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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l********* 님의 서재입니다.

느린 시간을 넘어 너에게 닿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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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laguswns69
그림/삽화
저녁인사
작품등록일 :
2020.05.11 10:57
최근연재일 :
2020.05.14 13:00
연재수 :
7 회
조회수 :
121
추천수 :
14
글자수 :
23,878

작성
20.05.14 13:00
조회
11
추천
1
글자
8쪽

6화 n극과 s극

DUMMY

“그런 표정 짓지 마. 괜찮으니까.”


나는 고개를 돌려서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고 어림짐작하여 말했다.


분명 동정하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겠지.

안 봐도 뻔하다.

모든 사람이 나에게 그렇게 대했으니.


그녀를 보고 싶지 않았다.

그녀의 표정을 보고 싶지 않다.


“그렇구나.”


역시.

그녀도 똑같다.

그녀도 동정어린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을 것이다.


...상관 없다.

나를 어떻게 바라보든 내 알 빠 아니다.


나는 그녀를 빨리 내보내겠다는 마음으로 고개를 들어 그녀를 쳐다보았다.


“아..”


느리게, 더욱 느리게 고개를 돌렸을 때 그녀의 표정은 어딘가 쓸쓸해 보이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처음 보는 표정.


애초에 내가 아는 표정이 있을까.

미소를 보여주는 사람은 네가 처음이었다.


설화는 미소를 짓고는 민망한지 다른 말을 하였다.


“생각보다 집이 아담하네.”


“별로.”


“너는 내 말에 하나하나 토를 달아야겠니?”


“미안, 그런 성격이여서.”


그러면서 고개를 돌렸더니 그녀와 내가 한 순간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웃었지만 나는 웃지 않았다.


“원래 잘 웃지 않는 성격인거야? 웃는 모습을 본 적이 없네.”


“...”


고개를 끄덕이며 나는 들고 있는 석류 주스를 설화의 앞 바닥에 내려놓았다.

우리 집은 탁자가 없으니 어쩔 수가 없다.

애초에 혼자 사는 집에 탁자가 필요한가.


“근데 궁금한 점이 하나 생겼어!”


그녀는 주스를 컵에 따라서 입에 가져가다 말고 다시 바닥에 내려놓았다.


또 무슨...

왜 이렇게 나에 대해 관심이 많은 건가.

나는 궁금한 점 따위 없는데 말이다.

어차피 아무리 질문해도 대답은 안 해줄 거다.


“대답은 절대 안 해준다는 표정이네. 그러면~, 진실게임을 하고 싶어.”


칫, 그렇게 나올 줄 알았다.


“하아...뭔데.”


“질문을 시작하겠습니다!”


“...”


고개를 끄덕이고 손을 들어 빨리 하라는 손짓을 보냈다.


“제 질문은 왜 항상 눈을 반쯤 감고 다니는 거죠?”


“뭐? 그게 질문이야?”


“응? 왜 안 돼?”


“너무 사소한 거잖아.”


“사소한 게 좋은 거야.”


그렇게 말하곤 웃으면서 어서 대답하라고 손을 까딱까딱 거렸다.

나는 하는 수 없이 입을 열어 대답을 해 줄 수밖에 없었다.


눈을 반쯤 감고 있는 이유라.

그냥 편해서 그런 건데 무슨 이유가 있을까.


“편해서.”


“정말? 거짓말 하지 말고.”


“거짓말 아니야.”


설화는 애매모호 하다는 표정을 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다른 사람은 속여도 나는 못 속여, 너는 다른 사람과 다르니까. 시간이 느리니 너는 더 빨리 행동하겠지. 그러면 다른 사람과 차이점이 보여.”


“....”


설화의 말이 맞다.

나도 설화가 다른 사람과 다르다는 점을 알고 있다.

설화는 다른 사람보다 좀 더 느리게 행동한다는 점.

자신의 시간이 빠르니 행동은 내가 보기에 다른 사람보다 느리게 나오는 게 당연하다.


“몰라.”


“음~ 내가 언젠가는 밝혀 낼 거야~.”


“그러던가.”


그녀는 멋쩍게 웃고는 석류주스를 마시기 시작했다.

그녀의 질문이 끝났으니 이젠 내 차례.

내가 할 질문은 미리 생각해 두었다.


시간 끌어서 뭐 하겠는가 편하게 앉아있는 그녀에게 질문을 말했다.


“넌 어째서 힘든 일에도 웃을 수 있는 거야.”


“뭐?”


하아...


“넌 어째서 힘든 일에도 웃을 수 있는 거냐고.”


“너는 진지한 질문 밖에 못하는 거야? 좀 재밌는 질문이라도 해봐~, 예를 들어 전화번호가 뭔지~라던가.”


“됐어, 질문에 대답해, 그리고 전화번호는 이미 알고 있어.”


그녀는 눈을 계속 깜빡깜빡하며 불도 켜지 않은 전등을 보며 생각을 하였다.


어째서 웃을 수 있는 걸까.

힘든 일에도 어째서 웃을 수 있는 걸까.

난 힘들지 않은 일에도 전혀 웃을 수 없는데.


그녀는 잠시 침묵을 지키더니 무언가 생각이 난 듯 눈을 반짝이고 나를 쳐다보았다.


“몰~라.”


복수하는 건가.


“그래.”


“미안, 장난이었어, 내가 웃을 수 있는 것은 어차피 힘든 일은 지나갈 거란 생각에 웃을 수 있는 거지. 너처럼 그렇게 비관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다. 이거야~”


그래, 너는 그런 성격이었지.

그녀와 나는 처음으로 눈이 마주쳤다.


나는 입꼬리를 티 안 나게 살짝만 올리고 한숨을 쉬었다.


“하아...너와 나는 정말 정반대 인 것 같아.”


“나도 그렇게 생각해~.”


어떻게 친해질 수 없는 상극이 이렇게 대화를 하고 있는 걸까.

이게 내 운명이려나.


“정반대라면 더욱 친해질 수 있는 거야.”


“무슨 뜻이야?”


정말 무슨 뜻일까.

윗물과 아랫물이 섞일 수가 있는가?

하늘과 땅이 악수할 수 있는가?


정반대로의 인물은 정반대로의 삶을 살아가는 것뿐이다.

그저 그뿐.

그런데 너는 어째서 더욱 친해질 수 있다고 하는 걸까.


그녀는 더운지 베란다 창문을 열고 그 앞에 섰다.

앉아 있는 나는 그녀를 올려다볼 수밖에 없었다.


햇빛이 창문으로 살며시 들어오고 편안한 냄새가 공간을 휩쓴다.

그 공간 속에서 그녀는 햇살 같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n극과 s극은 정반대이면서 서로 붙으려 하잖아, 정반대일수록 친해질 기회는 많다는 거지.”


“.....”


그녀의 미소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


“나아아아는 네가 너어어어무 싫이이이어.”


“....”


나는 학교 뒤편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근데 갑자기 왜 이런 소리를 들어야 하지.

내 앞에 있는 여자애는 다짜고짜 나를 검지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이런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


무시하자.

나는 대답도 하지 않고 말도 하지 않고 책에 집중했다.


아무 반응이 없던 것이 서러웠는지 그녀는 내 책을 빼앗았다.

그 때문에 나는 그녀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매서운 눈매, 고양이 상, 조금 예쁜 외모, 단발 머리.

그녀는 우리 반 아이 중 한 명이었다.


이름은...모른다.


“아.”


“나는 네가 너무 싫다고.”


어쩌라는 거야.

뭐 내가 싫어서 어떡하라고.


“하아....어쩌라고.”


“설화에게서 떨어져 달라고.”


하아....역시 설화에 대한 내용이군.

요즘 설화와 내가 친하게 지낸다는 소문이 반에서 크게 돌고 있다.

나는 상관없다.


어차피 누군가 말을 걸어주는 것도 아니고 같이 있어주는 것도 아니니.

근데 이렇게 설화에 대해서 나에게 말하면 조금 짜증나긴 한다.


“나에겐 권한이 없어, 나한테 와서 이러지 좀 말라고.”


“그럼! 어제 설화가 네 집에는 왜 간 거지?”


하! 그걸 봤어?

요즘 미행하는 사람이 너무 많네.

우리 동네 왜 이렇게 치안이 안 좋아.


“전해야 할 일이 있어서다. 너도 할 말 없으면 이제 돌아가지?”


그녀는 당황한 표정을 짓고 분한 표정도 지었다.


“다음에는 가만히 두지 않을 겁니다!”


너도 악당이냐.

설화랑 성격이 비슷하군.


나는 문득 떠오르는 사실이 있어 예전 기억을 떠올렸다.

반 아이들이 떠들며 설화랑 저 아이랑 분명 친하다고 하는 기억.


아마 둘은 소꿉친구겠구나.

나랑 상관없다.


띵동.


메시지가 왔다.

나는 휴대폰을 들어서 무슨 메시지인지 확인을 하였다.


설화였다.

하긴 문자 올 곳이 설화 밖에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 “이 누나가 주말에 놀아줄게. 어때?”


나는 타자를 눌러 그녀에게 하고픈 말을 전하였다.


- “싫어.”


- “아아 그러지 말고, 나 심심해. 또 집 쳐들어간다?”


하아....귀찮아.


- “알았어.”


- “오예! 약속한 거다?”


나는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


유독 빛나는 햇살에 나는 조그맣게 주말을 기대하였다.


작가의말

6화...언제나 재밌게 쓰고 있답니다~

현실에도 저런 친구 한 명 있으면 좋겠군요~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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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죄송합니다.. 20.05.15 16 0 -
» 6화 n극과 s극 20.05.14 12 1 8쪽
6 5화 나도 너와 비슷하거든. +2 20.05.13 12 1 8쪽
5 4화 내 소원은 20.05.12 8 2 8쪽
4 3화 무슨 소원 빌 거야? 20.05.11 11 2 10쪽
3 2화 점심시간에 꼭 와 20.05.11 18 2 10쪽
2 1화 느린 시간에 갇혀있다. +2 20.05.11 25 2 9쪽
1 프롤로그 20.05.11 35 4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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