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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빵빵 님의 서재입니다.

신이버린영혼(ROM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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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빵빵
작품등록일 :
2013.03.18 13:14
최근연재일 :
2013.04.01 08:30
연재수 :
8 회
조회수 :
1,090
추천수 :
19
글자수 :
39,328

작성
13.04.01 08:30
조회
116
추천
2
글자
7쪽

4.도주

6년전 연재하던글을 다시한번 써봅니다.




DUMMY

온 세상이 어둠으로 잠겨 있는 것을 비웃기라도 하듯 한 곳 만은

환한 빛이 밝혀져 있다. 환한 빛이 감도는 방안에는 어림잡아도

일반 책상과 비교하면 두 배의 길이는 됨직한 책상이 있었다. 그리고

그 위로는 조금 전까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자로 잰 듯 정렬돼

있던 플라스크와 시약병들이 지금은 용도 폐기된 채 자신의 파편

들과 함께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다.


“ 시얀이 사라졌다고요? ”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책상을 엉망진창으로 만든 원흉이 자신을

잡아먹을 뜻 쳐다보자 어이가 없어 실소가 나왔다.


“ 허! 필리스 당신이 부주의해서 일이 이렇게 된 거지 않소 ”


부주의라는 말에 필리스의 시선이 한 소녀에게 향했다.

시녀로 보이는 소녀의 얼굴은 누군가에게 맞았는지 여기저기

퉁퉁 부어있었고 입술은 터져서 붉은 피가 흐르고 있었다.

싸늘한 시선이 몸에 닿자 미칠듯한 공포감에 온몸이 떨려왔고

자꾸만 바셀과 필리스의 대화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자신이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절대로 그 기사에게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만약 자신도 그때 같이 도망만 갔어도 아니 기사의 부탁으로

라노스단장에게 말하지만 않았어도 붙잡히지 않았을 거란 생각에

후회가 물밀듯 밀려왔다. 시녀의 눈에서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 흐윽 살려 주세요 ”


살려 달란다 황당했다. 찢어 죽여도 시원치 않을 시녀가 살려 달란다.

자신은 지금 시녀를 죽일 백 가지 방법을 연구 중인데 살려달라니 기가

막혔다. 하지만 일단 일의 순서를 따져 시얀을 찾는 것이 우선이다.


“ 은밀히 시얀을 잡아들이세요 ”


필리스의 명령하는 듯한 말투에 자존심이 상한 것인지 라노스의 인상이

휴지통에 처박은 종잇조각 처럼 팍 구겨졌다. 당연히 좋은 말이

나올 수가 없었다.


“ 잘난 당신이 찾지그래 ”


필리스는 잘못들은 건가 하고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자신의 귀가 멀쩡하다는 것을 느낀 필리스의 얼굴이 분노로 때문에

달아올랐다.


“ 지금 당신이 한 말 상부에 보고해도 될까요? ”


자존심이 상했는지 분노로 벌것게 달아오른 필리스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그 모습에 만족한 듯 라노스의 얼굴에 능글맞은 미소가 입가에 걸렸다.

어차피 시얀을 찾지 못하면 자신도 좋지 못한 꼴을 당하기 때문에 한발

물러서기로 했다.


“ 농담 한번 한 걸 가지고 그럴 필요까지 없지 당장 기사들을

풀어서 찾도록 하겠네 “


능글맞은 미소가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서로 싸워봤자 지금은 자신이

손해이기 때문에 이쯤에서 마무리 짓기로 마음을 먹었다.


“ 진작 그렇게 나오셨다면 서로 얼굴 붉힐 필요 없었잖아요 ”


“ 그럼 이만 실례 하겠소 ”


더는 같이 있어봐야 서로 좋을 것 없기에 재빨리 나가려는 라노스를

필리스가 제지했다.


“ 잠시만요 ”


자신의 말에 발걸음을 멈춘 라노스가 마땅찮은 듯 똥십은 얼굴로 돌아섰다.

그 모습에 왠지 모를 승리감이 느껴졌지만, 굳이 내색하지는 않았다.

싸워봐야 입만 아프고 머릿속에 근육만 가득 찬 인간이랑 길게 이야기해봤자

자신의 머리만 아프기 때문이었다.


“ 더 할 말이 남았소? ”


무슨 생각을 하는지 오늘따라 사악해 보이는 필리스가 여자만 아니라면

한대 쥐어박고 싶을 정도로 얄미웠다. 조용히 손을 말아 쥐며 고민해보지만

상부에 보고하면 골치 아파질 걸 알기에 고개를 흔들면서 이내 포기했다.


“ 은밀히 찾을 필요 없을 것 같군요 ”


필리스의 입꼬리가 말려 올라갔다. 그 모습이 더없이 얄밉게 보여 상부에

보고 하든 말든 방금 고민했던 것을 실행에 옮기지 못한 게 못내 아쉬웠다.



“ 무슨 말이오? ”


자신의 한 마디 한 마디에 반응하며 수시로 표정이 바뀌는 것이 재미

있었다.


“ 백작을 죽인 것은 시얀입니다. ”


잠시 생각하던 라노스의 얼굴에 필리스와 같은 사악한 미소가 번졌다.

가끔 얄밉기는 하지만 두뇌 하나만큼은 뛰어난 것을 인정해야 했다.

바론백작은 드론도시는 물론이고 톨린 제국 어디에서나 존경받는 인물이다.

그런 인물이 자기 아들에게 살해당했다는 소문이 퍼진다면 그 누구도

시얀을 숨겨주지는 않을 것이다. 이제 시얀을 찾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었다.


“ 그거 좋은 생각이군! ”


이제 더 이상은 볼 일이 없어진 라노스가 문을 열고 나가려는 순간 멈춰 섰다.

아무래도 저 얄미운 얼굴을 구겨 놓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 필리스 너는 내 상관이 아니야 다음부터는 부탁을 해야 될 거야 “




자신의 말에 분을 참지 못했는지 무언가 내려치는 소리가 들렸다.

아마도 유난히 길 다란 책상을 또 내려쳤을 것이다. 플라스크와

시약병의 유리파편이 깔린 책상을 쳤다는 걸 생각하니 고개가

절로 흔들어졌다. 저 표독스러운 성격과 눈이 좀 날카로운 것만

빼면 흠잡을 때 없는 얼굴에 매력적인 몸매가 참으로 아쉬웠다.

아쉬우면 무엇 하리오/ 저 성격을 알아 버렸으니..,


“ 이 찢어 죽일 놈 ”


책상을 내려친 손에 유리파편이 박혔는지 핏물이 뚝뚝 떨어졌다.

분노에 일그러진 얼굴이 악귀와 같이 보였다. 한쪽 구석에서 지켜

보던 시녀의 얼굴이 핼쑥해지며 흘리던 눈물마저 그쳤다.

다리에서부터 시작된 떨림이 몸 전체로 퍼져 나갔다.


“ 살려 주세요 ”


열린 문을 독기어린 눈으로 바라보던 필리스의 시선이 쥐어짜 낸

듯 나온 시녀의 목소리에 반응했다. 잊고 있었던 시녀를 발견한

필리스의 입가에 사악한 미소가 번졌다. 분노를 풀어줄 장난감

이 눈앞에 있으니 절로 웃음이 나왔다. 조금 전에 연구를 중지한

살해 방법이 다시금 떠올렸다. 소녀는 살려 달라는 말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어차피 누구나 죽음 앞에서는 평등하다. 다만 죽음이라는 놈이

찾아오는 시간만이 각기 다를 뿐이다. 소녀는 일분이라도 더 죽음이란

놈을 늦게 볼 수 있었다. 살려달라는 말만 하지 않았다면...

누군가 이렇게 말할 것이다. 일분이란 시간을 더 살아 봤자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하지만 자신 앞에 죽음이 찾아왔을 때 단 일분 차이로 소중한

이를 보고 죽을 수도 보지 못하고 죽을 수도 있다.

시녀의 눈에는 절망이 깃들었다. 자신을 죽음의 길로 인도할 여인이 점점

다가왔다. 비명을 지르고 싶었지만, 극도의 공포에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조용히 주문을 외우던 필리스의 손에 검은 불꽃이 생겨났다. 한번 불이

붙으면 대상자를 한 줌의 재로 만들기 전까지는 절대 꺼지지 않는 5서클

다크 플레어라는 마법이었다. 자신의 손에 타오르는 검은 불꽃을 흥미롭게

바라보던 필리스가 시녀에게로 검은 불꽃을 던졌다. 이윽고 소녀의 몸속으로

검은 불꽃이 파고들었다. 여타의 불처럼 타오르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불꽃에 먹혀들어가고 있었다. 소녀의 몸이 떨렸다.

엄청난 고온 때문에 고통스럽거나 뜨거워서 떠는 것이 아니었다.

검은 불꽃은 지옥의 불꽃이기에 지독한 한기 때문에 떠는 것이었다.

소녀가 추위에 떠는 모습이 즐거운지 필리스의 미소가 더욱더 짖어졌다.

일부로 타는 속도를 조절한 듯 오랫동안 시녀의 몸이 타들어 갔다.

얼마 후 시녀는 이 세상에 살았다는 증거조차 남기지 못하고 사라졌다.






악플보다 무플이더무섭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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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3.과거(백작의죽음) 13.03.23 126 2 10쪽
6 3.과거(3) 13.03.21 114 2 17쪽
5 3.과거(2) 13.03.19 136 2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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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1.신이란개같은것(2) 13.03.18 157 2 14쪽
1 1.신이란개같은것 13.03.18 209 5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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