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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검의 서재입니다.

고양이집사의 은밀한 사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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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검
작품등록일 :
2022.04.22 03:25
최근연재일 :
2022.05.31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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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4.2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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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제우스 시스템 3

DUMMY

재사용대기시간이 1일이면 하루 한번 공적으로 제우스의 호감도를 살 수 있단 말이다.


한때 게임에 푹 빠져 있던 은겸이라 퀘스트에 대한 이해가 빨랐다.

하지만 흐뭇하게 웃던 은겸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공적이 뭐야?”


은겸이 혼자 중얼거리듯 묻자 허공에 다시 상태 창이 열렸다.

그리고 그 안에 쓰여진 내용은.


<서은겸 공적 : 0점>


0? 빵점?

하나도 없다고? 왜?


실망하고 말았다.

그러고 보니 내가 가진 공적 전부랑 이 시스템을 교환했다고 했지.


교환된 공적은 천백만 점이 넘었었다.

조금 전 일이라 확실히 기억났다.


하지만 그 많은 공적을 은겸이 어떻게 가지고 있었는지는 알 길이 없다.

은겸은 뭔가를 특별히 한 게 없었으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

이 제우스시스템이 고양이와 관련된 거라면 더더욱 이상하다.

은겸이 고양이를 좋아하긴 하지만 매일 꾸준히 길고양이들을 챙겨주는 캣맘은 아니기 때문.


제우스 시스템이라...

신기한 게 생기긴 한 것 같은데 당장은 별로 쓸모가 없어 보였다.


은겸이 상상력 풍부하고 판타지나 SF, 게임류 소설과 게임을 좋아해 현 상황을 쉽게 받아들이고 있긴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은겸이 기존에 보던 소설류와는 많이 달랐다.


은겸은 한동안 찌질한 주인공한테 특별한 능력들이 생기며 나중엔 혼자 세상을 다 해쳐먹으며 신이 되는 먼치킨류의 소설을 좋아했다.


고구마를 몇 백 개 먹은 것처럼 답답하게 살고 있는 현실에서 게임과 판타지 소설은 은겸이 숨 쉴 수 있는 사이다 같은 휴식인 셈이다.


소설에선 체력 근력 지력 등이 계속 올라가며 주인공만 최고의 아이템을 갖고 마나를 다루며 신들조차 한방에 때려잡거나 죽어도 무한 회귀하여 이미 경험한 미래를 모두 바꿔버렸다.


주인공은 무조건 등장과 동시에 형편없는 비참한 삶에서 벗어나 한 번의 실패 없이 승승장구한다.


은겸은 그런 말도 안 되는 사이다 소설을 읽으며 답답한 현실을 참아냈다.

반려묘들과 함께 웹소설은 은겸에게 없어서는 안 될 낙이었고 보상이었다.


하지만 은겸의 앞에 띄워진 제우스 시스템에는 체력도 마나도 없었고 무기나 갑옷 같은 아이템도 없다.

정말 도무지 어디다 써먹어야 하는 시스템인지 알 수 없다.


제우스 시스템이 쓸모 있는 건가 싶기도 하다.

하긴 소설 속 주인공들은 죄다 키 크고 잘 생긴 남자들이었지 은겸처럼 153센티에 볼품없는 여자는 없었다.


소설의 경우 독자들은 성별에 따라 장르 호불호가 심하게 갈린다.

같은 판타지 장르라도 여자는 로맨스판타지, 남자는 회귀물이나 던전물, 무협물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글쓰는 사람도 먹고 살아야하니 어쩔 수 없다지만 은겸처럼 가끔은 성별에 관계없이 좋은 작품이면 장르불문하고 찾아서 읽는 부류도 있다.


어쨌거나 은겸에게 소설처럼 특별한 일이 일어나긴 했는데 원했던 방향은 아니라 좀 실망한 상태.

더구나 제우스 시스템은 먼치킨류에 흔히 나오는 최초 성애자도 아닌 듯싶다.


강제 퀘스트와 메인 퀘스트가 동시에 실패 시 사망을 계속 띄우는 걸 보니 오히려 사망 성애자라고나 할까?


목숨을 담보로 한 시스템이라니 살 떨리는 기분이다.

은겸이 제우스 시스템을 수락하지 않고 거절했다면 정말 죽었을 수도 있겠다 싶어 다시 한 번 오한이 온몸을 덮쳤다.


제우스를 살리기 위해선 6개월 안에 은겸에 대한 제우스의 호감도를 100까지 끌어올려야 한다는 말인데 공적이 0인 현재로서는 갈 길이 멀게 느껴졌다.


“불쌍한 제우스. 6개월 시한부 인생이라니... 치료해줄 수 있는 건 서은겸... 나 뿐이고”


공적이라는 건 사용처가 제우스의 호감도를 올리는 것뿐일까?


라고 생각했을 때 퀘스트가 하나 더 떴다.


띠링!!


<반복퀘스트 발생!!>


<브론즈박스를 구매하라

개당가격 : 공적 100점

완료보상 : 공적 20점

재사용대기시간 : 없음>


“호오? 이 퀘스트는 실패가 없네.”


브론즈박스를 구매하라고?

상점도 있다?


게임에선 현질을 유도하는 상점이 이 시스템엔 어떻게 적용되고 있을까 싶어 상점을 열어보았다.


하지만 상점에서 확인할 수 있는 건 브론즈박스뿐이었다.

다른 것들은 모두 자물쇠로 잠겨있어 내용을 확인할 수 없었다.


서운하진 않았다.

모든 게임들이 그렇듯 은겸에게 뜨고 있는 시스템도 그 방식을 차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어차피 때가 되면 잠금은 풀릴 테니 지금은 브론즈박스에서 뭐가 나올지가 자못 기대된다.


이왕이면 현실에서 사용할 수 있는 현금이 펑펑 쏟아졌으면 좋겠다.


“아니면 기억을 지울 수 있는 지우개라던가.... ”


은겸은 불행한 자신의 과거를 깨끗이 지우고 싶었다.


특히 교도소에 있는 아버지는 가장 지우고 싶은 기억이다.

해병대 자원입대해 군복무 중인 남동생 태겸이와도 아버지에 대해서는 절대 말하지 않는다.


“그것도 아니면 회귀물처럼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아이템 같은 거...”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바로 잡을 수 있을까?

그때 은겸은 고작 10살 초등학교 3학년 이었다.

아버지가 엄마를 살해했을 때.


엄마가 죽기 전으로 돌아간다면 10살 서은겸은 그 일을 막을 수 있을까?


자신 없었다.

현실과 소설은 엄연히 다르다.

은겸은 평범한 행복을 맘껏 누리던 10살짜리 여자아이였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엄마가 사라졌다.

아버지가 실종신고를 했지만 엄마는 나타나지 않았다.


4년 후 은겸이 한참 사춘기를 앓고 있던 중학교 1학년, 세상에서 가장 다정했던 아버지가 갑자기 들이닥친 경찰들에게 끌려갔다.


사이코패스 살인자가 아내와 8명의 여자를 잔인하게 살해하고 암매장했다는 사건이 그즈음 연일 뉴스는 물론이고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다.


길을 잘못 든 등산객이 장마 비에 드러난 뼈 무덤을 발견해 신고했고 유전자 감식 결과 9명의 여자로 밝혀졌다.

9명의 여자 안에 엄마의 뼈가 있었다.


9명의 피해자 중 한명이었을 뿐인 엄마로부터 어떻게 아버지가 살인자인 걸 유추해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과정은 생략되고 결과만 부각됐다.

너무 잔인해 언론을 통제했다는 이야기가 돌았을 뿐이다.


친척들 모두 쉬쉬했지만 언론에 보도된 사이코패스 살인자가 아버지라는 걸 다 알았다.


은겸도 알았다.

하지만 모른 척 했다.

엄마가 사라지기 전 아버지를 두려워하던 모습이 한동안 꿈속에서 계속 악몽으로 나타났다.


은겸과 남동생은 한 번도 교도소에 있는 아버지를 보러 가지 않았다.


보고 싶지 않았다.

그런 사람이 아빠라는 게 무섭고 두려웠다.

어쩌면 아빠의 유전자가 자신에게도 있는 게 아닐까 늘 불안했고 나서길 주저하게 됐다.


그러다보니 밝았던 성격이 어두워져 우울증에 걸렸고 자살시도까지 했다.


고양이를 돌보지 않았으면 은겸은 어릴 때 죽었을지 모른다.

고양와 인연을 맺으며 은겸은 낮아졌던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었다.


“아잣, 과거는 서랍 속 깊이 넣어두고 지금과 미래만 생각하자!!”


은겸은 상념을 거두고 가볍게 뺨을 톡톡 두드리며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제우스에게 집중하자. 차라리 잘됐어. 제우스 덕분에 해야 할 일이 생겼으니까. ’


제우스 살리기 프로젝트에 몰두하다보면 시간도 잘 갈 거고 마음도 무뎌지겠지.


과거는 잊고 한성이한테 톡이나 보내볼까...?

나한테 일어난 일을 얘기해도 절대 믿지 않겠지?


갑자기 김한성을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최근 서로 바빠져 연락이 뜸했지만 그래도 서은겸의 첫사랑이자 소중한 연인이다.


한성이에겐 모든 걸 공유하고 싶었다.

톡으로 얘기할까 하다 다음번 데이트 때 만나 직접 얘기하기로 마음을 정했다.

어차피 톡이나 전화로 얘기해봤자 믿지 않을 테니.


갑자기 피로감이 몰려왔다.

혼자 눕기엔 커다란 퀸 침대위에 눕자 기다렸다는 듯 흩여져 있던 동거묘들이 은겸의 주위로 몰리기 시작했다.


시스템이건 퀘스트 건 피곤한 상태에선 그림의 떡, 일단 자기로 했다.

자고나서도 보이면 그때 퀘스트를 하던가 말던가...

일주일간 누적된 피로가 은겸을 순식간에 꿈속으로 안내했다.


제우스를 가슴 위에 올렸더니 그대로 몸을 움크리며 자리를 잡았다.

레아가 기다렸다는 듯 옆구리를 파고드는 걸 느끼며 은겸은 잠에 빠져들었다.

하데스가 다리사이에 자리를 잡는 것도 루나와 란이 머리 위를 차지하는 것도 알 수 없었다.

예민한 동거냥이들이 제우스를 경계하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알지 못했다.


*****


밤 9시 알람소리에 잠에서 깼다.

잠을 푹 잔 덕분에 몸은 개운했다.

출근 준비를 하며 은겸은 냥이들의 몸 상태와 기분을 체크했다.


제우스에게 캡슐로 된 약을 먹이고 은겸이 없을 때 다른 동거묘들이 하악질 할 것을 우려해 며칠 데리고 다니며 상태를 보기로 했다.


매일 무의식중에 하는 일과도 자연스럽게 끝냈다.

사료와 물을 챙겨주고 화장실 청소를 막 끝냈을 때였다.


<냥이의 사소한 문제 해결 완료. 보상 : 공적 10점>


이란 문구가 눈 앞 허공에 떴다.


“하... 이거 실화야?”


은겸은 그제서야 제우스 시스템이 생각나 냥이들 간식을 챙기기 시작했다.

제대로 간식을 먹는 녀석들은 두 마리였고 그마저 입들이 짧아 캔 한 개로 충분했다.


그것도 제대로 먹지 않고 항상 남겨 놓아 속상한 적이 많았다.

캔을 두 접시에 나눠 사료 옆에 놓아주자마자 식탐 강한 루나가 제일 먼저 달려들어 먹기 시작했다.


뒤를 이어 하데스가 남은 간식 그릇을 차지했고, 레아와 란은 평소처럼 캔에 눈길도 주지 않았다.

루나가 캔을 맛있게 먹고 그루밍을 시작하자,


<냥이 간식주기 완료. 보상 : 공적 +5>


일퀘가 또 뭐 있었지?

라고 생각하자마자 친절하게도 또 허공에 글씨들이 나타났다.


<일일퀘스트>

1. 마음 읽기. 완료보상 : 공적 10점

2. 냥이의 사소한 문제 해결 완료.

3. 냥이 간식주기 완료.

4. 냥이와 놀아주기. 완료보상 : 공적 5점

5. 모든 일일퀘스트 완료보상 : 공적 10점


냥이와 놀아주기... 오케이 그거라면~!


은겸은 두리번거리며 장난감 낚시대를 찾았다.

기존에 구입했다 고장 난 장난감들을 모아 리모델링한 것으로 낚시대와 줄 그리고 그 아래 매달린 솜뭉치가 마치 처음부터 하나였던 것처럼 자연스런 낚시대였다.


은겸이 낚시대를 움직이자 간식을 먹던 하데스가 제일 먼저 반응하며 달려들었다.


간식엔 눈길도 안주던 레아도 바짝 엎드렸다.

낚시대 밑에서 흔들리는 솜뭉치를 노리며 들어올 타이밍을 노렸다.


란이 갑자기 우다다다 치고 들어오며 낚시대에 매달린 솜뭉치를 잡아채자 하데스가 양보하듯 물러났다.


돌아가며 4마리 모두와 10여분 정도 놀아주자 일퀘 완료 문구가 다시 떴다.


<냥이와 놀아주기 완료. 보상 : 공적 5점>




재밌게 읽으셨으면 선추코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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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제우스 시스템 1 +1 22.04.22 1,027 2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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