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천재 혹은 또라이 (2)
내가 표정이 굳은 상태로 한 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멍하니 그녀의 쪽을 바라보고 있자.
그녀가 질문했다.
"고작 데이터 조각인데,
그 정도로 예민하게 반응하는 거 보면
내가 제대로 약점을 잡긴 했나 봐?"
"..."
"결정 못 내리겠어?"
"...좀 생각할 시간 좀 주지 않을래?"
여성은 몸을 의자 뒤로 눕히면서
차분하게 질문 했다.
"네 표정으로 봐서는 내가 시간을 준다고 해서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거 같지는 않은데?"
"...아니야... 좀 시간을 주면..."
"정~ 그렇게 결정 내리기 힘들다면 다른
선택지도 줄 수 있긴 한데..."
그 말에 나는 두 눈이 휘둥그래지면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저...정말?"
"푸흡... 너 진짜 그 데이터가 소중한가
보구나?"
그녀의 질문에 나는 최대한 뻔뻔한
태도를 유지하며 변명했다.
"아니... 난 그냥, 좀... 뭐 다른 선택지가
뭔지... 궁금했을 뿐이야... 그 외의
이유는 없어... 빨리 뭔지 알려줘."
"원래는 네 가장 소중한 걸 빼앗는
거였는데, 그게 싫다면... 다른 방법은
하나 밖에 없지..."
"뭔데?"
내가 물었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아니... 뭘 그렇게 뜸을 들이는 거야...
말할 거면, 빨리 말해!"
"...지금 생각해보고 있어.
아..!!! 좋은 거 하나 떠올랐다."
"뭔데... 한 번 말해봐."
그녀는 나를 조롱하듯 피식웃으면서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렇게 재촉하니까, 알려주기가 싫네~
아무튼 방법은 사실 이미 말했어."
"뭘...?"
"다른 사람이 뭘 얻기 위해서 나한테
뭘 지불한 이야기를 떠올려봐."
그녀는 나에게 2가지 이야기를 해줬다.
하나는 자신에게 있어서 가장 소중한
물건을 내준 사람,
또 다른 하나는 자신이 가장 아끼는
가치인 친구를 팔았던 이야기.
"이제...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알겠지?"
"...내 친구 중에서... 이 학교에
다니는 사람이 없는데?"
그녀는 입꼬리를 올리면서
사악한 미소와 함께 말했다.
"친구는 없어도, 그 애가 쳐낸 것처럼
사람 한 명을 쳐낼 수는 있잖아?"
"내가... 누구를 쳐낼 수 있는데?"
"하나 있잖아?"
말을 들어도 무슨 소리인지 알 수 없었기에
나는 눈을 깜빡이면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아니... 너 도대체...누구 이야기를 하는 거야?"
"정말... 모르겠어?
지금 이 학교에서 네가 갑의
입장에서 건드릴 수 있는 사람."
"어... 청소부... 아주머니?"
"...그 사람도 확실히 네가 갑의
입장이긴 한데, 같은 학생 중에서."
"나 말고... 다른 평민 입학생...?"
내가 대답에 그녀는 잠시 눈을
지그시 감고 있다가 차분하게
질문 했다.
"왜? 같은 평민 입학생한테...
네가 갑의 입장으로서 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음... 뭐 특별히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고...
딱히 직접적으로 만난 적은 없긴 한데...
그냥 아무렇게 한번 찔러 본 거야..."
내 대답에 그녀는 혀를 차며 한숨을
내쉬었다.
"정답은 이 학교에 있는 네 도우미"
"혜지?"
"어."
그 애가 유일하게 네가 갑으로서
대할 수 있는 사람이야."
"걔가...?"
난 이해가 안되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찌푸린 상태로 바라보자.
여성은 차분하게 설명을 했다.
"네가 생각하는 그 애 맞아."
"내가... 뭐 혜지를 어떻게 할 수 있는 거야...?"
"네 말 한마디로... 그 애를 이 학교에서
나가게 할 수 있어, 따지자면 한 마디가
아니라. 좀 말을 하긴 해야겠지."
"...내가 말 한 마디로 그 애를
나가게 할 수 있다고?"
내가 뭔가 중요한 걸 깨달은 듯한
표정을 짓자, 그녀는 악의적인 미소와 함께
나를 설득하려고 시도했다.
"뭐 이제 알겠지?
내가 너한테 제시할 2번째 조건은
그 애를 파는 거야."
"팔라고...?"
"일단 네가 일을 크게 저질러 준 덕에
그 애 지금 되게 편안해져 있는 상태이거든."
그녀가 하려는 말이 대충 납득이 갔기에
차분하게 질문 했다.
"이미... 끝난 거 아니야? 내가 대회에서
상을 탄 걸로 학교에 잘 적응했다는
증명은 끝난 거잖아."
"아직, 끝난 건 아니야. 네가 억지를
부린다면, 증명을 바꿀 수 있어."
"그 말은... 혜지가 퇴학 당하도록
유도하라는 소리야?"
내 질문에 그녀가 미소를 지었다.
"맞아."
"아니... 근데 나하고 혜지는
네가 생각하는 그런 관계는 아닌데?"
"...넌 참 질문이 많구나, 그냥... 수락하고.
학생 지원 팀에 가서 적당히 괴로워하면서
호소해서 그 애를 퇴학 시켜 달라고 하면,
다 끝날 텐데?"
나쁘지 않은 조건이었다, 아니 나한테
너무 좋은 조건이었다. 문제점이라고 해봤자.
어떻게 보면 나와는 크게 상관 없는 일이었다.
"..."
"이건 나쁜 일이 아니야, 넌 그냥 네가
저 애로부터 빼앗겼던 권리를 되찾는 거야."
"뭐... 내가 권리를 빼앗겼던 적이 있었나?"
"생각해봐 저 애는 퇴학 당해도 싼 애라니까?"
"...그 애는 나한테 있어서 은인 같은 사람이야,"
내가 그렇게 마음을 확고히 하자, 그녀는
살짝 짜증이 났는지 나를 설득하려고 시도하기
시작했다.
"아니 생각해봐, 저 애는 귀족이라고
이 곳에서 퇴학 당한 다고 해서,
딱히 힘든 상황에 쳐하지는 않을 거야."
그 말을 들어보았을 때는
순간 아주 조금이긴 하지만 마음이 흔들렸다.
'생각해보면... 얘도 결국 귀족인데.
퇴학 당한다고 해도 다른 길을 찾아보면
그만 일텐데...'
'아니... 한 번 퇴학 면했다가, 다시 퇴학 판정을
받았다는 건... 이미 가망 없는 거 아닌가...
그럼 퇴학을 당해도 자연스러울 거 같은데.'
다만 그래도 그녀를 밟고 올라간다는
그 사실이 꽤 찝찝했기에, 확실하게
대답을 할 수 없었다.
"글쎄...난... 잘 모르겠어."
"이 선택에는 죄책감을 가질 필요 없어,
이건 옳을 일을 하는 거야, 너는 그 애처럼
무고한 애들을 떨어트리는 게 아니라, 떨어질
애를 바닥으로 떨어트리는 거야."
"..."
"너도 알겠지만, 이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불공평해.
올라갈 사람과 내려갈 사람이 정해져
있는 세상이라고."
문득 내 시야에는 효은이와의
쌓았던 추억들이 남겨진 사진들이
떠올랐다.
눈에 들어오고, 머리 속에서는
저울이 나타나서 그녀와 카드
하나를 두고 저울질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진지하게 눈을 감고, 2개가
가진 가치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다가
진지한 표정으로 질문했다.
"그 사진들은 그냥 삭제하겠다고
말하면... 끝인 거지?"
내 태도가 아까와는 사뭇 다르자,
그녀는 잠시 침묵을 유지했고, 옆에 있는
옷장이 열리면서,눈 앞에 있는 사람과
완전히 똑같이 생긴 여학생이 나타나서
말했다.
"그냥... 부수는 건 절대 안되고,
다시는 복구 할 수 없을 정도로 산산 조각
날 정도로 내리 찍어서 깨트려야 해."
"...같은 사람이 두 명이나?"
"네 앞에 있는 건 인형이야, 진짜 내가 아니야."
"아.."
내가 잠깐 벙찐 상태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을 때,
여학생은 내 앞으로 걸어오더니 SD 카드와
그 옆에는 드라이버 하나를 올려놓으며 물었다.
"여기에 그 네 모든 추억들이 들어가 있어.
그 드라이버로 이 카드를 박살 내면 거래 성립이야."
나는 심호흡을 하면서 책상에 올려져 있는
드라이버를 붙잡자, 그녀는 나를
말리는 듯한 태도로 질문했다.
"너... 혹시 부술 생각이야?"
"내가 어떤 선택을 하던 간에 상관 없는 거 아니야?"
"...뭐 그건 그런데, 이 카드에는 네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쌓아왔던 추억들이 모두 저장 되있다고,
그걸 지금... 너는 스스로의 손으로 부서 버리겠다는 거야?"
그 말에 순간 손에 있는 힘이 풀릴 것 같았으나,
결단을 내린 나는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난 말이야... 다른 사람을 팔아서 이득을 챙기는
비열한 짓은 하고 싶지 않아."
"비열한 게 아니라... 그건... 네가 가진 권리야.
이용해도 괜찮은 거라고."
하지만 나는 그대로 손에 들려 있는 드라이버에
힘을 주면서 내리 찍었다.
콰직...!!!
***
얼마나 지났을까, 나는 문을 열면서,
그 방의 바깥으로 스스로 걸어 나왔다.
왠지 모르게 발 걸음이 무거워진 듯한 느낌과
함께, 나는 터덜터덜 건물의 바깥으로 걸어나왔다.
하늘 위에는 햇빛이 얼굴을 비추어줬고,
나는 눈을 감은 상태로 하늘을 바라보며 눈을 감았다.
"...계약했어?"
등 뒤에서는 혜지의 상당히 불안으로
가득 차있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응. 근데 대체 애 네가 여기 있는 거야?"
"아하하... 지나가는 길이었어, 그건 그렇고
그 여자가 내세운 조건이... 뭐였어?"
"여러 개가 있었는데, 그 조건 중 하나에
네 이름이 들어가 있었어.."
내 말에 그녀는 화들짝 놀라며 물었다.
"내... 내용이 뭐였는데??"
"대충 예상되지 않아? 내가
계약을 맺는다는 소식을 듣고 여기까지 온 거 보면."
혜지는 괴로운 것 마냥 미간을 찌푸리며
혀를 차며 한숨을 내쉬며 나에게 물었다.
"너무 많아서...솔직히 정확히는 뭐 때문인지는
모르겠어..."
순간 의문이 생긴 나는 그녀에게 질문했다.
"아니 그래도 걱정마, 네 이름이 들어간 계약은 안 했어."
"휴우... 다행이다."
"일단 넌 나한테 있어서 은인이니까."
"알아줘서 다행이야."
그 말에 혜지는 스스로의 가슴에 손을
올리고 안도를 했다.
"뭐 그러면, 잘 계약한 모양이네."
"잘... 계약했다는 소리는 또 뭐야?"
"음... 별 문제 없이 계약했다?
일이...순조롭게... 풀렸다는 뜻이지..."
어색하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혹시 너도 그 사람이랑 계약 맺어본 적 있어?"
"당연하지, 그거 말고 뭐가 있겠어.
너도 그 애하고 대화해봤으면,
알 거 아니야. 좀... 사람이 이상하잖아...
그 사람은 주변 사람들을 팔아 넘기는 걸
항상 적극 권장하는 인간이잖아."
"그치?"
그녀는 좀 안심이 되어서 그런지,
여유가 느껴지는 듯한 태도로
나를 바라보면서 차분히 질문했다.
"그래서, 넌 그 애랑 뭘 조건으로 계약을
맺은 거야?"
"그 애가... 뭔 게임을 한다고 했는데...
그 게임의 참가자로서 참여한다고 했어."
"...?"
혜지는 놀란 표정으로 나를 보더니
이내 어깨를 붙잡은 상태로 흔들며
화를 냈다.
"너 도대체... 뭔 생각으로... 그런 짓을 한 거야!?"
"왜? 난 나름 최선의 선택을 한 거야."
"그거...으아... 너 분명 나중에 후회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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