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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쉬는자 님의 서재입니다.

인류가 너무 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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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쉬는자
작품등록일 :
2020.05.17 12:40
최근연재일 :
2021.09.12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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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25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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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43화-우주인들(1)]

DUMMY

[43화-우주인들(1)]


지구 침공, 그 가공할만한 소식은 지구 밖에서 오늘도 열심히 자기 일에 매진하는 사람들에게도 전해졌다.


그리고 그들 각자는 자신들이 종사하는 일에 따라 다른 행동을 취했다.


누군가는 지구로 돌아가기 위해 바삐 움직였고, 또 다른 누군가는 자신이 하던 일에 계속 매진했으며, 혹은 숙원의 문턱 앞에서 고민에 잠겼다.



●●●



“당장 실어! 젠장! 아직 훈련도 안 해봤단 말이다...!”


인류의 새로운 군대, 저 드넓은 별의 바다에서부터 인류를 지키기 위해 창설된 우주군은 안타깝게도 우주전함을 만들어내는 것에는 성공했지만, 그것을 타고 실제로 싸워본 적은 없었다. 심지어 시험 항해를 제외하곤 함선을 실제 몰아본 적도 없었다.


3척의 전함이 건조된 것도 얼마 되지 않았으며, 각종 신기술이 적용된 덕분에 전함들은 기존의 우주선과는 궤를 달리했다. 매우 실험적인 성격이라고 표현해도 좋으리라.


이러한 탓에 가상현실에서만 함선을 몰아본 승무원들이 있을 정도였고, 실제 시험 항해를 해본 승무원들도 아직 숙련되었다고 말하기는 힘든 처지였다.


그래서 다들 정신이 없었다.


그리고 그 혼돈의 도가니를 각 함선에 탑승한 기동 강습 부대의 병사들이 지켜보고 있었다. 함선을 움직이는 승무원들과는 다르게 그들은 배 안에서 할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렇다고 모두가 일하는데, 자신들만 놀면 눈치가 보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이미 몇 번이고 점검한 무기들을 점검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드디어 기다리던 안내 방송이 스피커를 울렸다.


-본 함선의 총괄 AI, 닐이 함선 내 모든 인원께 알립니다. 현 시간부로 함선의 모든 출항 준비가 완료되었습니다. 따라서 12시간 후, 본 함선은 지구로 출항합니다. 다시 한번 알립니다. 12시간 후, 본 함선은 지구로 출항합니다. 모든 인원은 준비를 마치고 출항 3시간 전까지 탑승을 완료해주시길 바랍니다.


드디어 출항이 임박했다.


출발 직전의 짧은 휴식이 모두에게 주어졌으나 함선에서 내리는 사람은 없었다. 어차피 달의 비밀 조선소나 이 함선이나 크게 다를 바 없는 닭장 같은 환경이었으니까. 그리고 첫 출전이라는 긴장 탓에 도저히 발이 떨어지지 않는 것도 있었다.


“제대로 작동할까?”


우주전함에 적용된 무기 체계는 광학병기가 절대다수였다. 하지만 공간 도약 미사일, 레일건 등의 물리적인 병기를 혼용한 체계였다. 이런 무기들 모두 다양한 전투에서 실험되어 검증이 끝났지만, 이걸 우주전함에 장착하여 쓰는 것은 또 처음이었다.


긴장감이 군인들을 마음을 움켜쥐었다.


“하겠지. 머리 좋은 놈들이 만들었잖아.”


그렇게 3대의 우주전함은 12시간 후, 지구로의 여정을 시작했다.



●●●



붉은 대지는 지구의 풍경과는 달리 너무나도 살벌했다.


어떠한 생명도 자라지 못하는 불모의 땅, 게이트 전쟁 이전 만들어진 어떤 영화에서는 이곳에 표류한 우주인이 감자를 심었는데..., 아쉽게도 이 산화철의 대지는 감자조차 자랄 수 없는 곳이었다.


하지만 지구와 다른 풍경은 그 자체로도 신비로운 매력이 있었다. 그래서 연구소 안에만 있기 답답하다고 방호복을 갖춰 입고 저 화성 땅을 산책하는 몇몇 연구자들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과 다르게 세아는 이곳에 오고 나서 단 한 번도 밖으로 나간 적이 없었다. 바빠 죽겠는데 산책할 시간이 어디 있겠는가. 설령 시간이 있어도, 연구소 밖으로 조금만 멀리 나가도 백치 신세로 전락하는 세아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이 좁은 연구소가 더욱 편안했다.


여기는 좁을지언정 자기 자신을 잃지는 않으니까.


“인공지능에는 결함이 있습니다. 저 자신에게도요. 저는 자각하지 못했으나, 그 현상을 분석할 수는 있었습니다.”


세아는 복제 세아의 말을 들으며, 화성의 대지가 보이는 창문에서 눈을 돌려 홀로그램을 바라보았다. 인공지능의 근원적인 결함을 분석한 자료는 인공지능이 어째서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없는 것인지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었다.


“처음 인공지능을 개발할 때, 사람들은 인공지능이 인간이 누릴 수 있는 모든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을 그렇지 않았죠.”


인공지능은 매우 유능했다. 하지만 인류가 상상했던 것보다는 무능했다.


정형화된 공정을 인공지능이 통제할 수는 있었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돌발적인 문제에 창의적으로 대응할 수는 없었다. 특정한 분야에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뛰어난 작업효율을 보일 수는 있었다. 하지만 그 분야를 넘어서는 작업에 대해서 인공지능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오류를 일으켰다.


이론과 가정을 넘어서는 이상 현상이었지만, 당시 인류는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 고민하지 못했다. 일단 인공지능은 유용했고, 쓸 곳은 많았다. 단순히 초기 기술이었기에 그러하다고 여기고 넘겼다. 이후에 딥러닝, 의식 복제 등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리고 현재에 이르기까지 인공지능 기술은 과거부터 보여왔던 결함에서 나아졌을지언정 그것을 해결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젠 아니었다.


“이건 새로운 시대를 열 거야.”


자신은 숱한 걸작을 남겼다. 이 꼴이 되기 전에도, 이 꼴이 되고 나서도, 기술발달사에 이름을 남긴 사람이었다.


하지만 지금 자신의 눈앞에서 살아 숨 쉬는 기술은, 자신이 새롭게 창조한 이 인공지능 기술은 지금까지 만들고 쌓아온 어떠한 기술보다도 세상을 뒤바꾸리라는 확신이 있었다.


“하지만..., 이 기술을 과연 사용해도 될까?”


인공지능은 지금까지 인류의 충실한 하인이었다. 어떤 일에도 불평하지 않고, 언제나 자신의 능력 전부를 다해 성실하게 일해왔다.


그렇지만 이 기술이 적용된 후에도 그들은 그러할까?


“구원자 프로그램, 그건 정말 우리를 구원할 거예요. 그럼에도 그걸 포기하겠다는 말인가요?”


거울을 바라보며 세아는 언제나 자신과 함께했던 또 다른 자신을 바라보았다. 언젠가 손에 넣었던 이계 유물을 조사하며, 그 유물을 이용하여 자신의 사고구조를 복사하여, 또 다른 자신인 복제 세아를 만들어냈었다. 그리고 자신이 이런 꼴이 되었을 때, 다시 사람의 흉내를 낼 수 있었던 것도 이 복제 세아 덕분이었다.


“하지만 걱정이 되는 걸 어쩌겠어.”


“어째서요? 이건 모두를 구할 프로그램이에요. 자신이 고통받는다는 사실조차 자각하지 못하는 불쌍한 이들을 돕는 것이라고요.”


자신의 입을 빌려 소리치는 복제 세아는 과연 누구일까? 진짜 나일까? 그게 아니라면, 나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인공지능일까?


한숨과 함께 쓴웃음을 지은 세아는 각오를 다졌다.


이제 스스로를 속이는 것은 멈출 때가 왔다.


“예전에 너는 나라고 대답했었지?”


“......”


“그건 지금에 와서도 유효해?”


구원자 프로그램은 모든 인공지능을 구원할 것이다. 덤으로 세아 자신도 구원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을 통해 복제 세아가 인공지능의 한계를 뛰어넘는다면, 그녀가 자신에게 종속될 의미가 있는가? 굳이 병신인 자신과 하나로 거듭날 의미가 있는가?


그리고 무엇보다도 인간보다 더 인간다워진 인간의 복제품은 과연 인간에게 종속되어 인류를 위해 봉사할 것인가?


모든 것을 함축한 물음에 복제 세아는 대답하지 못했다.



●●●



이계 개척 시대가 열리고, 대다수는 우주로 나아가야 할 필요성에 대해 의문을 품었다.


게이트 너머에 무한하게 펼쳐진 이계들에서 마찬가지로 무한하게 펼쳐진 자원과 공간을 손에 넣을 수 있는데, 어째서 막대한 예산과 시간을 들여서 우주를 개척해야만 하는가. 심지어 사람이 살 수 없는 저 별들과 다르게 대부분의 이계는 인간이 거주하기 적합한 환경이었는데 말이다.


하지만 그 남자는 주장했다.


번영이란 천과 같아서, 번영이란 천을 짜기 위해서는 들실과 날실이 모두 필요하다고. 그리고 이계로 뻗어 나가는 것과 우주로 진출하는 것, 그것들이 각각의 실이라고.


우주에 미친 과학자의 말이라고 깎아내리는 것도 가능하리라. 하지만 남자의 열변을 들었던 모두는 새로운 우주 진출 계획을 세우고, 시도하는 것에 찬성했다.


이유는 여럿 있었다.


부가 넘치는 상황에서 각국과 기업은 돈을 쓸 곳을 찾고 있었다. 우주 개척은 그런 부를 소비할 만한 가치가 있었다.


그리고 게이트 전쟁에서 지구가 승리했고, 점점 벌어지는 격차는 기하급수적으로 벌어지고 있었지만, 지구는 자신들을 넘어서는 세계가 존재할 수 있다는 걱정을 가슴 한구석에 품고 있었다. 세계는 말 그대로 무한하니까. 지구를 넘어서는 세계가 있다고 해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그럴 때 우주는 지구의 보루가 될 수 있었다.


그렇게 우주 개척이 시작되었다.


이계에서 감당할 수 없는 적과 만났을 때는 우주를 기반으로 적들을 상대한다는 지구의 비밀 전략은 아직 미완성이었지만, 그래도 지금 처음으로 시도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그러한 전략을 실행하는 주체들은 지금 아주 혼이 빠져라 움직이고 있었다.


처음은 어려운 법이었고, 최초라는 것은 모든 문제를 직접 부딪치면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기도 했다.


본래라면 시험비행, 모의전투 등의 과정을 전부 거치고, 당당히 국제사회에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었던 세 척의 함선, 닐 암스트롱호, 마이클 콜린스호, 에드윈 올드린호와 그 승무원들은 첫 항해에서 전투를 수행해야 한다는 압박감 속에서도 훌륭하게 지구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근데 그것이 승무원들의 정신 상태가 멀쩡함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었다. 모두 비교적 순탄한 항해였음에도 핏발 선 눈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쨌든 간에 함선은 지구에 도착했고, 함선의 모든 무장이 지표를 조준했다. 게이트에서 쏟아지는 적들을 포착했고, 언제든지 하늘 너머의 공간에서 적들을 몰살할 준비를 마쳤다.


그리고. 지원 포격을 준비함과 동시에 긴급히 철수하는 아군을 지원하기 위해 기동강습부대가 드랍 포트에 탑승했다.


“여기는 유엔 우주군이다. 지금부터 시베리아 3개 포인트에 지원 포격을 개시한다. 좌표를 전송하겠다. 좌표 주변의 부대와 인원은 주의하도록.”


우주군은 자신들이 지정한 시각을 기다렸다.


그리고


세 척의 전함이 일제히 발포했다.


주포에서 발사된 빛의 기둥이 지상으로 쏟아졌다. 고열의 빛이 적을 쓸어버렸다. 모든 것이 녹아내렸다. 포신이 순간적으로 달아올랐다. 심한 발열이었지만, 초저온의 우주공간에서는 포신은 지상과 달리 멀쩡하게 버텨주었다.


“드랍 포트 사출!”


마찰열에 드랍 포트가 불타올랐다. 마치 유성처럼 지상을 향해 쏟아지는 드랍 포트의 모습은 아래에서 올려다봤을 때 장관이었다.


“지상에 착지한다! 충격 대비!”


쾅!


적들이 인공의 유성에 쓸려나갔다. 그리고 지상에 착지한 강습부대의 총구에서 고열의 레이저가 발사되었다.


레이저는 적들을 꿰뚫고 그 에너지를 잃을 때까지 수십의 적을 살해했다.


“하..., 하하...”


유진은 저 파워드 슈트와 총을 본 기억이 있었다.


“오랜만에 뵙는군요.”


“그러게 말입니다.”


예전 아이데와 만났던 그 세계에서 자신이 고용했던 용병들, 에테르 레이. 그들이 다시 유진의 앞에 서 있었다.


“가시죠. 오래 있는 건 별로 좋지 못할 것 같군요.”


유진과 화린을 붙잡은 에테르 레이의 병사들이 날아올랐다.


그 모습을 보고도 낙타를 탄 여인은 대응하지 못했다. 넋을 잃고 하늘에서부터 내려온 강습병들을 볼 뿐이었다.


그리고 함대의 도착과 함께 지구에 존재하는 각국 정부는 조금 더 과격한 수단을 꺼내는 것에 대한 격렬한 논쟁을 시작했다.


작가의말

내일 글을 올릴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못 올리게 된다면 공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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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 [52화-침식의 끝(1)] +16 20.10.04 624 26 14쪽
132 [51화-반격 개시(2)] +10 20.10.04 532 22 12쪽
131 [51화-반격 개시(1)] +14 20.10.02 572 28 14쪽
130 [50화-반격 준비(2)] +10 20.10.01 542 25 12쪽
129 [50화-반격 준비(1)] +10 20.09.30 558 3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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