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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구의 서재

아우덴스(AUDENS)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김석구
작품등록일 :
2020.11.22 00:45
최근연재일 :
2020.12.17 01:21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95
추천수 :
1
글자수 :
44,393

작성
20.11.22 00:51
조회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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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4쪽

Ⅰ. 알비디 팔코네스(Albidi Falcones) - 1

DUMMY

저무는 해가 지평선에 걸리고 두 개의 달빛이 울창한 나뭇잎 사이로 갈라져 내릴 무렵,

종잇장 넘어가는 소리가 풀벌레 울음과 함께 마차 바퀴 자국에 부서지고 있었다.


늙은 마부의 오늘 손님은 외지인 청년 하나 뿐.

채찍을 쉬며 느슨히 고삐를 쥔 마부가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슬럼블(Slumble) 같은 촌동네로 가다니, 별 희한한 젊은이도 다 보겠구먼."


청년은 아랑곳 않고 얇은 책을 계속 넘기며 대답했다.


"거기로 발령이 나버렸거든요."


"아이고, 불쌍해라. 정말 거긴 아무것도 없거든. 특히 요 몇 년 새 탐험이다 뭐다 해서 다 빠져나간 뒤로는 남은 것 조차 없어."


혀를 차며 한탄하는 노인의 말에 청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책장은 한층 더 요란하게 넘어가며 시덥잖은 볼멘소리를 묻어댔다.


짧은 겨울의 석양이 완전히 지고 이른 밤이 찾아오자, 숲의 어둠과 정적만이 둘을 감싸기 시작했다.


"정말이지, 이렇게 이상하리만치 조용하면 뭔 일이 생기는데 말이지..."


'쾅'


마부의 중얼거림에 화답이라도 하듯 순식간에 눈 앞이 밝아졌다.

나무 높은 잔가지에 앉아 꾸벅꾸벅 졸던 새들도 굉음에 놀라 날개짓하며 솟구쳤다.

마부가 고삐를 여러 번 놓쳐가며 흥분한 말들을 겨우 진정시켜 멈췄을 때,

장정 셋이 마차를 가로막고 있었다.


"에... 에...!"


얼어붙듯 굳어 에 소리밖에 못하는 마부에게로 제일 키 큰 사내가 다가와 삿대질로 턱을 올려붙이며 쏘아댔다.


"어이, 뒈지고 싶지 않으면 처신 잘 하는게 좋을 거요."


여전히 불쌍한 노인의 고개를 뒤로 제낀 채, 사내는 뒤를 돌아 나머지 둘에게 소리쳤다.


"돈 될만한 건 다 긁어와!"


하나는 도적질 하는 입장을 잊어버린 양 오들오들 떨며 어벙벙하게 서 있기만 할 동안, 다른 하나는 신이 나서 마차 뒤칸으로 깡총깡총 달려갔다.

고생 깨나 했을 얼굴이 짐칸을 들여다보는 찰나, 수염난 인중으로 주먹이 날아들었다.


둔탁한 타격음과 함께 수염 난 남자는 2미터 정도 붕 날아 떨어졌다. 경도 비만의 몸뚱이가 바닥에 질퍽 떨어지는 소리가 나자, 키 큰 사내는 삿대질을 거두고 마차 뒤편으로 걸어갔다. 그의 시야에 청년이 들어왔을 때, 청년은 난처한 듯 혼잣말을 하고 있었다.


"아, 귀찮게 됐네, 이러면 규정 위반이던가..."


"어이."


도적이 불렀지만, 청년은 아까부터 읽고 있던 규정집을 계속 들여다보느라 키 큰 도적 따윈 안중에도 없는 모양이었다.


"무시하지 말라고!"


도적은 허리춤의 칼을 뽑아들어 청년의 머리를 찍어눌렀다. 하지만 다음 순간 칼날이 가른 것은 그저 차가운 밤공기였다.


"이렇게 나오면... 괜찮았던가..."


청년은 비껴 서서 계속 중얼거렸다.

약이 바짝 오른 도적은 붉으락푸르락 하여 소리치며 칼을 머리 위로 높게 들었다.


"이 쪼만한 녀석이!"


"아, 몰라, 어떻게든 되겠지!"


'퍽'


높게 치켜든 손에서 힘이 빠져나가며, 쇠붙이가 바닥에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도적은 명치를 감싸안은 채, 제대로 소리도 내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거구가 완전히 쓰러지며 큰 소리를 내자, 마부가 지리기라도 한 듯 엉거주춤 걸어와 청년에게 말을 걸었다.


"자네... 괜찮나?"


"예, 뭐, 보시다시피요."


"어떻게..."


어안이 벙벙한 마부에게 청년은 가슴팍의 뱃지를 가리켰다.


"일단 에이드(AID)는 가지고 있어서요."


청년의 뱃지를 본 마부의 눈이 새알만큼 동그래졌다.


"백금제에 매 인장... 이건 협회 직속 탐험대 '알비디 팔코네스(Albidi Falcones)'의...?"


청년이 즉답했다.


"네. 신입이지만요."


말을 마친 청년이 고개를 돌리자, 마부도 고개를 돌렸다. 눈이 마주친 겁쟁이 도적이 놀라 달아나려다 자빠지는 소리가 적막한 숲 속에 울려퍼졌다.


작가의말

이전부터 생각하던 구상을 글로 옮겨봅니다.


제목의 “아우덴스(Audens)” 는 라틴어로 “모험하는(이들)” 이라는 뜻이며,

본문의 “알비디 팔코네스(Albidi Falcones)” 라는 단체의 이름은 라틴어로 “하얀 매들” 이라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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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Ⅰ. 알비디 팔코네스(Albidi Falcones) - 4 20.12.02 7 0 12쪽
3 Ⅰ. 알비디 팔코네스(Albidi Falcones) - 3 20.11.27 9 0 12쪽
2 Ⅰ. 알비디 팔코네스(Albidi Falcones) - 2 20.11.25 9 0 7쪽
» Ⅰ. 알비디 팔코네스(Albidi Falcones) - 1 +2 20.11.22 27 1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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