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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시의 서재입니다.

거울아, 거울아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로맨스

완결

응시
작품등록일 :
2018.04.09 11:30
최근연재일 :
2018.05.16 20:00
연재수 :
49 회
조회수 :
65,733
추천수 :
1,154
글자수 :
203,082

작성
18.05.03 06:00
조회
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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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글자
9쪽

거울아, 거울아 36화

DUMMY

민기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그래서 지금 독자들을 끌어 모으는 건가요?”

“그래 인마. 이제 이해가 됐어?”

민기는 아하, 하는 소리와 함께 또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안정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민기는······ 지금도 나쁘지 않았다.

굳이 도박판에 뛰어들고 싶지는 않았다.

과연 사람들이 돈을 내고 읽을까?

모든 것이 의문이었다.

최현진 작가는 담배를 꺼내물며 민기에게 물었다.

“아무튼, 혹시 준비해둔 시놉있어? 평소에 써둔 소설이나, 개인적으로 아끼는 소설 말이야.”

“다작할 소설이요?”

민기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써둔 소설이야 많았다.

하지만 최현진 작가에게 보여주기에 앞서, 손거울에 먼저 비춰보고 싶었다.

세세한 사항은 최현진 작가의 피드백이 효과적이었지만, 큰 틀은 손거울이 보여주는 방향으로 가고 싶었다.

민기는 뒷목을 긁적이며 얘기했다.

“집에 가서 한번 확인해보고 내일 가져오겠습니다.”

“노트북에 없어?”

“USB에 옮겨둬서요.”

“그래, 옮겨두는 것 중요하지. 컴퓨터 날아가면 우리 목줄도 날아가는 거야.”

최현진 작가는 호쾌하게 웃으며 무서운 이야기를 꺼냈다.

하지만 그의 말이 맞는 말이어서 더욱 씁쓸했다.

농담처럼 들리지만 굉장히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말이었다.

연재가 밀리는 순간, 생지옥이 펼쳐진다는 말을 어깨너머로 얼핏 들은 기억이 있었다.

악성댓글은 둘 째 치고, 휴재를 하는 순간부터 기존의 독자들이 눈에 띄게 떨어져나간다고 들었다.

민기는 연재가 밀리지 않기 위해서 주말도 반납하고 매일같이 집필에 열중하고 있었다.

최현진 작가는 장초를 끄며 얘기했다.

“그럼······ 오늘은 지금 쓰는 소설 쓰고, 내일은 다른 소설 가져와.”

“네! 알겠습니다.”

민기는 힘찬 목소리로 대답하며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최현진 작가의 말을 따라 지금 쓰는 소설에 집중을 해야 한다.

하지만 다작에 대한 기대감 때문인지 지금 쓰는 이야기에 쉽사리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한시라도 빨리 손거울에 다른 소설들을 비춰보고 싶었다.

‘빨리 쓰고 빨리 퇴근해야지.’

민기는 헤벌쭉 웃으며 후다닥 오늘의 분량을 채우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간은 쉬지 않고 흘러 점시시간과 저녁시간이 지나가고, 이윽고 검푸른 하늘빛이 세상을 물들이기 시작했다.

민기는 최현진 작가와 이가연 매니저, 그리고 한솔에게 인사를 하고 노량진으로 돌아왔다.

고시원에 도착하자마자 공책에 적어둔 소설들을 손거울에 비춰보기 시작했다.

물론 노트북에 적어둔 소설들도 빠짐없이 손거울에 비춰봤다.

결과는 절망적이었다.

공책위로 적어 내려간 소설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그저 공책으로만 보였다.

노트북에 적어둔 소설들은 통장잔액이 2만원으로 보이는 소설도 있었고, 문서그대로 보이기도 했다.

수십 편을 손거울에 비춰본 결과, 가장 높은 고료가 80만원이었다.

“뭐야 이게.”

손거울의 위력에 놀라서 나온 말이 아니었다.

생각보다 자신이 써둔 소설들이 저렴하다는 생각에 아쉬움이 남아서 나온 말이었다.

민기는 손거울을 내려놓고 자신이 적어둔 소설들을 하나씩 차근차근 읽어나갔다.

한 시간, 두 시간, 세 시간, 점점 밤은 깊어 가는데 읽어야하는 소설들은 너무나도 많았다.

소설이 길기도 길었고, 많기도 너무 많았다.

단 하룻밤 만에 소설들을 정독하기는 무리였다.

다른 방법이 필요했다.

시간을 절약해야했다.

‘대충 읽을까?’

민기는 시놉과 프롤로그만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방법을 바꾸자 가속이 붙기 시작했다.

이윽고 자신이 써둔 모든 소설들을 읽고, 민기는 한숨을 내쉬며 푸른곰팡이가 스멀스멀 내려오는 천장을 바라봤다.

재미없다.

자신이 집필한 소설들에 대한 짧은 평이었다.

정말 자신이 쓴 것이 맞나, 싶을 정도로 재미가 없었다.

집중도 되지 않고, 흡입력도 없고, 문장력이 뛰어나지 않았다.

또한 오타도 많았다.

그나마 읽을 만한 소설은 손거울에서 80만원으로 나타난 소설이었다.

80만원, 결코 적은 돈이 아니었다.

하지만 300만원을 버는 입장에서 80만원은 너무나도 부족하게 느껴졌다.

게다가 장편으로 이어가기에 다소 부족한 감이 많은 이야기였다.

민기는 하품을 하며 기지개를 켰다.

그 순간, 민기의 뇌리에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스쳐지나갔다.

소설의 시놉이나 프롤로그만 손거울에 비춰본다면······ 훨씬 시간을 절약할 수 있지 않을까?

민기는 깊게 생각할 필요도 없이 장르를 불문하고 떠오르는 시놉들을 공책위로 적어 내려갔다.

평소에 이런 이야기는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정리만 해왔던 시놉들을 빠짐없이 적어 내려갔다.

단 한시간만에 총 6편의 시놉이 완성되었다.

민기는 손거울을 들고 원고의 금액을 하나씩 살폈다.

대부분의 소설들이 50만원을 넘지 못했다.

대충 재미있겠다, 싶은 이야기들을 급하게 적어 내려가다 보니, 아무래도 서사구조가 깔끔하지 않은 모양이다.

하지만 단 하나, 유괴범에 관련된 소설이 190만원이라는 측정가가 나왔다.

곧이어 손거울 속에서 영화 같은 장면이 연출되었다.

손거울에 비치는 민기는 퀭한 눈으로 스튜디오앉아서 집필을 하고 있었다.

‘이거야.’

다소 아쉽긴 했지만, 스튜디오에서 집필을 한다는 것에 의미를 두기로 했다.

스튜디오에서 집필을 한다는 것은 연재를 한다는 뜻이고, 최현진 작가도 흡족해한다는 말과도 같았다.

민기는 그 자리에서 유괴범에 관련된 소설을 적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최현진 작가에게 보여주려면 어느 정도 분량이 필요하다.

프롤로그만 봐서는 최현진 작가가 확신을 가지기 어려울 것이다.

아무리 최현진 작가가 이 바닥에서 경력이 많다고 해도, 프롤로그만 보고 소설의 흐름을 완벽하게 파악할 수는 없을 것이다.

민기는 밤을 새며 유괴범에 관련된 소설을 집필하기 시작했다.


다음날, 민기는 퀭한 눈으로 스튜디오에 도착했다.

이미 해가 중천에 떠있는 시각이었다.

이가연 매니저가 가장 먼저 민기를 발견했다.

안경을 고쳐 쓰며 날카로운 눈빛으로 민기를 째려봤다.

“늦으셨네요.”

“죄송합니다.”

민기는 반쯤 풀린 눈으로 고개를 까닥이며 자신의 자리로 걸어갔다.

곧이어 최현진 작가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민기를 발견했다.

“왜 이제와!”

“죄송합니다.”

최현진 작가는 민기를 발견하자마자 소리부터 질렀다.

지각을 해도 적당히 지각을 해야지, 민기가 생각해도 오늘은 지나치게 늦었다.

민기는 원고를 검토하다가 늦었다고 이실직고했다.

“빨리 가져와!”

“아, 그게······”

민기는 준비된 시놉이 없다고 최현진 작가에게 얘기했다.

밤이 새도록 소설을 집필했지만, 민기의 마음에 드는 높은 고료의 이야기가 존재하지 않았다.

분명히 시놉을 손거울에 비췄을 때는 190만원이라는 금액이 떠올랐다.

하지만 소설을 집필하면 할수록 점점 고료가 내려가기만 했다.

최현진 작가는 한숨을 내쉬며 얘기했다.

“기회를 주려고해도 네가 싫다고 하니, 뭐 어쩔 수 없지.”

“내일까지 가져오겠습니다.”

“뭘 내일까지 가져와? 이미 늦었어, 인마.”

최현진 작가는 성격이 급한 사람이었다.

오늘까지라고 하면 무슨 일이 있어도 오늘까지인 것이다.

그의 인생에 기다림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민기는 착잡한 표정을 지으며 얘기했다.

“사실 마음에 드는 이야기가 하나 있었는데······ 아직 완성이 안 돼서 못 가져왔습니다.”

“완성인지 아닌지는 내가 결정할 일이지.”

최현진 작가는 미간을 찌푸리며 얘기했다.

민기는 아무런 반박도 못하고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민기가 시무룩한 모습으로 고개만 푹 숙이고 있자, 최현진 작가는 관자놀이를 지그시 누르며 얘기했다.

“하······ 그럼 내일까지는 꼭 가져와라.”

최현진 작가는 한숨부터 내쉬며 마지막 기회라고 얘기했다.

감정기복이 큰 사람이었다.

민기는 자신의 자리에 앉으며 노트북의 전원을 켰다.

‘피곤하네.’

밤잠을 설쳐서 그런지 온몸이 뻐근했다.

머리도 멍하고, 어깨도 무거웠다.

손가락이 쉽사리 움직이지 않았다.

민기는 자신이 연재중인 소설파일을 클릭했다.

도저히 뒷이야기를 쓰고 싶지 않았다.

아니, 쓰이지 않았다.

떠오르는 내용도 없고, 집중력도 바닥까지 하락한 상태였다.

몸은 지치고, 분량의 압박은 계속되고, 최현진 작가의 압박은 계속해서 들어온다.

어깨를 펼 수가 없었다.

‘프롤로그나 써야지.’

민기는 새 문서를 켜고 내일 최현진 작가에게 보여줄 프롤로그나 집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유괴범에 관련된 소설을 밤새도록 작업했지만, 괜찮은 결과물이 나오지 않았다.

오늘은 스튜디오에 앉아서 괜찮은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 작업해야겠다.

민기는 유괴범에 관련된 소설의 프롤로그들을 최대한 많이 쓴 뒤, 노량진으로 돌아가서 손거울에 비춰볼 생각이었다.

한 번은 숨 길이를 짧게 써보고, 한 번은 길게도 써보고, 3인칭 관찰자시점으로도 써보고, 1인칭 주인공시점으로 써보고, 문장을 최대한 간결하게도 써보고, 혹은 길게도 빼면서 수십 편의 프롤로그를 완성시켰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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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거울아, 거울아 32화 +1 18.04.29 987 20 9쪽
31 거울아, 거울아 31화 +7 18.04.28 1,000 1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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