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스펙을 변경하시겠습니까? (prolog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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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김보통
성별 : 남성
나이 : [37]
직업 : 중소기업 대리
부모, 형제 : 없음
경제력 : C (보통)
지능 : C (보통)
외모 : C (보통)
신체 : C (보통)
인성 : C (보통)
인맥 : C (보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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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이게 내 스펙이라고?’
나는 조금 전 다운 받은 ‘스펙 체인저(Spec Changer)’라는 거창한 이름의 어플 화면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우연히 다운로드 링크를 받아 설치했을 뿐인데, 첫 화면에 자동으로 나에 대한 정보가 적혀 있었다.
“랜덤이라고 하기엔 꽤 정확한데... 개인 정보 유출? 아님 한국에 언제 이런 기술이 있었던가?”
그때였다.
[스펙 체인저에 오신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현재 김보통 유저의 스펙 <나이> 변경이 활성화 되었습니다.]
‘나이 변경이 활성화 되었다고?’
그러고 보니 여러 스펙 목록 중 나이 칸만 활성화 되어 수정할 수 있게 커서가 깜박이고 있었다.
그렇다면 한 번···
장난삼아 23을 입력했다.
‘23살이라···.’
23살은 군대를 갓 제대하고 대학교에 복학했던 나이다.
학생 신분으로 공부도 하고 연애도 하면서 자유로운 날들을 보내던 내 인생의 유일한 황금기였던 때.
‘만일 된다면 진짜 대박이긴 한데······.’
분명히, 말도 안 되는 일이다.
그런데 그 일이 실현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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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통 유저의 스펙을 정말 변경하시겠습니까?]
[확인] [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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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하는 마음으로 ‘확인’ 버튼을 클릭한 순간.
갑자기 뇌 뒤쪽이 전류가 흐르는 듯 찌릿하더니, 의식이 어디론가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 우우우우웅
[신체가 14년 회춘합니다]
[시간이 14년 되돌아갑니다]
[······]
[김보통 님의 <나이> 변경이 완료되었습니다.]
순간적으로 깜박 놓쳤던 의식이 되돌아오자, 나도 모르게 바로 핸드폰을 내려놓고 양손을 살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선명하게 있던 손등의 진한 흉터가 사라져 있었고, 손바닥도 주름 없이 더 매끈했다.
놀라서 얼굴의 양 볼에 손을 대 보자 이번에도 확실히 더 부드럽고 탱탱한 피부로 바뀌어 있었다.
“이게··· 정말 된다고?”
서른 후반의 평범한, 아니 평범하다 못해 어느덧 도태된 인간이 되어 버린 나 김보통.
이제 절대로 평범하게 살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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