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김령 작가의 서재입니다.

보석 이야기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중·단편

김령(金囹)
작품등록일 :
2022.09.20 04:36
최근연재일 :
2022.09.20 06:57
연재수 :
3 회
조회수 :
74
추천수 :
0
글자수 :
10,272

작성
22.09.20 06:57
조회
24
추천
0
글자
8쪽

2장 무법자 (1)

DUMMY

"그 분을 볼 때면 신비로운 분위기가 느껴졌어요. 가만히 앉아서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모습이나 우리 가게의 닭고기 스튜를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저까지 기분이 좋아졌어요. 한번은 그 분 앞에서 말을 더듬었는데 그런 내 모습을 바라보는 그 눈동자가 얼마나 따뜻한지 마치 아빠가 저를 보고 웃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다만 편하게 말을 걸 수 없었던 이유는 얼굴에 있는 흉터와 그 분의 칼자루에 각인된 해골 문양 때문이었어요. 그게 무법자들의 표식이라는 건 잘 알고 있었거든요."



- 가게 소녀의 목격담




*****




활시위가 팽팽하게 당겨졌다. 찢어지는 파공음과 동시에 쿠라스트족의 화살이 얼굴에 박혔다. 아프다. 입안으로 뜨뜻하고 진득한 피가 고였다. 그 피를 땅바닥에 뱉어내자 검고 물컹한 덩어리가 보인다. 독이다. 나는 얼굴에 박힌 화살을 뽑았다. 그리고 찢어진 상처 사이에 구경초 가루를 뿌렸다. 아직 죽지 않았다. 그 말은 아직 싸울 수 있다는 뜻이었다. 칼을 꼭 쥐고 화살이 날라온 방향으로 뛰어갔다. 수풀 사이로 병사가 보인다. 그는 물러나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얼굴에는 미묘한 두려움이 비쳤다. 나는 칼을 내리쳤다.




*****




항구도시 오시엔의 부둣가는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였다. 거기에는 오가는 선박에서 짐을 내리는 일을 하려는 사람들과 정박지에서 막간의 휴식을 취하려는 선원이 많았다. 그리고 드문드문 그들에게 술과 음식을 팔기 위한 가게도 보였다. 그런 가게 중에서도 '남겨진 이의 눈물'은 저렴한 가격으로도 배부르게 먹고 마실 수 있는 곳으로 인기가 좋았다.



남자는 걷고 있었다. 길가에는 신선한 생선이나 해산물이 있다고 외치는 상인이나 주전부리를 파는 아이들이 있었고 드문드문 마차가 지나가기도 하였다. 남자는 걸음걸이로 보아 뚜렷한 목적지는 없어 보였다. 그의 걸음걸이는 독특했다. 보통 사람들은 발끝이 바깥을 향하는데 반해 그는 안으로 굽었다. 그리고 흔들흔들 걷는 모양새였지만 자세가 곧았다.



“어서 옵셔!”



북적거리는 가게 안. 남자는 빈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품에 넣어둔 편지를 꺼내 읽기 시작했다.





【:게일



그라센 탈환전은 문자 그대로 지옥도를 방불케 했다는군. 핏빛 날개의 가고일, 옥색의 슬레이어처럼 오랜 전승으로만 알려진 희귀종 역시 출현했다지. 일 회 차 전투에 관하여 우리가 파견군으로부터 보고 받은 내용은 아래와 같다네.



"초장은 사일러스 장군의 명령이었습니다. 모든 군세가 일시에 그라센으로 돌격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어디선가 음산한 주문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적진에서 검붉은 피가 분수처럼 터지더니 거기서 발록이 나타났습니다. 군사들은 자기도 모르게 멈춰 서서 그 거대한 악을 바라보았습니다. 옛 이야기처럼 발록은 무시무시했습니다. 한 시인이 묘사한 지옥의 아귀처럼 한 놈의 머리가 다른 한 놈의 머리 위에 모자처럼 얹혀 있었습니다. 그의 입에서는 꺼지지 않는 어두운 불꽃이 쉴 새 없이 뿜어져 나왔고, 우리 군세의 병기는 그의 피륙에 흠집 하나 낼 수 없었습니다.



저물어가는 태양처럼 우리의 기상도 사라지는 것만 같았습니다. 그때 스피로자의 기백, 시실리 경이 등장했습니다. 시실리 경의 검무는 가히 놀라웠습니다. 은빛 칼날이 적을 향해 거침없이 나아갔습니다. 그 칼날이 지나는 곳엔 오직 검붉은 핏물만 남아 한때 어둠의 자식들이 있었다는 흔적만 남았습니다. 더욱이 저 멀리 들려오는 마도사 고레스의 영창은 마치 천사의 노랫소리와도 같았습니다. 그의 주문이 끝날 때마다 일군의 악마들이 절멸했습니다. 맹렬한 불꽃과 시린 얼음 가시. 그러한 불과 얼음의 조화는 처음 보는 성질의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적의 암계는 치밀했습니다. 발록의 존재가 겨우 눈가림에 불과했다는 걸 너무나 늦게 깨달았습니다. 악마들의 정예는 실로 두려웠습니다. 그들은···."



전령은 여기까지 말하고선 쓰러졌다네. 기이한 일이지. 병색이 짙은 얼굴도 아니었고, 어디 하나 상처 입은 곳도 없었는데 금세 피를 토하고 끝끝내 숨을 거두고 말았다네. 검시관이 이를 조사하고 있네만 쉽지 않아 보여···. 그보다 자네 일은 얼마나 진행되고 있는가. 서신이 닿는 즉시 기별하기 바라네.】





“발록이라···.”



남자는 답장을 쓰기 시작했다. 이윽고 한 소녀가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모험가님. 식사는 어떤 걸로 준비해드릴까요?”



“닭고기로 하지. 그리고 이따 이것 좀 통신 길드에 전달 해 주렴.”



“네 모험가님. 아 참! 오늘 들어온 생선이 아주 싱싱해요. 귀족들이 즐겨 먹는다는 귀한 고기가 들어왔거든요.”



“괜찮다. 닭고기로 주렴. 그리고 여기 수고비다.”



동전을 받은 소녀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금방 가져다 드릴게요.”






*****






[일주일 전]






“이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



그가 책상을 내리쳤다. 서신을 쥔 손이 떨리고 있었다. 누구 하나 선뜻 말하지 못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좌우간 스피로자 가문의 가주, 세르게이 경이 말했다.



“섭정 각하 죄송합니다만 지금은 물러서야 할 때입니다.”



“그라센일세. 무려 그라센이란 말이다. 우리 리케이른 제국 역사에서 단 한 번도 무너지지 않은 북부의 상징을 포기해야 한다는 말인가?”



“···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우선 남은 병력만이라도 살려서 후일을 도모해야 합니다.”



제국의 섭정 에델바이어가 연거푸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북성위가 무너지면 도대체 어디서 싸워야 한단 말인가. 여기? 힐데하르그 산맥? ···, 동맹군의 소식은 어떠한가?”



세르게이가 말했다.



“살루트 성국의 사제단과 연합 공국 시렌의 정예병들도 피해가 막심하다고 합니다. 문제는 거점을 지킬 병력이 부족하다는 건데, 일단 비바테스 왕국과 대륙 각지에서 후발대가 도착하면···.”



“후발대는 너무 늦소. 급한 대로 벨리움에서 용병을 모집해야겠소.”



“벨리움이라면 무법자들의 땅 아닙니까. 그들을 움직이려면 엄청난 돈이 필요할 겁니다.”



제국의 재무관 던셀 경이 말했다.



“우라질. 적들이 여기까지 쳐들어오면 돈이 다 무슨 소용인가. 오시엔의 항로를 이용하면 후발대가 도착할 때까지 시간을 벌 수 있을 거요.”



“전령을 보내겠습니다.”





*****





소녀는 기분이 좋았다. 모처럼 후한 손님을 만난 것이다. 부둣가에는 언제나 사람들이 북적거렸지만 이처럼 점잖게 말하는 사람은 드물었다. 게다가 점잖은 손님이 준 돈은 벌꿀 사탕을 무려 한 통이나 사 먹을 수 있을 정도였다. 소녀는 편지를 손에 쥐고 통신 길드로 출발했다.



갈매기가 그려진 깃발이 펄럭인다. 통신 길드 내부에는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소녀의 뒤편에서 두 사람의 대화가 들렸다.



“여보게. 요즘 부쩍 무법자들이 많이 보이는 것 같아.”



“그러게 말일세. 내 사촌이 부둣가에서 일하는데 듣자 하니 리케이른 제국의 북부, 그라센으로 향한다는군.”



“이거 영 불안하구먼. 이러다 우리도 전쟁터로 나가야 하는 건 아닐지···.”



“예끼 이 사람아! 그라센이 어떤 곳인데 설마 무너지기라도 할까. 이따 술이나 한 잔 하세.”



이윽고 소녀의 차례가 되자 행정관이 말했다.



“어디로 보낼 거냐?”



“목적지는 몰라요. 그냥 전해주라고 하셔서 가지고 왔어요,”



“흠 그래? 그럼 주고 가거라.”



소녀는 편지는 건네주었다. 행정관은 편지의 봉인을 보고 놀랐다. 특급 인장이었기 때문이다. 각국의 왕이나 대사 외에는 특급 인장을 보유할 수 없었다. 오시엔의 촌구석에서 이런 인장을 보게 될 줄이야. 행정관은 목적지를 등록했다.



‘리케이른 제국’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보석 이야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 2장 무법자 (1) 22.09.20 24 0 8쪽
2 1장: 보석과 소년 (2) 22.09.20 17 0 8쪽
1 1장: 보석과 소년 (1) 22.09.20 33 0 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