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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시의 서재입니다.

거울아, 거울아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로맨스

완결

응시
작품등록일 :
2018.04.09 11:30
최근연재일 :
2018.05.16 20:00
연재수 :
4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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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735
추천수 :
1,154
글자수 :
203,082

작성
18.04.09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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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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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글자
10쪽

거울아, 거울아 3화

DUMMY

민기가 심심할 때마다 적어 내려간 소설파일이었다.

민기는 고민이 많고 스트레스를 받는 날이면 일기를 쓰듯이 소설을 집필했다.

소설을 쓸 때면 답답한 일상을 잠시나마 잊고, 자신이 창조해낸 세계에서 멋대로 살아가는 기분에 젖어들었다.

이러한 기분이 좋아서 하루에 한 시간씩은 꼬박꼬박 소설을 쓰고 있었다.

긴장되는 마음으로 소설파일을 손거울에 비춰보았다.

결과는 실로 놀라웠다.

“뭐야 이거.”

분명히 민기가 비추고 있는 것은 노트북에 들어있는 소설파일이었다.

하지만 손거울에는 통장잔액으로 나타나고 있었다.

‘이게 돈이 된다는 거야?’

민기는 두 눈을 게슴츠레 뜨며 통장에 적혀있는 금액을 살폈다.

300만원이라는 측정가가 나왔다.

이 소설이 총 300만원의 값어치가 있다는 뜻일까?

아니면 인세로 매달 300만원씩 들어온다는 뜻일까?

그 무엇도 확실하지 않았다.

“뭐가 이리 대충 대충이야?”

민기는 미간을 찌푸리며 손거울을 바라봤다.

그 순간, 거울 속으로 비치는 민기의 얼굴이 일그러지며 돈방석위에 앉아있는 모습이 나타났다.

“어?”

민기는 반사적으로 휘둥그레지는 두 눈을 숨길 수가 없었다.

불과 몇 분 전만해도 폐지 줍는 할아버지를 보여주더니, 갑자기 돈방석위에 앉아있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걸까?

기왕 신기한 능력을 지닌 손거울이라면······ 말까지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소설을 쓰면 돈방석에 앉을 수 있다는 거야?’

곰곰이 생각한 끝에 내린 결론이었다.

민기는 재차 확인하기 위해 다시금 노트북화면위로 떠오르는 소설을 손거울로 비췄다.

역시나 300만원이라는 금액이 떠올랐다.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영문을 알 수가 없다고 해서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지 않은가?

뭐라도 해야겠다.

민기는 다시금 손거울을 들고 자신의 노트북을 비췄다.

이번엔 다른 소설들을 비춰보기 위함이었다.

민기가 그동안 집필한 소설은 수십 편에 달했고, 모든 소설들을 손거울에 비춰볼 생각이었다.

로맨스, 판타지,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를 구분 지을 수 없는 소설까지, 정말 어마어마한 양의 소설들이었다.

손거울에는 대부분의 소설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이 20만원에서 130만원사이를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심지어 아무런 가격도 나타나지 않는 소설들도 있었다.

민기가 성심성의껏 집필한 이야기만이 300만원으로 나타났다.

‘이 소설이 다른 소설들에 비해서 남다른 점이 있나?’

민기는 손거울에 300만원이라고 나타난 소설을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흡입력이 좋은 이야기였다.

간결한 문장을 사용하여 속독을 돕고 있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서 더더욱 쉽게 즐길 수가 있었다.

‘흡입력이 중요한 건가?’

민기는 손거울의 능력을 확인해보기 위해 소설의 흐름을 약간만 수정했다.

그 뒤에 다시금 손거울로 금액을 살폈다.

“응?”

민기는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손거울에 비치는 금액을 살폈다.

300만원으로 나타나던 소설이 한순간에 110만원으로 변해버렸다.

조금만 수정했을 뿐인데, 어마어마한 결과를 불러왔다.

민기는 자신이 수정한 소설을 찬찬히 읽어 내려갔다.

곧이어 본래의 내용과 커다란 차이점이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가 있었다.

흐름이 자주 끊기고, 집중력이 쉽게 분산됐다.

“어휴, 복원, 복원.”

민기는 후다닥 소설의 내용을 처음상태로 되돌렸다.

다시금 소설을 수정한 뒤에 손거울로 비춰보자 300만원이라는 금액이 떠올랐다.

300만원, 이 소설이 300만원의 값어치가 있다는 뜻일까?

확인을 하려면 출판사에 투고부터 해야겠지?

무엇이든 원인이 있어야 결과가 나오는 법이다.

손거울에 아무리 300이라는 금액이 떠올라도, 지금처럼 공무원준비만 하고 있으면 현실에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다.

민기는 소설하면 출판사가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민기는 후다닥 인터넷에 접속하여 어떤 출판사가 가장 정직하고 깨끗하게 돈 관리를 하는지 조사했다.

[요즘에는 다들 아시다시피 웹소설이 대세죠. 많은 작가지망생들이 웹소설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을 뒤적이며 이러한 문구를 발견했다.

‘웹소설이 대세라고?’

조금은 생소하게 느껴졌다.

소설이라 하면 종이책으로 보는 것이 당연한 일이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과연 웹소설이 돈이 될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알게 뭐야. 일단 지르고 보자.’

생각이 정리되자마자 곧바로 웹소설 사이트를 뒤적이기 시작했다.

의외로 무수히 많은 웹소설 사이트들이 존재했다.

그 중에서 후원이 빵빵하고 제휴계약도 괜찮은 곳을 찾던 도중, 이번에 새로이 시작하는 웹소설 사이트를 발견하게 되었다.

“어디보자······ 여기 괜찮네.”

새롭게 시작한다면 한참 작가들을 모집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차피 밑져봐야 본전인데.’

떨어지더라도 상관없다.

소설투고는 어디까지나 손거울의 효력을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민기는 일절의 망설임도 없이 자신이 써둔 소설을 웹소설 사이트에 투고했다.


다음날, 아침 해가 밝는 대로 민기는 노래연습장을 찾았다.

그곳에서 오픈준비를 하며 소설에 대한 생각을 했다.

‘기왕 투고했으니 잘 됐으면 좋겠다.’

민기는 부풀어 오르는 기대감을 안은 채,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하루의 시작을 준비했다.

그렇게 한 시간, 두 시간, 세 시간······ 심심하고 지루한 아르바이트시간이 끝나갈 무렵, 가게의 사장님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여보세요?”

“어어, 민기야?”

“네 사장님.”

사장님의 목소리가 굉장히 들떠있었다.

주변으로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려오는 것으로 보아, 친구들과 재미나게 놀고 있는 모양이었다.

곧이어 사장님의 입에서 청천벽력 같은 소리가 튀어나왔다.

“미안한데 오늘 야간대타 좀 해줄래?”

“네?”

어이가 없어서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갑작스러워도 너무 갑작스럽지 않은가?

야간까지 뛰라는 것은······ 하루하고도 반나절을 더욱 일하라는 말이나 마찬가지였다.

민기는 지금도 하루에 12시간이나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대타를 뛰어달라니······

말 같지도 않은 소리였다.

민기는 쓴웃음을 지으며 지금의 당황스러운 마음을 얘기했다.

“너무 갑작스럽네요.”

“미안, 어머니가 편찮으셔서 지금 병원이거든.”

뻔뻔한 거짓말.

병원이라고 하기에 주변의 소음이 너무나도 잘 들렸다.

웃고 떠들고, 노래 부르는 소리가 휴대폰너머로 들려왔다.

그냥 일하기 싫어서 민기에게 자신의 일을 떠넘기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야간시급까지 쳐주겠다는 사장님의 말에 어쩔 수 없이 승낙하고 말았다.

‘어휴······ 목에 풀칠이라도 하려면 열심히 해야지.’

민기의 집안은 넉넉하지 않았다.

오히려 가난한 쪽에 가까웠다.

대한민국을 휩쓸어버린 IMF로 인해, 사업을 하시던 아버지는 쫄딱 망하고 말았다.

가정의 기둥이 흔들리자 어머니는 가정부로 매일같이 출퇴근을 하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공사현장을 전전긍긍하기 시작했다.

[남자는 안정적인 직장을 구해야 돼.]

민기의 아버지가 민기를 볼 때마다 하는 말이었다.

그 덕에 민기는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공무원준비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렇게 2년이라는 시간을 노량진에 처박혀서 아르바이트와 공부를 병행하게 되었다.

“하······”

민기는 머리를 벅벅 긁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어쩌겠는가?

힘없고 돈 없는 자신이 죄인이지.

민기는 착잡한 표정을 지으며 의자등받이에 상체를 기울였다.

“글이나 쓸까.”

무덤덤한 표정으로 혼잣말을 꺼내들었다.

그래, 가만히 앉아서 허송세월만 보내는 것보다 취미생활이라도 즐기는 것이 좋겠다.

민기는 들고 온 공책을 꺼내들고 카운터에 앉아서 소설을 집필하기 시작했다.

손님들을 방에 넣어주고, 손님들이 방에서 나가면 청소하고, 이것이 민기가 하는 일의 전부였다.

덕분에 공무원준비를 하기도 편했고, 틈틈이 소설을 쓸 수도 있었다.

오늘은 시간도 많으니 여유롭게 집필에 매진할 수 있을 것 같다.

띠링, 띠링.

저녁 9시가 넘어가는 무렵, 민기가 일하는 노래연습장으로 단체손님들이 들어왔다.

민기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손님들에게 인사부터 했다.

“어서 오세요.”

“방 줘.”

이미 걸쭉하게 취한 손님들이었다.

얼굴이 새빨갛게 달라 올라있었다.

이러한 손님들의 유형은 크게 세 가지였다.

노래는 부르지 않고 자기들끼리 시시덕거리거나 고주망태로 취할 때까지 계속해서 술을 마시며 노래를 부르거나, 화장실바닥이나 룸 안에 구토를 쏟아내는 경우가 많았다.

‘제발 1번이기를.’

가장 신경이 덜 쓰이는 1번이기를 내심 바라고 있었다.

하지만 손님들의 얼굴을 보고 있으니 썩 예감이 좋지 않았다.

굉장히 험상궂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체격도 상당히 좋았다.

곧이어 만취한 손님이 고래고래 소리치기 시작했다.

“야! 여기 맥주랑 안주 뭐있어.”

“저희 업소는 일반 업소라서 안주는 따로 없습니다.”

민기는 애써 생글생글 웃으며 대답했다.

‘하······ 이런 사람들 진짜 싫다.’

초면부터 반말을 찍찍 내뱉으며 건들건들 거리는 사람들, 정말 혐오스러운 사람들이었다.

할 수만 있다면 모조리 머리를 밀어서 절에 집어넣어버리고 싶다.

그렇게 자연과 물아일체의 경지에 오르면 조금은 사람다워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곧이어 만취한 손님이 미간을 찌푸리며 민기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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