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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앤뷰티풀 님의 서재입니다.

연금술사가 너무 살벌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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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앤뷰티풀
작품등록일 :
2020.10.24 19:28
최근연재일 :
2020.11.04 07:20
연재수 :
1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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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5
추천수 :
86
글자수 :
79,495

작성
20.10.24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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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쥐뿔도 없는 금의환향 (1)

DUMMY

차창을 가리는 철조망. 모든 이가 각기 다른 옷을 입었다지만 손목에 묶인 포승줄과, 썩을 대로 썩은 표정만큼은 동일한 이곳.

20대 후반쯤의 남자가 좌석에 기대 곤히 자고 있다.

바람 빠진 타이어 때문에 가는 길이 상당히 터덜거림에도, 불편함 한 치 느껴지지 않는 평온한 안색이다.

간수가 발견한다면 아마 졸도라도 한 게 아닐까 걱정돼 깨워볼 정도로 그는 깊은 잠에 빠져 있다.


덜컹!


속도를 줄이지 않은 채 달리던 차량이 방지턱을 밟으면서 공중에 붕 떴다.

호송 차량에 탑승한 죄수들에게 골탕을 먹이기 위해 버스기사가 이따금 행하는 소심한 징벌의 일종이다.


“야이 씨댕 뭐여! 운전 똑바로 안 혀?”

“다들 정숙합니다.”


죄수 대부분은 금방의 소동으로 인해 달콤한 쪽잠에서 깨어났다.

남자 또한 마찬가지였다.

사내는 남들보다 한 템포 늦게 반응했다.

움찔거리던 눈꺼풀이 조금씩 들어 올려졌다.


“‧‧‧‧‧‧!”

“아저씨 이제 일어났어요?”


옆 좌석에서 태연히 말을 거는 얍삽한 인상의 청년.

그에게 굴러간 남자의 눈알이 보름달처럼 커졌다.


“타자마자 피곤하다고 다짜고짜 자버리는 게 어딨어. 덕분에 호송차 일곱 번 타본 것 중에 가장 심심한 회차가 됐어요.”

“···그래 맞아. 회차.”

“아 혹시 뽕쟁이인가?”


전과 7범의 청년은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로 꽤나 설득력 있는 가정을 던졌다.

허나 들은 채도 안 하는 남자. 동공은 지진이라도 난 듯 불안정하게 흔들린다. 자세히 귀 기울여 보니 그는 혼잣말을 중얼거리고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났지. 성공했나? 새 회차를 살아갈 수 있는 건가. 그 대가는? 시간을 되돌리는 금기를 범했는데도 아무런 반작용이 없다는 말인가?)”


정신감정이 필요해 보이는 남자의 기행.

얍삽한 인상의 청년은 그를 지켜보면서 한숨을 내뱉었다.


‘자주 있는 타입이지.’


이런 뽕쟁이에게 관심을 한 번이라도 잘못 줬다간 혹독한 감옥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청년에게 계속 의지하려 들 수도 있기에 조심해야 했다.

청년이 몸을 돌리려고 하는 찰나, 남자는 청년의 팔을 붙잡았다.


“정정선?”

“엥 내 이름을 그쪽이 어떻게?”

“나는 김요한이다.”

“갑자기 뜬금없이 자기소개를?”

“뭐 좀 물어보자.”


요한이 아프가니스탄 분쟁지역에서 파병 군인으로 활동한 시기가 2040년대다.

현자의 돌이 정상작동 하여 시간을 역전하는 데에 성공했다면 최소 2020년도 초반까지는 되감겨왔어야 했다.


“오늘이 몇 년도지?”

“2039년이죠. 달력도 안 봐요?”

“뭐라고?”


고작 1, 2년 돌아온 게 전부라고?

끝내 실패하고야 말았다는 건가. 대체 어느 부분에서 실수한 거지?


“워~ 그렇게 무서운 얼굴은 하지 마세요. 장난이에요 장난. 올해는 2019년도라고요.”


요한의 낯짝에서 먹구름이 가셨다.

반대로 정선은 미간을 찌푸렸다.


“도대체 무슨 뽕이길래 시간 감각을 잃어요? 혹 저쪽 세계 물건인가.”


정선이 가리키는 방향에는 창살을 넘어 웅장한 상아빛의 기둥이 천공을 꿰뚫고 지면에 박혀 있다.


“게이트(Gate)?”

“아저씨요 냉동인간 컨셉은 이쯤 하면 버릴 때도 됐어요. 저랑 나이 차이도 많이나 보이진 않는데~”


게이트는 장거리에 있을 텐데도 훤하게 드러났다.

맑은 공기와 화창한 날씨 덕분이다.

1990년대만 해도 남한은 이렇지 않았다고 한다.

중국의 지나친 개발로 인한 사막화 때문에 북서풍을 타고 황사와 미세먼지가 국내에 유입되었다. 이는 매연과 뒤섞여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스모그를 형성했다.

때마침 구원의 동아줄이 내려왔다. 하늘을 관통하며 내려온 빛 한 줄기.


게이트였다.

멸망해가는 본인들의 차원으로부터 피난하기 위해 이세계 난민들이 생성해낸 일방향성 웜홀.

해당 사건을 역사책에서는 ‘이차원 대이주’라고 명명했다. 대한민국은 이세계 난민을 받아주는 조건으로 그들로부터 마정석을 독점 공급받기로 계약했다.

더 나아가 게이트가 열리는 순간에 지구 대기로 마나(Mana)라는 초자연적 물질이 대거 유입되었다.

마정석과 마나라는 후환을 남기지 않는 대체 에너지를 발견한 인류는, 더는 대기오염의 악순환에 갇히지 않아도 되었다.


이 게이트란 물체는 제10차 이차원 대이주를 막 끝낸 2035년 하반기에 완전히 닫힌다.

게이트가 열려있는즉슨, 현재 시점이 2020년도라는 정정선의 답변이 거짓말은 아닌 셈이다.


‘해냈다고?’


요한에게서 실소가 터져 나왔다.

돌아올 수 있다고 믿지 않았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역전의 연성진을 그렸었다.


그는 나지막이 휴대폰 화면을 켰다.

구식 4G 스마트폰이 회귀에 신빙성을 더했다.


‘비밀번호는 여동생 생일이었지.’


1027.


시간이 지나도 생생하게 외우고 있다.

비참한 세상에서 꾸역꾸역 살아가는 유일한 구실이 가족이었으니까.


곧장 메시지 함에 들어갔다.

친구목록 맨 윗부분 즐겨찾기에 친숙한 이름이 등록되어 있었다.


[김순례]


‘어머니가 아직 살아있어.’


그녀의 프로필 사진에는 동남아 어느 여행지의 해변가 사진이 올라와 있다.

가난한 집구석에서 해외여행은커녕 소풍 한 번 떠나보지 못했던 어머니는, 티비에 예쁜 여행지가 나오면 사진 찍어 본인의 프로필에 걸어두곤 했다.

요한은 단 한 번도 어머니를 여행 보내주지 못했다. 그녀가 죽는 세월까지도. 그게 한이라면 한이었다.


통화 버튼에 손가락을 갖다 대었다가 이내 누르지 않고 떼었다.

앞으로 그가 이뤄낼 일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약해지는 행동은 불필요했다.

군인의 마음가짐으로 냉철한 감정을 유지해야만 했다. 어머니, 그리고 자기 여동생을 살리기 위해서라면.


“왜 벌써 폰을 접어요. 곧 신체검사할 때 압수당하면 출소할 때까지 못 볼 텐데.”

“너 친누나 수술비 때문에 주유소 털다가 잡혔지?”

“하~ 참 신기한 사람이네. 그런 건 다 어디서 주워듣는 거지. 간수랑 친분이라도 있어요?”


이 스무 살짜리 얍삽이는 요한이 감옥 나가기 전까지 가깝게 지낸 감방 동기다.

가정의 불우함을 공유했기 때문일까. 나름 친하게 지냈다고 생각한다.

다만 20년이나 흐른 탓에 스스로의 과거사가 다른 사람의 이야기처럼 멀게만 느껴질 뿐이다.


“아저씨는 어쩌다 감옥에 들어왔는데요?”

“아저씨 아니다. 형이라 불러.”

“형님은 어쩌다 들어왔는데요. 여기 남부 교도소는 보통 폭행, 강도나 살인으로 들어오는데.”

“폭행.”

“에헤이~ 남을 때릴 깜냥으로는 안 보이는데요.”

“그건 너도 마찬가지야 임마.”


요한이 감방에 들어가는 패인? 간단하다. 상업지구 재벌 3세에게 찍혔기 때문이다.

집에 돌아가는 길에 성폭행당할 뻔한 여인을 술 취한 남성으로부터 구해주었는데, 그 과정에서 요한이 주정뱅이를 팔로 밀쳤다.

주정뱅이의 정체는 신 서울 상업지구 공룡기업 거물 회장의 장남인 정용태였다.

폭행치사로 형사 고소당한 김요한은 손 쓸 틈도 없이 재판장에 서게 됐고, 성폭행 피해 여성은 정용태에 대한 두려움 때문인지 증인으로 나오지도 않았다.


‘진짜 지옥은 교도소 들어가고 나서부터 시작됐지.’


“누굴 팼는데요.”

“정용태.”

“그게 누군데요.”

“네가 잘 아는 사람.”

“에? 에에에?! 그, 그 (주)레노아 화학 망나니 아들 말씀하시는 거 아니죠? 아니라고 해줘요. 형님이랑 친하게 지내고 싶거든요.”

“맞아.”

“미친!”


주식회사 레노아 화학은 전 세계 1위에 견고하게 고정되어있는 일개 국가 수준의 거대기업이다.

이차원 대이주 사건 이후 마정석 거래권을 독점한 남한의, 화학•바이오 관련 신디케이트는 폭발적인 속도로 성장했다. 말로만 듣던 퀀텀점프의 실현이다.

그 덕에 게이트를 둘러싸고 신설된 마천루의 숲, 일명 신 서울 상업지구는 미국의 실리콘밸리를 넘어서는 인류에서 가장 발전된 지역이 되었다.

그 가운데에 우뚝 선 존재가 바로 레노아 그룹이다. 천외천이라 불리는 곳의 재벌 3세를 건드렸다니 정정선이 까무러치게 놀랄 만도 했다.


“형님 인생도 저 못지않게 스펙터클 하시네요.”


요한은 피식 웃는 것으로 답할 뿐이다.

그의 일생을 한 단어로 표현하기에 겨우 스펙터클이란 단어는 너무 초라했으니까.


끼익.


순간 그들의 상체가 앞으로 쏠렸다.

고속도로 한가운데 갓길에 차가 멈춘 거였다.

죄수들이 웅성거린다. 죄수 호송 차량을 아무 이유 없이 급정지시키는 행동은, 범죄자를 탈옥시키거나 빼돌리려는 시도로 보이기도 하기에, 자칫하면 관리자 징계까지 받을 수 있는 항목이다.


“무슨 일입니까 기사님?”

“사실은 말입니다··· 바퀴에 펑크가 난 모양이에요.”

“림테이프나 펑크 전용 패치 같은 건요?”

“허허 따로 챙겨 다니지는 않는지라...”

“장난치십니까?”


바람 빠진 타이어로 방지턱에서 속도를 줄이지 않고 달릴 때부터 알아봤다.

겉으론 웃고 있는 버스기사는 본능적으로 몸을 벌벌 떨 수밖에 없었다. 그를 압박하는 간수는 자신과 달리 인간종이 아니었으니.


짙은 초록색의 피부와 2미터를 넘는 장신. 입 밖으로 돌출된 아랫니 사이로 뜨끈한 수증기가 솟아 나온다.


그르릉.


작금의 울음소리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는데 첫 번째는 상대방에게 성적으로 흥분했다는 뜻이고, 다른 의미로는 지금 몹시 분노했다는 뜻이다.

요한의 기억에 따르면 해당 오크 간수가 타종족 성애에 동성애를 혼합한 혼돈의 섹슈얼리티를 가지진 않았던 터이니 후자로 보는 게 맞겠지 싶다.


“끔찍하죠? 중범죄자 위주로 구성된 남부 교도소 특성상 모든 교도관을 오크종으로만 고용해요.”

“빡빡하겠군.”

“저도 남부는 처음이라서 잘 모르지만 근 10년간 탈옥률이 0%라고 하니 대충 예상되시죠?”

“아주 자세히 예상되는데.”


요한은 숨을 참고 의식을 집중했다. 두뇌를 벗어난 의식의 끈은 육체 깊은 곳 어딘가에 손을 뻗었다.


탁. 가까스로 붙잡았다. 시원한 촉감이 느껴진다.

촉감에 따라 이미지를 형상화한다. 가슴 중앙에서 원형의 기운 한 개가 천천히 회전하고 있다.


마나 서클(Mana circle)이다. 저번 생에도 마나를 처음 느낀 뒤 열흘 만에 서클에 가닿았었다.

요한의 기감氣感은 마법사들 사이에서도 1류를 넘어선 0류의 속한다.

단지.


일반인 이하의 마나 용적량 때문에 단 하나 있는 서클마저도 간신히 느낄 만큼 희미하다는 게 문제다.


쓰레기 같은 재능은 짜증 나리만치로 변치 않았다.

요정도 마나양이면 자그마한 불꽃 피워내는 데에도 곤욕을 치러야 했다.

하지만 말이다.


‘분자배열 하나 바꾸는 건 쉽지.’


요한이 좌석에서 일어섰다.

그리고는 기사와 실랑이를 벌이는 교도관에게 다가가는 게 아닌가.


“형님 진짜 미쳤어요?! 얼른 와서 앉아요!!”


크르르.


뜨거운 콧김이 요한의 얼굴을 적신다.

가까이서 보니 멀리서 볼 때보다 오크의 덩치가 훨씬 거대하다는 게 실감 났다.


“무슨 짓입니까 죄인. 3초 줄 테니 대가리 깨지기 싫으면 자리에 가서 앉는다 실시.”


금방이라도 폭발할 듯한 오크의 진노에도 요한은 일말의 두려움도 내비치지 않았다.

아프간 군인 생활할 당시 이보다 더한 놈들을 수천 마리도 넘게 사냥해 봤었다.


“제가 고쳐드리겠습니다. 타이어.”

“아무 도구도 없다. 너 따위가 어찌 고친다는 거냐.”

“제가 손재주가 좋아서요. 라이터만 주시면 됩니다.”


고민에 빠져 있던 간수는 마지못해 요한의 제안을 수락했다.

다른 방법이 없었다. 뭐라도 해야 했다.

중범죄자가 가득한 차량을 도로 한가운데 두고, 막연히 보수 차량을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는 법이다.


버스에서 내려 타이어 정면에 쭈그려 앉은 요한.

그는 스마트폰의 실리콘 케이스를 벗겼다. 라이터 불로 케이스를 지지자, 녹아내린 실리콘이 타이어에 달라붙었다. 글루건과 같은 원리다.

이 단계에서 멈추면 바퀴는 얼마 안 가 다시 터진다.

그래서.

요한이 능력 발휘를 시작할 차례다.

타이어에 대고 약간의 마력을 흘려보낸다.

손상 부위에 실지렁이처럼 흘러든 마나가, 요한의 의지에 따라 실리콘과 타이어 고무 화학식에 변형을 가한다. 요한에게 간단한 분자배열 수정 정도야 연성진 따위 없어도 할 수 있다.


사악.


타이어 표면이 매끄러워지는 데에는 겨우 10초도 걸리지 않았다.

마치 철 두 개를 녹여서 합치는 용접을 하는 것처럼 두 물질의 분자구조를 융화해 하나로 융합시켰다.

이게 연금술이다.


성공의 기쁨을 누릴 새도 잠시.


“크윽.”


익숙한 두통이 요한을 덮쳤다.


‘이거 설마.’


마나중독증이다.


작가의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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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프리즌 브레이크 (2) 20.11.04 58 5 12쪽
13 프리즌 브레이크 (1) 20.11.03 87 3 12쪽
12 남부 교도소 정벌기 (6) 20.11.02 105 3 12쪽
11 남부 교도소 정벌기 (5) +1 20.11.01 133 5 12쪽
10 남부 교도소 정벌기 (4) 20.10.31 142 4 12쪽
9 남부 교도소 정벌기 (3) 20.10.30 161 3 13쪽
8 남부 교도소 정벌기 (2) +1 20.10.29 211 7 15쪽
7 남부 교도소 정벌기 (1) 20.10.28 216 3 12쪽
6 쥐뿔도 없는 금의환향 (5) 20.10.27 245 6 12쪽
5 쥐뿔도 없는 금의환향 (4) 20.10.26 240 7 12쪽
4 쥐뿔도 없는 금의환향 (3) 20.10.25 277 9 13쪽
3 쥐뿔도 없는 금의환향 (2) +1 20.10.24 334 9 13쪽
» 쥐뿔도 없는 금의환향 (1) +2 20.10.24 388 11 13쪽
1 Prologue +4 20.10.24 449 1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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