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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드하이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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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드하이
작품등록일 :
2021.05.12 14:50
최근연재일 :
2022.04.08 08:00
연재수 :
17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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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46,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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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7.2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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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Chapter#66(141~142)

DUMMY

141



가르시아는 흡족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염색체 조작으로 태어난 그 아이는 자극반응 실험에서 보통의 아이들보다 세배나 빠른 반응 속도와 놀라운 집중 지구력을 보여줬다.



연구진들은 데이터의 신빙성을 확보하기 위해 2주일 사이에 같은 실험을 네 번이나 반복해봤지만 그 아이의 능력은 실험이 계속될수록 오히려 더 높게 나타날 뿐이었다.





“루씨아의 심리상태가.....”



앨리스는 아드레날린에 한참 취해있는 가르시아 소장의 흥을 깨기는 싫었지만, 상황이 악화되기 전에 솔직하게 보고를 해야 더 큰 화를 면할 수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이 직접 나은 아기를 출산 이후 한 번도 못 만난 엄마는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지 않나?”



다행히, 실험결과 분석자료를 히죽거리며 이리저리 훑어보던 소장의 표정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어 보였다.




앨리스는 용기를 내어 말을 이어갔다.





“이틀째 하혈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그때야 비로소 가르시아는 하던 동작을 멈추는 듯 했다.





식은땀이 앨리스의 관자놀이를 타고 흘러내렸다.





“자궁은?”




“네?”




“그녀의 자궁을 확인했냐고”




가르시아는 고개를 반쯤만 뒤로 돌리고 신경질적으로 반응했다.





“...무....물론이죠.... 하지...만... ”




“하지만?”




“자궁 내 출혈은 아니었습니다”





가르시아는 데이터 용지를 내팽개치듯이 책상에 던져버리고 앨리스 쪽으로 다가갔다.





“그럼, 뭐란 말이야, 그리고 그런 걸 왜 이틀이나 지나서....”



고개를 앞으로 삐쭉 내민 그의 눈에 핏줄이 서기 시작했다.





“원인을 밝혀내지 못했기 때문에,,,, 며칠 더 상태를 보고 말씀드릴까 했어요. 일단 수혈은 시작했습니다”




“뭐라고?”




“수혈을....요....”




“이런, 젠장!”




가르시아는 앨리스의 머리를 양손으로 잡으려다가 흥분을 가라앉히려고 심호흡을 했다.





“당장 수혈을 멈추라고 연락해! 그리고 의료진들을 모두 집합시켜! 어서!”




“소...소장님... 수혈을 멈추면 바로 쇼크가 올지도.....”




“그건 내가 책임질 테니 자넨 시키는 일이나 해! 이런.... 염병할!”




가르시아는 황급히 외출준비를 하면서 뭔가를 찾고 있었다.





“소장님, 저는 그럼......”




“이런, 그걸 내가 어디에 뒀더라......”




“소장님?”




앨리스의 말은 이미 가르시아의 귀에 전혀 들리지 않고 있었다.




그녀는 조용히 소장실을 빠져나와 비서의 전화기를 이용해 산모 관찰실로 연락을 취하기 시작했다.





“앨리스에요...”




[소장님께 보고는?]




“네.... 방금...막...”




[화가 많이 나셨을 텐데]




“당연하죠... 그런데 수혈을 당장 멈추라고.......”




[뭐?]




“본인이 책임을 지시겠대요. 뭔가 생각이 있으시겠죠....”




[앨리스]




“네?”




[루씨아가 코마 상태야]




“그...그럴.....”




[받아들여야 해]




“소장님이 금방 그쪽으로 가실 거에요. 난리가 날 거라구요”




[........]




“니히만?”




[이젠... 정말.... 지겹군....]




“어떡하실 거에요?”




[모두 최선을 다하고 있어. 예상 못 할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건 각오하고 있었잖아]





그때 가르시아가 방문을 박차듯이 밀고 나왔다.





“뭐야, 아직도 안 가고 여기서 뭐 하는 거지?”




“소장님.... 루씨아가.....”




“루씨아가 왜! 또!”




“코마.... 상태라고 합니다”




“뭐.... 뭐? 그게 무슨 소리야!”




“의료진들이 옆에 있대요. 어떻게든.....”




가르시아는 앨리스가 들고 있던 수화기를 뺏어 들고 자신의 얼굴에 갖다 댔다.





“누구지?”




[관찰실의 니히만입니다]




“그래, 니히만. 코마 상태라는 건 무슨 소리야. 며칠 전만 해도 멀쩡하던 사람이!”




[소장님, 소장님도 잘 알고 계셨듯이 그녀는 이미 심한 임신 중독증을 앓고 있었습니다. 출산 후에도 부종이 가라앉질 않았어요]




“그건 모두가 알고 있던 사실이야, 하지만 그깟 임신 중독으로 혼수상태까지 가는 경우는....”




[소장님께서 지시하신......]




“이제 와서 그걸 핑계 대고 싶나? 자네들 모두 동의한 거잖아!”




[여기로 오셔서 직접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얼른 가지”




[소장님?]




“뭐야, 또!”




[방금 바이탈이..... 끝났습니다....]





142



“나에게 그 정도의 권한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레프는 제이슨을 바라보며 어이가 없다는 듯 입을 삐쭉 내밀었다.





“.......”




“그건 그렇고, 새로 부임한 직속 상관에게 그런 이야기까지 꺼낼 정도면.... 자네도 어지간히 다급한 모양인데...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제이슨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닙니다. 제가 경솔했군요. 지금 이야기는 못들은 걸로 해주십시오”



그는 모자를 집어 들고는 무표정하게 고개를 떨궜다.





“잠깐”




“.......”




“자네의 신상에 대해서는 부임 전에 어느 정도... 들은 이야기가 있긴 한데... 얼마 전에 있었다던 상처와 관련이.....”




제이슨은 순간 멈칫했다.





“내 짐작이 맞는 모양이군”




“......”




“그런 사적인 일이 정보국의 내부 세력과 어떤 연관성이 있을 거라는 이야기인가?”




“제 와이프는 공무 중에 순직한 것으로 처리되었습니다. 하지만 어떤 임무 중에 무슨 사고를 당했는지는 일절 밝혀진 게 없었죠”




“........”




“게다가....”




제이슨이 말을 잇기도 전에 레프 소령은 손바닥을 펴 보이며 그를 만류했다.





레프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선반 쪽으로 간 다음 포트의 더운물을 찻잔에 따랐다.





“거친 수색대로 발령받고 나서 한동안 고민을 했었네”




그는 어떤 차 부스러기들을 손가락으로 집어서 그걸 찻잔에 넣고 스푼으로 살살 저었다.





“좌천이 아닌가 생각도 해봤어”




제이슨은 소령이 왜 갑자기 이런 이야기를 꺼냈는지 의아해했다.




“자네는 이번 군조직 개편에 어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나?”




레프는 찻잔 두 개를 들고 다시 테이블로 돌아왔다.





“일단 좀 들지”




찻잔에서는 처음 맡아보는 희한한 향기가 피어올랐다.





“마음을 가라앉히는 효과가 있다고 하던데... 나는 잘 모르겠어. 언젠가는 내 마음이 차분해 지길 바라면서 계속 마시고 있지”




그는 약간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하던 이야기를 계속 해볼까”




레프는 차를 길게 한 모금 들이키고는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그동안 수색대가 수행해왔던 임무의 상당 부분이 잘못 진행되었다는 상부의 평가가 있었다고 들었습니다만”





“그 말에 자네도 동의하나?”




“스스로 체감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습니다. 우리는 명령에만 따를 뿐이죠”




“.... 그랬겠군. 하지만 고급 장교가 되려면 말이야.... 이걸 알아야 하네. 내가 수행하고 있는 작전의 의미가 뭔지, 그리고 그런 의미를 내가 속한 조직에 하달한 주체가 누구며, 또 그가 어떤 사람인지를”




제이슨은 레프의 표정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는 걸 느꼈다.





“그럼, 이렇게 질문을 해보지. 자네가 군인 신분으로서, 또, 장교의 신분으로서, 그동안 겪어왔던 모든 일의 책임을 감당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나?”




“장교라면 당연히.....”




“단순한 일개 작전의 책임을 묻는 게 아니네”




제이슨은 레프 소령의 눈을 똑바로 쳐다봤다.




“장교는 단순한 군 조직의 일개 부속품이 아니야. 지휘관으로서 모든 행동의 인과관계를 꿰뚫고 있어야 한다는 의미지”




“하시고자 하는 말씀에는 동감합니다만, 제가 지금 처한 상황과 그게 무슨 관련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소령님”




제이슨의 말을 듣고 나서, 레프는 뜻 모를 웃음을 터뜨렸다.





“그게 바로 이유야”




“네?”




“우리가 파악한 바로는 말이지.... 그동안 수색대의 참모들과 중간간부들이 너무 안일하게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고 생각했어. 그리고 그런 마음가짐으로는 부대의 존속 자체에 의미를 부여할 수 없다는 결론까지 도달했고”




“지나치게 비판적인 평가인 것 같습니다”




“그렇게 받아들여도 무리는 아닐 거야. 이 조직을 이렇게까지 무력하게 만든 주체의 의도가 잘 반영된 결과니까”




“주...체....라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더 긴 이야기는 지금으로선 자네에게 도움이 되질 않을 거야. 솔직히 내 개인적으로도 모든 정보를 곧이곧대로 모두 다 받아들이고 있지는 않지만, 아무튼 중요한 건.....”




레프는 차를 한 모금 더 마셨다.




“지금까지 갖고 있던 생각은 모두 바꿀 각오를 해야 할 걸세. 앞으로 더 큰 변화가 불어닥칠 거라구. 그리고 나는 그 변화를 내 스스로 어떤 방식을 통해 이곳에 접목시켜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 중이고”




제이슨은 레프 소령의 말을 도통 이해할 수 없었다.





“한 가지 힌트를 주지”




“네”




“얼마 전 발생한 흡기구에서의 이상 감지 건.... 자네도 작전에 투입되었지?”




“그렇습니다”




“그 작전은 종료되었나?”




“그...그렇습니다”




“결론은?”




“작전 수행 중 불미스러운 사고가 발생하는 바람에... 추가 수색이 이루어지지는 않았지만, 감지 센서의 오작동으로 추론....”




“큭큭큭”




제이슨은 당황해했다.





“그 작전은 수일 내로 다시 시작될 거야. 아주 다른 방법으로 말이지. 우리 924팀이 선봉에 서지 말라는 보장은 없어. 최소한 작전 개시 후 이, 삼 일 내로는 자네도 생전 처음 겪는 임무를 부여받게 될 걸세”




“그게 힌트입니까”




“아마.... 자네가 눈치가 빠른 사람이라면”





레프는 제이슨에게 일어서라는 제스쳐를 취했다.





“자네가 겪은 일은 유감이야. 하지만 슬픔을 당한 이유가 뭔지 알아내기엔 아직 준비가 안 된 것 같군”




제이슨은 마음이 더욱 무거워졌다.





“너무 자책하지는 말게. 일단 큰 그림을 보는 혜안을 먼저 가지도록 노력해야 할 걸세. 그리고 나서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해”




레프는 제이슨의 거수경례를 받고 다시 한번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는 무거운 어깨를 하고 자신의 집무실을 나서는 제이슨의 뒷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눈을 감고 깊은 생각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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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Chapter#77(161~162) 21.08.23 29 0 11쪽
76 Chapter#76(159~160) 21.08.20 30 0 12쪽
75 Chapter#75(158) 21.08.18 34 0 11쪽
74 Chapter#74(156~157) 21.08.16 31 0 12쪽
73 Chapter#73(155) 21.08.13 31 0 12쪽
72 Chapter#72(153~154) 21.08.11 35 0 13쪽
71 Chapter#71(151~152) 21.08.09 28 0 11쪽
70 Chapter#70(149~150) 21.08.06 29 0 11쪽
69 Chapter#69(147~148) 21.08.04 27 0 11쪽
68 Chapter#68(145~146) 21.08.02 27 0 12쪽
67 Chapter#67(143~144) 21.07.30 27 0 11쪽
» Chapter#66(141~142) 21.07.28 28 0 10쪽
65 Chapter#65(139~140) 21.07.26 27 0 12쪽
64 Chapter#64(137~138) 21.07.23 28 0 12쪽
63 Chapter#63(135~136) 21.07.21 30 0 12쪽
62 Chapter#62(133~134) 21.07.19 28 0 12쪽
61 Chapter#61(131~132) 21.07.16 30 0 12쪽
60 Chapter#60(129~130) 21.07.15 29 0 11쪽
59 Chapter#59(128) 21.07.14 2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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