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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백경 님의 서재입니다.

진정한 승리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김백경
작품등록일 :
2013.01.30 01:50
최근연재일 :
2013.08.02 23:03
연재수 :
18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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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4,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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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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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6.23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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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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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글자
21쪽

빅터의 방식 (3)

DUMMY

“자청했다고?”

“그렇소.”


아브델리는 조금 당황한 상태였지만 그래도 겉으로는 전혀 표를 내지 않으려 하면서 빅터와의 대화를 이어 나갔다. 자신들을 인도 받자 마자 빅터는 무기가 있는지 확인 한 후 곧바로 포승 줄을 풀어 주었다. 그리고는 지휘부 막사로 데리고 온 뒤 먹을 것을 약간 내 놓고는 한 명 한 명 면담을 하기 시작했다. 빅터 옆에는 쟈비스와 엘이 있었다. 월터와 메를린은 퇴각을 준비하고 있었고 라체소는 그들을 돕고 있었다. 잠시 턱을 괸 손의 손가락으로 뺨을 톡톡 치면서 생각에 잠겼던 빅터가 엘을 보면서 입을 열었다.


“엘, 자청이…….”

“스스로 원해서 온 거라고.”

“그래? 왜?”

“국왕의 신임을 잃었기 때문이오.”


비장한 각오로 입을 연 아브델리는 자신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는 빅터를 마주 보았다.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빅터는 무표정했다. 아브델리는 점점 기분이 나빠지기 시작했다. 자신이 국왕의 신임을 잃은 이유를 묻는다거나 또는 그래서 어떻게 할 것인가 등을 물어 볼 것으로 예상했던 아브델리였지만 빅터의 표정으로 봐서는 아브델리에게 묻고 싶은 것이 따로 있는 것 같았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하시오.”


뭔가 복잡한 기분을 느끼며 아브델리가 입을 열었다. 빅터가 자신을 무시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자 국왕에게, 그리고 이제는 자신을 볼모로 잡은 정복자에게도 아무런 쓸모가 없는 사람이 된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곧 빅터가 잠시 머뭇거리는 듯 하더니 입을 열었다.


“신임이 뭐지?”


엘이 설명을 다시 하고 빅터는 무안한 얼굴을 하고는 더 이상 아브델리에게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그리고는 고개를 돌려서 주변을 계속 살피고만 있는 젤리드에게 말을 걸었다.


“젤리드라고 했지? 젤리드도 말을 저렇게 어렵게 하나?”

“신임이라는 말이 그리 어려운 말은 아닌 것 같소만?”

“나한테는 어려운 말이야. 그냥 믿음을 잃었다거나 일을 맡길 정도로 믿지는 않는다고 하면 되잖아?”

“쉬운 말을 써 보지. 무엇을 알고 싶소?”

“나랑 같이 가지 않겠어?”

“어딜 말이오?”

“그러니까, 음, 우리하고 같이, 아냐, 그것 보다는, 음, 그래! 날 좀 도와주지 않겠어?”

“도와준다고?”

“내가 꼭 하고 싶은 것이 있거든. 그걸 하려면 사람이 많이 필요해. 그래서 부탁을 해 보고 싶었던 거야.”


젤리드는 빅터의 말을 들으면서 무슨 뜻인지 이해가 되지 않아서 곧바로 대답을 하지 못했다. 다짜고짜 도와달라고 하는 빅터는 지금 젤리드 자신을 사로잡은 승리자였다. 티모라 국왕의 전사는 자신 때문이었기에 그 복수를 위하여 자신을 내어 달라고 한 것이라 생각했던 젤리드였다. 그래서 혹시라도 어떤 틈이 있다면 도망쳐 보려 했지만 한쪽에서 칼을 차고 자신들을 보고 있는 쟈비스와 월터를 뚫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혹시라도 거리가 가까워지면 숨겨놨던 작은 칼로 빅터를 잡아 인질극을 벌려 볼 생각도 했지만 성공한다고 해도 모두가 살아나가는 것은 불가능해 보여서 일단은 상황을 지켜보려 하고 있었던 젤리드였다.


“내 가족은 어떻게 되었소?”


전쟁에 나섰다가 패배하고 도주한 젤리드였다. 그러니 자신의 가족이 무사하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았지만 혹시라도 살아있지 않을까 기대를 하면서 조심스럽게 물었던 젤리드였다. 하지만 역시나 빅터의 반응은 젤리드의 상상을 뛰어 넘었다.


“글쎄? 잘 모르겠는데? 쟈비스? 알아?”


고개를 젓는 쟈비스를 보면서 빅터는 혹시 젤리드의 가족에 대한 것을 알 만한 주변 인물을 둘러 보았다. 하지만 눈이 마주치면 모두들 고개를 저었다. 그러다가 라체소를 보았다.


“알고 있어?”

“알고는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그냥 집에 잘 있을 겁니다.”


라체소는 대답을 하면서도 그것이 좋은 일일지 나쁜 일일지 가늠이 되지 않아서 속으로 걱정하고 있었다. 라체소가 이리 저리 알아본 빅터는 생각보다 단호한 인물이었다. 누군가를 죽일 때에는 망설이지 않았고 더 이상 신경쓰기 싫을 때에는 말 그대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젤리드 만이 아니라 전쟁에 참여했던 장수들의 가족들에 대해서도 빅터는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래서 라체소나 여타 귀족들도 별다른 조치를 취한 바가 없었다. 지금 상황을 보아하니 빅터는 젤리드와 그의 수하들을 포섭하려 하고 있었다. 그런데 라체소가 알고 있는 한 그들의 가족에 대해서는 어떠한 조치도 취해진 바가 없었다. 이미 모두 도주하여 어디론가 사라졌다고 한다면 그 책임은 귀족들이 져야 할 것이었다. 물론 아무런 지시도 내리지 않았던 빅터와 쟈비스의 잘못이기는 했지만 명령권자가 그런 것까지 신경 써야 하는 경우는 별로 없었다. 그런 자잘한 일들은 그저 수하들의 잘못이 될 뿐이었고 심한 경우 그런 작은 실수가 목숨을 잃게 만드는 경우도 있었다. 목숨을 잃게 만드는 상처는 처음부터 크게 만들어지는 경우가 드문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렇다는데?”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은 거요?”

“응.”


젤리드와 수하 장수들은 빅터를 바라보면서 그것이 정말일지 거짓일지 분간이 되지 않아서 혼란스러워했다. 지금 겪어 본 빅터는 거짓을 말할 것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대로 믿을 만큼 세상을 순진하게 살아온 젤리드와 수하 장수들이 아니었다. 전쟁은 언제나 속고 속이는 과정에서 승패가 결정 나곤 했기 때문이었다.


“만일 가족들이 무사하다면 당신을 돕겠소.”


젤리드가 빅터를 똑바로 보면서 입을 열었다. 그러자 빅터는 흡족한 표정을 짓고는 다시 아브델리와 다른 귀족들을 바라 보았다.


“당신들의 가족은?”

“우리가 죽으면 그들은 귀한 대접을 받을 것이고 우리가 살면 그들이 죽겠지요.”

“왜?”


뜻밖의 대답에 빅터는 깜짝 놀랬다. 아브델리는 빅터가 정치에 관해서 아는 바가 거의 없다고 속으로 결론을 내리고는 하나 하나 설명하기 시작했다. 아브델리의 말에 의하면 자신들이 죽으면 셉팀에서는 더 이상 자신들을 핍박할 이유가 사라지게 된다고 했다. 그런데 만약 자신들이 살면 셉팀에서는 그들의 가족을 계속 감시해야 할 상황이 된다고 했다.


“왜?”

“당신을 우리가 돕는다면 셉팀에게는 좋지 않은 일이 될 것이오.”

“그렇겠지. 그렇다고 당신들의 가족들을 죽일 필요는 없잖아?”

“감시를 하고 주의를 기울이느니 죽여버리는 것이 훨씬 손쉬운 일 아니겠소?”


빅터가 생각해보니 그 말이 맞았다. 빅터는 자신의 욕심 때문에 그들의 가족이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그냥 돌려 보내줄까 고민할 때 아브델리가 다시 말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를 그냥 보내줘도 우리는 살아남지 못할 것이오.”

“뭐? 왜?”


아브델리는 자신들이 이미 국왕의 버림을 받았기에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국왕이나 그 아래의 신료들에게 예전 같은 믿음을 주고 받을 수 없는 상태가 된다고 했다. 그러기에 약간의 실수만으로도 자신들은 트집을 잡혀서 결국은 죽음을 당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하기 마련이오. 그 실수는 치명적으로 작용하지요.”


치명적이라는 단어의 뜻을 엘에게 들은 빅터는 그들을 물러가 쉬라고 한 뒤 생각에 잠겼다. 곧 하급 지휘관들이 퇴각 준비를 마쳤다는 이야기를 들은 빅터는 쟈비스와 월터에게 후위를 맡기고 본대는 퇴각하기 시작했다.


“아브렐리라고 했나?”

“아브델리요.”

“식구들을 데려올 방법은 있어?”

“없소.”

“그럼 식구들을 살릴 방법은 있어?”


아브델리는 걷고 있는 자신의 옆에서 말을 타고 이런 저런 질문을 하는 빅터를 보면서 생각에 잠겼다. 방법이 있긴 했다. 그런데 그것을 이야기 하기에는 자신이 너무나 없어 보였다. 겨우 전쟁에 진 왕국에서의 볼모로 보내진 입장이었지만 자신의 자존심까지 망가뜨리기에는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이 너무 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무런 시도도 해 보지 않고 식솔들을 모두 죽게 만드는 것도 자신에게 좋을 것이 없는 일이었다.


“있지만 말하기 어렵소.”

“말 해봐. 혹시 알아?”


주저주저 하던 아브델리가 이야기 한 것은 자신에게 높은 지위를 준다면 가족들은 무사히 살아 남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말을 했다.


“왜 그렇지?”

“우리 왕국은 이미 진 상태지요. 그러니 곧바로 전쟁이 다시 벌어지는 것을 두려워할 것이오.”


아브델리의 말을 들은 빅터는 곧바로 엘에게 가서 아브델리의 말을 전했다. 엘은 빅터의 말을 듣고 절대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이야기 했다.


“왜?”

“그 자가 셉팀을 위해서 뭔가 이상한 일을 하면 어떻게 해?”

“그건 금방 표가 나지 않을까?”


빅터는 아무리 아브델리가 뛰어난 책략을 쓴다고 해도 주변에 다른 인물들이 있기에 충분히 대비할 수 있지 않겠냐는 말을 했다. 엘은 빅터가 그렇게까지 아브델리를 포섭하려 하는 이유를 묻자 빅터는 대답했다.


“어쨌든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은 누군가가 돌봐줘야 하는 거잖아?”

“저 자가 사리사욕, 아니 자기 욕심만 채우면 어떻게 할거야?”

“그러면 그때 가서 뭔가 수를 쓰면 되지 않겠어? 우리가 강할 때는 그런 문제가 없을 것 같은데?”


매사에 조심스럽게 앞뒤를 재는 엘과 다르게 빅터는 너무 사람을 잘 믿었다. 엘은 그게 불만이기는 했지만 이상하게도 빅터 주변에 좋은 인재가 많은 것은 자신으로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결국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 동안 엘은 빅터에게 빅터가 하자는 대로 하겠다고 대답했고 빅터와 함께 적당한 직위에 대하여 논의하기 시작했다. 오리키로 되돌아 가는 내내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라를 다스리기 위해 필요한 직위들에 대하여 논의를 한 빅터는 오리키에 도착하자 마자 귀족들을 모아 놓고 자신들의 구상을 놓고 귀족들과 열띤 토론을 하기 시작했다.


“대충 된 것 같지?”

“그래. 이것을 기준으로 해서 세부 항목들은 이들이 알아서 정하게 하면 될 것 같긴 하다.”


빅터와 엘은 귀족들과의 협의를 통해서 중앙의 관리 직제를 설정하였는데 총 8개의 업무로 나누었다.

정무대신, 행정 업무를 관장하는 대신이다. 대부분의 왕국에서는 왕이 직접 관장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빅터는 자신이 수도에 계속 묶여 있는 것이 싫었기에 왕이 없어도 왕국을 운영하는 데에 문제가 없도록 하기 위하여 정무대신을 별도로 두기를 원했다. 그것은 귀족들에게도 호응을 얻었기에 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무대신이라는 직책을 두게 되었다. 정무대신은 무척 높은 직책으로 삼았지만 각급 행정 관리에 대한 추천권만 있을 뿐 임면권은 부여되지 않았다. 각 지역에 파견되는 책임자들을 모두 관리 감독하는 역할도 부여되어 있었고 파견된 책임자들은 그 지역에서 정부대신의 역할을 하게 되었다.

군무대신, 타 왕국에서의 국방대신보다 상위의 개념으로 군무대신을 두었다. 전쟁과 관련된 모든 업무를 관장하되 전쟁을 수행하는 장수들의 임면권은 국왕에게만 두었다. 전쟁을 수행하는 총 사령관이나 지휘관들과 협의하여 병력의 배분, 보급, 상벌에 대한 처리를 주로 맡게 되었다. 군무대신이 직접 전쟁을 수행하는 경우를 배재한 것이 타 왕국과 다른 점이었다.

재무대신, 왕국의 모든 재정에 관한 업무를 관장하는 대신이다. 다른 왕국과 비슷한 직책이었지만 한가지 다른 점은 다른 왕국에서는 재무대신이 국왕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부분만 관장하는 경우가 많았고 나머지 부분은 각 하급 기관에서 알아서 처리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빅터와 엘은 왕국의 모든 재물에 대한 관리를 재무대신이 맡도록 하였다.

형무대신, 법의 질서를 세우고 법의 집행을 하는 역할이었다. 대부분의 왕국에서 영주들이나 지역의 총 책임을 맡은 관리가 하던 역할이었지만 법 질서에 대한 열망이 컸던 빅터였기에 모든 법의 관장을 하는 형무대신을 두고 각 지역에 형무대신 휘하의 관리들을 파견하여 그들이 지역의 법 질서를 세우도록 하는 직책을 두었다.

공무대신, 함칠과 프라이페라투스의 경우를 생각해서 빅터는 별도로 왕국의 재산이 될 장인들과 그 산물들을 관리하는 별도의 직책을 두었다. 타 왕국에서는 정식으로 제도화 된 적이 없었던 직책이었기에 세부적인 관리 방안 등은 차차로 고민하기로 하였다.

상무대신, 엘의 적극적인 요청에 의하여 새로이 만들어진 직책이었다. 왕국의 상업에 관련된 모든 업무를 관장하는 대신이었다. 빅터가 매점매석을 통하여 물가를 흔든 것을 떠올리고는 엘의 요청에 찬성하였으나 역시 타 왕국에서 정식으로 제도화 된 적이 없었기에 관리 방안과 역할은 차차 조종해 나가기로 했다.

궁무대신, 시종장 등이 대신 하던 국왕의 업무 및 왕궁의 관리 등을 책임지는 직책을 신설 하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궁전을 자주 비우게 될 빅터를 대신하여 집안 단속을 하는 역할을 맡도록 한 것이었다.

예무대신, 빅터는 몰랐지만 국왕들이 하는 업무 중에는 아주 특별한 것들이 많았다. 각 귀족들의 품계를 내리는 일이라거나 관리들을 임명하는 것, 그리고 후계를 지명하거나 신께 제를 올리는 것 등등 국왕이 관장하는 국가적인 행사들이 무척이나 많았다. 그런 업무들을 각 대신들에게 적당히 분배하려던 귀족들에게 빅터는 그런 것을 한 곳에 모아서 처리하자고 제안했고 귀족들 또한 별 불만 없이 수용하게 되었다.

이렇게 해서 행정 체계는 8무 대신으로 정리되었지만 병력에 대한 관리 방안이 다시 대두되었다. 이전에는 국방대신이 맡았던 업무들은 국왕에게 종속시키면서 각 군의 편제와 관리 방안이 혼란해 진 것이었다. 빅터는 군대를 총 다섯 가지로 구분하는 것을 제안했다.

정규군, 월급을 받는 형태로 일상적인 업무는 훈련이며 훈련을 통하여 전쟁을 대비하는 것이 주 업무였다. 몬스터가 별로 없는 세비티 섬의 특성에 맞춰서 각 도시들로부터 적당히 떨어진 곳에 주둔시키고 그들로 하여금 도시에서의 반란이나 소요 등을 대비하도록 하였다. 정규군은 천명씩 총 네 개의 부대로 나누었고 주둔할 지역은 정무대신과 군무대신, 그리고 재무대신이 논의한 뒤 국왕의 재가를 거치도록 했다.

비 정규군, 각 지역에 파견된 관리들이 지역에서 일정 시기마다 장정들을 훈련시키고 유사시 그들로 하여금 전쟁에 동원될 수 있도록 하였다. 그 규모는 지역의 책임자가 각 지역의 형편에 맞게 하도록 했으며 반드시 군무대신과 재무대신의 협의를 거치도록 하였다.

감찰군, 빅터는 각 귀족들이 잘못을 하거나 또는 백성들이 불법을 저질렀을 때 그에 대한 처벌이 어려울 경우를 대비하기 위하여 별도의 정예군을 두도록 했다. 일반 병사들과는 달리 완전한 정예 병으로 구성하되 그 지휘관은 국왕이 직접 임명토록 했다. 그리고 국왕의 지시 외에는 형무대신의 지시만을 따르도록 하였으며 필요에 따라 각 지역의 책임자들에게 파견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 제도로 인하여 빅터의 사후 빅터의 편제를 따른 몇몇 왕국에서 크나큰 변고가 발생하게 되었다.

친위군, 국왕을 호위하고 국왕의 명을 수행하며 왕궁을 지키는 역할을 하는 별도의 군대를 두었다.

그리고 빅터는 각 지역의 책임자들도 직제를 다시 나누었는데 주, 시, 현으로 구분하도록 하였다. 각각의 구분은 처음에 인구를 기준으로 하려 했지만 그럴 경우 땅이 넓고 인구가 적은 곳의 경우라던가 그 반대의 경우에 대하여 구분이 모호해 지는 부분이 있었다. 그래서 빅터는 땅의 넓이를 기준으로 하여 주와 현을 두었고 그 중에서 특별히 인구가 많은 곳을 지정하여 시라고 나누는 방안을 채택하였다. 가장 상급의 지방 관리는 주를 책임지는 ‘주령’으로 불렀고 그 아래의 현에는 ‘현령’ 그리고 인구가 많아서 시로 불리는 별도의 도시들의 최고 책임자를 ‘시장’이라 하였다. 장계가 올라오는 순서 또한 시장 또는 현령이 주령에게 올리면 주령이 다시 내용에 따라 각급 대신들에게 올리고 그것이 다시 국왕에게 올라오도록 한 뒤 처리 순서는 그 반대로 이동되도록 하였다. 이렇게 해서 기본적인 국가의 직책들을 정리한 빅터와 엘은 각 대신의 업무를 도와줄 관리들은 각 대신들이 자율적으로 뽑을 수 있도록 하였지만 반드시 재무대신과의 협의를 거친 후 국왕의 재가를 받아서 임명하도록 하였다.


“길다 길어. 휴.”

“아직 절반 이상 남았어. 빅터.”

“이제 나머지는 엘, 네가 푸폰이랑 아듀토르 데리고 마무리 지어 줘. 난 또 가 볼 데가 있어.”

“어디?”

“소르스 섬.”


셉팀과의 전쟁을 중단하고 오리키로 돌아온 지 벌써 20일이 지났다. 그 동안 아비다에서 오리키로 온 옛 베헴의 귀족들과 헤브돔 귀족들과의 논의도 이제는 어느 정도 정리가 끝났고 이제는 각 행정구역의 정리와 그 수장에 대한 임명 등등만 남은 상태였다. 하지만 빅터는 그 모든 업무까지 다 관장할 자신이 없었다. 우선 글을 읽지 못하기에 엘이 일일이 설명을 해야 하는 불편도 있었고 푸폰이나 아듀토르가 돕기는 했지만 빅터가 가끔 궁금해 하는 것이 있을 때 마다 업무가 멈춰 서버리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 모든 과정을 겪어 본 빅터는 자신이 할 일이 더 이상 없는 것 같다고 생각하여 비룡 전단에게 모종의 임무를 부여했었고 그 결과가 어제 빅터에게 전달되어 있었다.


“소르스 섬이면 금방 오겠네?”

“그렇긴 하겠지, 어쨌든 병력 천명하고 비룡 전단 전부를 끌고 갈 거야. 그러니 보급 좀 해줘.”


엘은 갑자기 머리가 지끈거리는 느낌을 받았다. 지금까지 해온 업무에 더해서 이제는 비룡 전단의 재정까지도 신경 써야 되는 상황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왜 저 녀석이 저렇게 인재에 대해 욕심을 부리고 그냥 대충 믿어 버리는 것인지 알겠군.’


빅터는 그저 귀찮은 일을 떠 넘기고 싶었을 뿐이었지만 엘의 눈에는 빅터가 분명히 본능적으로 이렇게 많은 업무가 주어질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 같아 보였다. 그렇지 않다면 아무나 데려다가 믿고 일을 맡길 생각을 하지는 못했을 것이었다. 엘 또한 지금은 아브델리의 진심이나 라체소의 간사함 따 따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밀려드는 업무들을 처리하고 나눠주기도 바쁜 상태였고 이런 저런 경로를 통해 자신들의 일을 돕고 있는 아브델리나 라체소 등등의 귀족들 또한 정신 없이 바쁜 상태였다. 글 좀 읽었고 일 처리가 좀 뛰어난 귀족들은 모두 달려들어서 빅터와의 협의를 끝낸 일들의 후속 조치들을 처리하느라 정신이 없는 상태였다. 그리고 그것이 모두 마무리 되면 곧 지역 관리 체계의 개편 작업도 시행 해야 했다. 그렇다고 해서 빅터를 보내지 않는 것도 문제였는데 빅터가 있으면 결정이 빠른 대신 자신의 업무가 지체되었다. 빅터가 결정한 일들의 세부적인 조치들은 나머지 귀족들이나 관리들의 업무로 쌓이게 되었기에 빅터의 빠른 결정 또한 그다지 반가운 일이 아니었다. 아니, 될 수 있으면 빅터가 아무 결정도 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엘의 속마음이었다. 속으로 빅터에 대한 원망을 하면서 빅터의 집무실을 나와 자신의 집무실로 가던 엘의 눈에 한 사내가 비틀거리며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라체소? 어디 가시오?”

“아? 재무대신님. 잘 만났습니다. 제가 병이 있어서 그러니 당분간은 좀 쉬도록 해 주십시오.”


자신 있다면서 넙죽 받아 든 라체소의 직책은 군무대신 휘하의 고문관 이었다. 아닌 게 아니라 라체소의 눈 아래에는 검은 그늘이 져 있었다. 상당히 커다랗게 보이는 눈 그늘(Dark Circle)은 라체소가 병이 들었다고 한 말을 뒷받침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를 물러나게 할 수는 없었다.


“빅터, 아니 단장이 곧 외유를 떠난다니까 돌아올 때 까지만 참으시오.”


빅터에 대한 호칭 정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징징거리며 물러날 수 있도록 도와 달라는 라체소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던 엘은 라체소를 버려두고 다시 자신의 집무실로 향했다. 하지만 엘은 자신의 집무실 앞에서 곧바로 발길을 돌리고 말았다. 잠시, 아주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꽤나 많은 사람들이 집무실로 들어와 있는 듯, 문 밖에서도 엘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렸기 때문이었다.


‘가능하다면 내가 그만두고 싶구나.’


어디로 숨어있을까 고민하던 엘은 곧 메를린을 떠올리고는 월터와 함께 있을 메를린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나도 칼을 배울걸 그랬어.”

“왜?”

“그랬으면 하루 종일 사람들에게 시달릴 일이 별로 없잖아.”

“푸훗! 엘, 넌 그게 적성에 맞는다며?”

“그것도 어느 정도지 이거야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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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 전략과 전술 (1) 13.07.18 3,775 15 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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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 붉은 비룡 깃발 (6) +2 13.07.15 2,189 9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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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 붉은 비룡 깃발 (4) +2 13.07.12 2,511 10 24쪽
159 붉은 비룡 깃발 (3) +2 13.07.11 2,562 10 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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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 폭풍우 (4) 13.07.08 1,073 9 22쪽
155 폭풍우 (3) +2 13.07.07 1,161 13 20쪽
154 폭풍우 (2) +2 13.07.06 749 10 20쪽
153 폭풍우 (1) +2 13.07.05 1,493 11 19쪽
152 범고래 해적단 (4) +2 13.07.04 950 6 20쪽
151 범고래 해적단 (3) +2 13.07.03 1,961 8 19쪽
150 범고래 해적단 (2) +2 13.07.01 2,197 12 18쪽
149 범고래 해적단 (1) +2 13.06.29 1,207 6 23쪽
148 국왕 빅터 (4) +2 13.06.28 1,003 10 23쪽
147 국왕 빅터 (3) +2 13.06.27 1,115 8 19쪽
146 국왕 빅터 (2) +2 13.06.26 883 6 20쪽
145 국왕 빅터 (1) +2 13.06.25 897 8 16쪽
144 빅터의 방식 (4) +2 13.06.24 945 9 18쪽
» 빅터의 방식 (3) +2 13.06.23 1,900 11 21쪽
142 빅터의 방식 (2) +2 13.06.22 1,181 10 17쪽
141 빅터의 방식 (1) +2 13.06.21 1,000 8 23쪽
140 수수께기 II +2 13.06.20 1,985 14 17쪽
139 첫 사랑 (4) +2 13.06.19 2,226 13 19쪽
138 첫 사랑 (3) +2 13.06.18 1,388 8 18쪽
137 첫 사랑 (2) +2 13.06.17 969 8 20쪽
136 첫 사랑 (1) +2 13.06.16 1,247 11 19쪽
135 미필적 고의 (3) +2 13.06.15 973 10 18쪽
134 미필적 고의 (2) 13.06.14 839 13 20쪽
133 미필적 고의 (1) +2 13.06.13 1,316 9 16쪽
132 협박문 (4) +2 13.06.12 1,128 9 18쪽
131 협박문 (3) 13.06.11 1,001 9 18쪽
130 협박문 (2) 13.06.10 1,164 9 15쪽
129 협박문 (1) 13.06.09 880 9 16쪽
128 돈 (4) 13.06.08 867 11 21쪽
127 돈 (3) 13.06.07 805 9 20쪽
126 돈 (2) 13.06.06 1,565 11 16쪽
125 돈 (1) 13.06.05 810 10 24쪽
124 변화의 시작 (4) 13.06.04 956 11 17쪽
123 변화의 시작 (3) +2 13.06.03 1,942 13 17쪽
122 변화의 시작 (2) 13.06.02 1,727 10 15쪽
121 변화의 시작 (1) 13.06.01 892 11 13쪽
120 허몽 (4) 13.05.31 1,518 11 13쪽
119 허몽 (3) 13.05.30 1,001 12 15쪽
118 허몽 (2) 13.05.29 1,292 9 14쪽
117 허몽 (1) 13.05.28 1,949 12 12쪽
116 후회하지 않겠어 (4) +2 13.05.27 1,084 7 13쪽
115 후회하지 않겠어 (3) 13.05.25 1,546 12 16쪽
114 후회하지 않겠어 (2) 13.05.24 1,300 9 16쪽
113 후회하지 않겠어 (1) 13.05.23 895 9 21쪽
112 소리개 (4) 13.05.23 927 7 15쪽
111 소리개 (3) 13.05.22 2,106 9 16쪽
110 소리개 (2) 13.05.21 1,064 7 18쪽
109 소리개 (1) 13.05.20 1,654 9 18쪽
108 성장 (3) 13.05.11 1,239 10 18쪽
107 성장 (2) 13.05.10 1,312 8 16쪽
106 성장 (1) 13.05.09 1,183 7 16쪽
105 포탄 굴리기 (3) 13.05.08 1,730 10 16쪽
104 포탄 굴리기 (2) +2 13.05.07 1,434 12 15쪽
103 포탄 굴리기 (1) 13.05.06 1,034 8 16쪽
102 검은 가루 (4) 13.05.04 785 9 14쪽
101 검은 가루 (3) 13.05.03 1,088 9 16쪽
100 검은 가루 (2) +2 13.05.02 1,309 12 16쪽
99 검은 가루 (1) +2 13.05.01 864 14 16쪽
98 비룡 전단 (4) +2 13.04.30 1,014 12 15쪽
97 비룡 전단 (3) +4 13.04.29 1,617 16 13쪽
96 비룡 전단 (2) +2 13.04.27 1,599 14 16쪽
95 비룡 전단 (1) +4 13.04.26 1,219 13 17쪽
94 지레 짐작 (3) +2 13.04.25 1,471 13 14쪽
93 지레 짐작 (2) +2 13.04.24 1,143 9 15쪽
92 지레 짐작 (1) +2 13.04.23 1,352 9 14쪽
91 선전 포고 +2 13.04.22 1,576 13 15쪽
90 신기한 물건 (4) 13.04.20 1,325 12 15쪽
89 신기한 물건 (3) +2 13.04.19 1,403 11 14쪽
88 신기한 물건 (2) 13.04.18 1,036 7 15쪽
87 신기한 물건 (1) +2 13.04.17 1,274 11 13쪽
86 빈 물동이 (2) +2 13.04.16 1,316 15 11쪽
85 빈 물동이 (1) +2 13.04.15 1,407 9 12쪽
84 동료와 부하의 차이 (4) +2 13.04.13 1,260 10 14쪽
83 동료와 부하의 차이 (3) +2 13.04.12 1,384 11 15쪽
82 동료와 부하의 차이 (2) +2 13.04.11 1,978 1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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