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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한감자님의 서재입니다.

1등 기수가 경마장을 씹어 먹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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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심심한감자
작품등록일 :
2024.05.08 11:30
최근연재일 :
2024.05.27 23:15
연재수 :
31 회
조회수 :
1,147
추천수 :
9
글자수 :
155,878

작성
24.05.08 12:25
조회
102
추천
1
글자
6쪽

프롤로그

DUMMY

카메라의 셔터가 눌리며 터지는 플래시가 단 한 사람만을 비추고 있다. 단상에 선 사람은 질문 세례를 받는 중이다.


“이현성 기수님, 경주마 ‘폭풍질주’가 일명 트리플 크라운(Triple Crown)이라 불리는 삼관마에 도전하는 날입니다.

폭풍질주는 매 경주마다 주법을 바꾸는 것으로 유명한 말인데요. 오늘은 과연 어떤 주법으로 달리실 건지 묻고 싶습니다.”


기자의 질문에 현성은 검지를 입술에 가져다 대며 말했다.


“비밀입니다.”


이현성.

경마장의 보증 수표라 불리는 프로 기수인 그는 신인 때부터 우승을 밥 먹듯이 하며 한국 경마의 역대급 기재라 불리우고 있다.

그는 삼관마의 첫 번째 관문인 뚝섬배와 두 번째 관문인 코리안 더비(Korean Derby)를 마치고 이제 마지막 관문인 농림축산부장관배만을 남겨 두고 있다.

이 대회에서 우승한다면 ‘폭풍질주’는 국내 경마 역사에 몇 없는 삼관마가 되는 것에 더불어 현성은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최고의 기수가 될 것이다.


“이현성 기수님, 이번 경주에 들어가기에 앞서 삼관마에 도전하는 각오를 듣고 싶습니다.”


각오를 묻는 질문에 현성이 잠시간 눈을 감았다 뜬다.


“160cm의 키에 45kg의 몸무게. 또래보다 작은 체형을 가졌던 저는 어린 시절에 따돌림을 당했습니다.

그런 제가 미래에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썼던 글에 누군가가 기수를 해보라는 답변을 받은 이후로 기수가 되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그때의 제 각오는 지금의 저에게까지 이어져 있습니다.“


"그 각오란 무엇인가요?"


"최고의 자리에 서는 것. 저, 이현성은 이번 경주에 1등으로 도착하며 '폭풍질주'와 함께 미국으로 진출하겠습니다.“


무수히 많은 셔터음과 플래시가 터져 나오며 이현성은 기자회견장을 빠져나갔다.


* * *


"운 좋게 말 잘 만나서 유명해져 놓고는 허세는 죽이네.“


*전검량을 확인하기 위해 모인 자리에서 자칭 라이벌인 윤성호가 현성을 비웃었다.

자신은 신경 쓰지도 않는데 늘 라이벌 의식을 가진 윤성호를 좋아하지 않는 현성은 무관심으로 응대했다.

그럼에도 윤성호는 멈추지 않고 입을 놀려댄다.


"미국 진출? 웃기고 있네. 넌 미국 진출은커녕 트리플 크라운도 못 달성할 텐데 말이야“


뻔한 도발에도 현성이 무관심으로 응대하니 무시받았다는 생각에 윤성호가 어깨를 치고 가며 말한다.


"말 조심히 타라고.“


의미 모를 말을 남기며 떠난 윤성호에게 관심을 끊고 현성은 멘탈을 관리하는 것에만 신경 썼다.


'오늘 주법은 *추입, 오늘 주법은 추입...‘


현성이 탈 말 '폭풍질주'는 *자유마라 불리며 그날,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서, 기수의 의도에 따라서 주법을 바꾸는 말이다.

현성과 같이 달릴 상대 경주마들은 앞에서 달리는 말들이니 힘을 아끼다 마지막에 폭발시킬 생각이다.

선두의 말들이 서로 경쟁하며 알아서 힘을 빼줄 테니, 마지막까지 힘을 아낀 '폭풍질주'가 1등을 차지한다.


현성이 헬멧을 착용하고, 말에 올라탄다. 달리기 전 가볍게 뛰며 말에 문제가 없음을 확인하고, 발주대 3번으로 들어간다.

헬멧 착용, 고글 착용, 채찍까지 들고 있다. 준비는 완벽하다.

출발 위원이 앞으로 나와 신호를 주며 출발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현성.“


출발이 코앞으로 다가왔을 때에는 긴장이 극에 달한다. 그런 때에 말을 걸어오니 현성은 당황스러울 뿐이었다.

그러나 프로 기수답게 현성은 곧바로 멘탈을 잡으며 발주대가 열리는 순간만을 집중한다.


"조심히 타라.“


텅!!!


발주대가 열리며 말들이 튀어 나간다. 현성의 작전은 마지막 직선 주로에 모든 힘을 쓰는 추입이니 처음엔 뒤로 빠진다.

그러나...


다그닥, 다그닥.


현성의 앞을 말 한 마리가 떡하니 가로 막고 있다. 상대의 헬멧 색은 보라색, 자칭 라이벌인 윤성호였다.

선두가 점점 멀어지고 있는데도 윤성호는 속도를 높이지 않는다. 같은 추입이 아니다. 오로지 현성을 방해하기 위한 수작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윤성호, 비켜!!!"


현성의 외침에도 윤성호는 나올 생각을 않고, 오히려 뒤를 돌아보며 현성을 바라본다.

고글과 목토시로 인해 표정이 보이지 않지만 웃고 있다는 게 본능적으로 느껴졌다.


"이 자식이...!“


이런 식으로 밀리다 보면 선두를 다시 만날 일은 없을 테니 일단 윤성호를 제치고 앞으로 나가야 한다.

현성은 말 머리를 옆으로 틀어 인코스에서 빠져나와 추진했다.


"가자!!!“


매일 같이 호흡을 맞춰온 '폭풍질주'가 현성의 의도를 알아채고 질주를 시작한다. 선두와의 거리를 좁히려면 어쩔 수 없이 속도를 높여야만 한다.

다만...


"이현성, 넌 못 가.“


윤성호의 집착은 한 번으로 끝나는 게 아니었다.


쿵!


금세 따라붙은 윤성호가 '폭풍질주'를 들이받는다. 그 충격에 '폭풍질주'는 물론이고, 윤성호가 타고 있는 '더글로이'까지 넘어진다.

말과 말이 얽히고설킨다. 중심을 잃은 말은 앞으로 고꾸라지고, 그와 함께 현성은 던져진다.


쿠웅!!!


경주마는 최대 70km까지 달릴 수 있다. 그런 경주마에게서 날아간 사람이 멀쩡할 리가 없다.

숨이 쉬어지지 않고, 이명이 고막을 가득 채운다.

느려진 시간 속에서 머리가 꺾인 '폭풍질주'가 보여온다.

매일 같이 훈련해오며 이제는 눈만 마주쳐도 뜻이 통하는 '폭풍질주'와 고통 따위 느낄 새도 없이 의식이 잠기는 현성.


트리플 크라운의 영광과 함께 한국 최고의 기수가 됐을 이현성도.

삼관마를 달성하여 최고의 말이 됐을 '폭풍질주'도.

최고의 영광을 목전에 두고 꿈은 끊겨버렸다.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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