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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落書


[낙서落書] 등산

등산


낙엽이 쌓이고, 돌이 웃자라고
굵은 나무뿌리는 제땅이라며 팔을 뻗은
끊어질 듯 이어지는 작은 산길

비단 나뿐은 아니었을 게다
세상만사 시름 모두 어깨에 짊어지고
어디 편히 내려놓을 곳 없어 오르고 또 오르고
그리 만들어진 작은 발걸음들 무게를 더해
어느새 든든한 등허리를 이루다

아무리 세게 밟고 뛰고 짓밟아도 미동조차 않는 너
어쩌면 나는 네 위에서
어림없는 일탈을 꿈꾸는지 모르겠다

강이 흐르고, 시간이 지나고, 계절이 바뀌듯
순리대로만 흘러가는 자연을 딛고
숨을 헉헉대며 세상을 거슬러올라가고 있는 나

지난 한해의 긴 꿈을 토해내듯
온 산을 숯불처럼 불태우고 있는 네 위에서
나도 함께 타버리고 싶다는 욕망에
세상 향해 소리질러보다


댓글 2

  • 001. Lv.32 rupin

    15.01.07 08:25

    그렇군요. 등산은 참으로 꿋꿋한 일탈입니다.
    하하하.
    즐거이 읽고 갑니다.

  • 002. Lv.85 큐비트30

    15.10.22 07:45

    등산을 읽어 보니까 문득 산의 마음이 생각납니다.
    산은 모든 것을 포용합니다.산의 넉넉함이 그리운 엄마의 품과 같습니다.
    나무와 풀 바람소리 벌레소리... 이 모든 것을 산은 품고 있습니다.그저 있는 그대로서 소중한 광경입니다.
    내 마음도 산과 같은 넉넉한 마음이 되고 싶습니다.그렇다고 산은 자랑도 하지도 않고 뽐내지도 않습니다.
    산은 산뿐...
    산과 같은 마음이 되고 싶습니다.ㅎㅎㅎ끄적끄적.
    지나가다가 좋은 글귀가 눈에 뛰어 나도 모르게 이렇게 한줄 남기고 갑니다.
    귀한 글 감사합니다,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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