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댕쿠션 님의 서재입니다.

하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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댕쿠션
작품등록일 :
2022.01.29 14:47
최근연재일 :
2022.01.29 18:00
연재수 :
1 회
조회수 :
3,094
추천수 :
64
글자수 :
7,481

작성
22.01.2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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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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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6쪽

0화.〈Prologue〉

DUMMY

태평양 한가운데에 만들어진 인공섬, 《W - 702》.

섬의 중앙에는 전 세계의 능력자들을 관리하는 ‘세계 능력자 관리협회’ 본부가 세워져 있었다.


그리고, 본부 건물 2층에 위치한 협회장실.


“관리자님! 큰일이 났습니다!”


새하얀 피부를 가진 정장 차림의 여자가 창백한 얼굴로 다급하게 뛰어 들어갔다.


“그냥 이름으로 부르라고 했잖아. 엘리스! 그리고, 이제 총협회장일은 혼자서도 할 수 있지 않아?”


총협회장 의자에 앉아있던 노란 단발 여자아이가 투덜거리며 다시 과자를 집어 들었다.

그 아이의 이름은 케이시.

능력의 후유증으로 인해 귀여운 어린아이의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사실 그녀는 이미 300살이 넘은 할머니였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이번 일은 제 선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사안이라···”


“왱? 이버넴 또 무슌 이링뎅?”


그 사이, 입을 오물거리며 되묻는 케이시의 입 주변에는 초콜릿이 잔뜩 묻어있었다.


“조금 전에 한국에서 10살짜리 꼬마아이가 능력을 발현했습니다! 5년이나 빠르게요!”


“그게 어디가 문제야? 능력이 일찍 발현되는 건 엘라임도 문제 될 거 없다고 했었잖아.”


그깟 능력 좀 일찍 발현한 게 뭐 대수라고.

과자를 삼킨 케이시가 조그마한 눈으로 귀찮다는 듯이 그녀를 째려봤다.


“...이번에 발현된 능력이 죽음 능력이라고 합니다.”


“뭐? 죽음 능력? 에이, 착각한 거겠지! 그 능력은 그 녀석을 마지막으로 완전히 사라진 능력이라고!”


그럴 리가 없잖아?


케이시는 여전히 과자에 집중하고 있었다.

이 세상에서 단 한 명뿐이던 죽음 능력자는 이미 5년 전에 사망했으니까.


잠깐의 전산 오류일 뿐이라고. 그렇게 생각했다.


“그게··· 이번에 능력을 발현한 아이가 그분의 아들이라고···.”


이 말을 듣기 전까지는 말이다.


“오 마이 갓!! 그 중요한걸 왜 이제 말해?!”


먹던 과자까지 떨어트리며 케이시가 기겁했다.

이젠 정말 긴급상황이 되어버렸기 때문이었다.


‘아니겠지? 아닐 거야. 분명 오류일 거라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케이시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서둘러 총협회장실을 뛰쳐나갔고,


“케이시! 같이 가요!”


엘리스도 곧바로 그녀의 뒤를 따라나섰다.


잠시 후.


“엘라임!! 그게 진짜야?”


총협회장실에서 지하 1층까지 단숨에 뛰어 내려간 케이시는.

인공지능 양자 컴퓨터, 《엘라임》의 앞에 도착했다.

곧바로 케이시의 앞쪽, 허공에 나타난 푸른색 홀로그램 창.


[음성을 통해 관리자 권한을 확인.]

[환영합니다. 케이시. ^^]


텅 빈 지하 1층, 정 가운데에 박혀있는 커다란 검은 박스.

엘라임의 환영 인사였다.


“인사는 됐어! 그보다, 정말로 새로운 죽음 능력자가 나타난 거야? 오류지? 그치? 네가 실수한···”


[5년 전에 사망이 확인된 능력자 ‘선우 환’과 DNA 대조 결과, 90% 이상 일치하는 것을 확인.]

[새로운 죽음 능력자의 이름은 ‘선우 현’으로 관리자 케이시와 친분이 있는 ‘선우 유진’의 동생입니다.]


“······.”


추가로 떠오른 홀로그램 창을 뚫고 나가는 깊은 한숨.


“엘리스! 지금 바로 유진한테 연락 넣어. 내일 당장 동생 데리고 오라고!”


“알겠습니다.”


곧장 지시를 내린 케이시는 지끈대는 머리를 부여잡고 총협회장실로 되돌아갔다.


‘그 재앙 같은 힘이 다시 나타났다고? 게다가 하필 그 꼬맹이라니···.’


젠장!···.


다시 의자에 앉은 케이시는 창밖으로 보이는 맑은 하늘을 보며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다음날.


협회 로비에 홀로 서 있는 완벽한 미모의 여자.

어제, 케이시의 호출을 받고 온 선우유진이었다.


그때.


“유진!”


케이시가 손을 흔들며 그녀에게로 뛰어왔다.


“왜 혼자 있어? 동생은?”


“아직 못 깨어났어요···.”


당장이라도 눈물을 쏟아낼 듯한 울먹임.


“그렇구나···.”


“네··· 근데, 왜 오라고 했어요?”


“아, 그게 말이지···”


잠시 말끝을 흐리던 케이시는 비장한 얼굴로 다시 말을 이었다.


“네 동생이 발현한 능력. 그거 바꾸자.”


“네?! 뭐라구요?!”


선우유진은 본능적으로 뒷걸음질 쳤다.

이미 발현된 능력을 바꾼다니.

그건 다시 태어나지 않는 한,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 아닌가.


“내 동생 털끝 하나라도 건드리기만 해봐요! 그럼 나 진짜로 가만히 안 있을 테니까!”


그 순간, 선우유진의 전신에 피어오르는 보랏빛.

로비에 배치되어있던 물건들이 순식간에 높이 떠올랐다.


“지, 진정해! 유진!! 나는 그냥 새로운 신분 하나만 만들어 두자는 거라고!”


곧바로 들려오는 케이시의 다급한 해명.


“...신분을 만들어요?”


“그렇다니까? 데이터베이스에 새로운 신분을 추가시키기만 하면 되는 간단한 일이야! 네 동생을 어떻게 하겠다는 게 아니라!”


“그런 게 가능해요?”


동시에 허공으로 떠올랐던 물건들이 한꺼번에 바닥으로 추락했다.


“당연하지! 지금은 내가 몸이 이렇다보니 엘리스가 대신 업무를 봐주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내가 여기 주인인데. 그 정도도 못 할까 봐?”


권력남용.

케이시가 가장 좋아하는 단어였다.


“근데··· 왜 바꿔야 하는데요?”


“우선, 네 동생의 상태 때문이야. 그 아이 정상이 아니잖아?”


“우리 현이가 어때서요?! 빨리 그 말 취소하세요!”


그 말을 들은 선우유진이 버럭 화를 내며 다시 인상을 찌푸리자, 또다시 피어오르는 보랏빛 기운.


“알았어! 취소! 취소!”


그 살벌한 눈빛을 본 케이시가 다급하게 손을 흔들며 말을 덧붙였다.


“...아무튼! 너희가 아직 너무 어린 것도 있지만, 사실 가장 큰 이유는 가문 때문이야.”


“가문이요? 설마···.”


단 두 글자 만에 다시 싸늘하게 얼어붙은 눈빛.

선우유진의 눈에는 고작 15살 여자아이의 눈빛이라고 보기 힘든 진한 살기가 실려 있었다.


“그래. 너도 알고 있겠지만, 죽음 능력은 고유 능력이야. 그 가문에서만 나오는 능력이지. 아마 네 동생이 죽음 능력을 발현했다는 걸 알면···”


“...없애려고 하겠죠.”


선우유진이 몸을 떨었다.

동생이 죽는 모습을 상상해버린 것이다.


“그래. 그놈들··· 아니, 그놈은 분명 그러고도 남을 녀석이니까. 미리 손을 써두자는 거야.”


그녀를 바라보는 케이시의 눈에는 걱정이 가득 담겨있었다.

도움을 주겠다고는 했지만, 대한민국을 장악하고 있는 가문 사회에서 그녀가 해줄 수 있는 일은 고작 이게 전부였으니까.


‘나머진 너희 스스로 해내야 해, 유진···.’


그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현이는 내가 지켜요. 내 동생 건드리는 놈들은 내가 싹 다 쓸어버릴 거야!”


잔뜩 화가 난 선우유진은 씩씩대기 바빴다.


“그리고, 새로운 신분에 대해서는 다음에 제대로 얘기하는 걸로 하자.”


“...알겠어요.”


그렇게.

5년이나 빨리 능력을 발현한 그녀의 남동생은 전혀 다른 능력의 소유자로 엘라임의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되었고.

죽음 능력자의 존재는 다시 세상에서 지워졌다.


그리고, 일주일 후.


“현아?! 정신이 들어? 나 누군지 알아보겠어?”


선우유진이 깨어난 동생에게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면서 물었지만,

선우현은 가만히 누운 채로 그녀의 눈을 쳐다봤다.


‘저건 무슨 감정이지?’


고작 5살에 코앞에서 목격한 부모의 죽음.

그로 인해 선우현은 타인의 감정에 공감할 수도.

자신의 감정을 이해할 수도 없게 되었으니까.


‘이럴 땐 어떻게 해야···’


무뎌진 감정을 사진으로 배우면서 타인의 감정에 반응하는 법을 철저하게 학습했지만,

지금처럼 여러 감정이 복잡하게 얽힌 경우에는 고장 난 기계처럼 제대로 된 반응을 할 수가 없는 거였다.


“흐아앙~! 현이가 날 잊어버렸어···”


그 모습을 본 선우유진이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며 동생을 힘껏 끌어안았다.

하나뿐인 동생이 자신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생각에 꾹 참았던 눈물이 터져버린 것이다.


토닥토닥.


선우현은 흐느끼는 누나의 등을 가볍게 두드렸다.

보통의 사람들에게는 당연한 행동일지 몰라도,

공감 능력이 결여된 그에게는 철저하게 학습된 반사작용일 뿐이었다.


“난 괜찮으니까 이제 그만 울어.”


그래도 단 한 사람.

선우유진에게 만큼은 조금 다른 반응을 보였지만 말이다.


“...현아?”


“누나 우는 거 싫어.”


그렇다고 그녀에게만 특별히 감정을 느끼는 건 아니었다.

선우현은 상대의 감정을 눈으로 읽어야만 반응할 수 있었으니까.


‘답답해.’


단지, 하나뿐인 혈육의 슬픔에 대해 본능적으로 거부감을 느끼고 있는 거였다.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야···”


안도한 선우유진이 또다시 눈물을 쏟아냈다.


그 순간.


-야옹!


병실 안에 울려 퍼지는 울음소리.


“엄마야!”


동시에, 화들짝 놀란 선우유진이 엉덩방아를 찍었다.


‘뭐, 뭐야?!’


선우현이 덮고 있던 이불 속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검은색 털 뭉치 때문이었다.


-냐앙?


선우현의 무릎 위에서 그녀를 향해 고개를 갸웃거리는 새끼 고양이 한 마리.


‘왜 여기에 고양이가···?’


선우유진은 귀신이라도 본 사람처럼 제자리에 굳어버렸다.

지금 이 곳은 능력자 병원 안에서도 VVIP만 들어올 수 있는 최상층 1인 병실.

처음부터 데리고 들어오지 않는 한, 길고양이가 들어올 방법은 없었으니까.

그것도 저렇게 손바닥만한 크기의 새끼 고양이라면 더더욱 말이다.


“...로키.”


때마침, 들려오는 무덤덤한 목소리.


“사과해.”


선우현은 놀란 기색 하나 없이 갑자기 나타난 새끼 고양이를 째려보며 말을 이었다.


-냐앙!


“누나한테 사과하라니까?”


-냥!


“사과하라고.”


-냐아앙···.


연달아 들려오는 목소리와 울음소리.


‘우리 현이가··· 고양이랑 얘기를 하고 있어?!’


덕분에 선우현을 보던 선우유진의 눈빛이 빠르게 요동쳤다.

고양이와 대화를 나누는 것처럼 보이는 동생의 모습에 당황한 것이었다.


“현아? 너 지금 누구랑 얘기하는 거야?”


혹시나 하는 마음에 튀어나온 조심스러운 질문.


“누나는 안 들려?”


하지만, 선우현은 오히려 그런 그녀를 이상하다는 듯이 쳐다봤다.


“어···? 뭐라고?”


“얘가 말하는 거 안 들리냐고.”


선우현이 손가락으로 고양이를 가리키며 되물어보자,


‘나는 고양이 울음소리밖에 안 들리는데··· 혹시 현이가 머리를 다친 건···.’


선우유진은 흔들리는 눈빛으로 질문하는 동생의 상태를 걱정하고 있었다.


황당해하는 그녀의 눈빛을 읽은 것일까?

선우현이 덤덤하게 말을 덧붙였다.


“얘 내 수호령이래.”


“...뭐?!”


수호령이란 말에 화들짝 놀란 선우유진이 그제서야 갑자기 나타났던 고양이를 자세히 살펴봤다.


-냐앙?


턱시도를 입은 듯.

새까만 털과 하얀 털이 조화롭게 섞여 있는 노란 눈동자의 새끼 고양이.


‘이 고양이가 현이의 수호령이라고?’


고양이는 선우현의 말을 증명하려는 듯.

끝부분이 낫처럼 생긴 특이한 모양의 꼬리를 살랑이며 선우유진에게 앞발을 들고 인사를 하는 듯한 시늉을 하고 있었다.


“현아! 이리 와!”


선우유진은 반사적으로 선우현을 품에 안았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고양이에게서 동생을 떼어놓기 위해서였다.


‘생물체 형태의 수호령이라니? 그런 건 들어본 적도 없다고!’


수호령은 기본적으로 특정한 물건에 깃든 형태로만 존재하는 특수 정령.

하지만, 선우현이 가리킨 고양이는 엄연한 생물체였으니까.


‘분명 몬스터일 거야!’


동생의 수호령이라며 나타난 작은 생물체를 몬스터로 의심하고 있는 거였다.


그때.


[아까는 놀라게 해서 미안! 그래도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었어.]


그녀의 머릿속에 직접적으로 들려오는 어린 남자아이의 목소리.


‘뭐, 뭐지?’


[내 이름은 로키! 선우현··· 아니, 대장의 수호령이야. 만나서 반가워! 왕 누나!]


“뭐어어?!”


이것이 선우 남매와 로키의 첫 만남이었다.


***


그로부터 8년 후.


「엘리스 총협회장 폭탄 발언! 새로운 죽음 능력자. 현재 대한민국에 있다! 다음 기자회견에서 본인 등판 약속···.」

「죽음 능력자 리퍼! 나이, 국적 불명? 얼굴까지 가린 신비주의.」

「이름만 알려진 새로운 죽음 능력자. 선우 가문 아닌 로기아 그룹 소속?」

「새로운 죽음 능력자, 리퍼. 선우 가문도 전혀 몰랐다. 이대로 가문 고유능력 빼앗기나.」

······


케이시가 만들어낸 죽음 능력자.

아니, 선우현의 또 다른 신분이 공개됨으로 인해 온 세상이 소란스러워진 그 시각.


‘저게 검은 균열이라는 건가? 그냥 먹구름같이 생겼는데···’


선우현. 아니, <리퍼>는 하늘이 검게 물든 도시 한복판에 서 있었다.

하얀 해골이 그려진 검은색 마스크를 쓴 상태로 말이다.


그때, 그가 착용하고 있던 통신용 인이어를 통해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꼬마! 내 말 듣고 있어? 유진이 하도 부탁해서 보내주긴 했지만, 사고 치면 각오해야 할 거야. 내 말 무슨 뜻인지 알지?)


엘리스를 방패 삼아 공식적인 총협회장으로 세워놓고,

거의 모든 일을 뒤에서 직접 관리 감독하는 능력자 관리협회 본부의 진짜 주인. 케이시였다.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그놈들 언제 도착하는지나 말해.”


-(뭐야? 내가 겉모습은 이렇게 어려졌어도 너보다 300년은 더 살았어! 이놈아!)


“뭐래. 초콜릿 하나에 목숨 거는 인간이.”


-(그, 그건! 몸이 어려진 후유증 때문에 어쩔 수 없는···)


“퍽이나.”


-(아무튼! 혹시 네가 그 녀석들이랑 마주치더라도 절대 죽이면 안 돼! 절대로 살인은 안된다고! 알았어?)


케이시는 강조하고 또 강조했다.

그에게 직접 감정 표현을 가르친 사람이기 때문에 알 수 있는 거였다.

지속적으로 각인시켜두지 않으면, 그는 언제든 사람을 죽게 만들 수 있다는 걸 말이다.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신경 꺼.”


하지만, 감정을 배우기 시작했던 5살 때부터 현재까지 질리도록 들었던 그 말을 가만히 듣고 있을 그가 아니었다.


-(야! 이 싸가지 없는 놈아! 내가 나만 살자고 그러는 거 같아? 네가 사람을 죽이게 되면#@$^@#%!!···)


뚝.


착용하고 있던 인이어의 버튼을 눌러 케이시와의 통신을 가차없이 끊어버린 리퍼가 낮게 중얼거렸다.


“사람 안 죽여. 누나랑 약속했으니까.”


그때.


쿵!! 쿵!! 쿵!!···.


점점 커지는 묵직한 발소리와 함께 땅이 울리기 시작했다.


[대장! 온다!]


“알고 있어.”


쿠오오!


순식간에 전신을 휘감은 검은 불꽃이 그의 오른손에 모여들더니.

이내, 커다란 낫의 형상을 만들어냈다.


-그아아악!!


동시에 등 뒤에서 들리는 기괴한 울음소리.


서걱!!


리퍼의 뒤를 노리던 녹색 피부의 거인, 오크가 한순간에 반으로 갈라지며 푸른 빛이 나는 돌조각이 떨어져 나왔다.

몬스터의 심장부에 생성되는 특수한 에너지의 결정체, <결정석>이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작네.’


새끼손가락만한 결정석을 주워 든 그에게 들려오는 시무룩한 목소리.


[대장! 그거 진짜로 다 없앨거야? 그거 하나만 있으면 츄르로 집도 지을 수 있는 값인데···]


리퍼는 전혀 관심이 없었지만, 로키는 꽤나 아쉬워하는 눈치였다.


“그딴 걸로 집을 왜 만들어?”


꽈악!


리퍼가 결정석을 강하게 움켜쥔 그 순간.


-그어어!!


동족의 피냄새를 맡은 다른 오크들이 그의 주위로 몰려들었다.


[대장!]


“그래.”


화르르르륵!!!


순식간에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검은 불꽃.


-그아아악!!!


리퍼가 만들어낸 거대한 죽음의 화마는 오크들은 물론, 도시까지 통째로 집어 삼켰다.


잠시 후.


“뭐야? 어떻게 된거야?! 여기 왜 이래?”


“주변에 아무런 기척도 느껴지지 않네요. 이미 균열도 사라졌고··· 저희 또 털린 것 같습니다.”


의뢰를 받은 능력자들이 그곳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하늘을 검게 물들였던 검은 균열은 완전히 사라지고,

폐허가 된 도시만이 남아있었다.


“뭐? 도대체 어떤 미친 놈이 선우 가문이 받은 의뢰에 저꾸 손을 대는 거야?”


“저도 모르죠. 아무튼 이걸로 벌써 17번째네요.”


“어떤 놈인지 잡히기만 해봐! 절대로 가만 안 둬.”


검은 달이 그려진 하얀 완장을 찬 정장차림의 남자가 빠드득 이를 갈았지만,

그런다고 해서 그가 의뢰에 실패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야! 선우현! 학교 안 갈 거야?!”


세상모르고 잠들어 있는 선우현에게.

불호령이 떨어졌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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