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살구아제 님의 서재입니다.

이계의 남남북녀.

웹소설 > 자유연재 > 퓨전, 판타지

살구아제
작품등록일 :
2017.09.18 23:40
최근연재일 :
2017.10.09 06:00
연재수 :
49 회
조회수 :
6,330
추천수 :
49
글자수 :
299,113

작성
17.09.23 21:16
조회
82
추천
1
글자
13쪽

chapter 7-2

DUMMY

은하는 필로니아 시에 도착한 후에야 어느 정도 의사소통이 가능할 정도로 몸이 회복되었다. 정신을 차린 은하가 자신을 간호하던 엘프에게 영민과의 면담을 요청하자 얼마 지나지 않아 영민이 그녀가 있는 방으로 들어왔다.


“이제 몸은 많이 좋아졌나 보군. 다행이야. 그래 날 보자고 한 이유는?”


적의(敵意)는 없지만 그렇다고 호의(好意)도 없는 건조한 말투였으나 은하는 그런 말투가 오히려 영민답다는 생각에 피식 웃음이 났다. 왠지 모를 친근감까지 느껴졌기에 은하는 그녀답지 않게 살짝 미소까지 지으며 말했다.


“그냥. 구해줘서 고맙다는 인사도 하고 싶고, 날 어떻게 할 건지에 대해 궁금하기도 해서 보자고 했어요.”


하지만 영민은 그녀의 미소가 거슬렸다. 단순히 그녀가 북한 사람이라거나 사문(師門)에 대해 거짓말을 해서 거슬리는 것은 아니었다. 영민이 거슬린 것은 자신의 안전만 신경을 쓰고 자신과 함께한 부하들이나 그 부하들이 지키던 예카테리나에 대해서는 묻지 않는 이기심이 싫었다. 그랬기에 자연 영민의 말투는 차가워질 수밖에 없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군. 여전히 이기적이고 여전히 재수 없어. 하지만 묻고 싶은 것이 두 가지가 있으니 그것만 말해주면 다시 볼일은 없을 거라 장담하지.”


“두 가지라고요?”


은하는 영민이 묻고 싶은 것이 두 가지가 있다는 말에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한 가지야 분명히 사문(師門)에 대한 것일 테지만, 다른 한 가지는 짐작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런 은하에게 영민은 차갑고 건조한 사무적인 말투로 그녀에게 물었다.


“그래. 두 가지. 우선 한 가지는 짐작하겠지만, 사문(師門)에 대한 진실을 말해줄 것. 다른 한 가지는 고린토 왕국에서는 여자아이에게도 무기를 쥐여주는가 하는 거야.”


“여자아이요? 그게 무슨······. 설마!!”


은하는 영민이 말하는 여자아이라는 말이 처음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가 문득 예카테리나가 떠오르자 놀란 얼굴을 했다. 영민은 갑자기 은하가 격한 반응을 보이자 고개를 갸웃하며 재차 물으려고 했으나 은하의 말이 빨랐다.


“혹시. 그 여자아이 무사한가요? 국경을 넘어갔을 거로 생각해서 안심하고 있었는데······.”


영민은 은하의 말을 들어보니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 세이라가 아이를 포함한 3명을 데려왔을 때, 다른 두 명은 저항을 했지만 아이는 저항을 하지 않았다는 말도 지금 생각해보니 뭔가 이상했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아이가 깨어났을 때 발키리들에 대한 안부를 물은 것이 아니라 용병의 안위를 물은 것도 지금 생각하니 앞뒤가 안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민이 그런 생각을 잠깐 하는 사이 은하 역시 예카테리나의 정체를 말해야 할지 말아야 될지 잠시 고민하다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혹시 당신 필로니아 왕국에서 일하나요?”


“내가 필로니아 왕국에서 일했다면 너는 죽거나 감옥에 있었겠지. 적어도 그 부분은 안심해도 좋아.”


오래 만난 사이는 아니지만, 영민이 이런 일로 거짓말을 할 사람은 아니기에 은하는 다행이라 생각하면서 여전히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여자아이. 전쟁의 빌미가 될 수 있는 아이예요. 고린토 왕국의 외손녀거든요. 이름은 예카테리나라고 하고 가출한 상태예요. 뭐 국왕이 꽤 아끼는 아이라서 저더러 경호하라고 해서 이런 일이 일어난 거지만요.”


“뭐라고? 국왕의 외손녀?”


**


영민과 은하가 대화하고 있을 때, 예카테리나는 세이라와 함께 필로니아 시를 구경하고 있었다.


“와! 제가 살던 곳이랑 비슷하기는 한데 뭐랄까 훨씬 생동감 넘치네요. 게다가 상점에 물건도 많고요.”


“그러니? 고린토 왕국도 여기보다 부족하기는 하지만 꽤 잘 사는 거로 기억하는데 많이 변했나 보구나.”


세이라는 고린토 왕국의 수도에서도 바람의 쉼터라는 같은 상호를 가진 여관을 운영해봤기에 필로니아 시나 고린토 왕국의 수도나 큰 차이를 못 느꼈다. 하지만 세이라의 경험은 어디까지나 공산화되기 전의 고린토 왕국이었기에 그리 말한 것이다. 세이라의 말에 예카테리나는 이리저리 둘러보면서 차이점을 설명했다.


“여기는 상점마다 물건이 가득하고, 저기처럼 물건값을 흥정하는 사람도 있고, 마음에 드는 물건을 골라서 살 수 있잖아요. 하지만 고린토 왕국은 조금 달랐어요. 일단 상행위 자체가 거의 없는 데다 있어도 숨어서 한다고 해요. 게다가 생필품이나 식량 등은 국가에서 배급하기에 물건의 질이 좋지 않다고 해서 바꿔주거나 받지 않거나 할 수도 없어요.”


“그래? 국가에서 상행위를 통제한다고? 그러면 배급하지 않는 물건은 어떻게 구하니? 예를 들어 장신구라던가 이런 건 공동배급하기가 어려울 텐데.”


“글쎄요. 고린토 왕국의 모든 곳을 가본 것은 아니지만, 상단과 함께 이동하면서 본 도시들은 대체로 시장이 죽어있었어요. 게다가 장신구를 한 사람은 거의 없었고요. 아마 똑같은 물건을 장신구라고 배급할지도 모르죠.”


“그랬구나. 좋은 이야기 고마워.”


사실 세이라는 예카테리나를 처음 데리고 나올 때만 해도 그리 내키는 기분으로 한 것은 아니었다. 단지 영민이 이 아이가 하고 싶은 것은 하게 해주라는 말에 따를 뿐이었다. 하지만 직접 데려 나와보니 생각보다 영리한 데다 말도 조리 있게 잘하고 무엇보다 고린토 왕국과 필로니아 왕국을 비교하는 것이 흥미로웠기에 점차 표정이 밝아지기 시작했다.


**


같은 시간. 필로니아 국왕은 알현실에서 한 여인과 면담 중이었다. 하지만 알현실의 분위기는 평소와 조금 달랐는데 알현실 내에 어떤 사람도 없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는 국왕의 보좌하기 위한 시종, 경호하기 위한 근위대가 알현실에 늘 상주했지만 이때만큼은 국왕이 독대하겠다고 선언하고 대화가 끝나기 전까지 누구도 알현실로 들이지 말라는 명령을 내린 상태였다. 그렇게 주위를 물린 국왕은 그녀에게 수정구를 건네주며 말했다.


“2 왕자가 이번 작전을 실패한 원인이 담긴 수정구네. 일단 영상을 보고 난 뒤 자네 의견을 말해보게.”


“설마 저를 소환한 이유가 고작 수정구 때문이라면 꽤 실망인데요. 아시다시피 국왕이라 해도 재임 기간에 저를 소환할 수 있는 것은 고작 3번뿐인데 그중 한번을 너무 쉽게 날리시는 것 같군요.”


사실 여인은 필로니아 왕국의 숨은 힘이라 할 수 있는 가디언이라는 조직의 수장이었다. 가디언이라는 조직은 국가가 존망의 위기에 빠지거나 혹은 그에 준하는 일이 벌어질 때 한 국왕이 3번 소환할 수 있었다. 그런 조건이 있는 가디언의 수장을 불러다 놓고 고작 수정구를 건네주니 맥이 빠진 여인은 작게 투덜거리기는 했지만, 국왕의 말대로 마나를 불어넣어 수정구에 녹화된 내용을 보기 시작했다.


처음 은하와 버서커와의 전투 장면을 보면서 그녀는 피식 웃으며, 은하의 형편없는 실력을 비웃었으나 그 뒤에 이어진 영민의 모습을 보자 표정이 달라졌다. 그녀는 국왕이 앞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민의 전투장면을 몇 번이나 돌려본 후 국왕에게 물었다.


“대체 이 자 누구죠? 추정 수위는 저보다 조금 낮거나 동급으로 봐도 무방하군요. 게다가 수정구에 흐릿하게 나오기는 하지만 이 자 뒤에 있는 궁수들 실력도 상당하고요. 우리 몰래 다른 조직이라도 만드신 건가요?”


“후후후. 내가 제법 배포가 크다고는 하지만 감히 가디언의 수장과 논의도 없이 그런 조직을 만들었겠나? 극비리에 진행된 버서커 프로젝트도 그대들에게는 모두 공개했지 않나?”


“하긴 그렇군요. 그러면 왕국의 조직은 아니라는 건데 설마 이들이 적인가요? 적이라면 저를 소환할 만 한 일이군요.”


국왕은 영상의 사내를 적으로 규정하는 여인을 향해 작게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아니. 적은 아닌 것 같아. 영상을 봐서 알겠지만, 그 정도 실력자라면 버서커 뿐 아니라 주변의 모든 병사와 심지어 2 왕자까지 목을 쳤겠지. 하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어. 게다가 그림자를 통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그들은 여기로 왔다더군. 정확한 소재 파악은 1달 이상 걸릴 것 같다고 하더군.”


“다행이군요. 이 사내가 적이라면 우리가 나서지 않는 한 국왕의 목숨도 장담할 수 없으니까요. 좋아요. 이번 일 국가의 위기라고 인정하죠. 우리에게 시킬 일은요?”


국왕은 여인이 국가의 위기로 인정한다는 말에 살짝 미소 지으며 그녀에게 지시를 내렸다.


“그리 생각해주니 고맙군. 우선 이 자의 정체는 그림자가 알아내는 대로 알려주겠네. 그때가 되었을 때 이 자를 직접 만나줬으면 좋겠어. 가능하면 가디언에 소속시켜주면 좋겠어.”


“훗. 만만찮은 일이군요. 거절하면 우리 식대로 해결해도 되겠죠?”


“물론이지. 나는 내 왕국에 이런 위험한 짐승이 함부로 돌아다니는 것을 원치 않아. 그러니 족쇄를 채워 우리에 가두거나 아니면 없애야지. 안 그런가?”


국왕의 말에는 가디언의 수장도 족쇄 달린 짐승이라는 뜻이 은근히 내포되어 있었지만, 여인은 쓴웃음을 지으면서도 딱히 반발하지는 않았다. 국왕의 말대로 가디언들은 힘은 막강하지만, 그 힘을 국왕이나 왕국에 해가 되는 행위를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흥! 이만 가보도록 하지. 그리고 이 수정구는 가져가도 되겠지? 우리 애들한테도 좋은 자극이 될 거라서 말이야.”


여인은 수정구를 챙겨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맹약 때문에 당신들 뒤를 닦아주고 있기는 하지만 말이야. 나를 포함한 우리 가디언의 위에는 단 한 분만이 계신다는 것을 명심해.”


“명심하지.”


국왕의 대답은 누가 봐도 성의가 없는 대답이었으나 여인은 국왕을 더 상대하기는 싫다는 듯 몸을 돌렸다.


**


예카테리나와 세이라는 필로니아 시의 여러 곳을 돌아다녔다. 예카테리나는 다른 곳보다 상업지구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는데 그녀의 생각에 한 장소에 사람이 이렇게 많이 모이는 것이 신기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상업지구를 돌아다니다 해가 서쪽으로 기울자 세이라는 예카테리나에게 말했다.


“저녁도 먹어야 하니 인제 그만 돌아가도록 하자. 자랑은 아니지만, 우리 여관 음식이 제법 괜찮거든. 너도 좋아하게 될 거야.”


“네. 덕분에 오늘 즐거웠어요.”


“나 역시. 많이 배웠고, 재미있기도 했어.”


세이라와 예카테리나는 서로 조금은 가까워졌다는 것에 만족하며 바람의 쉼터가 있는 유흥 지구 쪽으로 걸음을 옮기려고 할 때, 세이라는 잠시 멈칫하며 주변을 살폈다. 세이라가 주변을 살핀 이유는 언제부터인가 자신과 예카테리나 주변을 감시하는 듯한 끈적한 기분을 느꼈기 때문이다.


사실 세이라도 눈에 띄는 미인이지만 예카테리나 역시 만만찮은 미소녀이다 보니 주변의 시선을 끄는 것은 당연했다. 세이라는 처음 끈적한 시선이 느껴질 때만 하더라도, 평소처럼 자신들의 외모에 흥미를 느낀 이들의 시선이라 생각해서 애써 무시했는데 지금 느껴지는 것은 그런 시선과는 느낌이 조금 달랐다. 마치 자신들을 감시라도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에 세이라는 아주 약하게 기감을 펼쳐 주변을 살폈으나 딱히 걸리는 것이 없자 고개를 갸웃하며 작게 중얼거렸다.


“예민해진 건가? 분명히 누군가 지켜보는 것 같았는데······.”


세이라는 일단은 자신이 예민해진 거라 여기며 우선 상업지구를 벗어나기로 했다. 상업지구 특성상 사람이 많은 곳이니 의심스러운 정황이 있다고 바로 안가(安家)로 가거나 상가로 위장한 아지트로 가는 것은 과하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 세이라를 예카테리나는 이상하다는 듯 잠시 바라보기는 했으나 세이라가 조금 빠른 걸음으로 그녀를 이끌자 예카테리나 역시 조금은 잰걸음으로 빠르게 상업지구를 벗어났다.


그런 두 여인의 모습을 조금 떨어진 상가의 지붕에서 은밀히 살피던 복면 인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투덜거렸다.


“간만에 미인을 추적하는 일이라 만만하게 생각하다가 걸릴 뻔 했네. 그나저나 대체 누구지? 다소 방심했다고는 하지만 내 시선을 알아채다니 단순한 미인은 아닌 것 같은데······. 그렇다고 관찰자에게 걸렸을지도 모른다고 보고서를 올리면 깨지는 건 둘째치고 눈이 호강하지 못 할 테니 그냥 대충 써야겠지?”


복면 인은 그렇게 투덜거리며 임시 보고서에 두 여인의 관찰기록을 ‘특이 사항 없음.’ 이라고 썼다. 이때만 하더라도 별 의미 없이 쓴 이 기록이 가져올 결과를 예측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이계의 남남북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사과문 chapter 7-1 의 중복문제 17.09.25 83 0 -
49 chapter 9-3 17.10.09 40 0 14쪽
48 chapter 9-2 17.10.08 44 0 13쪽
47 chapter 9-1 17.10.07 49 0 13쪽
46 chapter 8-8 17.10.06 58 0 13쪽
45 chapter 8-7 17.10.01 90 0 13쪽
44 chapter 8-6 17.09.30 63 1 15쪽
43 chapter 8-5 +1 17.09.28 66 1 14쪽
42 chapter 8-4 17.09.28 65 1 14쪽
41 chapter 8-3 17.09.27 58 1 14쪽
40 chapter 8-2 17.09.27 67 1 16쪽
39 chapter 8-1 17.09.27 62 1 13쪽
38 chapter 7-8 17.09.26 68 1 13쪽
37 chapter 7-7 17.09.26 75 1 14쪽
36 chapter 7-6 17.09.25 77 1 15쪽
35 chapter 7-5 17.09.25 74 1 14쪽
34 chapter 7-4 17.09.24 79 1 13쪽
33 chapter 7-3 17.09.24 92 1 14쪽
» chapter 7-2 17.09.23 83 1 13쪽
31 chapter 7-1 +2 17.09.23 98 1 14쪽
30 chapter 6-8 17.09.22 93 1 15쪽
29 chapter 6-7 17.09.21 92 1 13쪽
28 chapter 6-6 17.09.21 89 1 13쪽
27 chapter 6-5 17.09.20 101 1 13쪽
26 chapter 6-4 17.09.19 89 1 13쪽
25 chapter 6-3 17.09.19 92 2 13쪽
24 chapter 6-2 17.09.19 104 1 14쪽
23 chapter 6-1 17.09.18 133 1 16쪽
22 chapter 5-7 17.09.18 122 1 13쪽
21 chapter 5-6 17.09.18 121 1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