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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MP9
작품등록일 :
2019.07.20 17:03
최근연재일 :
2019.10.01 17:00
연재수 :
6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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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567
글자수 :
339,072

작성
19.07.2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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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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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글자
11쪽

5화

DUMMY

“만나서 반갑소.”


상대는 진심으로 반갑다는 듯이 말을 걸었다.

그러면서도 라이언의 몸 구석구석을 살피는 눈초리는 매서웠다.


“어디 가는 길이오?”

“라이헨으로 가고 있지.”

“아하! 라이헨! 참으로 좋은 도시지. 시설이 나쁘지 않아서 살기도 좋고. 상인들이 자주 무역으로 왕래하는 도시라서 그런지 다양한 특산품들도 볼 수 있지. 가보면 정말 마음에 쏙 들거요.”


상대는 일장연설을 펼쳤다.

어찌나 수다스러운지 말이 끊기지 않았다.

‘암. 살기 좋은 도시지.’라 여러 번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라이헨에 대해서 잘 아는군.”

“내가 거기서 10년을 살았거든.”

“지금은 살지 않는 것처럼 말하는 구려.”

“···지금은 이 근처에서 작은 상단을 운영하고 있지.”

“상단?”

“그래. 상단.”


라이언이 상대를 훑었다.

지저분한 수염. 퀭한 눈동자.

구석구석 보이는 상처들까지.

겉모습으로 상대를 판단하면 안되지만 상인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사내였다.


“어떤 걸 취급하오?”


사내가 누런 이를 보이며 웃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맡지 못할 비릿한 혈향이 라이언의 코밑을 자극했다.


“뭐 이것저것 취급하고 있지. 돈이 될 것 같으면 물불을 가리지 않소.”

“형편이 안 좋은가 보군.”

“하하. 그렇지. 먹고살려면 무엇을 못 하겠나.”

“그래서 내게는 무슨 볼일 이오?”


라이언의 물음에 마침내 사내가 본색을 드러냈다.


“그거 아시오? 원래 이 산을 넘으려면 우리에게 통행세를 내야하오.”

“그건 처음 듣는데.”

“아까 내가 상단을 운영하고 있다고 하지 않았나?”

“그랬지.”

“이 산이 우리 재산이거든. 남의 구역에 함부로 드나드는 놈들이 있는데 약간의 돈 정도는 받아야 하지 않겠나?”


한마디로 돈을 내라는 거였다.

라이언이 헛웃음을 지었다.


“만약 싫다면?”


그러자 잠잠히 지켜보던 인기척들이 라이언의 주변을 포위하기 시작했다.

무기를 꺼내며 위협하는 모습이 퍽 인상적이었다.


“목숨 값을 통행세로 지불하긴 싫을 거 아니야?”


상대의 말투가 달라졌다.

그는 양날 도끼로 라이언의 몸을 툭툭 건드렸다.

상인의 탈을 쓴 산적이었군.


그들은 자신감이 넘쳤다.

가진 무기라고는 허리춤에 꽂힌 손도끼가 전부인 대머리 사내.

탄탄한 근육과 전신 가득한 문신이 범상치 않았지만 아무렴 어떠한가.

상대는 혼자였다.


“형 씨. 살고 싶으면 가진 거 다 내놓는 게 좋을 거야. 그러면 목숨만은 살려줄 테니.”

“사실이오?”

“그럼. 우리는 약속 하나는 잘 지키는 상단이거든.”


거짓말이다.

어차피 산적들은 라이언을 살려줄 생각이 없었다.

만약 그가 다른 사람에게 우리들을 알리기라도 한다면?

그래서 토벌대가 편성된다면?

산적들은 후환을 남기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일단 뜯을 건 다 뜯어먹고 조용히 라이언을 처리할 예정이었다.

라이언이 재밌다는 듯이 껄껄거리며 웃었다.


“그래. 상인 양반. 그럼 이번에는 내 쪽에서 제안해도 되나?”


그 모습에 산적들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자신을 상인이라고 자칭한 사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제안이라니?


“당신도 들으면 나에게 매우 감사할 만큼 괜찮은 제안이오.”

“···그게 뭔데?”

“나를 무사히 보내주면 당신들이 지닌 물품들만 챙기고 조용히 떠나도록 하겠소.”

“뭐?”

“목숨만은 살려줄 테니 가진 거 다 내놓으라고.”


그들 사이로 고요한 적막이 감돌았다.

이내 전염병이라도 돈 듯 산적들이 웃음소리를 터트렸다.


“푸하하하하! 이거 웃기는 놈이네.”

“반대로 우리를 털어먹겠다고?”

“내가 들은 말이 진짜 맞냐?”


어떤 산적은 배를 움켜잡으며 웃다가 맺힌 눈물을 손으로 닦았다.

라이언은 어깨를 으쓱거렸다.


“흠. 진심으로 말하는 거였는데. 왜, 내 제안이 마음에 들지 않았나?”

“야. 이 미친놈아. 아직도 사태 파악이 안 되냐?”


산적 하나가 지척까지 다가와 라이언의 뺨을 기분 나쁘게 두드렸다.

찰싹거리는 소리가 날 때마다 볼이 발갛게 상기됐다.


“넌 우리가 재미로 널 위협하는 줄 아냐? 어디 부러져 봐야 정신 좀 차리겠냐?”


산적은 히죽거리면서 뺨을 치는 행위를 멈추지 않았다.

반대 손에 들린 단검은 라이언의 몸을 찌르는 시늉을 하며 위협을 가했다.

라이언은 저항 한 번 하지 않는 채로 꿋꿋이 받아들였다.

얼굴은 이질적일 정도로 담담했다.

그의 눈동자는 산적 어깨너머에 있는 사내를 응시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협상은 결여된 것 같군.”

“너 지금 나 무시하···”


쉬익!


어느새 뽑혀져 나온 손도끼가 앞에 있는 산적의 목을 갈랐다.

산적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단검을 떨어뜨리고 양손으로 목을 매만졌다.

붉은 샘물이 손을 타고 강처럼 흘러내렸다.

라이언의 얼굴에도 살짝 피가 튀었다.


“그럼 목숨으로 갚아 야지.”


그는 하얀 이를 드러내며 미소를 지었다.

산적들의 눈빛에 물음표가 가득했다.

얼빠진 표정이 꽤 볼만했다.

정신을 차린 사내가 고함을 질렀다.


“죽여!”


철퇴가 라이언의 머리를 노렸다.

그는 상체를 숙여 땅에 떨어진 단검을 주워들었다.


“크윽. 이런 씨발!”


단검은 재빠르게 상대의 양 허벅지를 찔렀다.

알싸한 고통에 상대가 몸을 낮췄다.

라이언은 놈의 뒷머리를 움켜쥐고 뒤로 젖혔다.

울렁이는 목적에 단검을 깊숙이 박아 넣었다.


“이야압!”


옆에서 들려오는 함성소리에 라이언의 손이 빠르게 움직였다.

상대의 손목을 붙잡아 옆으로 꺾어 반대 방향으로 밀었다.

찔러 들어오던 검은 산적의 가슴을 관통하고 등 뒤로 튀어나왔다.

또 다른 놈이 괴성을 지르며 달려왔다.

시체 두 구를 옆으로 치우고 몸을 굴렸다.

바짝 엎드린 자세 그래도 라이언의 손도끼가 놈의 발목을 노렸다.


“크아악!”


고통에 몸부리치는 놈을 향해 아래에서 위로 도끼를 올려쳤다.

산적의 아래턱부터 시작해서 이마 부분까지 기다란 선이 그어졌다.


“이런 개새끼가!”


부하를 모두 잃은 사내가 양날 도끼를 휘둘러왔다.

철과 철이 부딪히는 소리가 공간을 진동시켰다.

상대와 합을 겨를 수록 라이언이 눈을 빛냈다.

사내는 생각보다 싸움을 할 줄 아는 상대였다.


“날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냐? 이래 봬도 도끼 학살자라고 불리던 몸이다!”

“그거 참 네이밍 센스가 거지 같군.”

“망할 놈이!”


약 올리는 듯한 라이언의 말투에 사내가 얼굴이 활화산처럼 달아올랐다.

맞붙을수록 확연하게 드러나는 실력 차에 사내가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사내의 도끼가 점차 느려지기 시작했다.

그는 입에서 단내를 풍기며 헉헉거렸다.

반면 라이언의 숨소리는 흐트러지지 않았다.

매일 육체를 단련한 라이언과 달리 술과 여자로 찌든 생활을 보낸 사내가 이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라이언은 한 끗 차이로 휘둘러지는 도끼의 궤적들을 모두 피해냈다.


“좀 죽어!”


사내가 젖 먹던 힘까지 끌어올려 라이언을 압박했다.

십자 형태로 부딪친 날붙이들은 떨어질 줄 몰랐다.

라이언은 손도끼를 틀어 떨이지는 양날 도끼를 옆으로 밀어냈다.

힘의 차이는 라이언이 더 우세했다.


“어어?”


허공을 가르고 떨어진 손도끼가 정확하게 사내의 어깨를 베었다.


“크아악!”


사내는 잘린 어깨를 부여잡으며 떠나가라 비명을 질렀다.

그건 돼지 멱따는 소리와 닮아 있었다.

듣기 싫은 거북한 목소리에 라이언이 발길질을 해댔다.

몇 번의 발길질에 꺽꺽거리던 소리가 잦아들었다.


“그러게 내가 제안할 때 받아들이지 그랬소?”

“자, 잠깐만!”

“음?”

“가, 가진 것들 다 드릴 테니 제, 제발 살려주십쇼!”


사내의 태도가 비굴하게 변했다.

그는 시키지도 않았는데 무언가를 꺼내 공손한 얼굴로 바쳤다.

라이언이 도끼를 휘적이며 주머니를 살폈다.

동화와 은화가 섞인 작은 돈주머니였다.

마침 여비가 부족했는데 잘 되었군.


“이게 다라고?”

“예, 예! 요즘 이곳을 지나는 사람들이 뜸해서 저희들도 먹고살기가 힘듭니다. 부디 이것을 받고 용서해 주시면···”


사내는 아직 멀쩡한 한 쪽 팔을 들어 올려 자비를 베풀어 달라고 빌었다.

그런데 이를 어쩌나.

손도끼가 사내의 대가리를 쪼갰다.

원망 어린 눈동자가 라이언을 올려다보았다.


“커억! 왜, 왜.”

“떠나간 배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 법이라오. 아까 협상은 결여되지 않았소?”


이내 사내의 몸이 고꾸라졌다.

눈동자에 깃든 살고자 하는 의지도 푹 꺼져만 갔다.


**


라이언은 손도끼를 비틀어 뽑았다.

피와 고기 조각 같은 것이 도끼날에 묻어 나왔다.

바닥에 탁탁 털고는 시체에 다가가 몸수색을 시작했다.

정말로 꺼내 보인 돈주머니가 다인지 돈 될 만한 구석은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이건 쓸만하군.”


땅에 떨어진 양날 도끼를 주워들어 요리조리 살폈다.

마음에 쏙 두는 무기였다.


“이쪽으로 오길 잘했군.”


라이언은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에 만족했다.

로드릭 마을 사람들이 이쪽으로 가면 산적들이 나온다고 급구 말렸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산적들을 기다렸다.

산적들이 언제 나오나 조마조마했는데.

다행히도 그들은 라이언의 앞에 떡하니 나타나 주었다.


“여기 놈들은 죄다 약한 놈들 밖에 없나···”


라이언은 허탈했다.

너무 약해서 맥이 빠질 정도였다.


“도시에 가면 좀 다르겠지?”


양날 도끼를 허리에 차고 나머지 시체들을 뒤졌다.

시체들은 별 볼일 없었다.

건진 만한 건 그들이 지닌 무기였다.


“끄으윽···”

“아직 살아 있는 놈이 있었나?”


목에 단검이 박힌 채 거친 숨을 몰아쉬는 산적이었다.

라이언은 앞에 쭈그려 앉았다.

아무런 감정도 들지 않는 까만 눈동자가 죽어가는 산적을 바라봤다.

과연 저 자는 죽으면 어디로 향하게 되는 걸까?

그는 언제나 사후세계에 대하서 궁금했다.

지금에 이르러서는 더욱더.

바이킹의 전사들은 싸우다 죽으면 전사의 무덤으로 간다고 제사장이 알려줬다.

그러면 그러지 못한 이들은?

그들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

이세계에도 전사의 무덤이 존재할까?

여러 가지 상념들이 라이언을 옭아맸다.

사내의 숨소리가 사그라지자 라이언도 상념에서 깨어났다.

뭐. 아무렴 어때.

라이언은 현실을 즐기기로 마음먹었다.

죽으면 그때 가서 알게 되겠지.

싸우다 죽든, 늙어서 죽든, 병으로 죽든.

이왕이면 강한 놈과 싸우다 뒈지면 좋겠는데 말이지.

그는 바이킹 족들이 술에 취해 부르던 노래를 콧노래로 흥얼거리며 산을 내려갔다.

따분하게도 라이헨에 도착할 때까지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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