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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MP9
작품등록일 :
2019.07.20 17:03
최근연재일 :
2019.10.01 17:00
연재수 :
6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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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447
추천수 :
567
글자수 :
339,072

작성
19.07.25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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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6화

DUMMY

라이헨.

지도로 보면 남부 대륙의 정중앙에 위치한 도시다.

이 도시를 경계선으로 왼쪽은 서부를 통합한 제국이, 오른쪽으로는 동부 연합이 자리 잡는다.

라이헨도 엄연히 말하자면 동부 연합 도시 중 하나에 속하지만.

애매할 정도로 중앙에 위치하고 있다는 특성 때문에 일종의 자유 도시 취급을 받고 있다.

그 탓에 도시의 영주는 여러모로 동부와 서부의 눈치를 보고 있는 입장이다.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자유 도시라는 이름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

번번이 일어나는 전쟁을 피해 도망친 영지민부터 한몫 거하게 챙기려는 상인까지.

그중에서 상인이 인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그들은 각 도시의 특산품을 들고 와 자유 도시에서 거래를 일삼았다.

도시의 무역은 활발하게 이루어져 상인들의 도시라고 불릴 정도였다.


“쉴 틈이 없구먼.”


사람들의 신분을 확인하던 경비병이 한숨을 쉬었다.

도시로 들어가는 입구는 사람들도 인해 북적거렸다.

대다수가 상인들이다.

마차를 탄 사람도 있었고, 수레를 끄는 사람도 있었다.

경비병은 반입 금지 물품을 일일이 확인하며 교대 시간을 기다렸다.


“음?”


그런 경비원의 눈길을 사로잡는 이가 있었으니.

대머리에 전신 가득한 문신.

한 번 보면 못 잊을 강렬한 인상.


수많은 전쟁을 헤친 전사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사내였다.

허리춤에는 손도끼 하나와 양날 도끼가 걸려 있었는데 날에는 핏자국이 비쳤다.

사내의 근처에 있던 상인들은 살살 눈치를 보며 거리를 벌렸다.

기세에 위축된 탓이다.


“정지. 어디에서 오셨소?”

“로드릭이란 마을에서.”

“···북부 대륙 사람이오?”

“그렇지.”


라이언의 대답에 경비병이 납득했다.

북부 대륙에서 건너온 사람들을 많이 접한 탓이었다.

라이헨은 자유 도시라는 이름답게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왔다.


“신분증이나 용병패는 있소?”

“도시는 여기가 처음이라서 아무것도 증명할 게 없군.”

“흠. 그럼 출입할 수가 없는데.”


경비원이 곤란하다는 얼굴로 대답했다.

자신의 신분을 증명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었다.

범죄자나 현상수배범을 도시로 들여올 수는 없지 않은가.


“이걸로 어떻게 안 되나?”


라이언이 다른 사람들 몰래 은화 하나를 건넸다.

경비의 얼굴에 갈등이 서렸다.


“들어가면 길드에 바로 가서 용병 등록을 하겠소.”

“···바로 등록하시오.”

“그러도록 하지.”


협상을 마친 라이언이 씨익 하고 웃었다.

경비원 재빨리 은화를 감추고 몇 번 헛기침을 토해냈다.


“라이헨에 온 걸 환영하오!”


어디를 가든 돈의 힘은 대단했다.


**


무사히 라이헨에 도착한 라이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쌉니다. 싸요!”

“한 번 보고 가세요!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합니다!”

“미하일 항구에서 싱싱하게 가져온 특산품들입니다!”


상인들은 고래고래 소리를 높여 손님들을 끌어모았다.

라이언은 생전 처음 보는 물품들이었다.


“이건 어디에 쓰는 거요?”

“촌 동네에서 오셨나? 이걸 이렇게 하면 여기에 빛이 나지!”

“오오.”


상인의 말처럼 구슬에서 빛이 번쩍였다.

놀라운 광경에 라이언이 구슬을 살펴봤다.

손에 쥐어흔들어 보기도 하고, 주먹으로 두드리기도 했다.


“워워. 손님! 험하게 다루면 안 됩니다. 그러다 깨져요.”

“이런 건 어디서 구했소?”

“드워프 광산에서만 구할 수 있는 야광석을 가공해서 만든 물건이오.”

“야광석?”

“그것도 모르나? 빛나는 돌을 말하는 거요.”

“혼자 빛을 낸다라···”

“신기하자? 나도 어떤 원리인지는 모르지만 이걸로 먹고 살고 있지.”


상인이 고개를 으쓱거렸다.

이세계는 신기한 물품들이 넘쳤다.


“그래서 사실 건가? 내 원래는 은화 두 닢 정도로 팔려 했는데 당신에게는 한 닢에 받도록 하겠네.”

“빛을 뿜는 것 말고 다른 기능도 있소?”

“말그대로 어둠 속에서 빛만 밝혀준다오.”

“그럼 나한테는 쓸모없는 물건이군.”


라이언이 흥미를 잃었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도 바이킹의 눈은 적을 찾아낸다.

그들은 전투에 특화된 민족.

귀는 풀 스치는 소리까지 잡아내며 눈은 먼 곳에 있는 상대의 얼굴까지 구별한다.

딱히 야광석을 사야 할 이유가 없었다.


“많이 파시오.”

“어어. 자, 잠깐.”


상인을 뿌리치고 발걸음을 돌렸다.

등 뒤에서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렸다.

호구 하나 잡았다고 좋아했겠지.

라이언은 느긋한 마음으로 거리를 둘러봤다.

거리에서 공연을 하는 사람, 끈질기게 호객 행위를 하는 사람, 바닥에 돛자리를 깔고 장사하는 사람.

볼거리가 다양하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하마터면 원래의 목적을 잊어 먹을 만큼 말이다.


“아. 용병.”


라이언은 지나가던 사람에게 물어 길드로 향했다.

길드는 생각했던 것보다 컸다.

총 5층으로 이루어진 건물이었다.

망설임 없이 문을 열어 안으로 들어섰다.


딸랑딸랑-


방울 울리는 소리와 함께 분산된 시선들이 라이언에게 쏠렸다.

누군가는 호기심을 보였고, 누군가는 그를 경계했다.

몰리는 시선에도 라이언은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무슨 일로 오셨나요?”


접수원이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용병으로 등록하려면 어떻게 해야 되지?”

“그렇다면 이것을 작성해주세요.”


라이언은 접수원에게 받은 빈 서류들을 채워 나갔다.

이름, 나이, 성별, 출신···

출신이라는 항목에서 그의 손이 멈췄다.

뭐라고 적어야 하나.

그는 삐뚤삐뚤한 글씨로 바이킹이라고 적었다.


“여기.”

“내일 다시 이곳으로 오시면 용병패를 지급받을 수 있어요.”

“이렇게 간단하게?”

“네.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문제는 없었다.

오히려 좋을 정도.


“등록비는 은화 두 닢입니다.”

“등록하는 것도 돈이 드는군.”

“그럼요. 엄연히 용병패도 신분증으로 쓰이니까요.”


길드의 관리가 허술하게 느껴졌지만 라이언이 알 바는 아니었다.

용병패만 얻을 수 있으면 아무래도 좋았다.

사실 용병이 되는 일은 쉽다.

누구나 조금의 돈만 있으면 용병패를 지급받기 때문.

문제는 그 뒤다.

용병들은 칼 밥 빌어먹고 사는 족속들이다.

보수만 괜찮다면 어떤 일이든 하는 게 용병들이었다.

다만, 임무는 한정적인데 수요는 넘치니 일을 하는 것도 쉽지 않다.

그래서 용병들은 더 높은 용병 등급을 받길 원한다.

등급이 높아질수록 선택할 수 있는 권한과 받는 대우가 달라지니까.


“그러면 내일 다시 오도록 하지. 혹시 여관이 어디에 있는 지 아나?”

“나가서 왼쪽으로 쭉 가시면 보일 거 에요.”

“고맙군.”

“별말씀을.”


그것으로 대화는 끝이 났다.

라이언은 길드를 나와 오른쪽으로 돌았다.

돈주머니를 꺼내 남은 돈을 확인했다.

생각보다 돈이 많이 들었다.

필요한 지출이기는 했지만.

가벼워진 주머니를 품 안에 넣으며 작은 샛길로 들어섰다.


**


샛길은 비좁고 어두웠다.

라이언은 샛길을 따라 점점 깊숙한 곳으로 들어섰다.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음침하고 스산한 분위기가 그를 반겼다.

웅성거리는 소리들이 점차 잦아들고 적막감이 감돌았다.

밝은 태양은 건물에 가려 좁은 빛줄기만을 반사했다.

라이언이 내딛는 가죽 신발 소리만이 뒷골목을 울렸다.

밝은 부분이 있으면 어두운 부분도 있는 법이다.

그러기를 잠시.

신발 터벅거리는 소리가 늘어났다.

라이언은 따라오는 인기척을 느끼며 발걸음을 늦췄다.

막다른 골목에 들어서자 등을 돌렸다.

일단의 무리가 그를 가로막고 있었다.

라이언의 눈빛이 불청객들을 훑는다.

수는 셋.

눈빛에는 탐욕이 가득하다.

산에서 만난 산적들과 똑같은 자들.

다른 이들의 것을 빼앗아 자신들의 배를 불리는 이들이다.

그들의 리더로 보이는 이가 앞으로 나섰다.


“긴말하지 않겠어. 좋은 말로 할 때 가진 거 다 내놓는 게 좋을 거야.”


호리호리한 사내였다.

품에서 단검을 꺼내며 라이언을 노려봤다.

날카로운 칼날이 번뜩였다.

하지만 어딘가 어설펐다.

눈으로는 위협을 가하지만 긴장된 숨소리는 숨길 수가 없다.

라이언은 단번에 알아챘다.

저들은 사람 한 번 죽여보지 못한 자들이다.

또한 멍청하고 어리석은 놈들이다.

라이언이 한 발자국 다가섰다.


“그렇게 잡는 게 아니오.”

“뭐?”

“잡는 법이 틀렸소. 손가락만으로 쥐면 상대에게 쉽게 빼앗기거나, 힘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아 깊숙이 찌르지 못한다오.”

“어, 어? 가, 가까이 오지 마!”

“그리고 한방에 죽이려면 목을 노리시오. 그런 걸로는 몇 번 쑤셔도 잘 죽지 않더라고.”

“가까이 오지 말라고!”


마른 사내가 소리쳤다.

두 눈에는 당황으로 가득하다.

라이언은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사내와의 거리가 점점 좁혀졌다.


“그리고.”


최적의 거리까지 다가오는 순간.

다리 근육이 팽창하며 지면을 박찼다.

앞발자국에 힘의 축을 더해 중심을 앞으로 쏠리게 만들었다.

반동으로 뛰쳐나간 육체가 사내를 노린다.

드리우는 그림자에 화들짝 놀란 사내가 몸을 뒤로 내뺐다.

이미 늦었다.


쿠웅!


사내를 머리를 붙잡아 땅으로 매다 꽂았다.

그는 단검을 휘두를 생각조차 못 하고 있었다.

뒤통수를 찍힌 사내가 몸을 부르르 떨더니 축하고 늘어졌다.

가늘게 들려오는 숨소리가 그가 살아있다는 것을 나타냈다.


“적이 다가오는데 안 찌르고 뭐 하시오? 쯧쯧. 그렇게 우유부단해서야.”

“라오! 이 새끼가!”


키 작은 사내가 검집에서 검을 빼려고 들었다.

라이언은 지척까지 다가가 손바닥을 뻗었다.


“어어?”


반쯤 빼든 검이 도로 검집으로 빨려 들어갔다.

주춤거리는 사내를 벽에 몰아붙이며 팔꿈치로 얼굴을 찍었다.


“크억!”


사내의 목이 옆으로 꺾이며 고통을 호소했다.

라이언은 그대로 머리채를 잡아 무릎으로 갈겼다.

벽에 부딪친 놈의 머리가 천천히 쓰러졌다.

두 사람을 상대하는 데는 10초도 걸리지 않았다.

마지막 남은 상대는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파악하려고 애를 썼다.

그는 얼빠진 얼굴로 무방비하게 서 있었다.

이마는 식은땀으로 젖어 들었다.

라이언의 눈빛이 사내를 주시한다.

다음은 너 차례라고 경고하는 것 같았다.

아무런 감정도 비추지 않아 소름 끼칠 정도였다.


“히, 히익!”


결국 사내가 풀썩 주저앉았다.

이미 전의를 상실한 지 오래다.

쓰러진 둘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체 해롱거리고 있었다.

라이언이 바닥을 털고 일어나 허리를 폈다.

그의 두 눈동자가 정확히 주저앉은 사내를 향한다

사내는 뭐가 그리 무서운지 격렬하게 떨었다.


“살고 싶나?”


남자가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자기 목숨만큼 중요한 건 없을 것이다.

라이언이 배부른 사자처럼 웃었다.


“그럼 가진 거 꺼내봐.”


그들은 라이언의 지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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