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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표도 님의 서재입니다.

산타는 사실 힘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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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표도
작품등록일 :
2021.05.18 12:03
최근연재일 :
2021.05.18 12:07
연재수 :
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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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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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수 :
3,561

작성
21.05.18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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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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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8쪽

굴뚝을 타다

DUMMY

그날은 지구의 모든 인간들이 한 마음, 한 뜻으로 바라던 날이었다.

흰 눈이 소복이 내려앉은 땅은 고운 양탄자를 깔아 놓은 것처럼 아름다웠다.


화이트 크리스마스였다.


길거리엔 갖가지 조명들이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고 번화가의 한 쪽엔 거대한 트리가 놓여 있었다. 가족, 연인 그리고 소중한 이들과 함께 모인 사람들은 그 나무 밑에 옹긱종기 모여 저마다의 행복을 누리며 밝게 웃고 있었다.


“울면 안 돼. 울면 안 돼. 우는 아이에겐 산타 할아버지가······.”


환한 불빛이 보드랍게 새어 나오는, 서울에 위치한 어느 고급 아파트의 발코니를 통해 아름다운 멜로디의 옛 동요가 한 여성의 목소리를 타고 흘러나오는 중이었다.


“서언―물을 안 주우―신대······.”


그리고 그 옆을 핏대 선 근육질의 두 순록이 끄는 빨간 썰매, 정확히는 제트 엔진이 탑재된 최첨단 썰매 한 대가 쏜살같이 지나쳐 갔다.


“지랄하네.”


그 위에 타고 있던 길고 아름다운 백발을 가진 젊은 남자가 코웃음을 쳤다.


“툭하면 질질 짜는 꼬맹이들은 나도 질색이지만, 꼬맹이들이 다 그렇지 뭐. 울어도 돼! 나쁜 짓만 안 하면 된다! 그리고 그놈의 할아버지, 할아버지······ 선대 산타들 몇몇이 비정상적으로 오래 활동해서 그렇지, 이 몸은 아직 늙다리가 아니라고. 이렇게 젊고 잘생겼는데 말이야. 그렇지, 산타봇?”


그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한 쪽으로 부드럽게 쓸어 넘기고선 썰매 안 쪽에 탑재된 디지털 계기판을 지긋이 바라보며 외쳤다.

계기판은 한 번 번쩍하며 하얀 불빛을 반사할 뿐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왜 대답이 없어. 이 새끼야.”

「선물 수령 여부는 카르마 지수에 의해 결정됩니다. 근거는 453년 전 제정된 수정 산타 헌법 2조 1항에 따른 것으로······.」

“됐다. 재미없는 놈. 어쨌든 저 집은 패스.”

「······.」


빨간 썰매는 그렇게 한참 동안을 어두운 밤하늘을 날아다니며 분주하게 움직였다.

얼마나 오랜 시간이 지났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렇지만 썰매를 타고 있던 남자의 얼굴은 몹시 지쳐보였고 불만과 짜증이 한가득이었다.


“요새는 통 착한 아이들이 없단 말이지. 아이고, 드디어 마지막이구만.”


남자는 한 쪽 눈썹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그러더니 오른쪽 검지 손가락으로 왼쪽 손목을 가볍게 두드리자 그 위로 홀로그램 화면이 번쩍하고 나타났다.


“보자, 보자. 산타 노트를 보자······ 옳거니! 정진석 꼬맹이. 네가 마지막이렸다.”


그가 고개를 젓혀 아래를 내려다 보자, 낡고 허름한 집 한 채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흠, 산타봇. 이 꼬맹이 인적사항하고 받고 싶은 선물 조회해서 산타 노트에 띄워.”


그러자 요란한 기계음이 울리며 홀로그램 화면 속에 사진, 동영상, 텍스트 따위의 각종 정보들이 실시간으로 기입되고 있었다.


「이름- 정진석, 나이 만7세. 어미는 4년 전 집을 나간 뒤- 행방불명, 아비는 5개월 전 공사현장에서 작업 중- 리프트 붕괴로 9층 높이에서 추락하여 사망, 현재- 늙고 병약한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음.」


산타봇의 차갑고 무미건조한 음성이 적나라하게 울려나왔다.


“오우, 지저스. 끔찍해라······ 거 참, 눈물 없인 볼 수 없는 형편이구만. 좋아, 카르마 지수는?”

「카르마 지수 추적 중-······ 추적 완료. 카르마 지수 ‘0’에 수렴합니다.」

“호오······? 요즘 세상에 이 정도로 완전무결하게 착하고 순수한 꼬맹이가 있다니. 축복을 내려야겠어. 자, 그럼 이 훌륭한 꼬맹이가 받고 싶은 선물을 확인해 볼까.”


그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만면에 띠우며 말했다.


「정진석 군의 위시 리스트 1번 추적중-······ 추적 완료. M4A3 E8 셔먼 전차 조립식 프라모델을 원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푸하핫!! 뭐, 셔먼? 키야, 고놈 물건 제대로 볼 줄 아는구만. 암! 모름지기 진정한 사나이라면 셔먼 탱크를 타야지! 음, 음. 그렇고 말고······ 진흙 속에서도 한 송이의 꽃은 피어나는구만. 안 그렇냐, 산타봇?”

「확인 불가능. 명령을 다시 내려주십시오.」

“됐다. 이 새끼야······.”


그는 썰매에서 뛰어 내리며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 같은 낡은 지붕 위에 사뿐히 내려 앉았다. 왼쪽 겨드랑이 사이에는 예쁘게 포장된 선물 상자 하나가 들려 있엇다. 발걸을음 옮기려던 찰나, 그는 망설이며 한동안 무언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는 듯 하더니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별 수 없다는 듯이 희미하게 웃었다.


“요즘에는 귀찮아서 잘 안 했는데, 오늘은 기분이다! 복받은 줄 알아라고 착한 꼬맹이. 아무한테나 해주는 게 아니니까.”


그가 자세를 가다듬고 호흡을 길게 내뱉자, 얼음처럼 차가운 바람 한 줌이 입 밖으로 빠져나왔다. 순간 주위의 공기가 얼어붙으며 하얀 결정으로 변한 채 지붕 위로 우수수 떨어졌다.


“산타류 비기.”


흡사 장대비가 쏟아져 내리는 것처럼, 수없이 많은 줄기의 에너지가 손바닥 위의 한점으로 모이며 구(球) 모양의 형체로 변했다.


“『굴뚝 만들기』”


손바닥 위에 응축된 동그란 에너지원을 지붕 위에 사뿐히 올려놓자, 요란한 번개음이 사방에 울려 퍼지며 검붉은 색깔의 벽돌로 이뤄진 크고 거대한 굴뚝 하나가 나타났다.


“이야, 걸작이야. 역시 굴뚝은 건축의 꽃이라니까. 과거에 활동했던 선배들은 마법을 쓰지 않고도 여기를 막 넘나들었겠지. 캬! 고거 낭만 있구만.”


그는 한쪽 발을 굴뚝 입구에 걸쳐 놓은 채 중얼거렸다.


“그러게 인간들은 왜 굴뚝을 없애버렸나 몰라. 집집마다 굴뚝이 있으면 나도 일 좀 재밌게, 응? 그리고 더 열심이 할 텐데 말이야. 안 그렇냐, 산타봇?”

「접수 되었습니다.」


왼쪽 손목을 감싸고 있는 반투명한 형광색 고리에선 산타봇의 무미건조한 음성이 적나라하게 흘러나올 뿐이었다.


“넌 이 새끼, 끝나고 보자. 산타란티아에 돌아가면 좀 귀엽고 붙임성 있는 놈으로 당장 바꿔달라 할 거니까.”


백발의 남자는 경멸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의 조수에게 무어라 일갈한 뒤 굴뚝 안으로 냅다 뛰어들었다.


그는 어째서인지 설레는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일이란 고된 것이지만 때로는 보람찬 것이기도 했으니까. 사실 반복되는 업무의 지루함과 세세한 조건까지 따져가며 대상자를 선정해야 하는 작업 과정이 다소 귀찮기는 했어도, 순수한 어린이들의 꿈과 희망을 지켜준다는 사명은 그 자체로 숭고한 일이었으니까.


“진석이 이 놈, 딱 대. 선물 들어간다.”


그는 얼굴에 웃음꽃을 피우며 길고 어두운 통로를 수직낙하하고 있었다.


“······.”



그런데 어째서인지 평소보다 굴뚝이 길게만 느껴지는 것 같았다.



“······ 응?”



더 깊이, 더 빠르게 그렇게 한참 동안을 계속 떨어지기만 했던 것이다.


“야, 야. 산타봇! 이거 뭐야? 뭐냐고 이거, 왜 계속 떨어지기만 하는 건데? 여기 우주 정거장이야? 뭔가 잘못 된······ 으아아아악―!!”

「현재 위치 추적 중······ 추-」 산타봇의 음성이 지직거리며 불협화음을 냈다. 「추- 추저······.」


한 줌의 빛도 없는 칠흑처럼 어두운 굴뚝 속에선 그의 외마디 비명만이 메아리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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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 불가능- 마지막 저장 위치, ‘서울특별시 XX구 OO로 12길‘ 산타란티아 중앙정보국에 전송 완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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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 전이 감지. 지구를 벗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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