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거북이 님의 서재입니다.

타락한 천사가 던전에서 하는 일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부기스
작품등록일 :
2018.06.28 21:32
최근연재일 :
2019.01.07 01:20
연재수 :
48 회
조회수 :
25,462
추천수 :
496
글자수 :
344,101

작성
18.07.02 17:05
조회
681
추천
11
글자
12쪽

죽음과 격변(1)

DUMMY

*** 죽음과 격변(1) ***


노예 생활을 시작한 지 한 달째.

돼지우리 생활이 익숙해 질만큼 많은 시간이 지났다.

빌어먹게도 위생적이지 않은 돼지우리.

괴물이 떠난 그 돼지우리 안에 청년이 홀로 앉아 있었다.

청년은 그곳에서 신체 이곳저곳을 주무르며 콧김을 씩씩 뿜어내고 있다.

씩······. 씩······.


“개같은 새끼들······. 두고 봐, 이제 다 뒤졌어······.”


방금 전까지 구타를 당하고 있던 청년의 눈에, 이글거리는 살기가 맴돌았다.

오늘로써 30일째.

청년이 괴물들의 샌드백이 된 지 한 달이란 시간이 흘렀다.

근 한 달 동안 몸이 부서져라 구타를 당한 청년이다.

피멍은 아직까지 청년의 몸 곳곳에 남아 있고 얼굴은 항상 팅팅 부어있었다.

청년은 계속해서 칼을 날카롭게 갈았다.


"두고 봐···. 이자는 몇 배로 불려서 받아낼 테니까."


복수의 때가 머지않았다.

청년은 자신의 사랑스러운 허벅지를 조심스럽게 매만졌다.

무릎을 구부리기 시작한 지 일주일의 시간이 흘렀다.

이제 다리를 사용해 걸음마를 시작할 단계이다.

이것을 시작으로.

걸음마를 시작으로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청년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후우······. 후우······. 으잇차!”


일어서는데 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하진 않았다.

팔을 운용하는 것처럼 다리의 근육 이용해 힘을 줘 본다.

오래 지나지 않아.

청년이 자신의 두 다리로 직접 일어섰다.


"우와······."


조금 감격스럽다.

짜릿했다.

청년의 기억 속엔 스스로 걸어본 기억이 없었다.

세상에 태어나 처음 발을 내디디는 이 기분은 메마른 사막의 오아시스를 발견한 것 같은 시원한 맛이 있었다.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이는 팔과 다리.

너무 상쾌한 기분이었다.


“이제······. 이제 시작이야.”


청년은 한 발자국 앞으로 나아갔다.





***


“끼에에에엑!”


괴물의 괴성을 시작으로 인간 노예들이 한 명씩 돼지우리로 들어왔다.

오늘도 고된 노동을 했는지 인간 노예 모두 땀에 푹 젖어있었다.

이제 저들 사이에 들어갈 때가 되었다.

인간 노예들과 함께 일하며 이 동굴에 대해 파악해야 할 때가.


"끼리릭! 끼릭끼릭끼릭!"


청년은 출입하는 노예들 사이에서 아주머니를 찾기 시작했다.

그녀에게 자신의 몸이, 걸을 수 있을 정도로 좋아졌다는 걸 빨리 보여주고 싶었다.

또, 청년은 그녀에게 내일부턴 자신도 노동을 시작할 할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그녀의 반응이 궁금하다.

청년은 돼지우리 구석에 앉아 그녀가 들어오길 기다렸다.


“끼에엑! 끼에엑!”


그때, 인간 노예들 사이에서 풍기는 낯선 분위기를 청년은 포착할 수 있었다.

이전에는 느낄 수 없었던 낯선 향기였다.

평소 같았으면 드디어 쉴 수 있다는 허탈한 표정으로 노인의 명령을 기다렸을 인간 노예들이.

전쟁에서 패배한 패잔병들처럼, 포로들처럼 무겁고 침체된 분위기를 띄우고 있는 것이다.

한 달 동안, 이런 분위기를 느낀 적이 없었다.

청년의 등에 왠지 모를 불안감이 스치고 지나갔다.

청년은 손을 까딱거리며 초조하게 아주머니를 기다렸다.

늘 웃음을 잃지 않았던 아주머니를.

한 명씩, 한 명씩 들어오는 인간 노예들을 보며 청년은 애타게 기다렸다.


‘뭐야······. 너희들 왜 그래···. 아줌마한테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니지···? 아닐 거야···. 오늘 아침만 해도 웃으면서 떠났잖아. 그렇잖아···!’


오늘따라 인간 노예들이 왜 이렇게 꾸물거리며 들어오는지, 청년은 정말 답답했다.

그녀는 왜 항상 제일 마지막에 들어오는 것인지, 짜증이 샘솟는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녀의 성격이 원망스러웠다.

항상 앞장서 궂은일을 행하고 가장 늦게 일을 마무리하는 그녀가.


‘너희들은 왜 그런 표정으로 들어오는 거냐! 평소처럼 하란 말이다···!’


시간이 갈수록 불안감이 심해진다.

청년은 불안한 마음을 달래며 결국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주머니가 오면 놀라게 해 주려고 했는데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몇몇 인간 노예들이 그런 청년을 힐끗거렸지만 무시했다.

청년의 신경은 온통 아주머니의 생사로 향해 있었다.


"끼에엑!"


괴물의 울음소리를 마지막으로 인간 노예가 모두 돼지우리 안으로 들어왔다.

청년은 뭐가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 없었다.

청년의 다리가 심하게 후들거리기 시작했다.

종래엔 결국 바닥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


돼지우리 속에 들어온 인간 노예 중 그녀는.

아주머니는 없었다.





***


인간 노예들이 입도 뻥긋하지 않고 있다.

그저 기계처럼 대표 노인이 내린 지시를 묵묵히 수행하고 있다.

그리고 몇몇은 시체처럼 바닥에 널브러져 있다.

청년은 그런 인간 노예를 멍하니 하나하나 가리키며 숫자를 셌다.

마흔일곱, 마흔여덟, 마흔아홉.

아무리 세어도 하나가 모자라다.

아무리 세어도 아주머니는 청년의 숫자에 포함되지 않았다.

청년은 멍하니 자신의 손을 내려 봤다.


“······.”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주머니는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 걸까.

한 달 동안 이런 일은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다.

심해봤자 몇몇이 상처를 입고 온 것 정도.

인간 노예가 돌아오지 못한 날은 청년의 기억엔 없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괴물녀석들이 그녀가 필요해 어디론가 잠시 끌고 간 것은 아닐까.


"빌어먹을······."


그렇다기엔 인간 노예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그리고 저 구석에서 흐느끼고 있는 어린아이의 상태도 좋아 보이진 않았다.

누군가 그에게 일련의 상황에 관해 설명이라도 해줬다면 이렇게 답답하진 않았을 텐데.

이곳에서 청년에게 말을 걸어주는 사람은 아주머니밖에 없었다.


'그래, 아직은 몰라. 정확한 정황을 들어봐야 해. 내가 하는 건 추측에 지나지 않아!'


청년은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 대표 노인에게 다가갔다.

그라면 다른 노예들관 달리 자신을 배척하진 않을 것이다.

노인은 평소와 같이 무표정한 얼굴로 인간 노예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청년이 그의 어깨를 붙잡고 물었다.


“이봐, 아줌마는······. 아줌마는 어디 갔어.”


청년의 말에 노인이 돌아본다.

초점 없던 노인의 눈빛이 청년과 마주했다.

찰나의 순간.

그의 얼굴을 본 청년은 자신의 입술을 꽉 깨물어야만 했다.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뚜렷했던 그의 눈동자가 죽어있었다.

썩은 동태눈깔처럼 탁한 노인의 눈동자가 청년의 눈에 들어왔다.


“뭐······.”


몇 년간 인간 노예를 대표하던 총명한 노인은 거기에 없었다.

그곳에 있는 거라곤 최후의 희망을 잃어버린 나약한 인간뿐.

노인의 입이 열렸다가 닫히길 반복한다.

잠시 후, 수도꼭지를 튼 것처럼.

노인의 눈에서 갑자기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노인의 어깨를 붙잡은 청년의 손이 떨렸다.


‘우···. 울지 마···! 아줌마가 무사하다고 말하란 말이야! 왜 말을 안 해!’


청년은 그 말을 마음속으로 삼켜야만 했다.

너무 당황스러웠다.

사람이 무너져 내리는 것은 한순간이었다.

노인의 표정엔 지나친 안타까움이 역력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젠장···!'


노인의 슬픔이 다른 인간에게 전염되어 갔다.

그리고 삽시간에, 돼지우리는 장례식장으로 변해 버렸다.

그 모습을 본 청년의 손이 노인의 어깨에서 툭 떨어졌다.

나이 많은 노인이 흐느껴 우는 모습은 청년에게 색다른 아픔을 선사했다.

청년의 고개가 푹 숙어진다.

그들의 슬픔이 그녀의 죽음을 확실하게 말해 준다.

이런 분위기는 좋지 않다.


‘갑자기 아줌마가 죽었다고···? 그게 말이 되냔 말이다···!’


너무 뜬금없지 않은가!

청년은 믿기지 않는 상황에 한 발씩 뒷걸음질 쳤다.

그때, 청년의 귓가에 날카로운 목소리가 다가왔다.

청년에게 갈 곳을 잃은 분노를 풀겠다는 악에 받친 목소리가.


“개크 자으슥. 구스타두 그루다다!”

“마구라 선희 마무루두! 구스타두 구라다...! 아그래이스 마루가 만수다두 그라시스!”


인간 노예 중 청년과 비슷한 연령대의 노예들이 청년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왔다.

그들의 얼굴에는 청년에 대한 원망과 분노가 서려 있었다.


“퍼규! 마그리다스 마그다!”

“그수다두 선희 마무루 다디부르! 마구라 다디부르!”


인간 노예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노예가 청년을 둘러싼다.

청년은 허망한 눈으로 그들을 둘러보았다.

그들의 눈은 완전히 뒤집혀 있었다.

청년은 묵묵히 그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마리스타 구루두 선희 마무루 다디부르다! 다디부르다우다!”

“다디부르다! 다디부르다우다!”


청년도 저들이 왜 이러는지 안다.

저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똑똑히 들렸다.

하지만, 청년은 저들의 분노를 받아주고 싶지 않았다.

저들이 아주머니를 사랑했던 것보다 더 청년이 그녀를 의지했으니까.


“퍼규! 퍼규! 퍼규!”

“퍼규···! 퍼규···!”


청년은 그들의 눈을 피해 대표 노인을 바라보았다.

대표 노인은 이들을 말릴 생각이 없나 보다.

그저 멍하니 인간 노예들에게 둘러싸인 청년을 바라보고만 있다.

그들의 슬픔과 분노가 느껴진다.

그런데······.


“다디부르! 이 개크 자으슥!”


그런데, 너희는 분노의 대상을 잘못 잡았다.


“구르다! 다디부르 구르다!”


더 이상 참지 못한 인간 노예 한 명이 청년에게 달려들었다.

그것을 신호로 청년을 둘러싼 인간 노예 모두가 청년에게 달려든다.

그들의 주먹에는 갈 곳 잃은 분노가 가득 담겨 있었다.


“악!”


퍽! 쿠당! 탕! 탕!

제일 먼저 청년에게 주먹을 날린 인간 노예가 헛손질하며 나가떨어졌다.

그는 바닥에 쓰러진 체 얼굴을 양손으로 감싸 쥐고 있다.

이어서 날아오는 주먹, 청년은 고개를 틀어 가볍게 피해냈다.

괴물들에 비하면 하잘것없는 그들의 주먹은 청년을 맞출 수가 없었다.

쉬지 않고 주먹과 발길질, 그리고 몸통박치기가 날아왔지만, 그 무엇도 청년에게 닿지 못했다.

퍽! 쿠당탕! 퍽! 쿠당탕!


“개크 자으슥!”


퍽! 퍽! 쿠당! 쾅! 쾅!

청년의 신체‘감각’은 눈이 부실 정도로 발전해 있었다.

최근에는 괴물들의 공격을 흘려내 대부분의 충격을 흡수할 수 있을 정도로.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한 인간 노예들 정도는 가볍게 물리칠 수 있다.

청년은 인간 모두가 청년과 같은 신체를 타고난 줄 알았다.

그런데 이들의 움직임을 보니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만약, 모든 인간이 이런 기행을 만들 수 있었다면 이들이 노예가 되는 일은 없었겠지.


“끄억···!”


청년은 인간 노예들이 제풀에 지쳐 쓰러질 때까지 그들의 공격을 피해갔다.

아주머니가 끌어왔던 이들을 죽이고 싶진 않았다.

그래서 청년은 그들이 다시는 공격하지 못할 때까지 그들을 때렸다.

퍽! 퍽! 퍽! 퍽!

청년은 작금의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 녀석들이 지닌 분노보다 더한 분노가 청년을 사로잡았기에.


“시발······.”


청년의 입에서 뜨거운 핏물 한줄기가 흘러내렸다.





***


"······."


어두운 동굴 속.

청년의 귓가에 색색거리는 숨소리가 들려온다.

돼지우리 속 인간 노예들이 모두 깊은 잠에 빠져든 시간이다.

그 속에서 청년은 오지 않는 잠을 뒤로하고 멍하니 어둠을 바라보고 있었다.

청년의 뇌리에 오늘 아침에만 해도 보았던 그녀의 미소가 아른거리고 있다.


“······.”


아주머니는 청년에게 있어서 부모와 같은 사람이었다.

비록 한 달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대화조차 제대로 통하지 않았지만, 그녀는 청년이 태어난 후 처음 만난 어머니였다.

그녀의 이유 없는 호의는 따듯했으며 그녀의 희망찬 말 한마디는 청년을 외롭지 않게 만들어 주었다.

그녀는 청년에게 낯선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가족'이었다.

그런 그녀가 죽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아니, 믿고 싶지 않았다.


“크흑······. 흐윽······.”


억지로 참아 봐도 떨리는 흐느낌은 막히지 않는다.

아무리 노력해도 봐도 떨어지는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청년은 태어나서 처음 느껴본 ‘슬픔’이란 감정이 싫었다.

청년은 떨리는 주먹을 꽉 붙들며 이를 악물었다.


‘가만두지 않겠다, 이 개자식들아.’





***


작가의말

추천과 선호작 부탁드려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타락한 천사가 던전에서 하는 일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8 라온과 라오스의 하급 악마들(1) +3 18.07.11 510 14 13쪽
17 탐욕 상회와 노예계약(3) 18.07.11 573 12 14쪽
16 탐욕 상회와 노예계약(2) +1 18.07.10 550 13 15쪽
15 탐욕 상회와 노예계약(1) +3 18.07.09 587 16 13쪽
14 날개 잃은 천사(2) +1 18.07.09 603 14 15쪽
13 날개 잃은 천사(1) 18.07.07 599 14 13쪽
12 청년과 각성(4) +1 18.07.06 626 12 17쪽
11 청년과 각성(3) 18.07.05 614 11 12쪽
10 청년과 각성(2) +1 18.07.05 638 10 15쪽
9 청년과 각성(1) +1 18.07.04 681 8 10쪽
8 죽음과 격변(3) +3 18.07.03 636 11 9쪽
7 죽음과 격변(2) +3 18.07.03 677 12 7쪽
» 죽음과 격변(1) +2 18.07.02 682 11 12쪽
5 던전 '고블린의 둥지'(2) +1 18.07.01 759 12 12쪽
4 던전 '고블린의 둥지'(1) +1 18.06.30 871 12 12쪽
3 청년과 어두운 동굴(3) +1 18.06.30 1,081 12 15쪽
2 청년과 어두운 동굴(2) 18.06.29 1,330 14 11쪽
1 프롤로그, 청년과 어두운 동굴(1) +3 18.06.28 1,751 22 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