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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그스 님의 서재입니다.

매화검귀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현대판타지

후예02
작품등록일 :
2024.02.14 14:51
최근연재일 :
2024.02.21 15:1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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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432

작성
24.02.19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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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5. 여향천재청(餘香千載淸) - 매화에서 풍기는 그윽한 향기는 천년 뒤까지 맑으리

DUMMY

당장이라도 얻게 된 새로운 힘을 사용하고 싶어 절로 투지(鬪志)가 솟아오를 때.


쾅-!


어느새 문을 부순 것인지, 한차례 발생한 굉음에 이어 점차 발걸음 소리가 가까워지는 것이 들려왔다.


그에 피에 젖은 머리를 쓸어넘긴 이한울은 검을 잡은 채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어찌 이리 때를 잘 맞춰 와주는 것인지.


새로운 지식에 따라 몸 안의 내기를 순환시키며 무거웠던 몸에 조금이나마 활력을 더하니, 절로 헛웃음이 튀어나오려 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힘을 그간 일절 모르고 살았다니.


참으로 어이가 없지 않은가.


내공이라는 힘 하나만으로 이전과 느껴지는 감각이 다르다는 것을 확인한 이한울은 검을 쥔 채 눈을 감았다.


아직 놈들과는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었으니, 그 정도라면 바뀐 감각을 확인할 정도의 시간은 벌 수 있을 것이었다.


“...그럼 어디 한 번 차이를 느껴볼까.”


그렇게 중얼거린 이한울은 편한 자세를 취한 채 곧장 허공에 대고 검을 한 차례 가벼이 내리그었다.


샥-!


그 어떠한 기예도 담기지 않은 순수한 움직임.


그럼에도 이전과 다른 차이가 느껴진다.


‘예기와 속도 모두 격(格)이 다르다.’


이리 지친 상태의 일격이었음에도, 되레 평상시 휘두르던 검보다 예리한 움직임에 이한울은 결국 허탈한 웃음을 지어 보일 수밖에 없었다.


그간 자신을 지탱해오던 모든 것들이 부정당하는 기분이다.


일종의 약물을 맞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문제는 이 힘이 아직 극초기의 단계의 기예라는 것이지.”


아직 머릿속으로 이해한 것이 전부이기에, 그 진가를 모두 보이지 못했는데.


당장 그 일부만 하더라도 이리 차이가 극심하였으니.


어찌 무예(武藝)를 배운 자와 배우지 않은 자의 차이의 정도보다 심한 간극(間隙)이 느껴져 어이가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잠시 자신의 힘을 시험하던 이한울은 곧 서고의 문 앞까지 다가온 인기척을 느낄 수 있었다.


대충 들려오는 발걸음 소리의 수는 약 일곱.


이전과 달리 숫자가 줄어든 것이, 자신을 쫓는 과정에서 몇몇은 걸음을 되돌린 것 같았다.


다만, 그렇다는 것은 그만큼 남은 녀석들이 독하다는 방증이었기에 마냥 웃을 수만도 없었다.


후우.


짧게 호흡을 삼킨 이한울은 천천히 서고의 문고리에 손을 올렸다.


마냥 문을 부수고 놈들이 들어오길 기다리는 것보다는 자신이 먼저 선제공격을 하는 것이 전투에 있어 유리할 것이었다.


그렇게 판단을 내린 순간.


쾅!


문을 박차고 밖으로 튀어 나간 이한울은 곧장 반응해 자신을 향해 주먹을 휘두르는 아귀를 향해 검을 내질렀다.


만화감향설중출 일수독선천하춘(萬花敢向雪中出 一樹獨先天下春).

-일만 송이 꽃이 감히 눈을 뚫고 나오니, 한 그루의 매화나무가 온 천지에 봄을 앞질렀네.


머릿속에 떠오른 매화검결(梅花劍訣)의 일 초식의 검로를 따라 검을 휘두른다.


옅은 매화향.


그리고 그와 반대되는 강대한 힘이 아귀의 몸을 난자한다.


눈을 현혹하는 화려하고 강인한 검무(劍舞)에 아귀들이 점차 뒷걸음질 치는 것이 느껴질 때.


‘지금!’


되레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간 이한울은 곧장 흐름에 몸을 맡긴 채 놈들의 심장을 한 차례씩 베어냈다.


털썩-


깔끔한 칼질은 아귀들의 가슴팍을 헤쳐 하얀 심장을 정확히 반으로 베어냈고, 곧 놈들은 끈이 떨어진 인형인 마냥 줄줄이 쓰러지기 시작했다.


그에 그 자리에 홀로 우뚝 선 채로 자신이 만들어 낸 광경을 지켜보길 잠시.


이한울은 거친 숨과 함께 인상을 찌푸리며 검을 집어넣었다.


하아, 하아.


“...내공 소모가, 너무 과해.”


아무래도 당분간 초식을 사용하는 것은 웬만해선 금지해야 할 것 같았다.


몸 안에 있는 모든 기운을 밖으로 내보낸 기분이었다.


단순히 내기를 몸에 두르는 것과 하나의 초식을 사용하는 것에 있어 내공이 들어가는 것이 이리도 차이가 나니.


지금으로선 최상의 몸 상태일 때조차 세 번 이상 쓰기 힘들어 보였다.


그리 생각하며 어찌 내공을 분산해야 할지 고민하던 이한울은 곧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바깥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언제부터 내가 이 기이한 힘에 기대어 살았다고.”


어디까지나 내공은 부(扶)가되어야 했다.


아직 머릿속의 검술들을 제대로 쓰지도 못하는 주제에 이런 이적(異蹟)에나 의지하다 보면 어느 사이 벼려놨던 예기를 잃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당장 내공을 사용하는 것은 가급적 자제하기로 마음을 먹은 이한울은 아이들이 빠져나간 뒷문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그때.


징징-


품 안에서 진동이 울렸다.


[수련생 차은율]


계속 울리는 진동과 함께 휴대폰에 떠오른 글자.


후우.


“...무사히 빠져나간 건가.”


그에 안도의 한숨을 내쉰 이한울은 저 벽에 몸을 기댄 채, 전화를 받았다.


-...어, 받았다 얘들아. 형! 형 맞죠? 상황은 괜찮은 거예요?


“그래, 일단 나는 무사한데. 너희 쪽은 괜찮아?”


-네. 일단 애들 전부 데리고 큰 건물 안으로 들어가서 쉬고 있었어요.


“후우. 다행이네. 어디까지 이동했어, 지금?”


-아직 그렇게 멀리까지는 가지 못했어요. 대충 도장에서 뛰면 30분 정도 걸릴 거리일 거예요.


“왜 아직도 거기야? 대피소나 그런 데는 아직 안 생긴 거야?”


정부에서 온 대피 문자들을 확인했었기에 의문이 들었다.


짧은 시간도 아니고, 족히 6~7시간은 지난 지금 어찌하여 아직도 그 정도밖에 이동을 못 했단 말인가.


-아 그게, 어떻게 하다 보니 주변 동네 주민분들이랑 같이 이동하고 있어서요. 지금 대충 60명 정도 모여 있어서 당장 움직이기 그랬어요.


“어쩌다가?”


-뭐, 일단 보이는 데로 가능한 사람들은 다 구해줬죠?


“하아. 일단 너네 목숨부터 챙기고 남을 도울 생각을 했어야지.”


그렇게 질책하는 말과 달리 이한울의 얼굴에는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자신이 아이들에게 검도(劍道)를 가르치며 내내 강조했던 부분이 약자를 무시하지 말고 도우라는 것이었다.


다소 험한 심성을 가진 아이들이 간혹 있었기에 그리 가르쳤던 것인데, 이 상황에서 가르침을 지키고 있다는 것이 한편으로 참 장하게 느껴졌다.


-...그러면 형이 이쪽으로 오실 거예요?


“일단은 그렇게 해야지. 아무래도 한 명이 움직이는 편이 편할 테니까.”


그리고 곧 편하게 등을 기대고 대화를 나누던 이한울은 곧 보내진 지도를 확인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저희는 기다리고 있을게요.


“그래, 조금 이따 보자.”


그렇게 전화를 끊고.


음.


일단 도검(刀劍)을 보관하는 창고로 이동한 이한울은 자신이 쓸 검들과 아이들에게 나누어줄 것들을 하나둘 챙기기 시작했다.




* * *





최대한 놈들과 맞부딪치는 것을 피하며 어쩔 수 없는 위치에 있는 아귀 대여섯 마리를 처리하며 길을 걸으니 곧 아이들이 있다는 건물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 동네에도 이렇게 큰 집이 있었네.”


족히 20층은 되어 보이는 건물의 크기에 잠시 그것을 신기하다는 듯 올려다보던 이한울은 곧 담을 넘어 아파트 단지의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곧 저 멀리 한물 한편에 모여 있는 사람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형!”


자신을 부르는 익숙한 목소리.


그에 천천히 손을 흔들어 주며 내공으로 안력을 돋우니, 차은율의 뒤 저편. 비교적 어지러운 바깥과 달리 멀쩡해 보이는 아이들의 모습이 보였다.


꽈악.


어느새 빠르게 뛰어나와 자신의 품에 안기는 녀석이 몸에 묻은 핏자국들이 보인다.


다행히 상처는 없다는 사실에 안도의 한숨을 내쉰 이한울은 그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그 뒤편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아이들을 향해 말했다.


“다치거나 죽은 사람은 없지?”


스스로 말을 내뱉으면서도 어색한 말들.


“누구 밑에서 그렇게 고생을 했는데, 설마 저희가 다칠까요.”


너스레를 떨며 대답해오는 그 모습에 피식 웃은 이한울은 녀석들에게 챙겨온 검을 하나둘 챙겨주었다.


이제 중학생에서 고등학생이 된 아이들이 대부분이었기에 아직 진검을 다뤄본 적은 없었지만, 지금의 상황이라면 무언가 무기라도 하나 손안에 들고 있는 편이 나을 것이 분명했다.


더욱이 녀석들 역시 검을 배우던 아이들이니만큼, 금방 진검에 적응할 수 있을 테니.


“제대로 날이 서 있는 거니까, 함부로 쓸 생각은 하지 말고.”


경솔하게 검을 휘두를 아이들도 아니니, 이 정도의 경고만 해주면 될 것이다.


그렇게 17자루의 검을 나눠주고 두 자루의 검만을 남긴 이한울은 곧 그간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흐음.


“...그래서 결국 저기 있는 사람들이랑 같이 합류한 거죠.”


말의 요지는 간단했다.


처음 도망을 치기 시작했을 때 어쩔 수 없이 만난 아귀 몇몇을 베어내는 데 성공했으며, 그때부터 사람들을 구해주기 시작한 것이 수가 늘어 지금의 상황이 되었다는 것.


“그래, 일단 잘 했다.”


자칫 위험한 장면이 나올 수도 있는 일이었으나, 어찌 됐건 결과가 좋았으니.


이제 와 자신이 무어라 이야기를 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었다.


“형, 그나저나 결국 그 이상한 놈 잡고 오신 거예요?”


“어, 그렇지?”


여태껏 만났던 다른 아귀들과는 달랐던 놈을 떠올리며 그리 대답한 이한울은 어느새 눈을 빛내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차은율의 모습에 이마를 가볍게 밀치며 말했다.


“이상한 생각하지 마라.”


“아니...그냥, 궁금해서 그렇죠.”


자신을 밀어내는 손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더 머리를 들이미는 녀석의 모습에 절로 한숨이 나왔다.


하아.


“뭐가 궁금한데.”


녀석이 이렇게 나올 때면 꼭 끝을 봐야만 한다는 것을 알기에 이한울은 순순히 대답해주고자 하였다.


“그 녀석 강했어요?”


“...다른 아귀들보다 적어도 세 배 이상은 강했지.”


“와. 저는 한 놈도 간신히 죽였는데, 그것보다 강했다고요?”


“...아귀를 혼자 죽였어?”


그리고 곧 차은율의 말에 이한울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심장이 약점이라는 것을 모른다면 자신조차 고전할 수밖에 없는 상대를 녀석이 죽였다니?


‘그새 실력이 늘었나.’


자신이 가르치던 아이들 중에 재능만큼은 최상(最上)이었으니, 이상할 것까지는 없다지만.


그래도 놀라운 것은 놀라운 것이었다.


멀쩡한 녀석의 몸 상태를 보건데, 그렇게 위험한 상황도 없었던 것 같고.


“어떻게 녀석을 처리한 거야? 처음 보면 죽이기 힘들었을 텐데.”


“아, 그냥 뭔가 가슴 쪽을 베면 될 것 같아서 그렇게 했더니 죽더라고요. 아, 이게 좀 복잡한 건데. 뭔가 보였다고 해야 하나?”


“보였다라. 하기야, 네가 원래 눈이 좋긴 했지.”


기이한 비유였으나, 받아들이지 못할 것은 없었다.


자신만 하더라도 내공을 얻고 그것을 다루는 방법을 알게 된 이후, 어렴풋 아귀들의 힘이 가슴팍. 즉 심장에 있다는 것이 느껴졌으니 말이다.


‘그쪽으로 재능을 타고난 건가.’


그렇게 생각을 하며 대화를 나누던 도중, 한편에서 조용히 있던 생존자 무리 중 한 사람이 떨어져나와 접근해 오는 것이 보였다.


“...무슨 일이십니까?”


“...”


조용히 자신을 가늠하는 듯한 불쾌한 시선.


그에 일순 반사적으로 내기를 돌리며 기세를 뿜어낸 이한울은 어느새 굳은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사내를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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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4. 여향천재청(餘香千載淸) - 매화에서 풍기는 그윽한 향기는 천년 뒤까지 맑으리 24.02.17 29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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