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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검의 서재입니다.

고양이집사의 은밀한 사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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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검
작품등록일 :
2022.04.22 03:25
최근연재일 :
2022.05.31 17:30
연재수 :
5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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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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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64,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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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4.2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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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제우스 시스템 2

DUMMY

니앙...

아기 고양이도 안전을 느꼈는지 조금 전보다 안정된 소리로 울었다.

하지만 기운은 거의 없어보였다.

은겸이 발견하지 않았다면 아기고양이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을지 뻔했다.


이 작고 여린 생명을 세 녀석들은 태워 죽이려 한 거다.

그것도 아무런 죄의식 없이 장난처럼.


은겸은 가방에서 물티슈를 꺼내 최대한 아기고양이 털에 묻은 휘발유를 닦아주었지만 잘 되지 않았다.

아기고양이는 지쳤는지 도망가지도 않고 은겸의 품에 얌전히 안겨있었다.


일단 알바 교대를 먼저 하고 차분히 아기고양이를 돌봐야겠다고 마음을 정했다.

편의점에 도착해 안으로 들어가자 일하고 있던 30대 초반의 여자 알바가 휘발유 냄새를 맡았는지 잔뜩 인상을 쓰며 코를 막았다.


“뭐야 그거!!”


“미안해요. 좀 사정이 생겨서...”


“그딴 걸 여기 가져오면 어떻게요!!”


또 시비 걸 일이 생겨 신난다는 듯 신경질적으로 따지는 여자에게 거듭 사과하며 은겸은 편의점 야간 타임 인계를 받았다.


“한 번 더 고양이 데려오면 사장님한테 다 말한다고 내가 말했죠?

진짜 짜증나!! 착한 척은 혼자 다한다니까.

그런다고 뭐가 달라져요? 암튼 난 내일 사장님한테 보고할 테니 그렇게 알고 있어요!!”


여자는 퇴근하며 편의점을 나가는 순간까지 투덜댔다.

세상 불만은 다 갖고 사는 부정적인 여자였다.


함께 있으면 정신이 오염될 만큼 비관적인 여자라 은겸은 상종하고 싶지 않았지만 항상 어떻게든 꼬투리를 잡고 늘어졌다.


그 여자에게 인계받은 후엔 늘 기분이 가라앉곤 했지만 지금은 아기고양이가 걱정돼 자신의 감정 따위 사치로 느껴졌다.


밝은 불빛 아래에서 살펴보니 아기 고양이는 더 끔찍한 몰골이다.

휘발유가 아기 고양이의 털과 여린 피부에 심한 자극을 준 듯 털은 뭉쳐 있고 피부는 빨갛게 부어올라 울긋불긋 했다.


은겸은 왜 꼭 위급한 상황이 생기는 날은 야간 아니면 주말인지 알 수 없다고 생각하며 1회용 샴푸로 화장실에서 아기고양이를 조심스럽게 씻기고 말렸다.


보통 길고양이를 구조할 경우 바로 씻기는 건 현명한 방법이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위험한 편에 속했다.


하지만 방금 구조한 아기고양이는 매우 위급한 응급상황이라 어쩔 수 없었다.

휘발유라도 몸에서 빨리 제거해줘야 했기 때문이다.


아기고양이를 씻기고 말린 다음 은겸은 비상용으로 가지고 다니는 츄르를 따 줬지만 의식을 잃은 건지 기운이 없는 건지 아기고양이는 간식을 먹지 않고 잠만 잤다.


가끔 숨이 멈춘 건 아닌지 확인해야 했다.

다행히 아주 작게 배가 오르락내리락하는 게 느껴졌다.


하지만 안심하긴 이르다.

알바는 집중이 되지 않았고 시간은 멈춘 듯 느리게 흘렀다.


아침 교대 알바가 왔을 때 은겸은 너무 반갑고 고마웠다.

겨우 9시간이 지났을 뿐인데 이틀꼬박 일한 것처럼 피곤하고 초조했다.


다행히 오전 알바는 아기고양이를 보고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은겸은 집으로 가지 않았다.

집에 있는 반려묘들이 아기고양이를 보면 십중팔구 분명 하악질을 해댈 것이다.


서로의 정신건강을 위해 은겸은 근처 공원에서 아기고양이를 안고 병원이 열리길 기다렸다.

단골 병원 해피한 동물병원이 문을 열자마자 은겸은 아기고양이를 안고 들어가 진료를 받았다.

아기고양이를 진찰한 수의사는 입원치료를 권했고 그렇게 아기고양이는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았다.


은겸은 하루 한 번에서 두 번까지 해피한 동물병원을 방문해 아기고양이 상태를 확인했다.

아기고양이는 병원의 집중 케어 덕분에 점점 좋아졌다.

예상치 못한 지출이 걱정됐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다.


한두 번도 아니고 몇 달 또 허리띠 바짝 조이면 집에 있는 녀석들 굶기지는 않을 것 같아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아기고양이를 퇴원 시킨 후 임시라도 보호해 줄 집사는 없을까 싶어 밴드 모임에 소식을 올려봤지만 어려울 것 같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은겸은 어쩔 수 없이 아기고양이를 구한 자신이 책임지고 당분간 보호하기로 결정했지만 이런 식으로 정이 들어 어영부영 같이 살고 있는 냥이들이 4마리다.


함께 지내게 되었으니 아기 고양이에게 이름을 지어주어야 할 것 같아 고민했다.

그렇게 이틀을 고민한 끝에 결정한 이름이 제우스.


약하고 볼품없는 아기고양이가 신들의 왕처럼 꿋꿋하고 건강하게 살라는 의미를 담았다.


길고양이라 50% 할인을 받았음에도 병원비는 30만원이나 나왔다.

은겸은 6개월 할부로 결제하고 아기고양이를 품에 안고 나왔다.


그리고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며 아기고양이에게 이름을 알려주었을 때,


그 일이 일어났다.

은겸의 품을 벗어난 아기고양이.

그런 고양이를 잡기 위해 도로로 뛰어든 은겸.

아기고양이를 잡는 순간 차에 치여 날아올랐고, 모든 것이 정지했다.


띠링!!

<강제 퀘스트 발생!!>


<서은겸 집사!! 넌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특별한 고양이에게 이름을 부여했다.

이로서 특별한 고양이 제우스가 너에게 종속되었다.

등가교환의 법칙에 의해 현재까지 서은겸 집사의 공적 11,052,309점 모두를 소모하여 제우스 시스템을 시작한다.>

은겸이 좋아하던 게임처럼, 소설처럼 허공 50센티 앞에 투명창이 떴다.


<퀘스트를 수락하겠습니까?>


<수락> or <거절>


<선택하시오>


<수락 시 제우스 시스템 도입.

거절 시 서은겸 사망.

제한시간 : 10분.>


거절시 죽음...

선택의 여지 따위 1도 없는 강제 퀘스트.


고민하고 생각을 정리할 시간 따위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꿈일지 모른다고 생각했던 건 착각이었다.

제한시간이 빠르게 떨어져 내리고 있는 게 보였기 때문이다.


제한시간 : 3분 10초

제한시간 : 3분 09초


잠깐 아기고양이를 만났던 일을 생각했을 뿐인데 3분밖에 남지 않았다니...

마음이 조급해졌다.


죽지 않으려면 수락해야하지만 어떻게 하는 건지 알 수 없어 일단 소리부터 질렀다.


“예!! 할게요!! 뭐든 할 테니 살려 주세요! 퀘스트 수락?”


고개도 끄덕여보고 속으로도 외쳤다.

자살시도도 해봤던 은겸이지만 그땐 철저히 혼자였고 지금은 책임져야할 냥이들이 있다.


이렇게 죽을 수는 없었다.

비로서 은겸의 간절한 바람이 닿았던 걸까?


<공적 11,052,390점을 소모하며 제우스 시스템을 시작한다.

공적점수가 0으로 초기화된다.

기본 인벤토리 4×4 칸 제공.

모든 물품은 획득 시 인벤토리에 자동 저장.>


띠링!!


<메인퀘스트 발생!>


<제우스의 호감도를 올려라>

현재 제우스 호감도 1/100

제한시간 : 180일

완료보상 : 공적 10만점 + 특별한 행운상자

실패시 : 제우스 시스템 소멸(제우스 사망)


띠링!!


<일일퀘스트 발생!>


1. 마음 읽기. 완료보상 : 공적 10점

2. 냥이의 사소한 문제 해결. 완료보상 : 공적 10점

3. 냥이 간식주기 완료보상 : 공적 5점

4. 냥이와 놀아주기 완료보상 : 공적 5점

5. 모든 일일퀘스트 완료시 완료보상 : 공적 10점


계속 생성되는 퀘스트에 은겸은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잘 적응하고 있었다.


‘으아-- 뭔지 모르겠지만 일단 이 상황에서 벗어나게 해줘!!’


은겸은 여전히 일시정지 상태인 주변과 차에 치여 날아가던 상태 그대로 공중에 멈춰있는 자신의 모습이 무섭고 두려워 마음속으로 외쳤다.


그러자 순식간에 영상이 되감기 듯 빠르게 시간을 역행하며 아기고양이 제우스가 자신을 빤히 쳐다보고 있는 부분에서 다시 플레이되기 시작했다.


변한 것은 이번엔 제우스가 은겸의 품에서 뛰어내리지 않았다는 것.


제우스는 은겸을 한번 보고는 후 언제 그랬냐는 듯 시선을 내리며 그루밍을 시작했다.


뭐지? 꿈? 백일몽?


아무리 잠을 못자 피로가 누적되었다고 해도 벌건 대낮에 걸으면서 잠을 잤다고? 내가?


제우스 시스템은 또 뭐고...


<제우스 시스템>


마음속으로 제우스 시스템을 생각하자마자 눈앞에 상태창이 열리며 문구가 떠올랐다.


은겸은 헉!! 하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은겸을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그들 눈에는 은겸 혼자 원맨쇼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으리라.


확실히 <제우스 시스템>이란 글자는 은겸의 눈에만 보이는 모양이다.

50센티쯤 앞 공중에 투명 창처럼 생긴 것에 글자가 쓰여 있었다.


판타지를 많이 읽은 은겸은 이것이 판타지 소설 속에 자주 등장하는 스테이터스, 즉 사용자의 상태를 알려주는 상태창임을 인식했다.


은겸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메인 퀘스트를 생각했다.

그러자 바로.


<메인퀘스트>


<제우스의 호감도를 올려라 :

현재 제우스 호감도 1/100

제한시간 : 180일

완료보상 : 공적 10만점 + 특별한 행운상자

실패시 : 제우스 사망(제우스 시스템 소멸)>


신기해서 보고 또 봤다.


제우스를 안고 있는 왼팔에 약 봉지를 걸어놓고 오른손으로 글자가 나타나 있는 허공을 몇 번이고 휘저어보았다.

글자들이 연기처럼 흐트러졌다 다시 원상복귀 되었다.


왠지 가슴이 두근거렸다.

게임이나 소설 속도 아닌데 상태창도 열리고 퀘스트도 생겼다.

다른 사람들은 볼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은겸은 재빨리 상태창을 닫고 정신없이 뛰어서 집으로 들어왔다.


원룸 문을 열자 루나와 하데스가 기다렸다는 듯 현관 앞으로 다가왔지만 은겸은 냥이들을 훌쩍 뛰어넘어 거실 겸 침실까지 들어가 매트리스 위로 점프했다.


콩닥거리는 심장소리를 들으며 그때까지 계속 품에 안겨 있던 아기고양이 제우스를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너... 너야? 응? 진짜 너냐구?”


은겸이 다그치듯 물었지만 제우스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천연덕스럽게 그루밍만 하고 있었다.


“이거 농담 아니지? 내가 잘못본거 아니지? 응? 제우스. 말 좀 해봐. 제우스 시스템이 뭐냐구!!”


<제우스 시스템>


말과 동시에 또 허공에 상태창이 생기며 문구가 떠올랐다.


헐... 말로 해도 나오네.

이건 생각만 해도 나오고 말로 해도 나온단 말이지.


“메인 퀘스트!”


그러자 바로 메인퀘스트 내용이 다시 떴다.


<제우스의 호감도를 올려라

현재 제우스 호감도 1/100

제한시간 : 180일

완료보상 : 공적 10만점 + 특별한 행운상자

실패시 : 제우스 사망(제우스 시스템 소멸)>


“음.. 이 말인 즉, 네 호감도를 올리지 못하면 넌 죽고 이 시스템은 사라진다?”


니앙-!


마치 이번엔 특별히 대답해주지 라는 성의 없는 울음.


“어떻게 해야 네 호감도를 올릴 수 있는데?”


은겸이 제우스를 향해 묻자 바로 퀘스트가 또 하나 떴다.


띠링!!


<반복퀘스트 발생!!>


<공적을 소모하여 제우스의 호감도를 사라 (단, 호감도가 낮은 상태에서는 실패확률 높음)

성공시보상: 공적 100점

실패시 : 소모된 공적 소멸

재사용대기시간 : 1일>




재밌게 읽으셨으면 선추코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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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제우스 시스템 1 +1 22.04.22 1,027 2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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