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흐아아아아아아

좀비는 살아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추리

살려좀줩
작품등록일 :
2021.02.13 19:38
최근연재일 :
2021.02.17 17:16
연재수 :
5 회
조회수 :
161
추천수 :
0
글자수 :
22,845

작성
21.02.17 17:16
조회
17
추천
0
글자
13쪽

4 화. 쓰레기.

DUMMY

좀비는 살아있다.


4 화.


--- 쓰레기 ---



“아, 형 씨. 여기야 여기.”


반갑게 인사하는 건 얼굴의 반쪽을 말도 안 되는 문신으로 도배한 한 남성.


그 옆으로는 덩치 큰 사내들이 양복을 입고 그를 호위하며 이쪽을 노려본다.


모두 험상궂게 생겼다.


평범한 일을 할 것 같은 얼굴은 도저히 아니었다.


“....”


답하는 대신에 나도 메시지를 날려서 안부를 묻는다.


설정 상 나는 벙어리다.


헌터였었는데 얼굴엔 화상을 입어서 반병신이 되어버렸고 약을 빨다가 성대까지 상해버려서 말도 잘 못하는 실정이었다.


“이야~ 형씨는 곧 죽을 것 같은 얼굴로 만나는데도, 아직까지 쌩쌩하네.”


킥킥거리며 문신으로 얼굴을 반 즈음 가린 남자가 조롱한다.


화장이나 분장으로 얼굴을 가린 것이 아니라, 실제로 얼굴을 지져버렸으니 그가 보는 나는 얼마나 처참할지 대강이나마 이해할 수 있다.


물론, 이런 상처라 해도 헌터라면 치료받을 수 있으니 마음먹고 얼굴을 고친다면 차도가 보일 수도 있겠으나...


[ 당신도 언제 죽을지 몰라. ]


살벌한 메시지를 송신하는 것으로 답을 대신한다.


“다른 사람이 이렇게 말했으면 기분 나빴겠지만, 형 씨가 말하니 납득이 되네. 약쟁이들이 왜 약을 빠는 지 알 것만 같아.”


음. 음.


남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그는 자신이 만들고 있는 ‘가공품’이 얼마나 위험한 지 잘 알고 있었다. 본인이 직접 실험하거나 실험체들을 이용하여 결과를 보았으니 이유야 어쨌든 그가 해서는 안 될 말이었다.


[ 나는 약을 먹으려고 하는 게 아니야. 나를 일반적인 약쟁이랑 똑같이 생각하지 마. ]


있는 사실을 그대로 작성해 메시지로 보냈으나, 내 메시지를 읽는 그의 얼굴이 그의 생각을 그대로 나타내준다.


미소라고 하기엔 부족하였고, 동정이라 하기엔 인간적인 요소가 잔뜩 빠져있다.


비웃음이라 해야 하나.


아니면 내가 너만큼 못나지는 않았지.


하는 우월감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그 비릿한 미소를 보고 있어야만 하는 입장으로써는,


그다지 유쾌한 기분이 드는 표정은 아닌 지라 애써 버티는 것도 솔직히 짜증날 것만 같았다.


기묘한 표정을 짓고는, 면전에 있는 사람을 아예 무시하고 휴대폰만 보고 있는 상대에게 빠르게 메시지를 작성해서 보낸다.


[ 약이나 파는 남자가,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 ]


[ 특히나 이런 업계에서 나 같은 손님은, 왕 대접을 받아도 이상할 게 없지 않나? ]


[ 외모만 빼고 말한다면 말이야. ]


문신으로 얼굴을 가린 남자의 의도는 뻔했다.


약 때문에 정신 차리지 못하는 놈을 무시하고 도발하여서 제대로 된 판단을 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과 자신의 입지를 높여서 약의 값을 높이려는 수작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반 즈음은 그것에 당했고, 반 즈음은 나도 다른 수를 쓰겠다는 협박을 은연중에 메시지에 담아 보낸다.


나의 콤플렉스는 얼굴.


그것은 엄청난 문제지만 비즈니스 세계에선 무시당하고 이용당할 뿐인 ‘먹이’다.


하지만 반대로, 그것을 두각 시키면 나의 ‘약점’을 숨길 수 있게 만드는 장치이기도 하였다.


“크크크큭...”


약을 판매하려 어두운 밤중에 부두 한 가운데로 나타난 남성이, 참을 수 없다는 듯 배를 붙잡고 폭소한다.


“하하하하하. 이 병신 새끼가... 아니, 아니, 우리 손님이, 스스로를 두고 왕이라 말해도 이상할 게 없다네? 그렇지. 이상할 게 없지. 아무리 병신이라도, 나는 돈만 주면 약을 팔 테니까.”


“......”


말을 할 수가 없으므로, 나는 답하질 않는다.


추가적으로 메시지를 작성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노골적인 조롱과 무시를 받았으니 째려보는 것 정도는 이상할 게 없겠지.


“그런데 어쩔 거야? 내가 만약 이 물건을 판매하지 않는다면 어쩔 거냐고. 난 돈 없어도 돼. 하지만 넌 ‘약’이 없으면 안 되잖아.”


처음 약을 팔 때만 하더라도, 상당히 비굴하게 나와서 몸을 바짝 숙이고 거래를 성사시켰었던 문신의 남성이, 거래가 몇 번 성사되자 태도를 180도 바꾸어서 강하게 나선다.


아무래도 이 남자는, 내가 아무 것도 모르는 핫바리 빙신으로만 생각하는 모양이다.


[ 미안하지만 이쪽은 ‘돈’이 아니라 ‘이걸’ 갖고 온 거야. ]


그에게 메시지를 보내면서, 주머니에 있었던 자그마한 마석을 가지고 눈앞에서 흔든다.


예전에도 비쌌지만 한 동안 몬스터들이 출현하질 않아서 값이 상당하게 오른 결정.


고 에너지를 가지고 있지만 그 활용도가 무궁무진하고, 그 자체로는 특별히 위험한 게 아니라서 안전성이 보장되는 제품. 그래서 보관하기가 용이한 제품.


그리고 내가 구하고자 하는 약의 원 재료가 되는 제품.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 하지만, 기술의 숙련도와 노동력 대비 막대한 이득을 가지고 올 수 있는 보석.


그것을 들고 있는 건 나다.


상대가 팔고 있는 ‘가공품’ 과 달리 합법적인 물건.


공급 업자를 찾는 것도 물론 어렵겠지만, 수요 업자를 찾는 것이 더욱 어려운 ‘결정의 가루’와 달리 이쪽은 국가가 나서서 구매하려고 하는 제품이다.


소지하는 것만으로는 단속의 대상이 되는 것도 아니고, 신고만 한다면 불법이 되는 것도 아닌 물건.


나아가 어디에도 등록되어 있지 않은 ‘결정’ 이라면 그 크기에 따라 암시장에선 가격이 어마어마하게 불어날 수도 있는 물건.


그것이 내가 들고 있었던 결정 석, ‘마석’ 이었다.


“키야~ 병신인줄로만 알았었는데, 가치는 제대로 알고 있는 모양이네. 역시 우리 홍 선생, 보통 사람이 아니셔.”


“......”


이렇게 말은 하였지만, 그가 제대로 된 값을 치러줄 리는 만무하다.


내가 다루는 것은 소수고, 나는 하나의 개미에 지나지 않으니 대부에 가까운 공급업자가 맞추는 대로 값을 치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그 가격의 격차를 줄이는 것 정도.


상대가 이쪽을 마구 무시하였으니, 슬쩍 유행하고 있는 소문을 흘려본다.


[ 근방에서 총성이 좀 있었다는 것 같던데... 정말로 안전한 거 맞아? ]


“총성? 난 그런 거 못 들었는데? 넌 들었냐?”


아무 것도 모르겠다는 어투로, 상대가 의뭉을 떨며 그의 주변에서 경호를 맡고 있는 조폭들에게 물어본다.


조폭들은 다소곳하게 고개를 저어 보지 못했다고 답한다.


그가 이 근방에서 조직을 통솔하는 보스는 아니었지만, 머리는 똑똑하고 장사 수완이 꽤나 좋았기 때문에 보스의 신임을 받아 나름 높은 위치에서 부하를 거느리는 모양이다.


[ 나도 들었었는데... 내가 보기엔 당신들은 안전하지 않은 것 같군. ]


[ 실망이다. ]


지금의 거래는 진행하겠지만 앞으로는 거래하지 않을 것 같다. 란 분위기의 메시지를 보낸다.


다른 의도가 있다는 것을 들켜선 안 된다.


그래서 무척이나 조심스럽고, 사건과 거리를 둔 상태라 가정하고 메시지를 보내는 수밖에 없다.


“뭐야. 다 알고 있었어?”


역시 거짓말이었나.


표정을 보아하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다 알고 있는 눈치다.


상대의 성격이나 행동 양식은 말투나 표정, 그리고 몰래 관찰했었던 생활 습관 등으로 미리 파악해두었다.


의심이 많긴 하지만 머리는 좋고, 위험한 행동은 지양하지만 허세는 가득한 전형적인 소인배.


직접적으로 알려달라고 할 필요는 없었다.


[ 나한테까지 숨길 필요가 있었나? 정말 모르고 있던 것 같던데... ]


그다지 관심 없었다는 듯한 말투로,


그러나 확실하게 낚시 대를 당긴다.


“형씨야말로 상관없는 일 아녀? 괜히 목숨 위험한 일 만들지 말고 신경 끄시지? 뒤지기 싫으면.”


“.....”


훗-


그를 보면서 살짝 웃는다.


[ 뭐. 그러도록 하지. 나는 ‘가루’만 가져가면 그만이니까... ]


[ 나는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이니까 말이야. 괜한 일에 휘말리지 않게 해주었으면 좋겠어. ]


메시지는 그걸로 끝.


그의 요구대로 순순히 마석을 내어주고 내가 받기로 한 물건을 받아둔다.


거래가 끝날 때까지 이 일에 대해서 나는 한 마디도 하질 않았고, 나를 조롱하였었던 상대도 입을 꾹 다문 채 한 마디도 하질 않았었다.


내가 받은 것은 ‘결정의 가루’


체내에 있는 마력을 강화시켜주기도 하였었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도 상당한 물품이었다.


한 때는, 여러 곳에서 시험적으로 사용했었지만 그 폐해를 곧 깨달아 절대로 사용을 금지한 물품.


인기도 있지만 그만큼 단속도 심하다.


기준이나 규칙이 없었기 때문에 만드는 사람에 따라서는 상당히 위험한 물건이 될 수도 있었다.


거래를 하던 조폭들이 보는 눈앞에서 한 움큼을 집어 입안에 털어놓는다.


“......”


거래를 종료하자마자 기이한 행동을 보이는 나를 두고, 그들은 입을 다물고 그저 구경하였다.


이만한 양을 먹는다는 건 보통의 사람이나 헌터가 아니란 뜻이기도 하다.


심히 놀랐을 것이라 생각되는 그들에게 나름의 이유를 만들어서 메시지로 작성해 보낸다.


[ 약품에 이상이 있을 거란 생각이 들어서 말이야. ]


[ 잘은 모르겠는데, 만족스러운 퀄리티는 아닌 것 같아. ]


[ 그래도 거래는 거래니까... 이번 선에선 내가 만족해야겠지. ]


화상으로 인해서 제대로 지어지지도 않는 미소를 억지로 지으면서 그들의 노고를 치하한다.


분명히 상당한 이익을 가져다 준 손님이겠지만, 이곳이 자존심으로 반은 먹고 살아가는 세계일 테니 순순히 받아들이기가 쉽질 않았겠지.


“빌어먹을 새끼가...”


상대를 보아하니, 얼굴을 숙이고 주먹을 부들부들 떨고 있다.


언제라도 내게 해코지를 가할 수 있을 것이라 여겼던지 주변의 조폭들을 시켜서 나를 붙잡았다.


“뭐? 퀄리티가 어쩌고 어째? 뒤지고 싶냐, 이 시발 약쟁이 새끼야?”


조폭들에게 붙잡혀서 오도 가도 못하게 되었으나, 조금도 당황하질 않았다.


이래보여도 나는 헌터다.


체급의 차가 물론, 격투나 싸움에서 다대한 영향을 끼치는 것은 맞지만 일반인들이 상대하기에는 그 수가 많더라도 역부족이었다.


당연히 그 사실을 알고 있었던 문신의 남자는, 반 즈음 협박하는 것 이상으로 위해를 끼치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에게 답하듯, 휴대폰으로 메시지를 보낸다.


[ 내가 먹는 건데, 맛도 모를 것 같았나? ]


[ 내가 말했지. 이상한 거 섞지 말라고. 순수한 마력 결정의 가루만 제대로 조합하라고. ]


[ 이 제품들, 나에겐 필요도 없어. 원한다면 다 불태워주지. ]


문신의 남자가 휴대폰으로 전송된 메시지를 차마 다 확인하기도 전에, 그에게서 받았었던 물품들을 전부 마법으로 불태워 버린다.


“...뭐?”


공격적인 위력의 마법은 아니었지만, 갑작스러운 행동에 놀랐었던 건지 나의 거동을 방해하려던 조폭들이 화들짝 놀라 뒤로 물러났다.


법으로 규제하였기에 ‘헌터’ 나 ‘히어로’ 들이 일반인들에게 폭력을 저지르거나 위해를 끼치는 것이 일반적인 이야기는 아니었으나, 세상은 넓기에 꼭 없다고 단정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하물며 약이나 팔고 있는 조폭 따위야, 하나나 둘 즈음 이 세상에서 갑자기 사라져버린다고 누가 걱정이나 할까.


“하~ 씨이바... 좆나게 비싼 거였는데 좆도 안 보시고 그냥 홀라당 다 태워버리셨네잉. 에이... 씨발 거 참, 말로 하시지. 꼭 이리 태워야 합니까?”


문신의 남성은 얼굴을 긁적거리면서 곤란하다는 듯 말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곧 얼굴에 만연한 미소를 가득 띠우고 아부하듯 내게 제안을 하나 건넨다.


“그냥 안으로 들어가시죠. 제가 다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장난 좀 쳐봤는데 바로 들키는 걸 보니, 형님은 ‘찐’이셨네요. 약쟁이치곤 너무나 정상적이셔서 난 뭐, 도라이 새낀가 아님 짭새 새끼가 칼 맞을라고 미친 건가 싶었지.”


“.....”


대답하지 않았고 그가 오라는 대로 들어가지 않는다.


그러자 남자는 한 층 더 곤란하다는 듯이, 말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이런 씨팔... 아, 요새 애새끼들 때문에 시끄러워서 걱정했지요? 이게 뭐냐면은, 그러니까 진짜. 그냥 좀, 아... 이거 말해도 되려나? 그러니까 우리가 사업을 하나 하려고 하고 있었거든.... 그 뭐냐, 우리랑은 맘 푹 놓으시고, 응? 계속 거래하시면 돼. 아니. 그냥 와 봐요. 다 설명할 테니까. 다른 걸 생각할 필요가 없어. 내가 다 설명하면 이해가 쏙쏙 돼. 빨랑 와 봐요.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으니까."


알고는 있었지만 심히 상스러운 남자다.


하지만 그라면 현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상 사태’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알고 있을 지도 모르지.


‘GM’ 이란 이름으로 자기를 칭하고 다니는 마법사가 관련되어 있으리라곤 기대도 안 하지만, 누가 연관된 건지, 또 무슨 일을 꾸미려고 하는 건지에 대해선 알아둘 필요가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좀비는 살아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 4 화. 쓰레기. 21.02.17 18 0 13쪽
4 3화. 대박 각. 21.02.15 35 0 12쪽
3 2화. 도시 괴담. 21.02.14 26 0 10쪽
2 1 화. 말단 계약직. 21.02.13 38 0 14쪽
1 프롤로그 21.02.13 45 0 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