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붉은쥐 님의 서재입니다.

내 살림살이가 이상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적자생
작품등록일 :
2021.07.26 21:39
최근연재일 :
2021.08.26 19:00
연재수 :
33 회
조회수 :
3,526
추천수 :
121
글자수 :
188,122

작성
21.07.27 19:00
조회
341
추천
18
글자
14쪽

2.

DUMMY

낯선 천장이다.

“여긴···어디지?”

“수임아!”

“응?”

날 부르는 목소리에 옆을 쳐다보니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탈모가 오자마자 밀어버린 매끈한 스킨헤드. 오히려 잘됐다는듯 수염까지 풍성하게 기른, 외국 갱스터처럼 생긴 근육질의 중년 남자가.

“어···아저씨?”

“형이라고 부르라니까 자식이!”

타박하듯 말했지만 아저씨는 다행이라는 듯 웃으면서 날 끌어안았다.

“읍읍! 숨막혀요 아저..형!”

“그래 임마! 다행이다!”

팡팡!

“끄아아악!”

무슨 각성도 안한 일반인이 이렇게 강해!

얼얼한 등을 더듬으며 여기가 어디인지를 살폈다.

“아···병원이구나.”

“그래, 임마. 대체 무슨 일을 하고 댕기길래 길바닥에 쓰러져있었어!”

“아, 아저씨가 옮기셨어요?”

“형이라니까 참. 내가 안 옮겼다.”

“그러면...?”

“아마 좀 있으면 올걸? 아까 호출 눌렀거든.”

그건 또 언제 누르셨대.

아저씨의 말대로 대략 20초 정도가 지나고 병실 문이 열렸다.

가지런한 흑단발에 화장기 없는 얼굴. 단아한 인상의 여성이 병실로 들어왔다.

헌팅 슈트 위에 입은 길드자켓을 보니 [청] 소속의 헌터인 모양이다.

‘[청]이라면 우리 지역을 담당하는 길드였지.’

아마 어제 저녁에 있던 게이트에 관해서 물어볼 게 뻔했다.

“백수임씨?”

“아. 네.”

“여쭤볼 게 있는데 동행 가능하시겠습니까?”

“아, 그 병원비는···”

“이미 지급이 완료되었습니다. 몸에 이상도 없다고 하셨으니 바로 동행하시죠.”

하기야 게이트로 인해 부상자가 나왔다고 소문이 난다?

‘바로 지역 일부의 권리를 뺏길수도 있겠지.’

길드의 이권과 연결된 민감한 문제다.

“뭐, 가시죠.”

“감사합니다.”

그 콧대 높은 헌터가 90도로 고개를 숙이다니.

‘나쁜 기분은 아니네.’

스윽.

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오니 차가 대기되어 있었다.

“가시죠.”

“네!”

중견길드의 헌터가 운전기사라도 된 것처럼 뒷좌석을 열어주고선 운전석으로 달려간다.

이렇게 대접해줄때 가는게 좋다.

저쪽이 낮은 자세로 나온다고 내가 갑인줄 알고 뻗대다가는 강제 집행 당하는 수가 있다.

‘가는동안 변명이나 생각하자.’

[청]길드라면 다른 길드에서 탐색계 능력자를 데려왔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내가 사실대로 말하면 파장이 너무 크다.’

균열의 색이 변한다는 사실만 알려져도 엄청난 질문 공세에 시달릴텐데 마족을 죽였다?

‘고생길 시작이지.’

일단 최대한 별 일이 아닌걸로 가야한다.

‘일단 어제 그 남자가 내 능력으로 나온 소환체인건 확실하다.’

1회 체험권이란걸로 자동 소환된거겠지.

하지만 완전히 사람처럼 생긴 소환체는 들어본 적도 없었다.

‘더군다나 그 강함···아니, 일단 이건 제쳐두자.’

능력에 대한건 이번 취조를 마치고 알아봐도 늦지 않다.

자동차 상석에 앉아 변명을 연거푸 생각하다보니 어느새 [청]의 건물에 도착했다.

‘취조실 같은 곳을 생각했는데 그렇진 않네.’

오히려 귀빈실이라 써진 곳으로 들어갔다.

“편하게 앉으시면 됩니다.”

“아, 네.”

“마실 것 좀 드릴까요?”

“아뇨, 괜찮습니다.”

“네 그러면.”

타악.

“지금부터 하는 모든 대화는 녹음되며 탐색계 능력자의 입회 하에 진행됩니다. 또한 이 녹음은 일체의 가공이 되지 않은채로 보관됩니다. 이후 이번 게이트 사건에 대한 조사가 종료된 뒤 일주일 간의 보관기간을 거친 뒤 자동으로 폐기됩니다. 만약 이 내역이 유출이 될 시에는···”

녹음기 하나를 책상에 올려둔 그녀는 여러 법적 책임을 주르륵 늘어놓았다.

숨은 쉬고 있나 걱정이 될 즈음에야 말은 끊은 그녀는 다시 입을 열었다.

“저는 길드 [청]의 치안 담당부서의 소속 헌터로서 이번 사건의 조사 책임자로 배정받은 신유진입니다. 본격적인 질문을 시작하겠습니다.”

“네, 말씀하시죠.”

길드의 탐색계 능력자가 입회한다.

웬민한 거짓말은 대부분 걸린다.

하지만 탐색계 능력자의 입회하에 행해지는 모든 질문은 법적인 책임을 동반한다.

‘즉, 심하게 파고들어서 물어볼 수 없다.’

“우선, [청]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어제 19시 20분경 오차범위 1의 E급 게이트의 발생을 감지했습니다.”

오차 범위 1의 E급 게이트. 그 말은 [청]에서는 이번 게이트를 F~D급로 파악했다는 뜻이다.

“혹시 게이트를 직접 목격하셨습니까?”

“네.”

탐색계 능력자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렇다면 목격한 게이트의 등급을 알려주실 수 있습니까?”

“그 전에, 전 균열을 목격헸고 그 시간은 오후 7시 정각 정도였습니다.”

별 것 아닌 내용이지만 최대한 협조한다는 느낌을 내는 게 좋다.

“[청]의 감지가 늦어 피해를 준 점, 다시 한 번 사죄드리겠습니다.”

“색깔은 보라색이었습니다.”

처음 본 균열의 색이 보라색이었으니 거짓말이 아니다.

“네, F급 게이트였군요.”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은채 그녀를 쳐다봤다.

다른 의미는 없었다. 이러면 알아서 다음 질문해주겠지, 뭐.

“본인도 각성자로 등록되어 있습니다만···직접 전투하셨습니까?”

“아니오. 전 몬스터를 보지도 못했습니다.”

몬스터가 아니라 마족을 봤지.

“그렇다면 현재 몬스터가 돌아다니고 있는···”

“아닙니다.”

“네?”

“게이트에서 뭔가가 나왔을때, 어떤 남성이 나타나더니 한순간에 처리했습니다.”

“남성이요?”

그녀는 의심 가득한 눈빛으로 탐색계 능력자를 바라보았으나 그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

“미등록 능력자로 보였습니다.”

내 능력으로 나왔으니 등록이 됐을 리 없지.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뭔가를 마구 적었다.

“그렇다면 미등록 능력자가···음, 그렇군요.”

혼자서 고개를 끄덕이더니 납득해버렸다.

“그렇다면 본인이 기절한 이유도 그 사람 때문인가요?”

“···네, 그렇다고 볼 수 있겠죠.”

너무 놀라서 기절했으니까.

“조금만 더 자세하게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에···그. 그 사람이 뭔가를 없앤 다음···”

마족을 패죽이고.

“제게 손을 내밀었습니다.”

악수를 했지.

“그 다음 시야가 완전히 변하더니.”

원룸에서 길거리로 이동했다.

“전 그대로 기절했습니다.”

그 다음 기절했다.

“그렇군요. 기절만 시킨 이유는 감당이 안돼서겠죠. 아마도 잡빌런 같습니다.”

“그런가요.”

“네, 부산물도 남아있지 않은걸 보니 맞을겁니다. 흔한 일이죠.”

게이트가 열린 걸 본 빌런이 부산물을 노리고 몬스터를 처리한 뒤 도망친 흔한 사건으로 기록될 모양이다.

‘일이 너무 잘 풀리는데?’

앞을 보니 신유진이라고 했던가? 그녀의 표정도 한층 밝아졌다.

‘어찌됐든 뒤처리 할 필요가 없는거니까.’

“마지막으로 그 남성의 인상착의를 말씀해주실 수 있으십니까?”

“네, 키는 190 정도의 장신에 상의는 입지 않있고 체크 무늬 바지. 장발. 능력은 신체 강화로 보였습니다. 아, 등에는 화상 흉터가 있었고요."

“빌런답게 특이하네요. 금방 잡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분위기가 많이 풀렸다.

음, 잠깐만.

‘내 능력으로 소환되는 소환체가 빌런으로 등록되면 안되지 않나?’

너무 늦은 깨달음이었다.

신유진은 이미 자리에서 일어나 내게 고개를 숙이고 있었으니까.

“조사에 협력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아, 네.”

차가워보이던 이미지와는 달리 상당히 쾌활해졌다.

‘지금까지 뒤처리를 걱정하느라 딱딱했던건가.’

“자택까지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아, 감사합니다.”

“이게 저희 일인걸요. 하하.”

차에 올라타고 약 3분. 불편한 침묵이 이어졌다.

‘그러고 보니까···”

“그..유진씨? 라고 해야되나요.”

“네, 편한대로 말씀하시죠.”

“그 남자는 빌런으로 기록되는건가요?”

“네, 아무래도 그렇겠죠?”

“그래도 어떻게 보면 절 구해주신 분인데 미안하네요.”

“그래도 자수하면 징역까진 안갈겁니다. 범죄의 수준에 따라 다르긴 할테지만···”

커브구간이 끝난 뒤 말을 이었다.

“사람 안 죽였고 게이트 몇 개 처리한 걸로는 벌금형? 운 좋으면 훈방조치 될 수도 있어요. 물론 그런 경우는 잘 없지만요. 옛날에도 실종돼서 산에서 살다가 나타난 각성자가 그런 경우가 있었죠.”

“아, 그건 유명한 사례죠.”

야인 손현범.

흔치 않은 스토리와 강함을 지닌 그는 현재 명실상부한 스타헌터였다.

“아무튼 그런 경우도 있으니까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네, 하하.”

빨리 자수 시켜야겠다.

“아 맞다. 그리고 협조에 응해주신 분들에게 저희가 소정의 사은품을 드리는데요.”

“그런것도 주나요?”

“네, 저희가 길드 입장인지라 돈을 드릴 수는 없지만···약소하지만 받아주세요. 그 뒷자리 보면 있을거예요 아마.”

이게 무슨 상자인가 했더니 사은품이었구나.

‘은근히 묵직한데.’

꽤 큰 상자의 무게를 가늠하고 있으니 그녀가 멋쩍게 웃었다.

“길드가 공권력을 바탕으로 압력을 가한다는 이미지가 많잖아요? 그래서 요새는 이런 선물 같은것도 준비하곤 해요. 하하.”

“그런가요. 고생하시네요.”

“아뇨, 이게 저희 일이니까요. 그리고 이번엔 상당히 수월하게 조사를 마쳐서···의외로 거짓말하는 사람들이 많거든요.”

“아···걸린다는걸 알면서요?”

“네···별거 아닌데 습관적으로 거짓말하시는 분도 많아요. 그 부분을 물으면 또 민원을 넣으신다는 분도 많고···”

어느새 푸념을 늘어놓기 시작한 그녀는 말문이 완전히 트였는지 계속해서 중얼거렸다.

‘상당히 쾌활한 사람이었네.’

처음 이미지와는 딴판이다.

“그래서···아, 도착했네요.”

“네, 감사합니다, 그···유진씨?”

“아뇨, 저희야말로 협조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조심히 들어가세요!”

그녀의 배웅을 받으며 골목 안으로 들어갔다.

낡은 골목의 적당히 깊숙한 곳에 위치한 옥탑방이 나의 보금자리였다.

끼이익.

“어우 되게 오랜만에 온 것 같네.”

익숙한 장판과 벽지. 귀퉁이에 있는 자그마한 주방과 작은 냉장고가 가장 먼저 보였다.

냉장고 옆과 위에는 각각 다림판과 얼마전에 산 전자레인지가 위치해있었다.

디른 한 구석에는 사계절 내내 꺼내져있는 선풍기와 옥탑방에는 사치인 침대가 놓여있는, 익숙하기 짝이 없는 광경.

“그러고보니까 아저씨는 잘 가셨으려나.”

병원에서 바로 와버렸으니 화내시는게 아닐까.

‘이따가 내려가봐야겠네.’

우선 이 지긋지긋한 정장부터 벗어야겠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똑똑!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누구세요?”

“집주인이다!”

“역시나.”

끼익.

문을 여니 아저씨가 뭔가를 들고 서있었다.

“왔으면 왔다고 말을 해야지!”

“안 그래도 씻고 내려가보려고 했어요.”

“이것 참···물어볼건 산더미같은데 말이지.”

아저씨는 가만히 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몸만 멀쩡하면 되지 뭐. 면접은 어떻게 됐냐?”

“하하하하.”

차마 낙하산이 있었다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분명 길드로 찾아가서 엎을 게 뻔하지.’

잘못하다가는 아저씨 밥줄이 끊길지도 모른다.

그렇게 가만히 웃으니 아저씨도 픽 웃으며 말했다.

“알바 공고 올린거 내려야겠네.”

“아, 내리지 마세요.”

“응? 너 떨어진거 아냐?”

“아, 그렇긴한데···능력을 좀 키워보려고요.”

아저씨는 수상하다는 듯이 쳐다봤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뭐. 알겠다. 고생 좀 한것 같은데 픅 쉬고.”

“네, 아저씨도 괜히 저 때문에···”

팡!

“그런 말 하지말고! 길드도 까짓꺼 내가 꽂아줄 수 있으니까 너무 숙이지마, 짜식아!”

끼이익! 찰칵!

“힘 참 좋으시네···”

팔뚝을 쓰다듬으며 마저 옷을 벗었다.

“그러고보니 정장을 안 돌려줬네.”

내일 돌려주지 뭐.

씻고 옷을 갈아입은 뒤 방바닥에 앉았다.

“후···”

본격적으로 능력에 대해 알아볼 차례다.

“상태창.”


「이름: 백수임

직업: 웅크린 지휘관(Hidden commander)[NEW!]

능력: 나만의 요새[NEW!]」


단촐하기 짝이 없는 푸른 창이 나타났다.

‘직업은 별 상관없고. 아마 소환체는 능력에 있겠지.’

“능력 상세.”


「포탑 설치-Lv.1

지원군 소환-Lv.1[NEW!]」


“이건가?”

마족을 피떡으로 만들어버린 소환체.

꿀꺽.

물론 당장에 그런 화력은 나오지 않을것이다.

‘하지만 잠재력을 검증받았다.’

이제 능력을 개발하는 것에 모든것을 투자한다.

“부와 명예는 자동으로 딸려오겠지.”

기대감을 가지고 ‘지원군 소환'을 눌렀다.


「소환 가능한 지원군이 없습니다. 현재 슬롯 [0/1]」

「남은 슬롯이 있습니다. 지원군을 소환하시겠습니까?」


“당연하지.”


「현재 소환 가능한 지원군이 7명 있습니다.」

「다림판/냉장고/선풍기/가스레인지···」

「추천 지원군: 다림판」

「Tip! 일부 지원군은 마나 변환 장치가 없을 시 전투를 진행할 수 없습니다.」


“마나 변환 장치? 그건 또 뭐야.”


「!개방되지 않은 기능입니다!」

「마나 변환 장치를 사용하지 않는 지원군 목록으로 전환하시겠습니까?」


“응.”


「현재 소환 가능한 지원군이 2명 있습니다.」

「다림판/침대」

「추천 지원군: 다림판」


“이러나저러나 다림판인가.”

오히려 좋다.

다림판은 미족을 피떡으로 만든 징본인. 언젠가 소환하려했다.

거기에 현재 빌런으로 등록된 싱황.

“차라리 빨리 소환해서 벌금만 내는 편이 깔끔하지.”


「’다림판'을 소환하시겠습니까?」


“응.”

슈욱.

탁!

허공에서 나타난 장신의 근육질 남자.

그는 여전히 낯익은 검빨강 패턴의 체크무늬 바지를 입고 있었다.

자세히 봐도 사람과 똑같이 생긴 얼굴과 몸에서 유일하게 팔만이 이질적이었다.

그야말로 강철을 덧씌운듯한 검은 팔을 내밀며, 장발을 늘어뜨린 채 그는 입을 열었다.

“반갑다, 주인.”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 글 설정에 의해 댓글을 쓸 수 없습니다.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내 살림살이가 이상하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 2. 21.07.27 342 18 14쪽
2 1. 21.07.26 410 14 15쪽
1 프롤로그. 21.07.26 426 12 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