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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제일 무공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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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2.08.20 00:37
최근연재일 :
2022.08.20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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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20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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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중지추(1)

DUMMY

환생했다.


시간이 흘렀다. 자그마치 열다섯 해 째였다.


바라던 대로 새로운 삶은 별다른 굴곡없이 순탄하게 진행되는 중이었다.


태어난 마을은 마치 세상에서 떨어진 것처럼 한적한 시골이었다. 집안은 평민으로 지주에게 땅을 빌려 먹고 사는 소작농이었다. 매일 부모의 일손을 도와야했지만 불만은 없었다. 화목한 가정과 평화로운 일상을 얻었는데 여기서 뭘 또 바라겠는가.


“휘연아, 할 거 없으면 가서 나무나 사오거라. 다 떨어지기 전에 미리 구해놔야겠다.”


전생과 비교하자면 꽤나 발전이 뒤처진 듯한 이 세계에서 그가 새로 얻은 이름은 장휘연으로, 일가의 장남이었다. 아무래도 처음에는 전생의 기억 탓에 낯선 세계나, 부모, 형제자매 등 어색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지만 그것도 이제는 옛말이다.


십오 년의 세월은 휘연을 완벽한 이 세상의 주민으로 적응시켰다.


땀을 줄줄 흘리는 아버지의 말에 휘연은 밖으로 나섰다. 문 앞에 놓여있는 지게를 등에 매고 제재소 쪽으로 다리를 옮겼다. 평민들은 나무를 함부로 베지 못하기 때문에, 나무를 가공해서 판매하는 제재소에서 구매해야만 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장작을 받아오는 건 휘연이 아니었다. 커다란 지게만 해도 무게가 몇 근이나 나가는데, 그 위에 무거운 통나무를 산처럼 쌓아올리니 어지간한 장정도 힘들어하는 일이었다. 한창 성장기인 소년이 감당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가뜩이나 일손도 부족한데 동생들은 계속 태어나지, 먹을 입은 많은데 형편은 점점 쪼들려지고, 날이 갈수록 부모님의 안색은 어두워지니, 가만히 손가락만 빨고 있을 수가 없었다. 일단은 명색이 장남이니까, 뭐라도 도와서 부모님의 부담을 덜어줘야겠다는 생각이었다.


가장 먼저 떠오른 게 지금하고 있는 일이었다. 항상 뙤양볕 아래에서 일해야하는 농부 치고 체격이 작았던 아버지는 장작을 받으러 갔다 오면 항상 허리가 아프다며 앓는 소리를 내기 일쑤였다.


자신이 그 일을 대신 하면 틀림없이 도움이 될 터. 휘연은 당장 앞으로는 자신이 장작을 받아오겠다고 선언했고, 부모님은 걱정 섞인 시선을 보냈으나 만류하지는 않았다.


아직 어린 제 아들의 도움을 받아야할 정도로 그때의 생활이 고단했던 건지, 제풀에 지쳐 얼마 가지 못할 의욕이라고 생각한 건지. 정답은 모른다.


그리고 첫 날. 휘연은 하늘이 노래진다는 의미를 진정 이해했다. 생각해 보면, 전생에도 육체적으로 힘들었던 경험은 수도 없이 많았다. 것보다 언제나 죽음의 위협 속에서 살아왔다.


하지만, 그 ‘힘듦’과 장작을 나르는 ‘힘듦’은 본질적으로 달랐다. 전신의 힘을 쥐어짜서 한 발자국 걸을 때마다 영혼이 탈곡되는 듯한 느낌이었다.


두 시간. 그날 휘연이 장작을 나르는 데 걸린 시간이었다.


발바닥에 물집이 터지고, 전신 근육통에 시달린 탓에 다음 날 일하지도 못했다. 차라리 안 도와주느니 못한 결과였다.


하지만 휘연은 그만두지 않았다.


이 세상에서 장작이란 어디에서든 쓰이는 것이었기 때문에 아무리 한꺼번에 많이 가져와도 금세 동나기 마련이었다.


휘연의 집안 같은 경우에는 거의 사나흘 꼴로 나무를 받으러 가야했다.


그리고 휘연은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지난 삼 년 동안 지게를 등에 맸다.


“효자네, 효자야. 우리 애가 휘연이의 반만 닮았어도...”


“꿈 깨 이 사람아. 저 아이는 난 놈이야. 뭘 먹고 저리 커졌는지 원. 아무리 생각해도 그 나뭇가지처럼 빼빼 마른 장씨네 아들 같지가 않은데...”


언제부터인지는 모른다. 그저 정신을 차려 보니, 천근처럼 자신을 짓누르던 지게가 더 이상 무겁지 않았다.


특별히 운동을 한 것도 아니고, 남들보다 밥을 많이 먹은 것도 아니었다. 별다른 짓을 하지 않아도 키가 쑥쑥 크고 근육도 붙었다.


지금에 와서는 통나무를 한가득 실어도 식은땀조차 나지 않았다. 유전자의 힘이라기엔 휘연의 아버지는 마을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병약한 인물이었다.


확연할 정도로 차이 나는 부자 간의 체질 탓인지, 아니면 꾸준히 제 몸무게의 몇 배는 나가보이는 지게를 매고 다닌 탓인지... 마을에서 휘연을 몰라 보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휘연은 남들이 자신을 알아보건, 저들끼리 쑥덕거리든 신경쓰지 않았다.


오히려 효자라며 먹을 것을 챙겨주거나, 물건을 살 때 조금 얹어주는 경우도 종종 있으니 이게 시골 인심인가 싶었다.


값을 치르고 나무를 받은 후에,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집으로 돌아왔지만 이걸로 끝은 아니었다. 나무를 땔감으로 쓰려면 작게 쪼개놔야한다. 이것도 물론 휘연의 몫이다.


쩍!


가볍게 휘두른 도끼에 통나무가 절반으로 갈라졌다.


별 힘 들이지 않고 쉽게 하는 것처럼 보이는 장작 패기도 삼 년 전에는 달랐다. 어리숙했다. 나무를 절반으로 가르기는커녕 도끼를 제대로 가운데에 꽂는 것도 어려웠다. 쇠가 달린 도끼는 가만히 들고만 있어도 무거워서 팔이 떨려왔다.


그래도 휘연은 휘둘렀다. 계속.


그리고 언제부턴가 도끼가 가벼워지더니, 통나무의 정가운데에 정확히 꽂히기 시작했고, 지금에 이르렀다.


휘연은 마지막으로 남은 나무를 시원하게 패고 도끼를 바닥에 던졌다. 이것도 익숙해지니 금방 할 수 있게 되었다.


아직도 해는 중천. 해야하는 일은 이미 전부 끝마친 지 오래고, 다르게 할 만한 것이 있나 생각해 보아도 떠오르지 않는다.


집안을 둘러보니 가족들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 부모님은 농사일을 해야하니 그렇다 쳐도, 동생 녀석들은 어디로 나갔는지 원.


이대로 집에 있어봤자 탱자탱자 놀기만 할 뿐이고, 어디 아버지나 도와드리러 갈까.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 그래, 일해야 안 굶지.


그런 생각에 터덜터덜 거리로 나섰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인적이 드물다. 기껏해야 한두 명 정도다. 그마저도 어딘가로 달려가고 있다.


이상한 일이다. 한적한 시골 동네라 해도 기본적으로 이런 한낮에는 열 댓 명은 돌아다니기 마련인데. 단체로 소풍이라도 나갔을 리는 없고. 정말 어디서 잔치라도 하고 있는 건가?


“어, 휘연아!”


사람들의 등을 쫓아 걷고 있으니,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뒤를 돌아보니 피부가 까무잡잡한 소년이 손을 흔들며 뛰어오고 있었다.


“헉헉, 날씨 진짜 덥다. 그치?”


녀석의 이름은 고담으로, 농사가 천직일 것 같은 외견과는 다르게 부잣집 자식이다. 아버지가 이 마을 일대의 토지를 소유한 지주로, 당장 우리 가족만 해도 이 녀석 일가에게 땅을 빌려 먹고 사는 중이었다.


이 주변에서 녀석과 동갑인 남자애는 휘연이 유일해서인지, 줄곧 이리 친한 척하며 말을 걸어온다. 휘연 입장에서야 정신 연령이 어른이라 이런 코흘리개가 놀자고 떼를 쓰면 여간 난감한 게 아니다.


그래도 물주의 아들이라 대놓고 무시하지는 못하지만... 아무튼 이런 경우에서는 도움이 된다.


“휘연이 너는 이런 거에 관심 없을 줄 알았는데, 역시 너도 사람이긴 하구나! 앗, 그런데 늦은 건 아니겠지? 나는 하필 어머니가 심부름을 시키셔가지고... 이런 일생일대의 기회를 놓칠 수야 없지.”


이렇게 시키지도 않은 말을 속사포로 쏟아낼 정도로 수다쟁이인 놈이기 때문이다.


휘연은 아득해지는 정신을 겨우 부여잡았다. 물어볼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러나 너무나 간절하게 빨리 가야한다며 애원하는 고담에게 꼬치꼬치 캐물을 수가 없었다.


고담은 먼저 간다며 땅을 박찼지만, 얼마 가지도 못해 휘연에게 따라잡혔다. 너무 느린 건 둘째치고, 금세 체력이 뻗어버린 탓이다. 땀 한 방울 흘리지 않은 휘연이 나타나자 고담은 힘겹게 웃었다.


“역시, 휘연이 너는 대단해. 똑같이 달렸는데 멀쩡하다니, 이 정돈 해야 우리 마을의 대장이지.”


“그놈의 대장. 안 한다니까.”


“누가 뭐래도 대장은 대장이야. 휘연이 너가 아니면 맡을 사람이 없다구.”


휘연은 이 시골 마을의 여유와 한적함이 마음에 들었다. 말이 좋아 여유와 한적함이지, 바꿔 말하면 무료와 지루함이나 다름 없다. 받아들이기 마련이란 말이다.


고담을 비롯한 꼬마 녀석들은 명백한 후자 쪽이었다. 그럴 법한 나이였으니, 지루함을 이겨내지 못한 녀석들은 끝내 나이에 어울리는 놀이를 시작했다.


휘연은 그런 유치한 장난에 어울린 적이 없어 잘은 모르지만, 듣기로는 전쟁 놀이라고 했다. 마을에서 두 패거리로 찢어서 노는 모양인데, 고담 녀석 쪽이 매번 지는 모양이다. 녀석은 휘연만 있으면 상대는 한 주먹거리도 안 된다며 매번 그를 영입하려 했지만 들어줄 리가 없었다. 휘연을 대장이라 부르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우리들의 대장은 너밖에 없다나 뭐라나.


거기까지면 상관없지만... 고담이 휘연을 대장이라 부른 뒤로 다른 꼬맹이들도 너나 할 것 없이 휘연만 보면 앵무새처럼 대장이라 떠들고 다니니, 그건 좀 곤란하다.


누가 소문냈는지 어른들도 죄다 휘연에게 “네가 대장이냐?” 하고 물어보곤하니까, 속된 말로 쪽팔리다.


“아직 안 갔겠지? 으... 제발! 안 늦었겠지?”


숨을 겨우 고른 고담이 안절부절 못하며 발을 움직였다.


“무슨 일인데?”


아까부터 내내 물어볼 기회를 엿보고 있던 휘연이 입을 열었다.


고담의 두 눈이 동그래졌다.


“무슨 일이냐니! 혹시 몰랐던 거야? 오늘 누가 오는 건지? 그 사람이 무슨 일을 하는 건지도?”


“뭐 현령이라도 오냐?”


휘연은 픽 입꼬리를 올리며 농담을 던졌다. 확실히 현령이라면 비상사태다. 일개 시골 주민에게 현령이란 말 그대로 황제와 같아서,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온갖 짓을 다 해야만 했다. 까딱하면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안 그래도 팍팍한 삶을 더 힘들게 만들어버리니... 나랏님들 X같은 건 전생이나 현생이나 별반 다르지 않았다.


휘연이 환생한 이후로 지금까지 현령이 마을에 온 적은 총 두 번 있었는데, 그때마다 촌장은 물론이고 마을의 모든 사람이 현령 한 사람만을 위해 진땀을 뺐다.


없는 돈 털어서 뒷구멍에 찔러줄 돈 마련하고, 마을에서 제일 가는 장원에 묵을 자리를 마련하고, 귀한 소 잡아서 호화로운 요리를 대접해주기까지.


확실히 현령이 왔다면 지금 마을사람들이 전부 한 곳에 모이는 것도, 고담이 이 난리를 치는 것도 이해가 갔다.


아니.. 그건 아닌가.


현령이라면 고담이 이렇게 애인이라도 만나러 가는 것처럼 기대할 리가 없지. 털 숭숭난 아저씨를 누가 보고 싶어 하겠는가. 오히려 불똥 튈 까봐 전부 제 집 안에 콕 박혀 숨어있겠지.


“진짜 넌 대단하다... 어떻게 이걸 모를 수가 있어? 아침부터 소식이 퍼져서 모르는 사람이 없던데!”


“됐고, 그래서 뭔데.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도 왔나? 왜 이리 호들갑이야.”


“진짜... 말을 말아야지. 직접 보고서 놀라지나 마. 나도 어지간한 일이 아니면 이렇게까진 안 한다구. 어, 다 왔다.”


갑자기 표정이 확 밝아진 고담이 말을 끊고 달려나갔다.


휘연은 느긋하게 뒷머리에 손깍지를 끼고서 천천히 뒤따라갔다. 과연, 안 그래도 작은 공간에 사람들이 몰려서 그런지 점차 인기척이 느껴졌다.


무슨 이유에 이 더운 날에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밖으로 나와있는 걸까. 그리 생각하며 언덕을 밟고 올라갔다. 고담은 이미 저 멀리 나아간 지 오래였다.


‘위는 광장인데. 그 좁은 곳에서 뭘 하겠다고.’


앞서 걸어가던 고담이 우뚝 멈췄다.


막 광장에 도착한 고담은 길을 잃은 꼬마처럼 길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가, 앞을 보고는 화들짝 놀라 자리를 비켰다. 늘어선 대열에 들어선 후에야 안도의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즈음에 휘연도 언덕 위의 광장에 도착했다.


‘왜 저래?’


어딘가를 향해 눈을 흘긋이는 고담이 보인다. 묘하게 안절부절해 보이는 모습이다.


확실히 언덕을 넘어서자 그간 코빼기도 보이지 않던 사람들이 빼곡히 모여 웅성거리고 있었다. 굳이 저들이 뭐라 떠드는지 듣지 않아도, 반짝이는 시선에 깃든 감정이 느껴졌다.


선망, 동경... 두려움.


마을 사람들의 행렬은 마치 귀족이 지나갈 길을 터주는 것처럼 좌우로 나뉘어 있다.


“그니까 대체 뭔데 이 난리를..?”


휘연은 머리를 벅벅 긁으며 주변을 둘러보다가, 콕콕 찔러오는 주변의 시선에 어리둥절한 얼굴로 앞을 보았다.


아찔하게 내리쬐는 태양빛과는 어울리지 않는, 차가운 얼음을 떠올리게 만드는 순백의 피부. 아직 소녀의 티를 채 벗어던지지 못한 앳된 외모에 이상하게도 성숙함이 엿보인다.


소녀가 한 발짝 앞으로 걸었다. 그 작은 동작마저 흠 잡을 길 없이 절제된 모습이다.

새까만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소녀가 발을 움직이면, 개미처럼 모여 있는 사람들이 홍해가 갈라지듯 뿔뿔이 흩어진다.


마치 귀한 물건에 제 손때가 닿을까 두려워하는 것처럼, 누가 명령을 내린 것도 아닐진대 스스로 행동한다.


익숙한 일이라는 듯 소녀는 무표정한 얼굴로 길을 지나가고, 그 뒤를 무장한 장정들이 뒤따른다. 허리춤의 혁대와 등 뒤에 삐죽 솟아난 검의 모습. 한적한 시골에선 보기 힘든 행색이다.


멍하니 그 모습들을 바라보던 휘연은, 불현듯 소녀와 그 일행들이 자신이 있는 쪽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순식간에 코앞까지 다가온 소녀는 길 한복판을 떡 하니 막고 있는 휘연을 올려다보았다.


부드러운 비단 소매가 아래로 늘어지고, 여우처럼 아늑한 눈매가... 전생과 현생 지금까지를 통틀어 생전 처음보는 비현실적인 미모였기에, 휘연은 길을 비킬 생각은 하지 못하고 시선을 떼지 못했다.


“무림인이다...”


먼발치에서 홀린듯한 고담의 탄성이 들려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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