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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MP9
작품등록일 :
2019.07.20 17:03
최근연재일 :
2019.10.01 17: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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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39,072

작성
19.07.21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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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2화

DUMMY

눈부신 빛줄기가 의식을 잃은 라이언을 깨웠다.

그의 탁한 갈색 눈동자를 눈을 떴다.


“여기는···”


어디지.

라이언은 경계하는 눈빛으로 주위를 살폈다.

울창한 숲이다.

빽빽한 나무들과 청록색 빛들.

약한 풀 내음이 코끝을 자극했다.

평온한 분위기에 그는 긴장된 몸을 완화시켰다.


“나는 분명히 죽지 않았나?”


자신은 분명히 죽었다고 생각했다.

라이언은 기억을 돌이켰다.

지금도 생생하게 떠오르는 장면.

폭풍우치는 밤.

갑작스러운 거대 생명체의 습격.

목숨을 건 사투.

바닷속으로 가라앉는 자신.

그는 몸 상태를 점검했다.


“다친 곳이 하나도 없군.”


몸에는 상처 하나 없이 멀쩡했다.

최상의 컨디션을 자랑하기라도 하는 듯 가볍게 느껴졌다.

그렇다면···


“이곳이 전사의 무덤?”


이내 라이언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본능이 아니라고 말해주고 있다.

제사장 할아범이 말하기를 전사의 무덤은 바이킹들의 천국이라고 했다.

밤낮으로 용맹한 전사들끼리 서로의 실력을 다투고, 아름다운 여성들이 노래를 부르며 천상의 술이 가득한 곳.

이곳은 아무리 봐도 전사의 무덤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숲이다.

제사장이 거짓말은 한 건가?

라이언은 불현듯 늙은 제사장이 10년 전, 그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자네는 바이킹 족들 사이에서 전대미문의 위대한 전사가 될 거야.

-갑자기 뜬금없는 개소리를 하면서 날 치켜 세우는 이유가 뭐요?

-쯧쯧쯧. 예끼. 이놈아. 이건 진실이고 앞으로 이루어질 확실한 미래다.

-죽을 때가 되니 노망이라도 나셨소?

-노인공경도 모르는 천하의 몹쓸 놈 같으니라고. 너는 절대로 전사의 무덤에 갈 수 없을 거다.

-그렇게 악담을 퍼부어도 되는 거요?

-클클클. 운명이 너를 전사의 무덤으로 인도하기를 거부하는구나.

-모욕으로 받아들이고 당신의 대갈통을 쪼개도 되나?

-너는 세상을 잘 못 태어났다. 네가 있을 곳은 여기가 아니야.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되겠지.


라이언은 헛소리라고 치부하며 한 귀로 흘려들었다.

그런데 몇 년 후, 그는 바이킹 족 사이에서 인정받는 위대한 전사가 되었다.

제사장은 자신의 친족조차 알아보지 못하는 노망난 사람이었지만 신통력만큼은 진짜였다.

그가 떠벌린 말들은 실제로 일어났다.


“괜스레 불안하게 이런 기억이 떠오르다니.”


라이언은 머리를 벅벅 긁었다.

그는 곧 한숨을 쉬었다.


“이번에도 죽질 못했군.”


라이언은 아쉬웠다.

언제나 그랬다.

목숨을 걸며 치열한 사투 속에서 늘 승자는 라이언이었다.

마치 정해져 있는 운명처럼.

그에게 패배는 없었다.

오로지 승리뿐.

정말로 운명이 자신을 전사의 무덤으로 데려가기 꺼려 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여긴 정말 어디지?”


다시 떠오르는 의문.

만약 소용돌이 속에서 간신히 살았다면 눈앞에 바다라도 펼쳐져야 하는 것이 마땅했다.

물살에 떠밀려 육지에 도착한 것이나 다름없으니까.

하지만 자신은 숲 한복판에 서 있다.

하늘에도 떨어지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일단은 몸을 움직여야겠군.”


이곳에 멍하니 서 있는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누가 갑자기 짠하고 나타나서 설명해 주지 않는 한, 의문을 해결하려면 움직여야 하는 법.

라이언은 능동적으로 행동하는 남자였다.


**


“이놈의 숲은 끝이 있기는 한 건가?”


라이언은 신경질이 났다.

두 시간 정도 걸었을까?

숲은 끝이 없었다.

오히려 길을 잃고 숲속을 빙글빙글 헤매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

라이언은 따분했다.

무슨 사건이라도 터졌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신이 그의 소원을 들어줬을까?


“음?”


라이언은 걸음을 멈추고 귀를 기울였다.

급속도로 발달된 귀는 작은 소리도 잡아냈다.

위험한 적지 속에서 수면을 취하거나, 어둠 속에서 적의 기습에 반응할 수 있게 단련되었기 때문.

무언가 쫓기고 있는 소리가 저 멀리서 들려왔다.

그것은 사람의 목소리였다.

라이언은 반색했다.


“저쪽인가.”


라이언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최소한 쫓기고 있는 자가 살아야 정보를 들을 수 있다.

추격자들이 심상치 않았으니까.


**


“헉! 헉!”


말콤은 자신의 뒤를 쫓는 추격자들을 피해 필사적으로 달렸다.

잡히면 끝장이다.


“젠장. 어쩐지 운수가 좋더라니!”


그의 직업은 약초꾼이다.

숲속에 자라나는 식재용 버섯이나 작은 들짐승들을 사냥해 돈을 벌었다.

그리고 오늘은 운이 좋았다.

평소에 이용하던 루트를 타지 않고 다른 루트를 이용했다.

그곳에는 희귀한 버섯들이 자라나고 있었다.

말콤은 신이 나서 버섯들을 채집했다.

욕심에 멀어 몬스터 구역까지 들어선 것도 모른 체 말이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흰색 늑대들에게 쫓기고 있었다.

며칠 동안 굶주린 늑대들은 자신들의 영역을 침범한 사냥감을 놓치지 않았다.


“도와주세요! 살려주세요!”


말콤은 보초를 서는 자경단들에게 목소리가 전달되기만을 바라며 달리고 또 달렸다.

하지만 너무 깊은 숲속까지 들어왔다.

그의 목소리가 그들에게 닿는 일은 없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나무뿌리가 발에 걸렸다.


“어억!”


발 밑을 확인할 수 없었던 말콤은 앞으로 고꾸라지며 사정없이 굴렀다.

바구니를 가득 메우던 버섯들도 사방으로 흩어졌다.

발목을 엎질렀는지 알싸한 고통이 덮쳐왔다.


“여기까지인가···”


말콤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자조적인 미소를 지었다.

어느새 늑대들이 그를 둘러쌓다.

침을 뚝뚝 흘리며 입맛을 다시는 늑대들.

서서히 늑대들이 거리를 좁혀왔다.

거리가 좁혀질수록 그가 살아남을 수 있는 시간도 짧아지는 것 같았다.


‘아버지, 어머니. 죄송합니다.’


말콤은 곧 닥쳐올 죽음에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러나 그의 운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푸스스-


풀숲을 스치는 소리.

늑대들이 경계태세를 취했다.

말콤도 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사, 사람?’


풀숲을 헤치며 라이언이 등장했다.


**


라이언은 상황을 살폈다.

꼴사납게 쓰러진 사람 한 명과 늑대 여섯 마리.

늑대들은 갑작스럽게 나타난 라이언을 경계하며 으르렁거렸다.


“똥개 놈들이 주제 파악을 못 하는군.”


라이언은 성큼성큼 전진했다.

그의 걸음은 거침이 없었다.

오히려 늑대들이 당황하여 뒤로 물러났다.

그가 쓰러진 사람에게 물었다.


“괜찮소?”

“네, 네?”

“음?”

“어서 여기서 도망치세요!”


라이언이 미간을 찌푸렸다.

말이 통하지 않는 까닭이었다.


‘어디 나라말이지?’


처음 듣는 언어였다.

그는 라이언에게 다급한 목소리로 손을 휘저었다.


‘나보고 도망가라는 건가?”


어디로?

두 시간 만에 보는 사람이다.

사람이 여기에 있는 것을 보면 근처에 마을이나 도시가 있을 터.

라이언은 더 이상 숲속에서 헤매는 게 싫었다.


“잠시만 기다리시오.”

“미친 사람인가?”


말콤은 의아했다.

상대는 몬스터를 앞에 두고도 호탕하게 웃었다.

저 늑대들의 살기 어린 눈빛을 보이지 않는 건가.

말콤은 금방이라도 늑대들이 제 목을 뜯을 것만 같은 상상에 몸을 떨었다.

라이언은 늑대들과 대치했다.

늑대들은 언제라도 달려들 준비를 취하고 있었다.

일촉즉발의 상황.

짐승 특유의 낮은 울음소리가 숲을 잠식했다.

늑대들은 제 발로 나타난 새로운 사냥감에 당황했지만 아무렴 어떠랴.

먹을 것이 두 배로 늘어서 늑대들은 기뻤다.

빼빼 마른 말콤보다 탄탄한 근육을 자랑하는 라이언이 더 먹음직스럽게 보일 정도였다.

배 터지게 먹을 수만 있다면 그들은 만족했다.

라이언의 손이 허리에 얹혔다.

손도끼가 허리춤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라이언은 내심 아쉬운 맘을 감출 수 없었다.

남은 거라고는 손도끼 한 자루.

그가 지니고 있던 다른 무기들은 바닷속으로 가라앉은 건지 보이지가 않았다.

그중에서 자주 애용하던 양날 도끼를 잃은 것은 타격이 컸다.


‘손맛이 좋았는데.’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때 늑대 하나가 허기를 못 참고 달려들었다.

라이언이 허리춤에서 도끼를 잡은 동시였다.

라이언이 살짝 옆으로 피하며 도끼를 내려찍었다.


-깨핵!


늑대의 대가리 정중앙에 도끼가 박혔다.

놈의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커지더니 단마디의 비명과 함께 즉사했다.


‘일단은 한 놈.’


그게 공격의 신호였다.

다른 늑대들이 사방에서 라이언을 노렸다.

도끼를 뽑아 횡으로 그었다.

아가리를 들이밀며 다가오던 놈의 목에서 핏줄기가 솟구쳤다.

고통에 몸부림치는 놈을 내버려 두고 상체를 낮추었다.

지면을 박차고 뛰어드는 놈을 향해 머리를 약간 뺀다.

당황하는 놈에게 박치기를 선사했다.

떨어지는 상대의 급소에 손도끼를 박아 넣었다.

뼈가 갈리는 소리와 함께 놈이 멈췄다.

또 다른 놈이 달려든다.

도끼를 뽑을 시간조차 없었다.

늑대는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라이언을 상대했다.

그는 두 손으로 늑대의 입을 막았다.

놈은 목덜미를 물어뜯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아가리를 벌렸다.


‘소원을 들어주지.’


라이언은 늑대의 입을 잡고 있던 손아귀에 악력을 더했다.

늑대의 입이 점점 찢어진다.

발버둥 치던 놈의 입가를 귀까지 찢어 벌렸다.

잠시 후, 미동조차 없는 놈을 옆으로 치웠다.


‘이것으로 넷.’


남은 두 놈이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그러다 한 놈이 총대를 멘 듯 빠른 속도로 움직였다.

그는 팔꿈치를 들어 올려 마주 오는 적을 찍어 내렸다.

놈이 라이언의 팔꿈치 밑에서 몸을 바둥거렸다.

팔뚝에 압박감을 더하며 상체에 힘을 실었다.

목을 부러뜨릴 심산이었다.

두드드득.

부르르 몸을 떨던 늑대가 혀를 빼물더니 축 늘어졌다.

그러면서도 라이언의 두 눈은 마지막 놈을 쫓는다.

포식자의 눈동자가 늑대를 주시했다.

마지막 남은 놈이 겁을 먹은 똥개 마냥 꼬리를 말며 뒷걸음치기 시작했다.

늑대가 다리를 떨었다.

저건 사냥감이 아니다.

본능이 도망가라고 경고하고 있다.

짐승은 충실하게 본능을 따랐다.

살고 싶다는 의지가 다리를 움직였다.

라이언이 혀를 찼다.


‘동료애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놈들이군.’


포식자가 몸을 움직였다.

죽은 늑대의 머리에 꽂힌 손도끼를 유유히 뽑아 들었다.


“흐읍!”


가슴이 부풀어 오르고 팔뚝에 힘줄이 자라났다.

손도끼를 머리 뒤로 잡아 놈을 겨냥한다.

그리고 던졌다.

손도끼는 바람을 가르며 일직선으로 날아갔다.


-깽!


곧 수박 터지는 소리와 함께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걸로 끝이었다.

라이언은 달아오른 어깨를 풀며 뚫어지게 쳐다보는 시선을 마주했다.

삐쩍 마른 사내가 경악 어린 얼굴로 입을 다물지 못했다.

라이언은 호전적인 미소로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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