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GG108

싸이코패스 연금술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GG108
작품등록일 :
2023.03.09 20:07
최근연재일 :
2023.03.31 21:46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493
추천수 :
3
글자수 :
55,975

작성
23.03.12 21:18
조회
61
추천
0
글자
12쪽

난놈이구나

DUMMY

'내가 왜 이렇고 있어야 하지.'


김태환은 타들어가는 담배를 보며 생각했다.


부푼 꿈을 품고 아카데미에 입학했는데.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분명.

아카데미에 장학생으로 들어왔을 때 까지는 좋았다.

없는 형편에 아카데미를 다닐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그에게 기적이었으니.


처음으로 기쁨에 겨워 눈물을 흘렸었다.


그런데 입학 후 현실은 그가 상상한 것과 전혀 달랐다.


아카데미는 그야말로 정글.

성장과 학업은 뒷전이고 미래의 인재를 사냥하는 좁은 사냥터.


길드와 정부가 눈에 불을 키고 인재를 포섭한다는 건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이다.


불쾌한 진실일 수도 있겠으나.

이건 김태환한테 기회였다.


졸업하면 아카데미보다 더한 정글이 기다리고 있을 터.

이쪽 업계에 아무런 연도 없는 김태환.

그에게는 반드시 정글을 잘 헤쳐 나가려면 길잡이가 필요했다.


그랬기에 김태환은 기꺼이 사냥감이 되는 걸 꺼리지 않았다.


하지만 길잡이의 상태가 영 좋지 못했다.


'제길, 그때 그냥 피할 걸.'


처음 다가올 때 웃는 얼굴이어서 좋은 사람인줄 알았는데.

무리의 리더, 원태민의 뒷조사를 해보니 블랙리스트에 자주 오르는 길드의 아들이었다.

무시하기엔 길드의 규모가 너무 컸다.

좋기는커녕 아주 된 똥을 밟아버렸다.


'이제 와서 피하는 건 위험해.'


입학한 지 이제 한 달도 되지 않은 시간이었으나.

이미 아카데미의 무리는 정해졌다.


무리에서 나왔다간 자칫하면 낙동강 오리알 신세를 면치 못할 터.


만약 운이 좋게 다른 무리와 어울린다고 한들 상황이 좋아질 거라는 장담은 할 수 없었다.

김태환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태환아, 뭘 그리 생각해?"

"어? 아, 아니야."

"담배맛 쥑이지 않냐? 나는 식후땡이 왜 이리 좋은지 모르겠다."

"어... 나도 그래."


'씨발, 어린놈의 새끼가 무슨 식후땡이야.'


"우리 이제 클럽 갈까?"

"클럽은 됐고. 오늘은 술이나 빨자. 우리 길드에 빈 게이트 있으니까."


'술에, 담배에. 잘하는 짓이다.'


그래도 담배 이상의 마약을 하지 않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인 걸까.


'그것도 조만간 손 댈 거 같은 게 문제지만.'


김태환은 속으로 한숨을 쉬며 담배를 피우는 척 했다.

원래라면 그의 연기가 먹혔는데.

오늘따라 눈매가 가늘어진 원태민에게 그의 모습이 딱 걸렸다.


"태환아, 억지로 피우는 거야?"

"어? 아니, 무슨..."

"내가 말했잖아. 나 비흡연자 싫어한다고."


'미친 새끼가! 세상에 비흡연자를 싫어하는 인간이 어디 있어?!'


말도 안 되는 논리에 김태환은 욕을 겨우 삼켰다.


"이러면 곤란한데. 분명히 너 우리랑 어울리고 싶다 말했잖아."

"그, 그랬지."


망할.

김태환은 자신의 과거를 저주했다.


내가 왜 그런 쓸데없는 말을 했을까.


문득 돌아가신 어머니의 말이 떠올랐다.


우리 태환이는 남을 너무 잘 믿는다고.

엄마는 태환이가 험한 세상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참 걱정도 팔자셔라.

이렇게 생각했는데.

역시 어머니는 어머니일까.


김태환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어머니, 이제야 깨닫습니다. 세상은 좆같아요.'


"... 태환아, 김태환."

"...어?"

"이 새끼가 이제 내 말도 씹네."

"아, 아니야. 잠시 딴 생각하느라."

"내 앞에서 딴 생각을 한다고? 주인이 앞에 있으면 집중을 해야지. 감히 죽으려고."

"... ..."


'허... 주인이라니.'


결국 이런 거였나.

친구도, 동기도 아닌.

주종의 관계.


'그래, 놈은 원래 이러려고 접근한 거야.'


원태민의 주위에 있는 인간들이 재밌다는 듯 낄낄댔다.

다음 타자는 자신인 것도 모른 채 말이다.


마음 같아서는 들이박고 싶다.

만약 둘이 붙는다면 김태환이 이기리라.


원태민 뿐만 아니라 다섯 명이 전부 덤벼도 이길 자신이 있었다.


배경은 없지만 실력은 있었으니까.

장학생은 농담으로 딴 게 아니었다.


문제는 그 후였다.

아무리 망나니라도,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예쁘다고.

김태환의 잘못이 아니라고 한들 원태민의 아버지가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개 같은 것들.'


자신도 모르게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아카데미 장학생으로 붙어 기뻐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떠올라 겨우 참았다.

성공해서 어머니를 찾아가기로 다짐하지 않았던가.


'참아야 한다, 참아야 해. 우선 졸업은 해야 한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졸업은 해야지 어디 원서라도 넣을 수 있었다.

그래야 성공의 길이 열린다.


그게 아니라면 불법적인 것 밖에 없는데.

당당히 어머니를 뵙고 싶은 그에게 그건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김태환은 인내의 인내를 거듭해 눈을 감았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숙이려는 찰나에...


"멈춰."


귓가를 때리는 시크한 목소리.


동시에 파격음이 울려 퍼졌다.


"... 어?"


김태환의 눈이 부릅떠졌다.


"... ..."


어리둥절했다.


눈 깜짝할 사이였다.


분명 멈춰 라는 말과 함께 눈을 떠보니.

어찌 된 영문인지 원태민 패거리가 한곳에 포개어져 있었다.


몸이 축 늘어진 걸 보니 기절 상태였다.


김태환은 지금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눈앞의 남자가 이렇게 만든 건 알겠는데.


'도대체 언제?'


눈 깜짝할 사이라는 건 비유가 아니었다.


김태환은 과정을 보지 못했다.


1초.

아니, 그보다 짧은 시간에 어떻게 다섯 명을 해치웠지?


***


멍-


김태환은 상황이 이해되지 않는지 멍청한 표정으로 내 얼굴을 빤히 바라봤다.


그래.

아무리 천재라도 이제 막 각성한 인간이 내 움직임을 이해할 수 없겠지.


피식.


녀석의 손가락 사이에서 타들어가는 담배.

그걸 빼앗아 한 모금 빨고 원태민의 입 안으로 던져버렸다.


후-


"너 내가 구해준 거다."

"네?"


녀석이 다시 멍청한 얼굴로 되묻는다.


"내가 구해준 거라고."

"어... 예. 감사합니다."


어찌된 영문인지는 모르지만 경황은 있는지 고개를 숙이는 김태환.

고개를 든 놈은 잠시 고민을 하더니 입을 열었다.


"그런데... 아저씨 누구세요?"


퍽!


"악!"


머리를 감싸 안고 쓰러지는 김태환.


새끼가 기껏 구해줬더니.

아저씨?

회귀 전이라면 모르겠는데 파릇파릇한 27살한테 아저씨라니.


"다시 한 번 말해 봐."

"아, 아저씨 누구..."


퍽!


"다시."

"... 아저..."


퍽!


"왜 자꾸 때리세요?!"


이렇게 눈치 없는 놈일 줄이야.


녀석은 어지간히 아픈지 눈물을 찔끔거리며 얻어맞은 머리를 쓰다듬었다.


"다시 말해 봐."

"... 도와줘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 형."

"그래, 앞으로 형이라 불러라."

"... ..."

"대답."

"알겠습니다...형."


짜식이 처음부터 이랬으면 좀 좋아.


뭐, 이건 단순한 내 욕심이었고.

이제부터가 진짜지.


"야, 김태환."

"예? 제 이름은 어떻게... 명찰도 넣어놨는데."


그래도 눈치는 보는지 명찰을 떼고 담배를 피우고 있었나 보다.


"아까 너네들이 하는 말 들었어."

"아... 그러시구나."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너 나한테 감사하다고 했지?"

"네... 정말로 감사드려요."


김태환이 고개를 꾸벅 숙이며 다시 한 번 감사를 표한다.


캬-

그 지랄 맞은 성격의 독불장군 김태환이 남에게 고개를 숙이다니.

내가 아는 김태환이었다면 고개를 숙일 바에 목을 자르는 놈인데.


"하루에 별 일을 다 겪네."

"예?"

"됐고. 난 말로만 감사하다는 거 싫어하는 사람이거든."

"그, 그럼..."

"약속의 증표. 알고 있지?"


약속의 증표.

인간은 기본적으로 서로를 불신한다.

그 불신을 사로잡는 획기적인 아이템이 대격변 이후 나타났으니.

그게 바로 약속의 증표이다.


조건은 간단했다.

서로가 약속을 하고 그 약속을 깨지 않으면 된다.

아주 간단하지만.

만약 그 약속을 어길시 목숨을 잃기에.

마냥 간단한 약속은 아니었다.


이걸 발명한 연금술사는 떼돈을 벌었지.

젠장, 몇 년 만 더 앞으로 회귀했으면 내가 돈을 쓸어 담는 건데.

아, 그러고 보니 나는 그때 각성자가 아니라서 어차피 못 만들었겠구나.


씨발, 역시 인생은 운이야.


"그, 그건..."

"뭐야, 역시 말 뿐이었어?"

"그게 아니라... 오늘 처음 봤는데 약속의 증표는 좀..."

"걱정하지 마라. 약속은 간단하니까."

"... 뭔데요?"

"나를 잊지 마라."

"예?"

"정확히 말하면 오늘 나한테 도움 받은 걸 잊지 마라."

"... 겨우 그것뿐인가요?"


진짜냐는 듯 눈알을 데룩 굴린다.

어이없긴 할 테지.

약속의 증표를 사용하면서 까지 겨우 이런 약속을 한다는 것이.


보통 약속의 증표는 국가나 길드의 기밀을 숨길 때 쓰는 것이니.

이딴 보잘 것 없는 약속은 어디에서도 들어본 적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이 보잘 것 없는 약속을 김태환은 평생 잊지 않을 것이란 걸.

그리고 보상은 반드시 돌아올 것이라는 걸.


이놈이 독불장군으로 유명하긴 했으나.

그래도 의리가 있는 놈이었다.


그때도 그랬지.


회귀 전.

이제 막 마흔 살이 됐을 때.


3대 연금술사 길드는 김태환을 잡으려고 했었다.

정확히 말하면 한 길드에서 김태환에게 악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김태환과의 접점이 없어서 딱히 그를 잡고 싶은 생각이 없었으나.

3대 길드 중 하나의 수장으로서 비즈니스 차원으로 동참했다.


아이러니 하게도 절호의 기회를 잡은 건 가장 의욕이 없었던 나였다.


길드원들을 보내고 외진 길목에서 담배나 피고 있었는데.

피범벅이 된 김태환이 절뚝이며 내 앞에 나타났었다.


-제 발로 기어오는구나.

-... 네놈도 한 패냐.


나를 죽일 듯이 째려봤던 놈의 눈빛.

몇 년이 지났음에도 그 눈빛은 아직도 잊을 수 없었다.


나도 산전수전공중전 다 겪었다고 자부했는데.

이놈은 그 이상의 무언가를 겪었음을 눈빛에서 알 수 있었다.


담배 연기를 빨아들임과 동시에 짙은 혈향이 콧속을 후벼 팠다.


-한 패지.

-쉽게 죽을 생각은 없다.

-나도 죽일 생각 없다.

-... 뭐라고?

-난 너한테 아무 감정이 없거든. 아, 대단하다고 생각은 한다. 아마 역대 연금술사 중에 가장 천재를 뽑으라면 널 뽑을 테니까.


이놈은 홀로 3대 연금술사 길드를 위협할 정도로 난 놈이다.

아무리 뛰어나다고 한들 연금술사들이 제일 힘을 발휘 할 때는 힘을 합칠 때인데.

혼자서 이 정도이니.

생각할수록 대단한 인간임은 틀림없다.


-... 무슨 꿍꿍이지.

-그딴 거 없다. 가던 길 가라. 재수 없게 딴 놈한테 걸리지 말고.

-...


녀석은 한참 동안 날 째려봤다.

처절한 그의 역사가 담긴 눈빛을 마주보며 묵묵히 담배를 태웠다.


그가 입을 연 건 담배를 껐을 때쯤이었다.


-회복 물약 하나만 부탁한다. 상급으로.

-맡겨놨냐?

-은혜는 잊지 않겠다.

-그걸 어떻게 믿지?

-약속의 증표.


녀석이 품에서 익숙한 종이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자신의 피로 증표를 새겼다.


-나 김태환은 오늘의 은혜를 잊지 않겠다.


놈이 도대체 뭘 믿고 그랬는지는 모르겠으나.

내가 손해 볼 건 없었다.

나 또한 놈의 장단에 맞추어 엄지손가락에 피를 내어 증표를 새겼다.


휙-


던져준 물약을 시원하게 원샷 한 김태환은 나를 한 번 바라보곤 말도 없이 사라졌다.


그 후로 몇 달 뒤.

약속의 증표 따윈 까맣게 있었을 때 쯤.

이름 없는 소포가 길드에 도착했다.

하지만 누가 보냈는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그걸로 인해 연금술사 길드의 정점에 설 수 있었지.

겸사겸사 김태환 잡자고 지랄발광하던 길드장도 밟아버리고.


"할게요. 약속의 증표."


녀석의 말에 회상에서 돌아왔다.


"허허..."


무언가 결심이 깃든 김태환의 눈빛.


역시 김태환은 김태환이라는 건가.

회귀 전에 봤던 그 눈빛을 지금 볼 줄이야.


이 녀석은 지금부터, 아니 전부터 싸워왔구나.

아주 오랫동안 말이야.


품에서 약속의 증표를 꺼냈다.

인간 불신에 걸려 있던 지라 돈은 안 가지고 나와도 약속의 증표는 항상 가지고 있었다.


증표를 건네받은 김태환은 망설임 없이 손가락에 피를 냈다.


"나 김태환은 오늘의 은혜를 잊지 않을 것이다."


은혜까진 안 바랬는데.

마음대로 말하긴.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회귀 첫날부터 대박을 건지는구나.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싸이코패스 연금술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1 무언가 잘못됐다. 23.03.31 17 0 12쪽
10 하자고 23.03.27 17 0 11쪽
9 모로 가도 히든 피스만 찾으면 된다 23.03.24 19 0 12쪽
8 인턴(4) 23.03.22 29 0 13쪽
7 인턴(3) 23.03.21 41 0 12쪽
6 인턴(2) 23.03.18 40 0 12쪽
5 인턴(1) 23.03.17 43 0 12쪽
4 맛만 볼까 +1 23.03.14 54 1 12쪽
» 난놈이구나 23.03.12 62 0 12쪽
2 딱 좋은 시기야 23.03.10 71 1 9쪽
1 나라면 할 수 있지 23.03.09 101 1 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