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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tulinus 님의 서재입니다.

붉은 바다의 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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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tulinus
작품등록일 :
2021.07.30 23:54
최근연재일 :
2021.07.31 23:59
연재수 :
2 회
조회수 :
20
추천수 :
0
글자수 :
10,142

작성
21.07.30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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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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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첫걸음을 떼다(수정완료)

DUMMY

밤이 되었다. 그렇게 느낀 순간 나는 잠에서 깨었다.


파도 소리 같은, 그러나 둔탁한 무언가가 부딪치는 것만 같은 무거운 소리가 울려퍼졌다.


천천히 눈을 뜨면 주변은 온통 붉은 하늘이고, 그 아래에 자그마한 바다가 있었다.


나는 붉은 색조에 검정과 하양이 줄무늬를 이루는 바다를 보며 언제나처럼 고개를 끄덕이려다가,


위화감을 느꼈다.



바다는 파란색이 아니었던가?


하늘은 푸른색이 아니었던가.


하늘에는 구름이 있고, 바람이 불면 코가 마르고


들이쉬는 숨은 차갑고 내쉬는 숨은 뜨겁고


그런 것이 아니었나



나는 다시 바다를 보았다. 검다고 생각한 것은 빛이 비치지 않는 쪽, 푸르다고 생각한 것은 빛이 비치는 쪽이었다.


내가 바다라고 생각한 곳에는 고철더미가 무언가 강한 힘에 휩쓸려


파도치듯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무수한 쇠파이프가 믹서기 안의 콩들처럼 흔들리는 걸 보다가


그 아래쪽에서 비치는 붉은 빛이 불길하다 느낀 나는


바다에서 몸을 돌려 등을 보이고 아무 데로나 달렸다.



달려나간지 얼마 되지 않아서 바다는 보이지 않게 되었다.


나는 나는 것처럼 땅을 밟다가 문득 발밑을 보았다.


그리고 뒤를 돌아보면 지금껏 뛰어왔는데도, 어디에도 발자국이 남아있지 않았다.


그보다는 발밑에 무엇이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


신을 신은것 같기도 하고, 벗은것 같기도 한 느낌이 들었다.



여기가 어디지?


점점 겁이 나기 시작했다.


이래서야 마치 괴물이라도 나올 것 같지 않은가


나는 시야 구석에 서있는 건물을 겁내며 천천히 옆으로 이동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어딘가의 그림자에서 괴물이 튀어나올 것 같아서.


한참을 걷다 보니 발이 아파왔다, 고 생각했다.


주변에는 이상한 건물이 한 채 있고, 바닥은 붉은 무언가로 채워져 있었다.


"괴물 아가리에 들어온 것 같다


건물의 그림자에서 정말 괴물이 나온다고

옛날 잠이 들기 전에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잠에 들기 전에 할머니가 들려준 이야기는"


잠에 들기 전에 괴물이 나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의심이 들자 소름이 끼쳐 팔을 긁었다.



"잠에서 깨지 못하면 먼 곳으로 흘러가 버린다고

그렇게 되면 돌아올 수 없다고 계속 꿈 속에 같히게 된다

붉은 바다를 조심해야 한다고

하늘은 원래 붉고, 나는 이제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을만큼 지쳤다"


무언가가 내 속을 들여다본것 같은 기분나쁜 감각에 몸을 떨었다.


내가 들은 것은 내 목소리지만, 내가 말한 것은 아니었다.


나는 다시 걸음을 옮겼다.



어릴때에는 언제나 주변에 사람이 있었다

그게 보호라는 걸까 울면 달래주고 배고프면

이대로는 있을수 없다 나는 걸음을 옮겼다



내 목소리를 닮은 것이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조금씩, 조금씩 더 불안해졌다.


정말로 이상한 생각이지만, 내가 생각한 것이 여기 어딘가에 나타나는 것 같다


무엇도 없이 붉기만 하던 하늘에는


노란 태양이 떠올라 주변을 비추는 척 하고 있다.


일기예보의 기상 스티커에서 떼온 것처럼


아래쪽에 구름을 두르고 위쪽만 드러난 태양이


겨우 주변을 노란빛으로 해 놓고는


오늘 날씨는 습하고, 덥고, 그늘집니다.


그리 말하는 것 같았다.



정말로 아까 지나온 길에 집이 있었을까? 아니면 집이 여러채 있었을까


나는 끝내 뒤를 돌아보았다.


이전처럼 아무것도 남지 않고 붉은 하늘만이 있었다.


붉은 하늘만



몸을 돌려 앞을 보았다.


여기에서 길을 잃고 싶다면 한 발짝만 옆으로 움직이면 충분할 것이다.


코끼리코를 하고 빙빙 돈 것처럼 사방을 알 수 없다.


하늘을 날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어디를 가는진 몰라도 앞으로 걸어가기로 했다


어디를 가는지 몰라도 앞으로 걸어가기로 했다



문득 누군가가 속삭인 것 같았다.


바람 소리이기를 바라며 나는 건물을 뒤로 하고 걸었다.


좌우대칭을 한 것처럼 여덟 개의 창문이 조밀하게 박혀있는 건물이 좌우로 나란히 터를 잡고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뒤를 보지 않고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나의 뒤를 무언가가 따라온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조금씩 무언가가 이상해졌다.


두서없는 생각이 이어지고 방금전 지나친 것 같은 바위를 또 지나쳤다.


나는 최대한 아무 생각도 하지 않으면서 바위를 지나쳐서 열 걸음, 스무 걸음


바스락 하고 무언가가 소리를 냈다


바스락 소리를 내는 둥글둥글한 자갈이나 꺾이다 만 나뭇가지나 바삭 마른 나뭇잎 같은 것이


필사적으로 아무 생각도 하지 않으려 했는데도 이미 뒤를 돌아 있었다.


발 밑에는 비웃는 것처럼 자갈을 쪼개고 나뭇가지가 잎만을 피워내고 있었다



아아- 아까는 저런 바위를 본 적이 없었는데


내가 언제 바위를 지나쳤더라


왜 여기에 나뭇가지가 있지


아까까지는 아무것도 없었는데


하늘은 파란색이어야 하는데


나는 내 발을 보았다


즐겨신는 하얀 운동화를 신은 내 발은 어느샌가 발가벗고 있어서


고운 살이 자갈에 쓸려 붉었다.


그리고 내 눈에 비치는 것이 붉은 것처럼


붉은 통증이 다리를 스치고 달렸다



안된다, 이대로는 안된다


무언지 모르지만 어쨌든 이대로는 안된다


제발


누구에게 기도하는 것인지


어서 여기를 나가야 해


어서 여기를...


나갈 수 있을까?


나가야 해


몇 갈래로 나눠진 목소리가 나를 따라하듯 읊조렸다



나는 달리면서, 최대한 같은 생각을 하려 했다


하늘은 파란색... 그러나 눈앞의 모든 것은 이미 붉은 색인데


바다는 파란색


하늘은...


나를 놀리듯이 무언가 커다란 것이 나타나 나는 부딪쳐서 넘어질 뻔 했다



넘어질 뻔 했다고?


나는 그자리에 멈춰서 숨을 고르며 주변에 귀를 기울였다


나는 ...했다


나는... 나는


했다


내가 한 말을 따라하는 것처럼 주변에서 말이 들려왔다



나는 전력으로 달렸고, 앞에 나타난 것을 지나쳐 멈췄다


지금까지 했던 상상들이


허공에 신기루처럼 둥실둥실 떠 있었다



그리고 앞에는 코끼리 귀를 한 괴인이 큰 귀를 펄럭이면서 떠 있었다


크고, 아무런 질감도 없는 허상처럼.



나는 생각했다


눈앞에는 고래가 있다고 생각했다.


눈을 감고, 가만히 있었다.



누군가가 내 뒤에서 바라보고 있다.



주변에서 들리는 소리가 작아지다가, 내가 숨쉴 필요가 없다고 새삼 깨달았을 즈음


눈을 떠서 앞을 보았다.


눈을 떠도 뜨지 않아도 주변이 보였다.


생각할 때에만 눈꺼풀이 움직여 시야를 가렸다.


아하, 꿈이구나. 그렇다면 악몽일지도 몰라


눈앞에는 자그마해진 코끼리가, 반쯤 고래처럼 들리는 소리를 내며 걷고 있었다.


네 발이다.


그런가보네. 여기는 내가 상상하는 대로 이루어지나 보네



주변의 소리가 키득거리는 소리로 바뀌고


나는 눈앞에 내가 좋아하는 걸 꺼내려고 노력했다


컴퓨터 게임


비행기


슬리퍼와 허리가 푹 파묻히는 커다란 소파


아이보리색의 내 책상


슈크림


달콤한 케이크


누군가 내 어깨를 두드렸다



생각에 섞여든 이물질같은 무언가가 뇌리를 스치고


조금의 시간을 두고 무언가가 내 어깨를 밀쳤다.


급히 눈을 감고 주변에는 나를 위협하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했지만


그 무언가가 다시 느껴졌다


나의 앞에는 무언가가 있다


내가 노력한 것이 무색하도록 무서운 상상이


머리를 가득채워 내 눈이 뜨였다



거대하고 ーー나의 두 배를 넘도록


코가 길고


팔이 여섯 개나 있고


성인 남자의 상반신까지 한입에 먹을 듯한 큰 입을 가지고


나는 상상을 멈추는 걸 포기하고 눈을 떴다


눈앞에는 이마 한가운데에 거울을 달아놓아


나를 비추는 무언가가 있었다


아직은 팔과, 머리와 입까지밖에 없으나


거울 안에 비춘 나는 벌벌 떨며 이를 부딪치며 딱딱거리며


눈물을 흘리며 입술을 깨물며


거울에서 시선을 돌리고 뺨을 만지며 중얼거렸다


오래가고 힘좋은 개꿈같으니



그 말에 더는 기다릴 수 없다는 듯이


곤충의 다리같은 걸 수십쌍 피워낸 무언가가


제멋대로 몸을 만들며 꿈틀대며 다가오고


나를 따라하는 목소리가 없었다가


내가 욕설을 내뱉은 순간


합창을 하는 것처럼 내 말을 따라했다


내가 도망을 치고, 두 마디를 생각할 때 즈음


그 무언가가 나를 따라 달렸다



나는 지금 다리에 스프링이 달린듯 달릴 수 있다


주변의 무언가는 나를 전혀 따라오지 못한다


나는 안전하다


조금씩 목소리들이 멀어져가고


그리고 나는 잠시 멈추어 섰다


유도된 듯이 나는 스티커 같이 하늘 구석에 붙은 태양 아래로 달리고 있었다



무얼 보고 있는거야 여기야


무슨 소리가 들린거 같았다


같았다 무슨 소리가


그새 나를 따라붙은 목소리가 재잘거렸다


그만 좀 해


내가 말을 한 것도 아닌데


나는 발을 강하게 굴렀다


주변의 목소리들은 제멋대로 부정적인 상상을 주워섬겼다



아니, 아니야. 나는 괜찮아.


나는 괜찮아. 이건 꿈이니까


꿈이니까 괜찮아.


도끼를 치켜든 코끼리같은 건 없고, 지네처럼 땅을 기는 코끼리도 없어


부오오오 하고 코끼리 등에서 해수가 치솟았다


나는 그걸 보고 어이없이 웃으면서


-바다도 없는 데에서 바닷물이 나오네


하면서 도끼가 떨어지는 걸 보고 있으면


"정말, 뭐하고 있는 거야! 여기로 빨리 도망쳐."


무언가가, 아니 나처럼 사람같은 손같은 것이 목덜미를 잡고 나를 끌어당겼다.



한순간 온통 붉던 하늘의 어딘가가 갈라져서, 그 위가 하늘이 되고 공중이 되고


아래는 땅이 되고, 그 아래로는 지하가 되었다.


붉은 것들이 밀려난 틈새로는 어딘지 낯익은 건물들이 보였다


땅 밑에 빠진 코끼리는 고래처럼 헤엄치다가


입을 크게 벌렸다.


입에 붉은 것이 가득 차는 것을 보다가, 나는 등을 돌렸다.


조금씩 다가갈수록 붉은 것이 사라졌다


스티커 같은 태양이 반짝 하더니 우산 위로 빛방울이 떨어지는 그림으로 변했다.



그리고, 문이 닫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고


허억


나는 숨을 내쉬었다.


? 머릿속으로 수많은 의문이 폭풍처럼 휩쓸었다


나는, 나는 붉은 무언가의 세상을 헤메고 있었다가


숨을 쉬는 법을 처음 배운 물고기처럼 헐떡이다가


나는 나를 돌아봤다.


여기에는 내 생각을 따라하는 목소리도 없고


등으로 해수를 내뿜는 코끼리도 없고


내 신발은 검은 운동화고


나는 집에서 잠깐 나온 것처럼 반바지를 입고 있었다.



"조금 정신이 들어?"


조금 정신이 들어, 나는 나는?


방금 내가 말한 건가?


나는 제정신이다. 언제나. 이런 악몽 속에서도.


나는, 그러니까 나에게 그런 물음을


던지려다가 눈앞에 그림자를 보았다.


흐릿한 그것은 자그마해서


나보다는 동생과 비슷한 크기 같았는데


갑자기 코가 꽉 쥐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해"


눈앞에는 억지로 푸르게 칠한 것 같은 드레스를 입은 소녀가 짖굳게 웃고 있었다



흐릿해지던 건물들이 흐물텅하던 형태를 세웠다.


나는 바람 불면 쓰러지는 인형같이 있다가


소녀를 보고 일어섰다.


머리가 멍하지만


이제 악몽이 끝난 걸까?



"어서 가자"


소녀의 말을 들은 대로 나는 소녀와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며 걸었다.


"여기는 어디야?"


"네 꿈 속."


"어떻게 해야 깨는데?"


"아직은 깰 수 없어"


그렇게 말하며 손목을 보는 흉내를 냈다


"시계?"


"시간."



아직 동이 트지 않은 모양이다.


나는 소녀를 따라가며 묘하게 차분해지는 마음을 느꼈다.


"궁금한 게 있으면 물어봐"


"이제 안전할 테니까"


대신, 높은 곳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해.


소녀는 그렇게 말하고 생각할 시간을 주겠다는 듯 한걸을 앞서나가서, 천천히 걸어나갔다.


잠시 악몽에서 벗어난 느낌이 들었다.




살아남을거야


작가의말

죄송합니다. 의도가 좋아야 하겠지만, 또한 결과도 좋아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정돈되지 않은 글을 올렸네요


저는 스토리아레나를 완주하고 싶지만


한편으로는 많은 사람이 글을 좋아해주면 좋겠어요


고마워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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