 피도 안 마른 새끼가.”

건달은 도끼눈을 치켜 떠드니 그대로 폭주해 왔다.

유룡은 슬쩍 오른발을 뺐다. 그러곤 건달의 주먹이 한 자 앞에 이르렀을 때 왼발을 치켜들며 힘차게 몸을 비틀었다.

유룡의 발끝은 정확히 건달의 낭심에 박히고 건달의 주먹은 허공을 갈랐다.

유룡의 눈빛은 춘광을 감상하는 상춘객처럼 평온했고 불시에 내민 발길질은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의외의 수법이었다.

오른 발을 뒤로 하고 물러서 놓고는 왼발을 차 올 줄은 아무도 몰랐다.

퍼억!

“우-우-욱.”

얼굴을 대추 빛으로 물들이고 게거품을 내뿜더니 건달이 서서히 허물어 졌다.

“저 자식 봐라?”

“좀마 새끼.”

“저 새끼, 밟아 죽여.”

건달패거리가 우르르 몰려들었다.


유룡이 냉소를 날리며 앞으로 나섰다.

“흥, 부나방이 불구덩이에 뛰어 드는구나.”

“유룡아, 단검이라도 줄까?”

소보가 봇짐에서 단검을 꺼내 유룡의 옆구리를 찔러댄다.

“유···룡?”

건달패의 두목쯤으로 보이는 당당한 체격의 장한이 패거리를 해치며 걸어 나왔다.

“유룡이라면 혜민당의 이공자시오?”

“그렇소.”

장한의 안색이 돌변하더니 패거리를 보고 손짓을 했다.

“다들 물러가라.”

장한은 협사라도 된 듯 포권지례를 하며 정중히 말했다.

“형제들을 바로 가르치지 못한 소생의 탓입니다. 부디 너그러우신 아량으로 용서해 주시고, 의선 어르신께 안부 전해 주십시오.”

유룡이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누구시라 전해 드릴까요?”

“송정나루 백가라 하면 아실 겁니다. 그럼 살펴 가십시오.”

건달들이 수근 거렸다.

“저 골통이 의선 어르신 자제분이래.”

“그런데 의선 어르신이랑 하나도 안 닮았는데?”

“의선 어르신도 젊었을 때는 진상이었데.”

“자세히 봐, 벼락이 떨어져도 꼼짝 않을 것 같은 무심한 눈빛이 꼭 닮았잖아.”


건달들의 수근거림을 뒤로 하고 유룡과 소보는 정림서원으로 향했다.

“너 네 아버지가 무당 제자라 하니 쫄았나 보다.”

소보가 엉뚱한 소리를 해댔다.

유룡이 알기로는 부친은 무당 제자가 아니었다.

단지 무당 약선藥仙이라는 미친 늙은이의 약동藥童으로 오 년 동안 지냈을 뿐이고, 무당의 무공은 그 흔한 삼재검법조차 익히지 않았다.

그들이 양보한 것은 건달들의 심한 부상을 부친이 잘 치료해 주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건달 두목을 한 번 본 것 같기도 했다.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7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무당유룡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10월 11일 1.2권이 출간됩니다 +70 10.09.14 7,979 27 -
10 무당유룡 3 초대하지 않은 손님2 +29 10.07.23 26,754 130 7쪽
9 무당유룡 3 초대하지 않은 손님1 +29 10.07.22 26,138 109 7쪽
8 무당유룡 2 생사로4 +30 10.07.21 25,322 97 7쪽
7 무당유룡 2 생사로3 +31 10.07.20 25,931 96 8쪽
6 무당유룡 2 생사로2 +24 10.07.19 25,324 92 7쪽
5 무당유룡 2 생사로1 +19 10.07.18 27,472 86 7쪽
4 무당유룡 1 비룡현의 봄날4 +25 10.07.17 27,396 95 6쪽
3 무당유룡 1 비룡현의 봄날3 +13 10.07.16 26,940 91 7쪽
2 무당유룡 1 비룡현의 봄날2 +15 10.07.15 29,091 87 7쪽
» 무당유룡 1 비룡현의 봄날1 +27 10.07.15 48,505 129 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